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부 · 폐 끼치지 않기
제12장마지막 퇴근 카드
最后一张下班卡
중국어 원문을 옮긴 번역입니다.

출근 카드 한 뭉치가 있었다. 사백서른한 장이었고, 고무줄 하나로 묶여 있었다.
고무줄은 이미 삭아 있었다. 나중에 누군가 한 번 건드렸는데, 건드리자 세 토막으로 끊어졌다. 두 토막은 카드 위에 남았고, 한 토막은 종이 상자 바닥으로 떨어졌다.
카드는 딱딱했다. 베이지색이었다. 위아래 두 란으로 나뉘어 있었다. 위쪽 란에는 ‘출’이 인쇄되어 있었고, 아래쪽 란에는 ‘퇴’가 인쇄되어 있었다. 각 란은 칸이 한 줄로 늘어서 있었고, 한 칸이 십오 분이었다. 출퇴근 기록기가 카드를 삼켰다. 해당 칸에 구멍을 물어 뚫었다. 구멍의 가장자리는 거칠었다. 펀치 이빨이 내려갈 때 함께 일어난 종이 부스러기였다. 아무도 치운 적이 없었다.
사백서른한 장을 순서대로 펼쳐 놓자, 위쪽 란의 구멍이 위로 기어올랐다.
첫 장은 구멍이 서른여섯 번째 칸에 있었다. 열 번째 장은 서른네 번째 칸이었다. 쉰 번째 장은 서른 번째 칸이었다. 백 번째 장은 스물여섯 번째 칸이었다. 이백 번째 장에서는 구멍이 이미 열아홉 번째 칸까지 올라와 있었다. 그 칸에 인쇄된 시간은 일곱 시 정각이었다. 삼백 번째 장은 열다섯 번째 칸이었다. 마지막 수십 장은 전부 열두 번째 칸과 열세 번째 칸 사이에 눌려 있었다. 그 위로는 칸이 없었다. 카드의 가장자리가 거기 있었다.
고르게 올라갔다. 사백여 날 동안, 평균 열하루에 한 칸씩 올라갔다. 한 번에 많이 앞당겨진 것이 아니었다. 매번 조금씩 앞당겨졌다. 누구에게도 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의 조금씩이었다.
아래쪽 란은 달랐다.
아래쪽 란의 구멍은 줄곧 아래로 내려갔다. 마흔 번째 칸, 마흔네 번째 칸, 마흔일곱 번째 칸까지 내려갔다. 그러다 백여섯 번째 장에서 멈췄다.
백여섯 번째 장의 ‘퇴’ 란에서, 구멍은 맨 마지막 칸에 뚫려 있었다.
백일곱 번째 장의 ‘퇴’ 란은 비어 있었다.
백여덟 번째 장, 백아홉 번째 장, 백열 번째 장, 그리고 사백서른한 번째 장까지, 전부 비어 있었다. 삼백스물다섯 장 카드의 아래쪽 란에는 구멍이 없었다. 종이는 온전했다. 펀치 이빨이 눌러 낸 옅은 자국조차 없었다.
그 사무실은 육 층에 있었고, 이미 짐을 모두 빼 텅 비어 있었다.
남은 물건은 많지 않았다. 종이 상자 세 개, 전선을 뽑아 둔 출퇴근 기록기 한 대, 의자 두 개, 떼어 내지 않은 벽시계 하나였다. 벽시계의 건전지가 새어 있었다. 하얀 가루가 건전지 칸을 따라 기어 나와 있었다. 바늘은 네 시 십칠 분에 멈춰 있었다. 오후인지 새벽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
종이 상자 안의 물건은 순서대로 늘어놓을 수 있었다.
맨 아래에는 표지가 딱딱한 당직표 한 권이 있었다. 표지에는 라벨이 한 장 붙어 있었고, 라벨에는 시작과 끝의 연월이 적혀 있었다. 표의 칸마다 사람 이름이 적혀 있었다. 모두 같은 빨간 볼펜 한 자루로 쓰여 있었다. 첫 쪽부터 마지막 쪽까지 글씨가 같았다. 눌린 힘도 같았다. 획은 곧고 반듯했다. 모든 글자가 칸의 한가운데에 놓여 있었다. 어떤 글자도 격자선에 닿지 않았다.
