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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 · 탑이 밝혀진 밤

제2장같은 1초

同一秒

중국어 원문을 옮긴 번역입니다.

제2장 같은 1초

고가도로 아래 그 포장마차는 아직 불이 켜져 있다. 포장마차 주인은 길을 등지고 솥 앞에 서 있다. 고개가 숙여져 있다. 차양 가장자리의 일곱 번째 테이블에서는 손 하나가 허공에 멈춰 있다. 검지 옆면에 고추기름이 조금 묻어 있다. 붉은 기름이다. 아직 마르지 않았다.

몇 분 전으로 돌아간다. 도쿄.

한 손이 종이 한 장을 두 줄의 옛 접힌 자국을 따라 한 번 더 접는다.

막차의 맨 끝 칸이다. 차창 유리에 미쓰키의 모습이 비친다. 어두운 외투에 깃이 서 있다. 오른쪽 어깨선이 왼쪽보다 조금 낮다. 무게를 오른발에 싣는 버릇이 있어서다. 유리 바깥에는 빗물에 번져 한 줄이 된 도시의 빛줄기가 흐른다. 터널 조명이 한 칸씩 그녀의 얼굴을 가르고 지나간다. 그녀는 불빛을 보지 않는다. 불빛을 센다.

네 정거장.

종이는 휴가 신청서다. 위에 한 줄의 글과 날짜 하나가 적혀 있다. 글씨는 연필로 썼다. 다 쓰고 나서 검은 펜으로 그 위를 따라 그었다. 고르지 않게 그어서 두 군데는 검은 선이 연필 선 밖으로 나가 있다. 날짜는 두 번 고쳤다. 앞의 두 날짜에는 가로줄이 그어져 있다. 두 줄 모두 차표 가장자리에 맞춰 그었다. 아주 곧다.

이것은 세 번째 장이다. 앞의 두 장은 찢었다. 두 쪽으로 찢었다. 두 번째 장은 찢기 전에 접어 두었다. 그래서 찢긴 자리가 가지런하다.

첫 번째 접기와 두 번째 접기는 옛 자국을 따라간다. 종이가 저절로 내려앉는다. 세 번째 접기는 새로 해야 한다. 그녀는 엄지 끝을 접힌 선 한가운데에 대고 양쪽으로 민다. 종이 모서리가 맞을 때까지 민다. 다 밀고 나서도 엄지 끝은 바로 떨어지지 않는다. 그 자리에 반 초 동안 멈춰 있다.

이 반 초는 열네 살 때 누군가에게 바로잡혀서 생긴 것이다.

그때 도장 입구에는 나무 상자가 하나 있었다. 날마다 마지막으로 나가는 사람이 그날의 기록지를 찢어서 세 번 접어 그 안에 넣었다. 종이에는 누가 왔는지, 무엇을 연습했는지, 몇 시에 갔는지가 적혔다. 그녀의 차례였던 그날 밤, 그녀는 빨리 접었다. 세 번째 접기에서 종이 모서리가 2밀리미터 어긋났다. 상자를 맡은 노인이 그녀의 손에서 종이를 빼냈다. 펴고, 다시 접었다. 세 번째 접기에서 그의 엄지가 접힌 선 한가운데를 누른 채 움직이지 않았다.

“여기서는 잠깐 기다리는 거다.”

그는 말을 마치고 나서야 종이를 밀어 보냈다. 종이 모서리가 한 치의 어긋남도 없이 맞았다. 무엇을 기다리는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그녀도 묻지 않았다.

그 뒤로 그녀는 그 도장에 다시 들어가지 않았다. 종이를 접는 일만 남았다. 열네 살 이후로 그녀는 많은 종이를 접었다. 약봉투, 영수증, 통지서, 그리고 이 휴가 신청서 세 장. 한 장 한 장의 세 번째 접기에서 엄지 끝은 늘 같은 자리에 멈췄다.

