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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 · 탑이 밝혀진 밤

제1장고추기름 한 국자

一勺辣油

중국어 원문을 옮긴 번역입니다.

제1장 고추기름 한 국자

네 시 반, 하늘은 아직 밝다.

이 시간에 나가면 돌아올 때 하늘이 막 다 어두워져 있다. 중간 구간은 불을 켤 필요가 없다. 그는 이렇게 십일 년을 다녔다. 네 시 반이라는 숫자는 그가 정한 것이 아니다. 하늘이 정했다. 겨울에는 네 시로 앞당기고, 여름에는 다섯 시로 늦춘다. 오늘은 네 시 반이다.

그는 전기자전거를 골목 입구에서 밀고 나왔다. 뒷좌석의 보온 상자는 비어 있었다. 문턱을 넘을 때 한 번 높이 튕겼고, 상자 뚜껑이 소리를 내며 부딪혔다. 빈 상자는 다 이렇다. 튄다. 그는 손을 뻗어 뚜껑을 눌러 닫고 왼쪽 걸쇠를 채웠다. 오른쪽 걸쇠는 삼 년 전에 부러졌다. 자전거 튜브 한 토막을 씌워 놓았고, 오늘까지 그대로다. 그 튜브는 그때 세 토막으로 잘랐다. 나머지 두 토막은 서랍에 들어 있다.

골목 입구에는 문턱이 하나 있다. 시멘트 문턱이다. 가운데는 바퀴에 밀려 한 줄로 움푹 패어 있다. 그는 매일 그 움푹한 곳을 넘는다. 나갈 때 한 번, 돌아올 때 한 번. 돌아올 때는 천천히 넘어야 한다. 소리가 한 번, 가볍게만 들릴 만큼 천천히 간다. 두 번째 소리가 나서는 안 된다. 두 번째 소리는 국통이 상자 안에서 흔들리는 소리다.

솥 안의 국은 낮 두 시에 올려 둔 것이다. 큰 뼈 두 개를 두드려 깨서, 찬물에 넣고 끓인다. 물이 끓으면 거품을 한 번 걷는다. 그 뒤로는 줄곧 약불이다. 나갈 때 그는 불을 가장 약하게 줄여 둔다. 돌아오면 딱 맞다. 두 개다. 세 개가 아니다. 세 개면 국물이 진해진다. 진하면 맛을 누른다. 손님은 세 번째 입에서 느끼해진다.

완탕은 정오에 빚어 둔다. 피는 기성품을 사 온다. 백이십 장, 금요일에는 백오십 장. 빚은 것은 거즈를 깐 쟁반에 놓는다. 한 줄에 열두 개씩, 열 줄이다. 마지막 줄은 두 개가 모자란다. 그러면 남은 고기를 나눠 넣어 개수를 채운다. 쟁반을 보온 상자에 넣기 전에는 거즈를 한 겹 더 덮어야 한다. 덮지 않으면 피 가장자리가 마른다. 솥에 넣으면 흩어진다.

손목시계는 왼쪽 손목에 차고 있다. 플라스틱 줄은 기름 연기에 그을어 누렇게 됐다. 시계는 사 분 느리다. 그는 그것이 사 분 느리다는 걸 안다. 한 번도 맞추지 않는다. 그 사 분은 일부러 남겨 둔 시간이다. 사 분이면 솥 하나의 물이 잔거품을 일으킬 때까지 데워진다.

시장은 네 번째 사거리에 있다. 그는 큰길로 가지 않는다. 다리 밑 길로 간다. 빨간 신호를 두 번 덜 받는다.

셀러리는 시장 셋째 줄 둘째 노점에서 산다. 채소 파는 여자는 그를 보자마자 가장 굵은 단을 집으려 한다. 그는 고개를 젓는다. 가는 것을 달라고 한다. 세 근 반이다. 금요일에는 네 근이다. 많이 사는 그 반 근은 금요일 몫으로 준비한 것이다. 다른 날에 더 사면 다음 날까지 두어야 한다. 하룻밤 두면 물러진다. 물러지면 씹어도 그 소리가 나지 않는다.

마늘은 두 통. 금요일에는 세 통. 그는 한 통도 더 사지 않는다. 마늘은 두어도 상하지 않는다. 그래도 많이 사면 까게 된다. 까면 써야 한다. 쓰면 그건 또 다른 솥의 맛이 된다.