당직표 위에는 인수인계서 한 묶음이 있었다. 인수인계서는 다음 날 일을 넘겨받는 사람이 보라고 쓴 것이었다. 오늘 어디까지 했는지, 어느 서류가 어느 서랍에 있는지, 어느 전화를 몇 시에 다시 걸어야 하는지가 적혀 있었다. 인수인계서를 쓴 것은 같은 손이었다. 몇 장의 뒷면에는 다른 내용도 적혀 있었다. 복도 끝 복사기의 급지구는 두꺼운 종이가 걸리니, 손으로 한 번 받쳐 줄 것. 삼 층 온수기는 아침 첫 잔이 차가우니, 먼저 한 잔을 흘려 보낼 것. 4번 서랍의 자물쇠는 안쪽으로 누른 채 돌릴 것.
이런 것들은 그녀의 업무 분장표에 없었다. 업무 분장표는 다른 상자에 있었다. A4 한 장이었고, 열일곱 줄이었다. 한 줄도 복사기와 온수기를 언급하지 않았다.
세 번째 상자에는 서랍 하나의 내용물이 전부 들어 있었다. 트레이째 통째로 옮겨 담은 것이었다. 물건들은 아직 원래의 칸막이대로 놓여 있었다.
왼쪽 칸에는 투명 테이프 두 롤이 있었다. 그중 한 롤은 3분의 1이 쓰여 있었다. 호치키스 심 세 상자가 있었다. 여분의 신발끈 한 쌍도 있었다. 검은색이었고, 둥근 것이었다. 단추 여섯 개는 작은 지퍼백에 들어 있었다. 크기가 제각각이었다. 서로 다른 셔츠에서 떨어져 나온 것들이었다.
가운데 칸에는 진통제 두 판이 있었다. 판마다 두 알씩 빠져 있었다. 밴드 한 상자가 있었다. 아주 작은 십자 드라이버 한 자루가 있었다. 손잡이에는 미끄럼 방지 테이프가 한 바퀴 감겨 있었다. 드라이버의 날은 닳아 있었다. 닳은 각도가 한쪽으로 치우쳐 있었다. 같은 나사를 오래 돌려서 생긴 것이었다. 4번 서랍의 자물쇠 실린더에도 이와 맞는 긁힌 자국이 있었다.
오른쪽 칸에는 여분의 출입 카드 한 장이 있었다. 사진은 없었다. 펜 두 자루가 있었고, 둘 다 빨간색이었다. 커터칼 한 자루도 있었다. 날이 두 칸 밀려 나와 있었다. 걸려서 도로 들어가지 않았다.
이 서랍에는 그녀가 직접 쓰려고 넣어 둔 물건이 한 가지도 없었다.
인수인계서 위에는 메모지 한 묶음이 있었다. 메모지에는 아주 짧은 문장들이 적혀 있었다. 서로 다른 사람에게 쓴 것이었다. “이건 제가 봤어요. 문제없어요.” “여기 숫자는 제가 고쳤어요. 원본은 왼쪽에 있어요.” “오늘은 제가 있어요. 서두를 필요 없어요.”
맨 마지막 한 장은 누군가 메모지 묶음에서 뜯어냈다가 다시 붙여 놓은 것이었다. 접착 면이 두 번 달라붙은 자국이 있었다. 가장자리는 구겨져 있었다.
복도에서 농담 한마디가 돌았던 적이 있었다.
그 말에는 물증이 없었다. 그러나 두 가지를 남겼다.
첫 번째는 그 당직표의 한 란이었다. 당직표 오른쪽에는 ‘마지막 퇴근’ 란이 있었고, 매일 이름 하나씩 채워져 있었다. 넘겨 보면 이 란의 이름은 자주 바뀌었다. 일주일에 네다섯 명씩 바뀌었다. 한 이름만은 가장 자주 나왔다. 어떤 달에는 열아홉 번, 어떤 달에는 스물한 번, 어떤 달에는 스물세 번 나왔다.
그 이름은 한 사람의 것이었다. 그녀의 이름이 아니었다.
