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부 · 폐 끼치지 않기
제11장먼저 사람부터
先让人走
중국어 원문을 옮긴 번역입니다.

회랑에는 바람이 없었다.
왼쪽 어깨에 걸친 흰 넓은 소매가 늘어져 있었다. 이 소매는 바닥 위에서 두 걸음만 걸어도 한쪽 귀퉁이가 들렸다. 여기서는 줄곧 팔뚝에 붙어 있었다. 소맷부리에 노가쿠 구름무늬를 눌러 찍은 접힌 선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녀는 오래 걸었다. 소매는 한 번도 움직이지 않았다.
발밑은 돌계단이었다. 계단이 한 칸씩 앞으로 늘어서 있었는데, 중간에 끊긴 데가 있었다. 끊긴 자리는 정확히 한 걸음이었다. 더도 덜도 없이, 누가 재어 놓은 것 같았다. 그녀는 마흔일곱 번째 계단까지 셌다. 칸마다 가장자리는 손으로 꺾어 부러뜨린 자리였다. 잘라 낸 자리가 아니었다. 신발 밑창으로 밟으면 부스러기가 떨어졌다. 부스러기는 아래로 떨어져 그 밑의 검은 어둠 속으로 들어갔다. 끝내 소리가 나지 않았다.
그녀가 이 길을 걷는 것은 두 번째였다.
처음은 몇 시간 전이었다. 그때 그녀는 이 길에서 여섯 걸음 떨어진 곳에 있는 한 사람을 보았다. 그 사람은 둘이 서로 모르는 사이라고 말했다. 그래도 그녀를 봤다고 말했다. 그 뒤로 돌계단은 줄곧 거기 있었다. 낮에는 회사 복도를 걸었다. 발밑은 카펫이었다. 밤에 방으로 돌아오면 발밑은 다다미였다. 이 길은 그 아래에서 계속 이어져 있었다.
회랑의 온도는 그녀가 출발한 곳과 같았다. 따뜻하지도 차갑지도 않았다. 그녀는 여기서 숨을 한 번 내쉬었다. 내쉰 숨은 아무 모양도 없었다.
그녀는 서른한 번째 계단에서 한 번 쪼그려 앉았다. 그 계단의 끊어진 면에 새긴 자국이 하나 있었다. 꺾여서 생긴 그 거친 자리가 아니었다. 새긴 것이었다. 가로획이었다. 짧았고, 비뚤었다. 한쪽 끝은 깊고 한쪽 끝은 얕았다. 그녀는 손가락 끝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훑었다. 붓을 댄 자리와 뗀 자리가 만져졌다. 새긴 사람은 손이 흔들렸거나, 그때 손에 맞는 도구가 없었던 것이다.
그녀는 알아보지 못했다. 두 번째로 만져 보지도 않았다.
앞에는 빛 다섯 줄기가 서 있었다. 저마다 다른 방향을 향해 있었고, 서로 붙어 있지 않았다. 그녀는 그쪽을 보지 않았다. 출구를 찾고 있었다.
출구는 좁은 틈이었다. 틈은 그녀의 어깨보다 좁았다. 몸을 옆으로 돌려야 했다.
틈 아래는 도쿄였다.
먼저 승강장이 보였다. 승강장 끝에는 편의점 불이 켜져 있었다. 그 너머로는 선로가 있었고, 건널목이 있었고, 나란히 뻗은 거리가 몇 갈래 있었다. 승강장의 벽시계가 한 칸 튀었다.
그러자 거리 전체의 시계가 함께 튀었다.
거의 같은 때가 아니었다. 그녀는 세어 보았다. 종루 위 시계판 한 면, 건널목 차단기의 시계 하나, 편의점 계산대 뒤의 전자시계, 길 건너 전광판 오른쪽 위의 네 자리 숫자. 모두 같은 초에, 한 칸씩, 전부 맞춰졌다.