고춧가루는 시장 밖 건재 가게에서 산다. 주인 아주머니는 그의 통을 알아본다. 묻지 않는다. 바로 저울을 올린다. 굵은 것 한 근 반, 고운 것 반 근. 한 번에 사는 양이다. 한번은 굵은 것을 한 근 두 냥 달라고 한 적이 있다. 주인 아주머니가 두 줌을 더 넣어 주었다. 그는 거기 서서, 그녀가 더 넣은 두 줌을 도로 덜어 낼 때까지 기다렸다. 덜어 낼 때까지.

굵은 것과 고운 것은 3대 1이다. 굵은 것은 향을 낸다. 고운 것은 색을 낸다. 재작년에 고운 것 값이 올랐다. 그는 4대 1로 바꿨다. 그 보름 동안 그는 자기가 직접 세 그릇을 먹었다. 네 번째 그릇에서야 비율을 되돌렸다.

여섯 시 이십 분에 돌아온다. 보온 상자 무게에 뒷바퀴가 손가락 세 개 너비만큼 내려앉는다. 그는 끌고 간다. 타지 않는다. 다리 밑 그 길에는 가로로 갈라진 금이 있다. 타고 넘으면 국통이 흔들린다.

고추기름은 사흘에 한 번 튀긴다. 오늘이 셋째 날이다.

고춧가루 두 종류를 3대 1로 법랑 대야에 섞는다. 산초 몇 알을 넣는다. 계피 한 조각을 부러뜨려 넣는다. 유채유를 옅은 연기가 날 때까지 달군다. 불을 끄고 기다린다. 마른 젓가락을 꽂았을 때 젓가락 둘레에 잔거품이 일고 큰 거품은 일지 않으면, 그때 손을 댄다.

세 번에 나눠 끼얹는다. 첫 번째는 기름의 절반만 끼얹는다. 향을 낸다. 기름 표면이 가라앉으면 두 번째로 4분의 1을 끼얹는다. 색을 낸다. 남은 4분의 1은 맨 마지막까지 둔다. 그때는 기름이 이미 뜨겁지 않다. 끼얹어도 소리가 조금밖에 나지 않는다. 그 4분의 1이 내는 것은 붉은빛이다.

세 번 사이에 그는 젓지 않는다. 저으면 쓰다.

튀긴 고추기름은 하룻밤 가만히 둬야 한다. 그날 쓰는 것은 그저께 담은 통이다. 통은 유리다. 통 입구 둘레의 나사산에는 씻어도 지워지지 않는 붉은 얼룩이 쌓여 있다. 그는 두 번 씻었다. 세 번째는 씻지 않았다.

포장마차는 고가 밑에 차려져 있다. 동쪽에서 세어 세 번째 교각 쪽이다.

접이식 테이블 일곱 개, 플라스틱 의자 스물네 개. 그는 세어 봤다. 지난달에 한 개가 없어졌다. 그는 이틀을 찾았다. 비스듬히 맞은편 과일 파는 곳에서 찾아왔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옮겨 와서 깨끗이 닦았다. 스물네 개.

네 번째 테이블은 다리 하나가 짧다. 괴어 놓은 것은 네 번 접은 전단지다. 세 번 접은 것이 아니다. 세 번 접으면 너무 얇아서 테이블을 누르면 미끄러져 나온다. 네 번 접으면 딱 맞는다. 밀어 넣으면 끼어서, 한 달은 쓴다.

등 줄은 차양 가장자리의 쇠갈고리 줄에 걸려 있다. 따뜻한 주황빛 작은 등이 열일곱 개다. 고장 난 두 개는 갈지 않았다. 나머지 열다섯 개면 충분히 밝다.

대나무 꼬치 통은 테이블마다 모서리에 놓는다. 테이블 가장자리에서 안쪽으로 손가락 두 개 너비만큼 들어가 있다. 가장자리에 두면 안 된다. 가장자리에 두면 손님이 팔꿈치를 짚는 순간 쓰러진다. 꼬치가 테이블 가득 구른다. 하나하나 주워서 다시 씻어야 한다. 두 손가락 너비는 그가 시험해서 알아낸 것이다. 한 손가락 너비에서는 아직 닿는다.