두 번째는 게시판에 붙어 있던 종이의 흔적이었다. 종이는 오래전에 사라졌다. 테이프가 네 귀퉁이만 남겼다. 네 귀퉁이로 둘러싸인 자리는 주변보다 깨끗했다. 같은 공고의 다른 장들은 아직 상자 안에 있었다. 그중 한 장의 제목은 “초과근무 시간 집계 기준에 관한 설명”이었다. 발행된 날짜는 백여섯 번째 카드의 날짜에서 사흘 뒤였다.
안내문에는 이런 문장이 있었다. “본 부서의 당월 초과근무 시간은 ‘퇴’ 란의 출퇴근 기록을 유일한 근거로 한다.”
백일곱 번째 카드 이후, 출퇴근 기록기는 할 일이 절반으로 줄었다.
누군가 출퇴근 기록기 옆면에 작은 쪽지를 붙인 적이 있었다. 쪽지는 떨어졌고, 접착 자국이 남아 있었다. 모양은 길쭉했다. 한 문장을 적을 자리였다. 두 문장은 들어가지 않았다.
백일곱 번째 장부터, 그 사람은 매일 아침 평소처럼 카드를 꽂았다. 퇴근할 때는 꽂지 않았다.
꽂지 않은 이유는 당직표에서 알 수 있었다. ‘마지막 퇴근’ 란은 백열 번째 장 이후부터 빈칸이 생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가끔 하루씩 비었다. 백서른 번째 장 무렵에는 쪽 전체가 비어 있었다. 아무도 채우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떠난 사람은 없었다.
마지막으로 떠난 그 사람은 기록기에 카드를 찍은 적이 없었다. 그래서 기록이 없었다. 기록이 없으니 그 란을 채울 사람도 없었다. 그 란이 세 쪽에 걸쳐 비고 나자, 다음에 인쇄된 당직표에서 그 란이 빠졌다.
새 당직표도 상자 안에 있었다. 표지가 딱딱한 그 책 위에 눌러 놓여 있었다. 새 당직표는 옛 것보다 두 센티미터 좁았다. 오른쪽 란이 하나 없었다. 인쇄소의 판 번호는 뒤표지 모서리에 찍혀 있었다. 옛 판보다 한 번호 높았다.
두 번째 걸음은 누가 민 것이 아니었다. 스스로 걸어간 것이었다.
‘퇴’ 란에 기록이 없으니, 당월 초과근무 시간은 영이었다. 초과근무 시간이 영이니, 초과근무라는 일은 처리할 필요가 없었다. 셋째 달부터 보고서의 그 줄은 위의 줄에 합쳐졌다. 다섯째 달부터는 그 줄이 인쇄되지 않았다.
상자 안에는 보고서 보관본이 있었다. 이 년 치가 다 있었다. 다섯째 달 것을 펼쳤다. 종이의 무게는 앞의 것과 같았다. 줄 수는 한 줄 적었다.
사백서른한 번째 카드에 접힌 자국이 하나 있었다.
그 카드는 한 뭉치에서 유일하게 접혔던 장이었다. 접힌 자국은 가운데에서 왼쪽으로 조금 치우쳐 있었다. 한 번 접었다가 다시 펼쳤다. 펼 때는 꼼꼼하게 펼쳤다. 접힌 선은 뒷면에서 손톱으로 긁어 평평하게 펴 놓았다. 긁은 자국이 종이 결 위에 비스듬하게, 한 줄 한 줄 남아 있었다.
같은 날짜의 서류철에는 다른 종이 한 장도 있었다. 휴가 신청 양식이었다. 빈 양식이었고, 한 번도 작성된 적이 없었다.
양식 뒷면에는 연필로 한 줄을 쓰고 지운 자국이 있었다. 연필의 흑연이 종이 결에 박혀 있어서, 깨끗이 지워지지 않았다. 비스듬히 보면 다섯 글자 가운데 세 글자는 알아볼 수 있었다. 첫 글자는 ‘생각할 상’이었다.
그날에 관해서는, 인사 쪽에 명단이 한 장 남아 있었다. 명단의 제목은 ‘이달 연차 신청 가능자’였다. 부서별로 나열되어 있었다. 이름마다 뒤에 남은 일수가 붙어 있었다.