바늘이 맞춰질 때 소리는 나지 않았다. 그녀는 여러 가지 시계 소리를 들어 왔다. 째깍거리는 소리, 시각을 알리는 소리, 정각마다 한 번 울리는 소리. 이번에는 그중 어떤 것도 없었다.
그녀는 몸을 옆으로 돌려 나갔다.
귀가 먼저 울렸다. 회랑에는 아무 소리도 없었다. 나오는 순간 양쪽 귀 안쪽이 먼저 함께 먹먹해졌다. 그다음 한꺼번에 뚫렸다. 선로가 웅웅거리는 소리, 셔터 내리는 소리, 아주 멀리서 울리는 경적 한 번. 그녀의 귀가 눈보다 먼저 도쿄에 닿았다.
북쪽 하늘에는 그 원이 아직 걸려 있었다. 몇 시간 전 차창으로 본 것과 같았다. 반은 밝고 반은 어두웠다. 그 옆의 검은 입구도 여전히 열려 있었다. 승강장에서는 아무도 고개를 들어 그것을 보지 않았다.
안주머니의 그 종이도 그녀를 따라 나와 있었다. 그녀는 외투 위로 한 번 눌러 보았다. 종이는 왼쪽에 있었다. 갈빗대에 기대어 있었다. 접힌 자국은 세 줄이었다. 가장 깊은 것은 첫 번째 접힌 자국이었다.
탑은 밑동부터 밝아졌다.
차가운 흰빛이 철골을 따라 위로 올라갔다. 한 층씩, 빠르지 않게. 그녀는 고개를 젖혀 따라갔다. 열두 층에 이르렀을 때 목은 더 젖혀지지 않을 만큼 젖혀져 있었다. 빛은 그 위에서 구름을 뚫고 있었다. 그 위로는 보이지 않았다. 꺼진 것이 아니었다. 그녀의 눈이 거기까지 닿지 않을 뿐이었다.
그녀는 고개를 숙였다.
빛기둥이 훑고 지나간 바닥 위로 격자 한 겹이 떠올랐다. 희고 딱딱한 격자였다. 한 칸 한 칸 펼쳐졌다. 아스팔트 위로 깔리고, 횡단보도 위로 깔리고, 길가에 늘어선 자전거 바퀴 위로 깔리더니, 길목까지 깔렸다.
격자가 깔리는 곳마다 그림자가 사라졌다.
자전거의 그림자가 사라졌다. 전봇대의 그림자가 사라졌다. 건널목에 서 있던 사람의 그림자는 통째로 빼앗겼다. 발밑에는 격자보다 더 하얀 빈자리 하나만 남았다. 빈자리는 사람 모양이었다. 어깨는 그 사람의 어깨였고, 머리는 그 사람의 머리였다. 격자선이 빈자리 속을 곧게 가로질렀다. 한 줄도 끊기지 않았다.
그녀는 탑 밑동 앞 빈터에 내려섰다.
착지하는 순간 무게는 오른발에 실렸다. 그녀는 늘 그렇게 내려섰다. 오른쪽 무릎은 왼쪽 무릎보다 낡았다. 낡은 쪽이 오히려 안정적이었다. 왼쪽 눈 밑에 새겨진 초승달 모양 자국에 불이 들어왔다. 눈꼬리 쪽에서 시작해 광대뼈까지 밝아졌다.
포샤오가 그녀의 오른손에 있었다. 칼집은 없었다. 칼몸이 팔뚝에 붙어 있었다. 그 청람빛 띠가 날을 따라 앞으로 흘렀다. 칼끝에 이르면 잠깐 멈췄다가, 다시 돌아왔다. 손잡이에 감은 벚꽃 분홍 끈이 닳아 하얗게 바랬다. 세 번째 바퀴 자리에서 실 두 가닥이 풀려 있었다. 그녀는 자르지 않았다.
엄지를 날밑 위에 눌렀다.
겨우 반 푼만 눌렀다.
그녀는 뽑지 않았다.
그녀는 사람을 세고 있었다.
거리에는 아직 열한 명이 남아 있었다.