그녀는 휴가 신청서를 외투 안주머니에 도로 넣었다. 안주머니는 왼쪽에 있다. 갈비뼈에 붙어 있다. 종이가 안으로 내려갔다. 그녀는 천 한 겹 너머로 한 번 눌렀다.

“……내일 내면 되겠지.”

그녀는 이 말을 하면서 유리의 그림자를 보지 않았다. 끝 음이 아래로 떨어졌다. 올라가지 않았다.

차량 안에는 그녀까지 일곱 명이다. 셋은 앉아 있다. 둘은 서서 손잡이를 잡고 있다. 한 명은 문가에 기대 있다. 한 명은 맨 안쪽에서 자고 있다. 머리가 한 번씩 꾸벅인다. 그녀는 두 번 셌다. 두 번 다 일곱이었다. 왜 세는지는 모른다. 아주 어릴 때부터 셌다.

선로 이음매의 덜컹거림은 낮게 눌려 있다. 머리 위 형광등 줄에서 한 등이 웅웅거린다. 유리에 물자국 하나가 위에서 아래로 흐르다가 중간에서 멈췄다.

그녀의 오른손이 안주머니에서 나온다. 외투 위로 같은 자리를 한 번 더 누른다. 새끼손가락 첫 마디가 다른 손가락보다 굵다. 오래된 것이다. 누르면 작고 단단한 부분이 만져진다.

손가락 하나가 삭제 키에서 떨어진다.

커서가 거꾸로 간다. 한 줄의 글자를 하나씩 삼킨다. 마지막 글자가 사라진 뒤에도 그녀는 키를 누르고 있다. 반 박자 더 누른다. 키보드가 차양 아래서 빈 소리를 낸다.

일곱 번째.

그 일곱 번은 쓸 때 생각해야 했다. 지울 때는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손이 그녀보다 먼저 안다. 새끼손가락이 먼저 키보드에서 떨어진다. 약지가 따라간다. 검지가 마지막이다. 중간에 한 번은 다 쓰고 나서 보지 않고 바로 보내려고 했다. 손이 엔터 위에서 멈췄다. 내려가지 않았다.

그 한 줄에는 붙어 있는 글자 세 개가 있다. 일곱 번을 고쳤는데 그 세 글자는 한 번도 고치지 않았다. 마지막까지 지우고 남은 것도 그 세 글자다.

플라스틱 의자. 접이식 테이블. 테이블 다리 밑에는 납작하게 눌린 종이 상자 한 조각을 괴어 두었다. 안 그러면 흔들린다. 그녀는 일곱 번째 테이블에 앉는다. 이 테이블은 차양 가장자리에 붙어 있다. 차양에 달린 따뜻한 주황빛 작은 등 줄이 그녀의 손을 정확히 비춘다. 화면은 비추지 않는다.

그릇은 그녀의 손 옆에 있다. 국물 위에 얇은 기름이 한 겹 떠 있다. 그릇 가장자리에는 고추기름 반 국자가 놓여 있다. 붉은 테두리가 아직 풀리지 않았다. 그 가장자리 둘레에 더 가는 기름 꽃이 맺혀 있다. 그녀가 앉자마자 포장마차 주인이 떠서 그릇 가장자리에 놓아 두었다. 원하는지 묻지 않았다. 그는 한 번도 묻지 않는다.

오늘 밤 그녀는 국을 한 술도 뜨지 않았다.

솥 가장자리에서 소리가 한 번 울렸다.

그녀가 고개를 든다. 포장마차 주인은 그녀에게 등을 보이고 있다. 오른쪽 어깨에 짙은 회색 수건이 걸려 있다. 그의 손에 든 긴 자루 철국자가 고추기름 통 바닥까지 눌렸다가 막 들려 올라온다. 국자 가장자리에는 이 빠진 자리가 있다. 붉은 기름이 그 이 빠진 자리에 걸려 떨어지지 않는다. 그는 다가와서 한 국자 가득 그녀의 그릇에 부었다.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고맙습니다.”