이 명단은 시스템이 조건에 따라 만든 것이었다. 조건은 명단 아래쪽에 작은 글씨 두 줄로 적혀 있었다. 재직, 근무 중, 당월 연속 근무 기록 이상 없음.
명단에 그녀의 이름은 없었다.
‘퇴’ 란을 한 번도 찍지 않은 사람은, 시스템에서 회사를 떠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회사를 떠난 적이 없는 사람은 언제나 근무 중이었다. 언제나 근무 중인 사람에게는 ‘이상’이 생기지 않았다. ‘이상’이 생기지 않는 사람은 쉴 필요가 없었다.
쉴 필요가 없는 사람은 이 명단에 나오지 않았다.
그녀는 물어본 적이 있었다.
창구 쪽에 남은 물증은 작은 종이 한 장이었다. 《연차 신청 절차》의 복사본이었다. A4의 4분의 1 크기였다. 복사가 옅었다. 가장자리에 복사기의 검은 줄이 한 줄 나 있었다. 이런 종이는 당시 창구에 한 뭉치씩 쌓여 있었다. 누가 물으면 한 장씩 건넸다.
종이의 오른쪽 아래 귀퉁이에 접힌 자국이 있었다. 접었다가 다시 눌러 편 자국이었다. 접힌 방향은 창구 바깥쪽에서 안쪽이었다. 건넬 때는 평평했다. 받은 사람이 그 귀퉁이를 쥐고 한 번 접었다.
절차의 첫 단계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시스템에서 본인이 신청 자격을 갖추고 있는지 확인하십시오.”
‘손이 중간에서 멈추는’ 이 동작에는 더 오래된 물증이 있었다.
그녀의 인사 기록 봉투 맨 아래에는 복사본 한 장이 끼어 있었다. 편의점 직원 근무표였다. 열여섯 살 때의 것이었다. 근무표에서 그녀의 이름은 야간조에 배정되어 있었다. 일주일에 사흘이었다.
근무표 뒷면에는 가게가 같은 종이에 인쇄한 주의 사항이 있었다. 모두 여덟 항목이었다. 여섯 번째 항목에는 누군가 빨간 펜으로 동그라미를 쳐 두었다.
선반, 쌓아 둔 진열, 진열대가 기울어 있으면 점장에게 알려 처리하게 하고, 스스로 바로 세우지 마시오.
옆에는 더 작은 손글씨 한 줄이 있었다. 그녀의 글씨가 아니었다. “건드리면 그건 네가 한 거야.”
이 글씨는 아무렇게나 쓰여 있었다. 획이 서로 이어져 있었다. 쓴 사람은 그때 아마 규칙을 설명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해 가게에 기록이 하나 있었다. 선반 한 줄이 쓰러졌고, 상품 열일곱 개가 파손되었다. 처리 결과 란에는 ‘당번 직원 책임’이라고 적혀 있었다. 날짜는 그 근무표의 아홉째 날이었다.
열째 날부터 근무표에서 그녀의 이름은 다른 근무조로 옮겨졌다.
그 뒤로는 증명할 수 있는 것이 모두 종이 위에서 사라졌다. 확실히 알 수 있는 것은 하나뿐이었다. 사람이 뻗은 손은 물건에 닿기 직전에 멈춘다. 물체에서 3~5센티미터 떨어진 곳에서 멈춘다. 먼저 이 한 번의 손짓이 누군가의 골칫거리가 되지 않을지 확인하는 것이다. 이 멈춤에는 일정한 길이가 있었다. 나중에 도쿄 타워 위에서, 수십 미터 떨어진 곳에서도 많은 사람이 같은 멈춤을 보았다. 그 멈춤이 선반 한 줄 앞에서 배운 것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없었다.
건물의 야간 순찰 기록은 삼 년 동안 보관되어 있었다.
기록은 바인더 장부였다. 한 쪽에 하룻밤이었다. 가로 줄에는 층수가, 세로 줄에는 세 번 순찰한 시각이 적혀 있었다. 열 시, 한 시, 네 시였다. 순찰하는 사람은 칸마다 표시를 하나씩 그렸다. 검은 점은 꺼져 있다는 뜻이었다. 동그라미는 켜져 있다는 뜻이었다. 동그라미 안에 가로줄을 더하면 켜져 있고 사람도 있다는 뜻이었다.
