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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부 · 폐 끼치지 않기

제10장여섯 시간 사십 분

六小时四十分

중국어 원문을 옮긴 번역입니다.

제10장 여섯 시간 사십 분

아침 여섯 시 오십 분, 그는 셔츠의 맨 위 단추를 끝까지 채웠다.

셔츠는 다림질이 되어 있었다. 다리미는 화장실 콘센트에 꽂혀 있었다. 예열에 삼 분이 걸렸다. 그는 옆에 서서 이를 닦았다. 다 닦으니 시간이 딱 맞았다. 깃의 흰 부분은 너무 여러 번 빨아서, 이제 크림빛 노란색이 되어 있었다. 깃 가장자리의 실오라기가 말려 올라와 있었다. 그는 바꾸지 않았다. 한 벌을 바꾸려면 먼저 사러 가야 했다. 사러 가려면 시간을 골라야 했다. 시간을 고르려면 휴가를 내야 했다. 휴가를 내려면 신청서를 써야 했다. 신청서를 쓰면 팀장 책상 앞에 서서 누군가 다 읽을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그는 이 계산을 해 보았다. 결과는 깃을 그대로 두는 것이었다.

그가 사는 곳은 방 한 칸짜리 집이었다. 커튼은 회색이었다. 반쯤 쳐져 있어서 빛이 한 줄 남아 있었다. 옆집 라디오는 아침 여섯 시 반이면 어김없이 켜졌다. 날씨를 틀어 주고, 그것이 끝나면 교통 정보가 나왔다. 그는 매일 교통 정보가 나오는 동안 옷을 갈아입었다. 넥타이를 맸다. 넥타이는 짙은 갈색이었다. 매듭은 아주 작게 지었다. 신발장은 현관 안쪽에 있었다. 신발 코는 문을 향한 채, 한 켤레씩 한 줄로 놓여 있었다. 그 검은 가죽 구두는 일요일에 닦은 것이었다. 오른발 구두 등에는 주름이 한 줄 있었다. 구두약을 바를 때 그는 솔을 주름을 따라 움직였다. 주름을 가로질러 문지르지는 않았다. 주름은 작년 비 오는 날 물웅덩이를 밟아 생긴 것이었다. 그 뒤로 한 번도 펴지지 않았다. 집을 나서기 전에 그는 세 가지 일을 했다. 가스를 잠그고, 전기주전자의 플러그를 뽑고, 현관 자물쇠를 두 번 돌려 확인했다. 두 번째로 돌릴 때는 손목이 잠깐 멈췄다. 걸쇠가 들어갔는지 확인하는 것이었다. 이 한 번은 덤이었다. 그도 알았다. 그래도 매일 했다. 아침은 어젯밤 남긴 주먹밥 한 개였다. 그는 서서 먹었다. 포장 비닐은 네 번 접어서 문가의 봉지에 넣었다. 외투 안주머니에는 열쇠와 교통카드가 들어 있었다. 열쇠의 이가 손바닥에 배겼다. 그는 그것들을 다른 주머니로 옮겼다.

안경의 오른쪽 다리는 투명 테이프로 감겨 있었다. 경첩에서 위로 한 바퀴 반을 감았다. 반년 전 전철에서 문에 끼인 것이었다. 끼었을 때 그는 소리를 내지 않았다. 소리를 내면 누군가 돌아볼 것이었다. 안경테는 그날부터 조금 비뚤어졌다. 쓰고 있으면 오른쪽 눈으로 보는 것이 왼쪽 눈보다 1밀리미터 낮게 보였다. 그는 익숙해졌다. 지금 벗으면 책상 모서리가 한쪽으로 기울어 보일 것이다.

목에 건 끈의 끝에는 투명한 카드 케이스가 달려 있었다. 케이스 안에는 흰 카드가 한 장 끼워져 있었다. 흰 카드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사진도 없었다. 이름도 없었다. 부서도 없었다. 번호도 없었다. 새 사원증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처음 걸던 날 인사팀 사람은 다음 주라고 했다. 칠 주가 지났다. 다음 주는 여전히 다음 주였다.

그는 그것을 목에 건 채 집을 나섰다. 건 채로 계단을 내려갔다. 건 채로 복사기 앞에서 종이가 나오기를 기다렸다. 카드 케이스의 앞면은 셔츠를 향했다. 흰 면이 가슴에 붙어 있었다. 아무도 묻지 않았다.

오른쪽 바지 주머니에는 종이 네 조각이 있었다.

종이는 휴가 신청서에서 뜯어낸 것이었다. 휴가 신청서는 가로로 긴 표였다. 맨 윗줄에 네 칸이 인쇄되어 있었다. 각각 ‘날짜’ ‘시간대’ ‘대리인’ ‘사유’였다. 그는 네 번 써 보았다. 쓸 때마다 칸의 세로선을 따라 종이를 네 조각으로 찢었다. 칸마다 한 조각씩이었다. 가지런히 접어서 오른쪽 바지 주머니에 넣었다. 앞의 세 번에 찢은 종이는 승강장 쓰레기통에 버렸다. 네 번째 것은 남겨 두었다.