건널목 쪽에 세 명, 편의점 입구에 두 명, 자전거 보관대 아래 한 명, 승강장 계단에 두 명, 더 먼 곳에 세 명이었다. 마지막 세 명은 탑 쪽으로 걷고 있었다. 뛰지 않았다. 걸었다. 보폭은 평소와 같았고, 어깨는 반듯하게 펴져 있었다. 그중 한 명은 아직 고개를 숙여 휴대폰을 보고 있었다.
그녀가 세는 것은 처음부터 몇 명이 떠났는지가 아니었다. 아직 몇 명이 남았는지였다.
이 세는 방식은 그 도장에서 가져온 것이었다.
도장은 매일 문을 닫기 전에, 가장 늦게 나가는 사람이 그날의 기록지 한 장을 뜯었다. 그것을 세 번 접어 입구의 나무 상자에 넣었다. 차례는 누가 가장 늦게 나가느냐로 정해졌다. 열네 살 때부터 일주일에 닷새는 그녀의 차례였다. 오래 연습해서가 아니었다. 사람을 기다렸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연습을 마쳐도 옷을 갈아입지 않았다. 계단에 앉아 탈의실 불이 하나씩 꺼지기를 기다렸다. 마지막 사람이 문을 밀고 나갈 때까지 기다렸다. 그러고 나서야 일어나 그 기록지를 뜯으러 갔다.
누군가 그녀에게 말했다. 너는 너 갈 길만 가면 된다고. 그녀는 설명하지 않았다. 떠난 사람들은 기억하지 못했다. 아직 떠나지 않은 사람은 기억했다.
지금은 열한 명이었다.
“먼저 사람부터 보내.”
그녀는 크게 말하지 않았다. 거리의 누구도 듣지 못했다. 그녀의 말은 떨어지면 그대로 떨어졌다. 끝소리가 올라가지 않았다. 말을 마치고 그녀는 엄지를 날밑에서 조금 떼어 틈을 남겼다.
그녀는 건널목 쪽으로 걸어갔다.
그녀가 절반쯤 갔을 때, 그 세 사람은 이미 횡단보도를 건넌 뒤였다. 그녀는 자전거 보관대 쪽에서 가로질렀다. 신발 밑창이 격자 위에서 소리를 냈다. 격자는 딱딱했다. 밟으면 울렸다. 아스팔트에서는 이런 소리가 나면 안 되었다.
맨 앞의 남자는 트렌치코트를 입고 있었다. 손에는 서류 가방을 들고 있었다. 가방 모서리가 닳아 하얗게 바랬다. 그녀가 그의 앞을 막아섰다.
“돌아가세요.”
그가 고개를 들어 그녀를 한 번 보았다. 그는 보았다. 그녀는 그가 보았다고 확신했다. 그의 시선이 그녀의 오른쪽 어깨에서 반 초 멈췄다. 오른쪽 어깨는 맨살이었다. 그 청람빛 띠가 어깨뼈 선을 따라 위로 올라가고 있었다. 이 거리에는 이 색을 띤 것이 이것 말고는 없었다.
그는 죄송하다고 한마디 했다.
그러고는 돌아서 지나갔다. 돌아가는 폭이 아주 작았다. 어깨가 그녀의 소매를 스치며 지나갔다. 발걸음은 한 번도 흐트러지지 않았다.
두 번째 사람은 다른 쪽으로 돌아갔다. 세 번째 사람은 고개를 숙인 채 곧장 걸어왔다. 그녀에게서 한 자쯤 떨어진 곳에서야 반 걸음 비켜 갔다. 비켜 가자마자 곧바로 원래 가던 줄로 돌아왔다. 그는 자기가 비켜 갔다는 것도 몰랐다.
세 사람은 한 줄로 서서 탑 쪽으로 걸어갔다. 보폭이 같았다. 간격도 같았다. 뒷사람의 발은 앞사람이 막 들어 올린 자리에 떨어졌다.
그녀는 두 번째로 막지 않았다.