이 삼 년을 넘겨 보면, 육 층 줄은 거의 전부 가로줄이 들어간 동그라미였다.
앞의 반년에는 가끔 검은 점이 나왔다. 한 달에 서너 개씩이었다. 그 뒤로 검은 점은 점점 줄었다. 마지막으로 나온 것은 백여섯 번째 카드가 있던 같은 주였다. 그 뒤로 천 개가 넘는 밤 동안, 육 층 줄에는 검은 점이 한 번도 찍히지 않았다.
이듬해 중반에 이 바인더 장부는 양식이 바뀌었다. 새 양식에서는 육 층 줄에 기호가 미리 인쇄되어 있었다. 인쇄된 기호였다. 동그라미 안에 가로줄이 있는 기호였고, 칸의 한가운데에 찍혀 있었다. 순찰하는 사람이 다시 그릴 필요가 없었다. 쪽 아래의 설명은 작은 글씨 한 줄이었다. “상시 점등 층은 매일 밤 기록할 필요가 없다.”
순찰하는 사람은 여전히 매일 밤 올라갔다. 한 쪽의 여백에는 손으로 쓴 글이 한 줄 남아 있었다. 글씨는 아주 작았다. 쪽 가장자리, 제본선 옆에 적혀 있었다. “육 층 사람이 아직 있다.”
이 문장은 다음 판의 바인더 장부에는 자리가 없었다. 새 판에는 쪽 가장자리에 빈 곳이 없었다.
처음 떼어 간 그림자에는 시간이 있었고, 장소가 있었고, 모양이 있었다.
시간은 어느 해 칠월, 오후 세 시였다.
장소는 육 층 사무실 바깥 복도 끝이었다. 그곳에는 서쪽을 향한 창이 하나 있었다. 창밖에는 가로로 긴 간판이 걸려 있었다. 오후 세 시 정각이면 간판의 그림자가 창틀 사이로 들어왔다. 그림자는 바닥에 비스듬히 깔렸다. 가로세로 1미터의 어둠을 만들었다.
칠월부터 구월까지, 그 어둠의 자리는 매일 조금씩 안쪽으로 옮겨 갔다.
그날 오후 세 시, 그 어둠 속에 한 사람이 서 있었다. 그는 거기 서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복도 끝에는 스탠드형 재떨이가 하나 있었다. 재떨이 속 모래에는 꺼뜨린 담배 자국이 동그란 점으로 많이 남아 있었다. 그는 ‘마지막 퇴근’ 란에 그 이름이 열아홉 번, 스물한 번, 스물세 번 나왔던 사람이었다.
그림자가 그의 발치에 깔렸다.
그 뒤의 일은 두 가지 물건에서만 알 수 있었다.
첫 번째 물건은 이것이었다. 그 스탠드형 재떨이는 다음 날 치워졌다. 계단실로 옮겨졌다. 옮길 때 바닥에 네 줄의 자국이 끌려 생겼다. 그 자국은 지금도 남아 있다. 네 줄이었고, 나란했다.
두 번째 물건은 그의 사직 신청서였다. 신청서는 인사 기록에 있었다. 날짜는 그해 시월이었다. 사유 란에는 ‘개인 사정’이라고 적혀 있었다. 네 글자였고, 칸의 한가운데에 적혀 있었다.
신청서에는 두 번째 사람의 서명이 없었다. 승인 란은 비어 있었다. 그 자리는 원래 부서에서 재직 기간이 가장 긴 사람이 서명하게 되어 있었다. 재직 기간이 가장 긴 사람의 시스템 기록은 이랬다. 근무 중.
그날부터 사무실에는 걸을 때 발밑이 깨끗한 사람이 하나 있었다. 형광등이 그의 머리 위에 있었다. 그는 등 바로 아래에 서 있었다. 등은 모든 사람의 그림자를 사방으로 밀어냈다. 그런데 그의 발밑 그 한 자리에만 아무것도 없었다.
동료 중 누군가 사진을 한 장 찍은 적이 있었다. 복도를 찍은 사진이었고, 배경에 그가 있었다. 사진을 인화해서 부서의 코르크 게시판에 붙였다. 나중에 누군가 떼어 가져갔다. 판에는 압정 구멍 네 개가 남았다.