그 순간 기름솥이 한 번 튀었다. 그는 이미 솥 앞으로 돌아가 있었다. 대답하지 않았다. 돌아보지도 않았다.

그녀는 그 줄을 다시 치지 않았다. 화면의 그 줄은 비어 있다. 커서가 맨 왼쪽에서 깜박인다. 그녀는 키보드에서 손을 뗐다. 두 손바닥으로 함께 그릇을 받쳤다. 법랑 그릇이 뜨겁다. 그녀는 받친 손을 놓지 않았다.

그녀의 엄지가 허벅지 바깥쪽을 두 번 누른다. 한 번은 가볍게, 한 번은 세게. 이 누르는 법은 설서장에서 배운 것이다. 성목의 박자에 맞춰 누른다. 이십 년을 눌러 왔다. 이제는 동작이라고 할 것도 없다.

고가도로 위로 차가 지나간다. 소리가 머리 위로 굴러간다. 소리가 다 지나가자 거리는 더 조용해진다. 멀리 고층 건물들이 수증기에 번져 한 덩이가 되어 있다. 그보다 더 먼 곳에 아주 옅은 그림자 하나가 서 있다. 무엇인지 알아볼 수 없다.

그릇 벽의 열기가 손바닥에서 올라온다. 손목까지 올라온다.

한 손이 자기 턱을 받쳐서 위로 민다.

3밀리미터. 거울 속의 얼굴이 다른 사람이 된다.

서울의 낡은 연습실. 거울 벽 한 면이 바닥에서 천장까지 이어진다. 이음매에는 테이프가 붙어 있다. 거울 면에는 손자국, 땀 얼룩, 마른 물자국이 가득하다. 아무도 닦지 않는다. 나무 바닥은 군데군데 허옇게 닳아 있다. 구석에는 낡은 오디오 한 대, 물병 한 묶음, 수건 한 장이 쌓여 있다. 바 한쪽 끝이 헐거워서 건드리면 돈다. 천장등은 텅스텐 필라멘트 전구다. 오디오가 있는 구석만 비추고 다른 곳은 어둡다.

거울 벽 왼쪽 아래 모서리에 스티커 한 장이 붙어 있다. 반쯤 뜯겨 나갔다. 남은 쪽 모서리가 말려 올라와 있다. 뜯은 사람은 급하게 뜯었다. 스티커 뒤의 접착제가 거울에 그대로 남았다. 접착제 위에 먼지 한 겹이 앉아 있어서 주변 거울보다 어둡다. 그는 깨끗이 떼지 않았다. 새 스티커를 다시 붙이지도 않았다.

그가 손을 놓자 턱이 도로 떨어진다. 오른쪽 귀에 달린 마이크 모양 귀걸이가 따라 흔들린다. 끊긴 자리가 거칠게 뒤집혀 있다. 안쪽 심이 밖으로 드러나 있다. 보라색이다. 끊긴 지 이 년이 됐다. 그는 고치지 않았다.

0.4센티미터.

이 수치는 그가 스스로 생각해 낸 것이 아니다. 남이 재어 준 것이다. 그는 그저 이어서 재고 있을 뿐이다.

처음에는 휴대전화를 바 위에 세워 놓았다. 정면, 웃지 않고, 턱을 평평하게 당겨서 한 장 찍었다. 그다음에는 턱을 받쳐서 한 장 찍었다. 두 장을 겹쳐 보면 차이 나는 것이 이 수치다. 나중에는 귀찮아서 편의점 영수증에서 흰 가장자리를 한 조각 뜯어냈다. 거기에 연필로 선 두 줄을 그었다. 두 선 사이가 0.4다. 쪽지는 지갑에 넣었다. 신분증 옆에 붙여서.

스물일곱 번. 스물여덟 번째부터는 세지 않는다. 쪽지 가운데 부분은 손톱에 눌려 물러졌다. 보풀이 일었다. 두 줄의 연필 선은 아직 남아 있다.