앞치마는 핸들에서 내려 탈탈 털어 펼친다. 등 뒤로 돌린다. 그는 손을 뒤로 돌려 매듭을 짓는다. 느슨한 매듭이다. 느슨한 매듭은 빨리 풀린다. 장사를 거둘 때 한 번 당기면 풀린다.

매듭은 허리의 왼쪽으로 조금 치우쳐 있다. 정중앙이 아니다. 정중앙의 매듭은 허리에 배긴다. 테이블에 걸터앉기만 해도 허리를 한 번 민다. 왼쪽으로 치우치게 매는 건 누군가 그렇게 매어 준 것이다. 그 두 해 동안 그는 등을 돌리고 두 손을 늘어뜨린 채 가만히 서서, 잠깐만 기다리면 됐다. 나중에는 그가 직접 배웠다. 손을 뒤로 돌려서. 닿지 않아서, 오래 배웠다. 배우고 나서도 그는 정중앙으로 고치지 않았다.

앞치마 오른쪽 주머니 위의 얼룩은 손바닥 모양이다. 그는 손을 닦을 때 늘 이 자리에서 닦는다. 솥 쪽에서 몸을 돌려, 손을 앞치마에 누르고, 한 번 누르고 한 번 문지른다. 십일 년이다. 다른 데는 다 빨아서 허옇게 바랬는데, 이 한 군데만 지워지지 않는다. 오히려 더 깊이 배어 있다. 가장자리는 그의 손바닥 가장자리다.

마늘은 까서 작은 그릇에 넣는다. 셀러리는 토막 낸다. 한 손가락 반 길이로. 짧게 자르면 이에 낀다. 길게 자르면 국물이 붙지 않는다.

셀러리 얘기를 꺼낸 손님은 한 명도 없다. 국에는 세 토막을 넣는다. 맨 위에 뜬다. 맨 마지막에야 먹게 된다. 그 세 토막이 없어도 손님은 똑같이 다 먹고, 똑같이 계산하고, 똑같이 간다. 그는 빠진 것을 안다.

긴 자루 철국자는 솥 가장자리에 걸려 있다. 나무 손잡이는 고추기름에 절어 짙은 갈색이 됐다. 오래 쥐었더니 그 나무에는 그의 손 모양이 남았다. 국자 가장자리에는 이 빠진 자리가 하나 있다. 손톱 반만 한 크기다. 삼 년 전 가스통 밸브에 부딪혀 생겼다.

그는 한 번 새 국자로 바꾼 적이 있다. 삼 일 쓰다가 도로 바꿨다. 새 국자는 가장자리가 둥글다. 고추기름을 떠서 들어 올릴 때, 기름이 그 둥근 면을 따라 아래로 흐른다. 조리대에 떨어지고, 그릇 가장자리에 떨어지고, 그의 손등에 떨어진다. 낡은 국자의 그 이 빠진 자리는 기름줄을 정확히 걸어 준다. 들어 올리면 줄이 끊기고, 떨어지지 않는다.

오른쪽 어깨에 짙은 회색 수건이 걸려 있다. 한쪽은 길고 한쪽은 짧다. 긴 쪽으로 테이블을 닦는다. 짧은 쪽으로 이마를 닦는다. 그는 거꾸로 닦는 법이 없다. 한번은 이틀 동안 일을 도우러 왔던 젊은이가 거꾸로 쥐었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사람이 돌아간 뒤, 수건을 가져가 한 번 더 빨았다.

그의 손톱은 아주 짧게 깎여 있다. 손끝 살이 드러날 만큼 짧다. 짧게 깎는 건 마늘을 까기 때문이다. 손등에는 옅은 색 얼룩이 두 개 있다. 하나는 이 년째에, 하나는 오 년째에 생긴 것이다. 모두 기름 때문이다. 그는 손을 씻는다. 하룻밤에 열 몇 번씩 씻는다. 솥 옆 물통의 미지근한 물을 쓴다. 씻고 나서는 앞치마 오른쪽 주머니의 그 얼룩에 한 번 누르고, 한 번 문지른다.

여덟 시. 첫 번째 테이블.

그는 손님을 머리로 기억하지 않는다. 손으로 기억한다.