종이 가장자리는 이미 보풀이 일어나 있었다. 손끝으로 세로선을 따라 비비면, 가장 오른쪽 조각이 나머지 세 조각보다 조금 두껍게 만져졌다. 그 칸은 ‘사유’였다. 그는 그 칸에 글씨를 썼다. 연필로 썼다. 쓰고 지우고, 또 쓰고, 또 지웠다. 지운 자리의 섬유가 일어나서, 만져 보면 두툼했다.

그는 매일 집을 나서기 전에 한 번 만져 보았다. 만지는 것은 그 한 조각이었다.

승강장은 그의 집 아래에 있었다. 계단은 모두 마흔두 계단이었다. 그는 세어 보았다. 내려갈 때 오른손은 줄곧 바지 주머니 바깥을 누르고 있었다. 그 종이 조각들을 누르고 있었다. 떨어질까 봐서가 아니었다. 버릇이었다.

개찰구 밖 편의점에는 일곱 시면 벌써 사람이 있었다. 그는 세 번째로 줄을 섰다. 승강장의 노란 선 바깥, 첫 번째 흰 네모는 다섯 번째 칸 문에 맞춘 자리였다. 그는 그 위에 섰다. 바람이 터널 쪽에서 불어 나왔다. 쇠 냄새가 났다. 맞은편 광고판의 여배우는 바람에 머리카락이 한쪽으로 날렸다. 그래도 같은 웃음이었다. 입꼬리 높이는 변하지 않았다.

앞에 한 사람이 서 있었다.

신문 진열대는 보온 진열장 왼쪽에 있었다. 위에는 주간지가 한 줄로 놓여 있었다. 표지의 글자가 모두 컸다. 그녀는 보지 않았다. 그녀는 거기 서서 앞사람이 잔돈을 다 셀 때까지 기다렸다.

그는 그녀의 우산은 알았지만 이름은 몰랐다. 말을 걸어 본 적도 없었다. 그는 그녀의 습관 몇 가지만 기억하고 있었다. 매일 아침 하나씩 더 기억했다. 한 달이 지나자 스무 개 남짓이 되었다.

그녀의 우산은 검은색 긴 손잡이 우산이었다. 안의 우산살 하나가 부러져 있었다. 세 번째 살이었다. 부러진 자리는 우산 천에 가까운 곳에 있었다. 그녀는 흰색 의료용 테이프로 그것을 감아 두었다. 세 바퀴를 감았다. 테이프 가장자리 한쪽이 조금 들려 있었다. 우산을 접을 때면 그 부분이 늘 먼저 우산집에 들어갔다.

그녀가 타는 칸은 세 번째 칸이었다. 세 번째 칸의 둘째 문이었다. 그의 칸은 다섯 번째였다. 그래서 매일 아침 승강장에서 그는 두 걸음을 더 걸어야 문틈으로 그녀의 우산을 볼 수 있었다. 그는 세어 보았다. 한 달 동안 그녀가 세 번째 칸에 탄 횟수는 열여섯 번이었다. 나머지 날에는 그녀가 네 번째 칸이나 두 번째 칸에 탔다. 그러면 그는 다섯 번째 칸 문 앞에 서서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그녀는 보온 진열장 앞에서 늘 따뜻한 캔을 두 개 집었다. 한 캔은 밀크티였다. 다른 한 캔은 라벨을 알아볼 수 없었다. 계산대에 가서는 한 캔만 챙겼다. 나머지 한 캔은 진열장에 도로 넣었다. 넣을 때 손목을 먼저 한 번 돌렸다. 캔 밑바닥이 바깥을 향하게 했다. 그 동작을 그는 여러 번 보았다. 왜 그러는지는 묻지 않았다.

오늘은 그녀가 그의 한 사람 앞에 있었다.

그녀는 보온 진열장에서 캔 두 개를 꺼냈다. 계산대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왔다. 그중 한 캔을 진열장에 넣었다. 캔 밑바닥이 바깥을 향하게 했다. 그러고 나서 돈을 냈다. 다른 한 캔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 개찰구 쪽에서 그녀는 가방에서 교통카드를 꺼냈다. 카드 가장자리에는 흰 자국이 한 줄 나 있었다. 손톱으로 여러 번 누른 자국이었다. 우산 끝이 문틀에 한 번 닿았다. 그녀는 멈추지 않았다.

그는 보온 진열장 앞으로 갔다. 남은 캔은 아직 따뜻했다. 진열장 안의 불빛이 캔 몸통에 비쳤다. 얇은 김이 한 겹 서려 있었다. 그는 그것을 집어 들었다.

계산하는 점원은 봉투가 필요한지 묻지 않았다. 점원은 어린 남자였다. 모자를 깊이 눌러쓰고 있었다. 주먹밥을 한 줄씩 진열대에 올리고 있었다. 올릴 때마다 하나씩 돌려서 라벨이 바깥을 향하게 했다. 그는 돈을 냈다. 캔은 오른손에 쥐었다. 왼손으로 바지 주머니를 누른 채 개찰구로 들어갔다.