막아도 소용이 없었다. 몇 번째에서 손을 떼야 하는지 그녀는 알고 있었다. 그것도 그 도장이 가르쳐 준 것이었다. 사람이 나가려 하면 문 앞에 서 있으면 된다. 막히는 것은 문뿐이다.
그녀는 탑 밑동 앞 그 빈터로 물러났다. 물러나면서도 그녀는 그 세 사람의 등을 보고 있었다. 그들의 그림자가 격자에 먹혀 흰 조각 셋만 남는 것을 보았다. 흰 조각 셋이 탑 밑동 아래 그 어둠 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철골에 달린 형광등이 한 층씩 켜지기 시작했다.
위에서 아래로였다. 아홉 층, 여덟 층, 일곱 층. 층과 층 사이의 간격은 똑같았다. 탑 밑동까지 켜졌을 때 철골은 한 군데도 어둡지 않을 만큼 희었다. 형광관 속의 그 작은 전류 소리도 한 층씩 내려앉았다. 겹쳐져 한 줄로 평평한 울림이 되었다.
그녀는 한 가지를 알아챘다. 켜지는 순서가 너무 가지런했다. 전선을 따라 흐르는 식의 가지런함이 아니었다. 누군가 순서대로 눌러 가는 가지런함이었다. 한 번. 또 한 번. 또 한 번. 그 사이의 간격은 털끝만큼도 어긋나지 않았다.
누군가 순서대로 출퇴근 기록을 찍고 있는 것 같았다.
전망대 난간 바깥에 한 사람이 서 있었다.
난간 바깥에는 설 자리가 없었다.
그 사람은 바로 거기에 서 있었다. 발끝을 모았다. 두 발의 끝이 같은 선 위에 맞춰져 있었다. 접부채를 눈썹 높이에 맞춰 수평으로 들었다. 부채면은 바깥을 향했다. 양쪽 팔꿈치의 각도가 같았다.
미쓰키는 삼 초 동안 바라보았다. 그 삼 초 동안 그 형체는 한 군데도 움직이지 않았다.
재가 허공에 멈춰 있었다. 탑 밑동 이 일대에는 원래 재가 날리고 있었다. 날리다가 반쯤에서 멈췄다. 한 알 한 알 떠 있었다. 바로 앞 순간의 자리를 그대로 지키고 있었다.
그 얼굴은 백자였다. 눈은 없었다. 가로로 난 아주 가는 틈 두 줄뿐이었다. 그 틈 아래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입꼬리의 곡선은 좌우가 완전히 같았다. 한 순간도 변하지 않았다. 쪽머리 옆에는 아주 작은 시계가 꽂혀 있었다. 초침이 돌고 있었다. 고르게 돌았다. 이 일대의 재는 모두 멈춰 있었다. 움직이는 것은 그 바늘뿐이었다.
접부채의 부채면은 종이가 아니었다. 멀리서는 잘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부챗살 사이의 그 조각들은 딱딱했다. 모서리는 각이 져 있었다. 조각마다 작은 구멍이 한 줄씩 나 있었다. 구멍은 뚫은 것이었다. 줄마다 구멍의 높이가 같지 않았다.
허리에는 딱 잘린 선이 한 줄 있었다. 상반신은 후리소데 기모노였다. 소매가 길었다. 늘어진 부분은 한 올도 흐트러지지 않았다. 허리 아래는 납빛 회색 양복바지였다. 바지 주름선은 곧았다. 바짓단은 구두 등에 딱 닿았다. 1밀리미터도 더 내려오지 않았다.
미쓰키는 앞으로 나가지 않았다. 그 거리를 둔 채 바라보았다. 한 걸음도 더 가까이 가지 않았다.
접부채가 접혔다.
소리가 없었다. 부챗살이 모이는 순간에는 맑은 소리가 한 번 났어야 했다. 나지 않았다.
무언가 둥근 고리가 부채면에서 밀려 나왔다. 보이지는 않았다. 그러나 재가 움직였다. 허공에 떠 있던 재가 밀려 바깥으로 흘러갔다. 한 겹, 또 한 겹.