그는 잠들기 전에 혀로 윗입천장을 받쳐 보았다. 옆으로 누워 한쪽으로만 자 보았다. 밤새 이를 악물고 있어 보았다. 전부 0.4였다.

연습실에는 그의 숨소리만 있다. 에어컨 바람에 거울 면이 가볍게 울리는 소리가 한 번 난다. 그는 다리를 꼬고 바닥 한가운데 앉아 있다. 문에 등을 돌리고 있다. 얼마나 앉아 있었는지는 세지 않았다. 오디오의 빨간 점이 켜져 있다. 전기가 끊기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가 들어왔을 때부터 켜져 있었다.

오늘 밤 그는 한 번 춤을 췄다. 여덟 박 네 번. 세 번째 여덟 박의 다섯 번째에서 멈추고 다시 췄다. 같은 자리에서 여섯 번 멈췄다. 일곱 번째에는 멈추지 않았다. 끝까지 췄다. 하지만 다 췄다고 하기는 어렵다. 마지막 동작을 일찍 떨어졌다. 그는 어릴 때부터 이랬다. 들어가는 박은 늘 반 박 늦고, 떨어지는 박은 늘 반 박 이르다. 가운데 그 구간은 그의 것이다. 그 구간이 얼마나 긴지는 그만 안다. 누군가 이것을 흠이라고 한 적이 있다. 그는 그 말을 기억해 두었다. 동작은 고치지 않았다.

춤을 마치고 그는 앉았다. 불빛이 닿지 않는 곳이다. 땀이 턱선을 따라 흐른다. 방금 그가 위로 밀어 올렸던 바로 그 선을 따라서다.

거울 속 사람도 그처럼 앉아 있다. 똑같이 기다리는 중이다.

그가 손을 푼다. 다섯 손가락이 무릎 위에서 펴진다. 가운뎃손가락 마디가 한 번 소리를 냈다.

한 손이 종이 한 장을 두 번 접는다.

반려 통지서다. 그녀는 한 번만 읽었다. 읽고 나서 뒤집어, 뒷면이 위로 오게 했다. 첫 번째 접기에서 모서리를 맞춘다. 두 번째 접기에서 다시 맞춘다.

“정통성이 부족하대. 그럼 뭐면 충분한데.”

그녀의 말투는 평평했다. 두 문장을 한 호흡에 다 말했다. 가운데 끊김이 없었다. 돌계단 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종이 오른쪽 아래에 사각형 도장 자국이 있다. 붉은 인주다. 세게 눌러 찍었다. 네 귀퉁이까지 빈 데 없이 찍혀 있다. 그녀는 뒤집을 때 그 도장이 있는 모서리부터 들어 올렸다. 그래서 그 모서리가 다른 모서리보다 무르다.

파리. 광장의 돌계단이 한 계단씩 내려간다. 모두 스물여섯 계단이다. 그녀는 아홉 번째 계단에 앉아 있다. 쇠난간이 녹슬었다. 녹이 덩이덩이 슬어 있다. 만지면 떨어진다. 난간에 외투 한 벌이 걸려 있다. 그녀의 것이 아니다. 어제도 거기 있었다. 계단 아래에는 낡은 스피커 하나, 펼쳐 놓은 판지 몇 장, 반쯤 마신 물병 하나가 놓여 있다. 판지 위에는 자국 네 개가 눌려 있다. 두 개는 무릎 자국이다. 두 개는 손바닥 자국이다. 손바닥 자국이 더 깊다.

가로등 불빛이 옆에서 비스듬히 들어온다. 돌계단에 긴 그림자를 드리운다. 계단마다 그림자가 꺾여 내려가다가 맨 아래 계단에서 끊긴다. 그녀의 그림자는 아홉 번째 계단 위에 있다. 다른 그림자들과 길이가 같다. 똑같이 검다. 그녀가 이 시각까지 여기 앉아 있는 것은 이 돌이 넓어서 사람이 설 수 있기 때문이다. 광장의 다른 곳들은 기울었거나 깨져 있다.