택시 기사가 비닐 커튼을 걷고 들어온다. 그의 손은 벌써 식초병을 집고 있다. 파는 빼고, 식초는 두 바퀴 돌려 넣는다. 남색 작업복을 입은 두 사람이 앉는다. 한 사람에 국수 한 그릇씩이다. 젓가락은 한 벌만, 가운데에 놓는다. 둘은 번갈아 먹는다. 다른 한 사람은 나가서 담배를 피운다. 배달 청년은 한 번도 앉지 않는다. 선 채로 먹는다. 그릇은 납작한 것이어야 한다. 깊은 그릇은 들고 있으면 뜨겁다. 새벽녘의 그 곱슬머리 여자는 면을 되게, 국물은 그릇의 절반까지만 받는다. 많으면 그녀가 들지 못한다.

이름은 한 사람도 모른다.

하룻밤 동안 그가 하는 말은 많지 않다. 오가는 말은 그 몇 마디뿐이다. “몇 분이세요?” “앉으세요.” “맵게 드릴까요?” “조심하세요, 뜨거워요.” “안녕히 가세요.” 말이 많은 때는 아예 하지 않는다. 솥 앞으로 한꺼번에 세 사람이 몰려오면, 말하는 데도 기운이 든다. 그 기운은 손에 남겨 둬야 한다.

아홉 시부터 열 시까지가 가장 순조롭다. 두 솥에 불을 함께 올린다. 국수는 왼쪽, 완탕은 오른쪽이다. 가운데 작은 솥에는 국물이 올려져 있다. 그는 솥 세 개 가운데의 그 자리에 선다. 몸을 돌릴 때 발을 옮길 필요가 없다. 뒤꿈치만 비비면 된다. 이 바닥 타일은 그가 뒤꿈치로 비벼서 얕게 패었다. 주변보다 낮아서, 비 오는 날이면 물이 조금 고인다.

열 시 반에 사람이 가장 많다. 테이블 일곱 개에 전부 앉아 있다.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은 교각에 기대 있다.

국수를 넣는 시간을 그는 시계로 재지 않는다. 센다. 속으로 일흔까지 세고 건진다. 누가 말을 걸면 대답하면서 센다. 어떤 말에 대답하든 세는 수에는 영향이 없다. 어느 밤 누가 그와 다퉜다. 다툼이 끝나고 그는 국수를 건졌다. 그래도 일흔이었다.

고가 위의 차가 머리 위를 지나간다. 한 대 한 대. 소리는 등 뒤에서 내리누른다. 그는 진작에 듣지 않는다. 듣는 것은 솥이다. 물이 끓는 소리, 기름이 튀는 소리, 대나무 꼬치 통을 누군가 건드린 소리.

일곱 번째 테이블은 차양 가장자리에 있다. 그 작은 등이 닿지 않는다. 바람이 차양의 그 틈으로 들이친다. 보통 사람은 앉지 않는다.

그녀가 앉았다.

그녀가 처음 온 것은 작년에 날이 추워진 그날 밤이다. 첫 찬비가 내리던 날이었다. 들어올 때 어깨 한쪽이 젖어 있었다. 안경에는 온통 물이 맺혀 있었다. 그녀가 말했다. “작은 완탕이요. 고추기름은 따로 주세요.”

그 뒤로 그녀가 앉기만 하면, 그는 먼저 고추기름을 반 국자 떠서 그릇 가장자리에 놓는다. 그녀는 직접 섞는다. 조금씩 섞는다. 국물 색이 바뀔 때까지 섞는다. 반 국자가 그녀의 양이다.

그녀가 몇 번 왔는지는 그도 말하지 못한다. 그 그릇만은 그가 똑똑히 안다. 가장자리에 가는 금이 간 법랑 그릇이다. 다른 그릇은 돌아가며 쓰고, 그 그릇만은 줄곧 따로 챙겨 둔다.

그녀는 오면 쓴다. 휴대전화 거치대는 대나무 꼬치 통 위에 놓여 있다. 그것은 꼬치 통을 두 손가락 너비만큼 안쪽에 둔 것의 두 번째 쓰임이다. 두 시까지 쓴다. 쓰다 보면 가끔 멈춘다. 엄지로 화면 위를 왔다 갔다 문지른다. 왔다 갔다 문지른다. 다 지우고 나면 다시 친다. 다음 날에도 그녀는 와서, 또 쓴다.

그는 그녀가 무엇을 쓰는지 묻지 않는다.

자정이 지나면 그는 일곱 번째 테이블로 사람을 데려가지 않는다. 누가 와서 앉으려 하면, 그는 이 테이블 다리가 헐겁다고 한다. 안쪽 테이블에 앉으라고 한다. 일곱 번째 테이블의 다리는 헐겁지 않다.