거리의 사람들이 동시에 고개를 숙였다.
열한 명이, 같은 초에. 건널목의 세 명, 편의점 입구의 두 명, 자전거 보관대 아래의 한 명, 승강장 계단의 두 명, 그리고 탑 쪽으로 걷던 세 명이었다. 고개를 숙이는 동작이 똑같았다. 턱을 옷깃 안으로 당겼다. 눈은 구두 등까지 내려갔다. 어깨를 반 치쯤 앞으로 움츠렸다. 그러고 나서 모두 함께 걸음을 빨리했다.
뒤돌아보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미쓰키는 입을 벌렸다.
그녀는 한 번 소리쳤다.
목이 움직였다. 가슴도 움직였다. 성대가 떨리는 것을 그녀는 제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소리는 나가지 않았다. 입 모양만 남았다. 그녀의 말은 입술에서 석 치쯤 떨어진 곳에서 눌려 납작해졌다. 두께 없는 한 장이 되어 땅에 붙은 채 밀려갔다.
그 고리가 그녀에게 밀려들었다.
그녀는 떠밀려 반 걸음 물러났다.
신발 밑창이 바닥을 긁어 자국을 냈다.
거리 전체에서 이때 흐트러진 것은 이 자국 하나뿐이었다. 격자는 곧았다. 바지 주름선은 곧았다. 사람들이 걷는 방향도 곧았다. 불이 켜지는 간격도 곧았다. 이 자국만 비뚤었다. 한 자쯤 되는 길이였고, 가장자리에 보풀이 일어나 있었다.
그녀는 고개를 숙여 한 번 보았다.
이 자국이 여기서 얼마나 눈에 띄는지 그녀는 알고 있었다.
“남에게 폐를 끼치지 마십시오. 눈에 띄지 마십시오. 멈추지 마십시오. 계속 일하십시오.”
그 목소리가 그녀의 귓가에 달라붙었다.
멀지 않았다. 크지 않았다. 귓바퀴 안쪽이었다. 그 안의 솜털이 움직일 만큼 가까웠다. 네 문장이었다. 문장과 문장 사이의 간격이 똑같았다. 마지막 글자가 끝나자 소리는 그대로 끊겼다. 여운이 없었다. 그것을 되돌려 보내는 벽도 없었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탑을 보았다. 탑은 그렇게 컸고, 그렇게 비어 있었다. 그 말은 그 안에서 메아리 한 점 남기지 않았다.
미소 짓는 입 모양이었다. 웃으면서 한 말이라는 것을 그녀는 알 수 있었다.
그 사람은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난간 바깥에는 계단이 없었다. 그 사람의 발은 한 칸 한 칸 아래로 내려앉았다. 걸음마다 앞의 걸음보다 낮았다. 낮아지는 높이는 매번 같았다. 그 사람은 빠르지 않게 걸었다. 모든 걸음이 같은 박자에 떨어졌다. 세 번째 걸음에서 일곱 번째 걸음까지의 시간은, 일곱 번째 걸음에서 열한 번째 걸음까지의 시간과 같았다.
미쓰키는 셌다. 네 걸음마다 수가 딱 맞아떨어졌다. 그 사람이 땅에 발을 디딜 때까지 한 번도 어긋나지 않았다.
땅에 닿아도 소리가 나지 않았다.
길목 쪽에서는 열한 명 가운데 아홉이 이미 지나가 있었다. 남은 두 명 가운데 한 명이 멈춰 섰다. 뒤돌아본 것이 아니었다. 멈춘 것이었다. 그의 구두는 걸음 한가운데서 굳어 있었다. 구두코가 땅에서 한 치 떠 있었다. 그대로 멈춰 있었다.
그것은 가죽 구두 한 켤레였다. 검은색이었다. 뒤굽 바깥쪽이 한 군데 기울게 닳아 있었다. 구두끈 한쪽에 매듭이 두 개 묶여 있었다. 바짓단에 흰 재가 조금 묻어 있었다.
그 사람은 그 구두 옆에서 반 초 멈추었다.