그녀는 이 스물여섯 계단을 한 번 넘게 셌다. 지난번에 센 것은 누군가 맨 아래 세 계단에서 한 대목을 춤췄기 때문이다. 춘 사람의 오른발 토슈즈 앞코가 닳아 구멍이 나 있었다. 착지가 박자보다 빨랐다. 아주 안정적으로 빨랐다. 그녀는 그때 아홉 번째 계단에 앉아 대목 전체를 끝까지 보았다. 떠날 때 기술적인 말 한마디만 하고,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그녀는 종이를 가방에 넣는다. 가방은 세 칸이다. 바깥 칸에는 물병이 있다. 가운데 칸에는 여분의 토슈즈 한 켤레가 있다. 한 짝은 앞코가 이미 밟혀 찌그러져 있다. 가장 안쪽 칸에는 종이를 넣는다. 안에는 이미 세 장이 있다. 이것이 네 번째 장이다. 네 장은 크기가 같다. 접는 법도 같다. 그녀는 네 귀퉁이를 맞춘 다음에야 지퍼를 올린다.

그다음 그녀는 일어난다. 왼손으로 난간을 한 번 짚어 몸을 받친다. 손바닥이 떨어질 때 녹이 한 겹 함께 묻어 나온다.

왼발이 먼저 내려선다. 새틴 토슈즈다. 밑창이 얇아서 돌 위에 내려서도 소리가 없다. 오른발이 뒤따라 내려온다. 낡은 운동화다. 옆면에 얼룩이 있다. 밑창이 돌 위에서 반 바퀴 쓸리며 둔한 소리를 냈다.

두 신발은 짝이 아니다. 오늘 처음 짝이 안 맞은 것도 아니다.

그녀는 가방끈을 어깨에 멘다. 손가락이 끈을 잡는다. 첫 번째는 허공을 잡았다. 두 번째에야 끈이 잡혔다. 그녀는 그 일에 신경 쓰지 않는다. 그렇게 서 있다. 어깨에는 가방, 발밑에는 서로 다른 두 신발이다.

한 손이 외투 주머니 안에서 손가락을 오므린다.

손바닥 안에 두 가지가 있다. 나사 하나. 글자가 새겨지지 않은 군번표 하나.

뉴욕, 약국 골목 모퉁이. 셔터가 절반쯤 내려와 있다. 진열창의 차가운 흰 불빛이 아직 켜져 있다. 유리 뒤 선반에는 가격표가 가득 붙어 있다. 한 장 위에 또 한 장이다. 계단 위에는 빈 캔버스 가방 하나와 흩어진 계산서 한 묶음이 놓여 있다. 바람이 한 번 불 때마다 한 장씩 넘어간다. 길 건너 배기구에서 김이 난다. 흰 김이다. 한 줄기씩 뿜어 나온다. 바닥 여기저기에 얕은 물웅덩이가 고여 있다. 진열창의 그 흰빛을 비춘다.

십 분 전 그는 선반 반대편에 있었다. 노병은 이쪽에 있었다. 노병이 약 한 상자를 집어 들었다. 상자를 뒤집어서 옆면의 숫자 한 줄을 본다. 한동안 보다가 다시 살며시 내려놓는다. 원래 자리에 놓는다. 라벨이 바깥을 향하게. 옆의 상자 몇 개와 줄을 맞춰서.

앤드루 쪽에도 한 상자가 있다. 그도 뒤집어서 옆면을 보았다. 그도 다시 내려놓았다. 자리를 맞춰서. 오늘 밤 그도 똑같이 계산하지 않았다.

그의 안주머니에 든 전표는 노병 대신 서명한 것이다. 맨 아래 줄에 서명했다. 획을 위의 것보다 세게 눌러 썼다. 그는 그것을 접어서 밀어 넣는다. 군번표의 짧은 줄 옆에.