어느 밤 술에 취한 남자 하나가 일곱 번째 테이블에 부딪혔다. 꼬치 통이 쓰러졌고, 꼬치가 바닥에 흩어졌다. 그녀는 쭈그리고 앉아 하나씩 주웠다. 다 줍고 나서는 어디에 둘지 몰라, 선 채로 들고 있었다. 그가 다가가 받았다. 두 손으로 받았다. 괜찮다고 한마디 했다. 그녀는 떠날 때 의자를 테이블 밑으로 도로 밀어 넣었다. 하룻밤에 몇십 명이 드나들어도, 의자를 밀어 넣는 사람은 몇 없다.

그녀는 먹고 나면 늘 그릇을 테이블 가운데로 민다. 젓가락은 그릇 입구에 가로로 걸쳐 놓는다.

작년 그 찬비 때부터 오늘까지 그녀는 두 번 발길이 끊겼다. 한 번은 구 일 동안 끊겼다. 한 번은 삼 주 동안 끊겼다. 그 삼 주 동안에도 그는 날마다 가장자리가 갈라진 그릇을 따로 한쪽에 놓았다. 다른 그릇에 다른 손님 몫을 담았다. 그녀가 돌아온 그날 밤 고추기름을 두 번 청했다. 두 번째는 스스로 일어나 솥 쪽까지 걸어와서 청했다. 김 너머로 한마디 했다. “조금만 더요.” 그는 주었다. 그래도 반 국자였다. 더 주지 않았다. 그때 그녀가 청한 것도 반 국자였다.

한번은 그녀가 고개를 들었다. 안경에 김이 한 겹 서려 있었다. 그녀는 안경을 벗어 소맷부리로 닦았다. 안경을 썼을 때보다 눈이 조금 작아 보였다. 그는 그릇을 그녀 쪽으로 반 치쯤 밀었다. 솥 앞으로 돌아갔다.

오늘 밤 그녀는 밤 열두 시 십 분이 되어서야 왔다. 평소보다 늦었다.

그는 완탕을 열여섯 개 넣었다. 그녀의 양은 열여섯 개지 스무 개가 아니다. 물이 끓으면 넣는다. 떠오르면 찬물을 한 번 붓는다. 두 번째로 떠오르면 건진다. 십 초만 더 끓이면 피가 두꺼워진다. 그는 고추기름을 반 국자 떠서 그릇 가장자리에 놓고, 그릇을 들고 갔다.

그녀가 고맙다고 했다. 손은 테이블 위에 놓여 있었다.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솥 앞으로 돌아가 한 솥을 건져 냈다. 고개를 들어 보니 그녀는 아직 움직이지 않았다. 국물 위의 기름이 천천히 퍼졌다. 그릇 가장자리의 반 국자 고추기름에는 막이 한 겹 앉았다.

세 번째 테이블이 국물을 더 달라고 했다. 그는 가서 더 채웠다. 돌아와 보니 그대로였다. 휴대전화 거치대는 대나무 꼬치 통 위에 놓여 있었다. 화면은 켜져 있었다. 그녀는 쓰고 있지 않았다.

밤 열두 시 반, 다섯 번째 테이블 손님이 떠났다. 그는 가서 그릇을 거뒀다. 긴 쪽으로 테이블을 닦았다. 의자를 테이블 밑으로 밀어 넣었다. 꼬치 통을 안쪽으로 밀었다. 조금 전 누군가 그것을 테이블 가장자리로 옮겨 놓았었다. 그는 두 손가락 너비만큼 도로 밀었다.

밤 열두 시 삼십오 분, 두 번째 테이블 손님이 떠났다. 차양 아래 세 사람이 남았다. 첫 번째 테이블에 한 사람, 네 번째 테이블에 한 사람, 그리고 그녀.

그는 쟁반을 한 번 셌다. 완탕이 스물여덟 개 남아 있었다. 스물여덟 개. 오늘은 남기게 생겼다. 남은 것은 내일 팔지 않는다. 자기가 먹는다. 피가 이미 오늘의 피가 아니다.

그는 철국자를 솥 가장자리에 한 번 두드렸다. 이 빠진 쪽이 먼저 울렸다. 둔한 소리였다.