시골의 그 가게는 아주 작았다.
가게는 남향이었다. 한 칸 반짜리였다. 쌀, 간장, 소금, 담배 몇 종류를 팔았다. 여름이면 냉동고를 한 대 더 들였다. 입구에는 가로로 긴 간판이 걸려 있었다. 나무 간판이었다. 그 위의 글씨는 그가 직접 쓴 것이었다.
간판은 오후 세 시가 되면 그림자를 드리웠다.
그림자는 문턱 바깥에서부터 안으로 깔려 들어왔다. 가로세로 1미터였다. 가장자리가 비스듬했다. 세 시가 지나면 줄어들기 시작했다. 세 시 사십 분이면 창턱만큼만 남았다.
그는 매일 걸상을 옮겨 가서 그 안에 들어가 앉았다.
걸상은 접이식이었다. 알루미늄이었다. 앉는 면의 플라스틱에 금이 한 줄 가 있었다. 그는 투명 테이프를 세 겹 붙여 두었다. 그가 앉는 방식은 정해져 있었다. 먼저 걸상을 그림자 한가운데에 놓았다. 그다음 앉았다. 두 손은 무릎 위에 놓았다. 그는 앉아서 휴대폰을 보지 않았다. 졸지도 않았다. 그는 거기 앉아 있었다. 사십 분 동안.
누가 그에게 햇볕을 쬐느냐고 물은 적이 있었다.
그는 말했다. “그게 아직 있나 보는 겁니다.”
칠 년 전 그가 처음 왔을 때, 이 그림자는 없었다. 그때 그는 문 앞에 앉아 있었다. 고개를 들면 해가 있었고, 고개를 숙이면 땅이 있었다. 땅 위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는 정오에 빈터에 서 본 적도 있었다. 우산을 펴 본 적도 있었다. 밤에 불을 켜고 벽을 본 적도 있었다. 땅 위는 전부 비어 있었다.
그 무렵 그는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그저 매일 오후 세 시에 걸상을 들고 나와 잠시 앉아 있었다.
그림자가 돌아온 날, 그는 바로 알아채지 못했다. 그는 앉았고, 십여 분 동안 앉아 있었다. 고개를 숙이자 자기 신발 옆에 그림자의 가장자리가 하나 더 생겨 있었다. 아주 옅었다. 가장자리가 흐릿했다. 그런데 그것이 그를 따라 움직였다. 그가 발을 들자 그것도 따라 들렸다. 그가 일어서자 그것도 따라 일어섰다. 걸상 다리에서 꺾여 바닥으로 이어졌다.
그는 걸상을 접었다가 다시 펴고, 앉았다가 다시 일어났다. 그렇게 네 번 했다.
이듬해 봄, 가게에 엽서가 한 장 온 적이 있었다.
엽서는 아주 흔한 종류였다. 두꺼운 카드지였다. 네 귀퉁이가 조금 닳아 있었다. 앞면에는 아무것도 인쇄되어 있지 않았다. 흰색이었다. 선 하나도 없었다. 뒷면에는 보낸 사람이 없었다. 받는 사람 란에 이 가게의 주소가 적혀 있었다. 글씨는 반듯했다. 한 획 한 획이 칸의 한가운데에 있었다.
엽서에는 구멍이 하나 나 있었다.
구멍은 오른쪽 아래 귀퉁이에 뚫려 있었다. 가장자리가 거칠었다. 이빨이 내려가며 함께 일어난 종이 부스러기였다. 구멍은 하나였다. 두 번째는 없었다.
출퇴근 기록기에서 오른쪽 아래의 그 칸은 ‘퇴’ 란의 마지막 칸이었다.
그는 엽서를 계산대 서랍에 넣었다. 주판 밑에 눌러 두었다. 가끔 꺼내서 한 번씩 보았다. 본 것은 그 구멍이었다.
오늘 오후 세 시, 그림자는 평소처럼 깔렸다. 그는 걸상을 들고 나와 그림자 한가운데에 놓았다. 앉았다. 두 손은 무릎 위에 놓았다. 바람이 간판을 흔들어 소리가 한 번 났다.
그는 손에 그 엽서를 쥐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