나사는 노병이 준 것이다. 노병의 무릎 아래 의족은 이음새 둘레에 나사 여섯 개가 박혀 있다. 그중 한 개는 갈아 끼운 것이다. 나머지 다섯 개보다 조금 짧다. 나사산도 굵다. 노병은 진료소 입구에 앉아서 그것을 풀었다. 그리고 그의 손바닥에 올려놓았다.

“네가 가지고 있어.”

그는 왜인지 물었다. 노병은 대답하지 않았다. 바짓단을 내리고 무릎 위를 두 번 두드렸다.

계단 위의 계산서 묶음은 노병의 크로스백에서 미끄러져 나온 것이다. 그는 줍지 않았다. 맨 위 한 장은 뒷면이 위로 가 있다. 뒷면에는 연필로 세 번 계산한 흔적이 있다. 첫 번째는 가로로 적었다. 두 번째는 세로로 적었다. 세 번째에는 숫자 몇 개만 남았고, 동그라미가 쳐져 있다. 세 번의 결과가 서로 다르다. 노병은 약국에 들어가기 전에 그 종이들을 한 번 쑤셔 넣었다. 급하게 넣었다. 한 귀퉁이가 밖으로 나와 있다.

군번표는 줄이 두 가닥이다. 짧은 쪽 줄이 쇄골에 닿아 있다. 표면은 비어 있다. 무광이다. 글자가 새겨졌어야 할 쪽이 다른 쪽보다 더 닳아서 번들거린다. 그는 떼지 않는다.

그는 오래 움켜쥐었다. 손을 폈을 때 손바닥에 흰 자국이 한 줄 나 있다. 나사산 세 바퀴 반짜리 자국이다. 그 옆에 네모난 모서리 자국이 있다. 군번표가 누른 자국이다. 땀이 두 물건을 피부에 붙여 놓았다. 그는 손을 한 번 털어야 했다. 그래야 두 물건이 손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는 다시 손을 쥔다. 손을 주머니에서 빼내려다가, 절반쯤 빼고 멈춘다.

미쓰키의 손은 아직 외투 너머로 안주머니를 누르고 있다.

그리고 다섯 개의 탑이 깨어났다.

도쿄 쪽이 먼저 소리를 잃었다. 선로 이음매의 덜컹거림은 아직 남아 있다. 차창 밖의 따뜻한 빛줄기가 끊어졌다. 꺼진 것이 아니다. 누가 가져간 것이다. 유리 위에서 멈춰 있던 물자국이 갑자기 위로 올라간다.

빛 한 줄기가 탑의 몸통에서 위로 올라간다.

빛이 공기까지 함께 빨아 올렸다. 길 위의 재, 빗줄기, 종이 부스러기가 전부 빨려 올라간다. 곧게 한 가닥씩 위로 간다. 중간에 구부러지지 않는다. 빛은 희다. 잡색이 한 점도 없이 희다. 그런데 아무것도 비추지 않는다. 길바닥은 여전히 길바닥이다. 간판은 여전히 간판이다. 빛은 계속 위로 올라간다. 구름을 뚫고 올라간다. 미쓰키가 고개를 들어도 보이지 않는 곳까지 올라간다. 그녀는 목을 더는 젖힐 수 없을 때까지 젖혔다. 그래도 끝이 보이지 않는다.

천둥은 없다. 경보도 없다.

거리 전체의 사람들이 같은 1초에 고개를 들었다.

북쪽 하늘에 원이 하나 더 생겼다. 보름달보다 스무 배 넘게 넓다. 절반은 밝고 절반은 어둡다. 밝은 쪽 가장자리에 옅은 보랏빛 테두리가 한 줄 둘러 있다. 그 옆 조금 더 높은 곳에는 검은 입구가 하나 열려 있다. 입구 가장자리에 아주 가는 흰 테두리가 있다. 입구 뒤의 별 몇 개가 비틀려 있다. 누가 그것을 언제 걸었는지 본 사람이 없다. 그 원은 움직이지 않는다. 소리도 내지 않는다. 탑과는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다.