그러고 나서 그는 국자를 고추기름 통에 넣었다. 바닥까지 눌렀다. 들어 올렸다. 걸어가서 그녀의 그릇에 넣었다. 한 국자. 꽉 찬 한 국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반 국자가 그녀의 양이다. 한 국자는 아니다.

그녀가 고개를 숙여 그릇을 한 번 보았다. 뭐라고 한마디 했다. 목소리는 솥의 기름 소리에 묻혔다. 그는 제대로 듣지 못했다. 묻지도 않았다.

그는 솥 앞으로 돌아가 고추기름 통의 뚜껑을 닫았다. 두 바퀴 반 돌렸다. 이 뚜껑은 나사산이 미끄러졌다. 두 바퀴 반이 그것이 아직 물리는 자리였다. 더 돌리면 헛돌고, 한 번 헛돌기 시작하면, 다음번에 들어 올릴 때 떨어진다.

0시 40분. 시계는 0시 36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는 사 분을 더해야 한다는 걸 알았다.

네 번째 테이블 사람이 국수를 한 그릇 더 달라고 했다. 그는 물을 팔 부까지 채웠다. 불을 최대로 올렸다. 국수 한 줌을 손에 쥐고 물을 기다렸다. 국수는 손에 오래 쥐고 있으면 땀이 난다. 땀이 나면 달라붙는다. 그래서 맨 마지막 순간에야 손을 놓는다.

거리가 먼저 잠시 조용해졌다.

소리가 없던 것은 아니다. 차는 여전히 달리고 있었고, 솥은 여전히 울리고 있었다. 사람의 소리만 함께 사라졌다. 그의 등 뒤에서 많은 신발들이 같은 순간에 멈췄다. 그는 고개를 들지 않았다. 그는 솥을 보고 있었다. 물이 막 끓으려 하고 있었다. 둘째 솥의 국수를 넣을 때는 그 거품이 한 겹 올라올 때다.

조리대 가장자리의 스테인리스 둘레에 세로로 흰 줄이 비쳤다. 흰빛은 아주 반듯했다. 곧았다. 아래에서 위로 올라갔다. 스테인리스 가장자리에 닿아 없어졌다. 그는 그것의 꼭대기를 찾지 않았다.

기름 솥이 한 번 튀었다.

물방울이 들어갔을 때 나는 그런 튐이 아니었다. 기름 솥 전체가 밑에서 한 번 치받았다. 한 방울이 튀어 올라 그의 왼쪽 손등에 떨어졌다. 그의 손등에는 오래된 화상 자국이 두 개 있었다. 이 한 방울은 그 두 자국 사이에 떨어졌다.

그는 닦지 않았다.

그러고 나서 모든 화면이 하얘졌다.

사거리의 대형 화면, 편의점 냉장고 문, 조명 간판, 테이블 위의 휴대전화, 핸들에 걸어 둔 낡은 휴대전화. 전부 하얘졌다. 같이 하얘졌다. 먼저와 나중이 없었다. 일 초 동안 하얗게 있다가, 다시 밝아졌을 때는 전부 같은 한 가지 색이었다. 화면에는 빛나는 기호 한 줄이 떠 있었다. 글자는 아니었다. 그는 한 글자도 알아보지 못했다.

그는 그 말이 무슨 말인지 알았다.

“하늘은 너무 높다. 우리가 이미 너희 대신 닿아 보았다.”

“탑 아래 선 자는 더는 고개를 들 필요가 없다.”

소리는 화면에서 나왔다. 크지 않았다. 울리지도 않았다. 험하지도 않았다. 귀에 붙은 듯 가까웠다. 멀고 가까운지는 알 수 없었다. 시보 같았다.

거리의 사람들이 고개를 숙였다.

고개를 숙이는 일이라면 그에게 익숙하다.