그러고는 허리를 숙였다.
허리를 숙이는 동작도 맞춰져 있었다. 무릎과 허리가 함께 내려갔다. 등은 끝까지 곧았다. 기모노의 긴 소매가 늘어졌다. 소맷부리는 바닥에서 손가락 한 마디쯤 떨어져 있었다.
두 손가락으로 그 그림자의 한쪽 귀퉁이를 집었다.
그림자는 격자 위에 누워 있었다. 옅은 회색이었다. 가장자리가 분명했다. 구두코의 모양과 바짓단의 주름 한 줄이 보였다. 그 사람이 집은 것은 뒤굽 쪽 귀퉁이였다.
그러고는 그것을 떼어 올렸다.
통째로 떼어 냈다. 찢은 것도, 오린 것도 아니었다. 바닥에서 조금씩 들추어 올렸다. 반쯤 들췄을 때 그림자의 가장자리가 따라 말려 올라갔다. 그 밑에 드러난 격자는 깨끗하게 희었다.
미쓰키는 열 걸음 남짓 떨어진 곳에서 그 동작을 보고 있었다.
그녀는 이 동작을 본 적이 있었다. 어릴 때 집의 방 한 칸에서 벽지를 바꾼 적이 있었다. 찾아온 기술자가 모서리에서 손톱으로 틈을 벌렸다. 그러고는 두 손가락으로 집어 벽을 따라 한 치씩 아래로 끌어내렸다. 아주 천천히 끌었다. 찢어지지 않게 했다. 찢어지면 다시 붙여야 한다고 기술자는 말했다. 한 장이 통째로 떨어졌을 때 벽의 그 자리는 다른 곳보다 희었다. 반짝일 만큼 희었다. 그날 그녀는 문가에 쪼그려 앉아 오후 내내 보았다.
그녀의 손이 한 번 움직였다. 포샤오의 청람빛 띠가 따라서 칼끝 쪽으로 반 치쯤 갔다. 그러고는 다시 멈추었다.
그 사람은 그림자를 두 번 반으로 접었다.
첫 번째는 긴 변을 따라서, 두 번째는 짧은 변을 따라서였다. 접고 나서 접힌 선을 한 번 눌렀다.
그러고는 접부채 안에 거두어 넣었다.
부채면에 새 이름 띠가 하나 더 생겼다. 옅은 회색이었다. 가느다란 한 줄이었다. 부챗살 두 개 사이에 붙어 있었다. 부채면에는 이미 많은 띠가 있었다. 진하기가 제각각이었다. 미쓰키는 셌다. 서른일곱까지 세었을 때 더는 셀 수 없었다. 뒤쪽 것들은 너무 옅었다. 두 줄이 붙어 있어 나뉘지 않았다. 더 안쪽, 부채 축 가까운 곳에는 자국 몇 줄만 남아 있었다. 원래 무엇이 있었는데 바래 버린 것 같았다.
새로 생긴 이 띠는 색이 가장 진했다.
그 구두의 남자는 아직 제자리에 서 있었다. 그는 발을 한 번 들었다가 내려놓고 다시 걸어갔다. 방금보다 빨리 걸었다.
그는 주머니를 더듬지 않았다. 시계를 보지도 않았다. 무언가를 찾으려고 뒤돌아보지도 않았다. 그는 길목 쪽으로 걸었다. 그쪽에는 불이 켜진 정류장 표지판이 있었다. 그는 표지판을 지나면서도 멈추지 않았다. 계속 앞으로 갔다. 그가 가려는 곳은 막차보다 더 늦은 곳이었다.
미쓰키는 그 구두를 기억해 두었다. 뒤굽 바깥쪽이 기울게 닳은 자리는 왼발에 있었다. 매듭 두 개는 오른발에 있었다.
그의 발밑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격자보다 더 하얀 빈자리만 남았다. 어깨는 그의 어깨였고, 머리는 그의 머리였다. 격자선이 빈자리를 곧게 가로질렀다. 한 줄도 끊기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