빛은 내리쬐는 것이 아니다. 먼저 다른 곳에서 잠깐 멈췄다. 방향을 틀었다. 그다음에야 이쪽을 찾아왔다.

빛은 막차 위로 떨어졌다. 차량 지붕을 뚫었다. 유리를 뚫었다. 그녀의 몸 위에 떨어졌다.

차량 안의 다른 여섯 명은 사라졌다. 좌석은 비었다. 손잡이는 아직 흔들린다. 맨 안쪽 등이 아직 깜박인다. 그녀가 두 번 셌던 일곱 명은 이제 그녀 하나만 남았다.

서울의 빛에는 분홍기가 살짝 섞여 있다. 연습실 천장에서 내려온다. 나무 바닥의 허연 자국 위에 떨어진다. 재원이 앉아 있는 두 다리 사이에 정확히 떨어진다. 거울 벽에는 그 혼자만 남았다. 반쯤 뜯긴 스티커도 사라졌다.

파리의 빛은 붉다. 온기가 없는 붉음이다. 종이에 붙인 테이프 같다. 아홉 번째 계단 위에 떨어진다. 스완은 방금 똑바로 섰다. 가방끈은 여전히 어깨에 걸려 있다. 그녀는 고개를 숙여 피하지 않았다. 얼굴을 들었다. 자기 눈에 보이지 않는 곳까지 올려다보았다.

나머지 두 줄기는 아무도 보지 못했다.

상하이, 고가도로 아래 기름솥이 한 번 터지는 소리를 냈다. 기름이 차양 천에 튀었다. 포장마차 주인은 불을 한 칸 줄였다. 칭롼은 아직 그릇을 받치고 있다.

뉴욕, 선반 끝의 빈 걸이들이 한 번 울렸다. 쇠가 쇠에 닿았다. 걸이가 비어 있었다. 앤드루의 손이 주머니 입구에서 멈춘다.

그다음은 피부다.

미쓰키가 고개를 숙이고 손등을 뒤집는다.

세 줄이 손바닥뼈에서 나온다. 마디를 따라 위로 기어간다. 손목을 넘는다. 빛나지 않는다. 피부보다 한 단계 짙다. 가장자리가 조금 거칠다. 오래된 흉터를 누가 안쪽에서 다시 그려 놓은 것 같다. 아프지 않다. 차갑다. 그 선이 지금 어디까지 왔는지 그녀는 느낄 수 있다.

“……이건 가로등이 아니다.”

상하이. 칭롼이 그릇을 놓는다. 두 손바닥을 뒤집어 든다. 손바닥은 비어 있다. 무늬는 손등에 있다. 그녀는 두 번 뒤집고 나서야 보였다. 손바닥에는 아직 그릇 바닥의 붉은 테두리 자국이 남아 있다.

서울. 재원이 펴고 있던 다섯 손가락을 오므린다. 손등을 뒤집는다. 텅스텐 필라멘트 전구의 작은 빛 쪽으로 가져가 본다. 그는 거울을 보지 않는다.

파리. 스완이 고개를 숙인다. 그렇게 오래 올려다보았는데, 처음으로 고개를 숙인 것은 자기 손을 보기 위해서다.

뉴욕. 앤드루가 주머니에서 손을 빼서 편다. 나사와 군번표가 그대로 있다. 손바닥의 나사산 흰 자국 위에 선이 하나 더 생겼다. 손목 쪽으로 올라가고 있다.

다섯 사람이 고개를 숙이고, 같은 곳을 본다.

다섯 도시의 시계에는 서로 다른 다섯 숫자가 떠 있다. 이 1초만 같은 숫자다.

다른 네 사람이 똑같은 동작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아무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