십일 년 동안 그는 여러 번 고개를 숙였다. 여기서는 장사를 하면 안 된다고 누가 와서 말했다. 그는 고개를 숙인 채 거뒀다. 다 거두고 나서 수레를 밀고 두 거리를 걸어갔다. 다음 날 다시 와서 펼쳤다. 차양이 누군가의 칼에 그어져 한 줄로 찢어졌다. 1.2미터 길이였다. 그는 고개를 숙인 채 비닐을 말아 겨드랑이에 끼웠다. 다음 날 새것을 샀다. 남은 조각은 안장 밑에 깔려고 남겨 두었다. 네 사람이 먹고 나서 국수에 머리카락이 있다며 환불을 요구했다. 그는 고개를 숙인 채 네 그릇을 도로 들고 갔다. 그중 한 그릇에는 국물만 남아 있었다. 돈은 돌려주었다. 차 한 대가 포장마차 앞에 멈춰 있었다. 시동을 끄지 않았다. 그에게 포장마차를 안쪽으로 삼 미터 옮기라고 했다. 그는 고개를 숙이고 옮겼다. 테이블 다리가 바닥을 끌며 낸 네 줄 자국은 다음 날에도 남아 있었다.

그래서 화면이 하얗게 변하자, 그의 목이 그의 머리보다 빨랐다.

그는 긴 자루 철국자를 솥 가장자리에 도로 올려놓았다. 국자 자루는 바깥으로, 이 빠진 쪽은 아래로. 평소와 똑같이. 그러고 나서 고개를 숙였다.

고개를 숙이자 자기 신발이 보였다. 검은 신발이었다. 고무 밑창이었다. 신발 위의 기름때는 지워지지 않았다. 신발 목에 한 바퀴 주름이 잡혀 있었다. 발은 안에서 뜨거웠다. 바닥에 물이 조금 고여 있었다. 그가 서 있던 그 얕은 구덩이에서 넘쳐 나온 물이었다. 물 위에 겹겹의 빛 고리가 일렁이고 있었다.

물 위에는 또 다른 것이 있었다. 그 빛의 고리 바깥쪽에. 둥글었다. 그가 본 어떤 달보다 컸다. 훨씬 컸다. 가장자리를 따라 옅은 보랏빛 한 바퀴가 있었다. 밝은 쪽이 원의 절반을 훌쩍 넘게 차지했다. 어두운 쪽 작은 부분에는 잔빛 몇 점이 있었다. 곁에는 그보다 조금 작은 검은 입구가 하나 있었다. 입구 가장자리에는 아주 가는 흰 테두리가 한 줄 있었다. 물결이 일면 그 원은 몇 조각으로 부서졌다. 물결이 멎으면 다시 맞춰졌다.

그는 고개를 들어 그 원을 마주 보지 않았다.

삼 초.

그가 눈을 들었다.

첫 번째 테이블 사람은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한 손은 아직 그릇을 들고 있었다. 그릇은 중간에서 멈춰 있었다. 국물 면이 기울어, 그릇 가장자리에 닿을 듯했다. 네 번째 테이블 사람은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젓가락 끝에 국수 한 가닥이 걸려 있었다.

테이블 일곱 개의 사람들은 전부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교각 옆에 서 있던 사람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비스듬히 맞은편 과일 파는 사람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거리 저쪽에서 자전거를 타던 사람은 멈춰 서서, 한 발을 땅에 디딘 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차양 가장자리에서 그 아가씨만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그녀는 일곱 번째 테이블에 앉아 얼굴을 쳐들고 있었다. 안경에 흰 막이 끼어 있었다. 화면의 흰빛이었다. 아랫팔에 어두운 무늬가 한 줄 있었다. 손목에서 위쪽으로 이어져 있었다. 그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등불 아래의 그림자겠거니 했다. 그녀는 눈을 깜박이지 않았다.

비닐 차양이 눌려 아래로 한 번 처졌다. 차양 가장자리의 따뜻한 주황빛 작은 등 줄이 따라 흔들렸다. 두 번 흔들리다 멈췄다. 열다섯 개 등은 하나도 꺼지지 않았다. 빛은 테이블 가장자리까지만 닿고 끝났다.

그는 따라 고개를 들지 않았다.

그는 다가가 그녀의 그릇을 들고 돌아왔다. 그릇 바닥은 이미 손을 델 만큼 뜨겁지 않았다.

국물을 먼저 체에 한 번 걸렀다. 완탕은 체에 남았다. 국물은 솥에 도로 부었다. 불을 한 칸 올렸다. 국물 위에 거품이 한 겹 떠올랐다. 그는 철국자로 걷어 냈다. 두 번 걷어 냈다. 끓기를 기다렸다.

끓기 전에, 그는 다른 그릇 하나를 그릇을 데우는 뜨거운 물통에 담가 두었다. 찬 그릇에 담으면 국물이 빨리 식는다.

그는 국물을 다시 한 번 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