아침 전철은 저녁보다 붐볐다. 그는 문가에 섰다. 등을 문틀에 기댔다. 왼손으로는 손잡이의 가죽 고리를 잡았다. 오른손에는 그 따뜻한 음료 캔을 들고 있었다. 마시지 않았다. 캔의 열기가 알루미늄을 뚫고 손바닥으로 스며들었다. 그는 손을 한 번 바꾸었다. 다시 원래대로 바꾸었다. 창밖의 건물들이 한 동씩 뒤로 밀려갔다. 건물 옥상의 물탱크는 모두 흰색이었다. 세 번째 역에서 탄 사람이 그의 옆으로 밀고 들어왔다. 그는 몸을 문틀 쪽으로 조금 비켜 주었다. 한 사람이 설 만큼의 자리를 내주었다. 그 사람은 말이 없었다. 그도 말이 없었다.

회사는 열두 층짜리 건물에 있었다. 건물 입구의 자동문은 하루에 백 번이 넘게 열렸다 닫혔다. 매번 천천히 열렸다. 그는 문 앞에서 잠깐 멈추었다. 문이 완전히 열리기를 기다렸다. 그러고 나서 고개를 숙이고 들어갔다.

고개를 숙이는 각도는 정해져 있었다. 가슴 앞의 카드 케이스가 둘째 단추에 닿으면 그는 멈추었다. 더 숙이면 카드가 뒤집혀 흰 면이 바깥으로 나왔다. 그래서 그는 그 각도를 넘긴 적이 없었다. 문 앞 계단에서 길을 비켜 줄 때도, 바닥에 떨어진 것을 주울 때도, 그는 거기까지만 숙였다. 나머지는 손을 뻗어 집었다.

회사의 엘리베이터는 낡았다. 문이 닫힐 때 먼저 잠깐 멈추었다. 그 멈춤은 언제나 삼 초였다. 그러고서야 천천히 닫혔다. 그는 매번 버튼의 왼쪽에 섰다. 다른 사람의 손을 가리지 않기 위해서였다. 엘리베이터에서 입구까지는 중간에 유리문을 지나야 했다. 유리에는 손자국이 많았다. 높은 것도 있었고 낮은 것도 있었다. 그의 손자국이 어느 것인지, 그는 맞춰 보지 않았다.

입구에서 그의 자리까지는 긴 복도를 걸어야 했다. 복도에는 회색 카펫이 깔려 있었다. 걸을 때 그는 자기 구두 소리를 듣지 못했다. 그 길을 그는 여러 번 걸었다. 매번 세 번째 문 앞에서 반 걸음 멈추었다. 종이상자를 안은 사람에게 길을 내주기 위해서였다.

그의 자리는 창가에 있었다. 회색 서류 캐비닛이 한 줄로 늘어선 곳에 기대어 있었다. 책상 위 물건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스테이플러 하나, 테이프 한 롤, 플라스틱 연필꽂이 하나. 연필꽂이에는 펜 세 자루가 있었다. 펜뚜껑은 위를 향했다. 그 따뜻한 음료 캔은 연필꽂이 옆에 놓여 있었다. 캔 몸통의 김이 천천히 말랐다. 그는 캔을 열지 않았다. 팀장의 책상은 제일 안쪽에 있었다. 칸막이 하나가 사이에 있었다. 칸막이 위로 팀장의 뒤통수가 한 토막 보였다.

오전에 그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누군가의 가방에 닿았다. 죄송하다고 한마디 했다.

오전 열 시, 복사기에 종이가 걸렸다. 급지구로 들어가던 두꺼운 종이가 롤러 가운데에 끼었다. 빨간 불이 켜졌다. 그는 걸린 한 장을 뽑아냈다. 모서리가 이미 구겨져 있었다. 그는 기계를 향해 죄송하다고 한마디 했다. 손바닥으로 그 종이를 펴서 원래 쌓여 있던 더미에 도로 놓았다. 종이는 펴졌다. 모서리의 주름 자국은 남았다. 그는 그것을 닦지 않았다.

점심때 그는 서류를 세 번 전했다. 첫 번째는 옆 팀 선배에게였다. 선배가 받아 갈 때 손가락이 종이 가장자리에서 잠깐 멈추었다. 종이의 첫 줄은 날짜였다. 선배는 날짜를 보았다. 그러고는 그를 한 번 보았다. 마지막으로 “음.” 하고 한마디만 했다. 그는 죄송하다고 한마디 했다. 선배는 그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종이를 뒤집어 뒷면에 글자가 있는지 보았다. 두 번째는 재무 담당자에게였다. 담당자는 다른 것을 보고 있었다. 그는 종이를 책상 모서리에 놓았다. 손을 거두었다. 죄송하다고 한마디 했다. 세 번째는 팀장에게였다. 그는 죄송하다고 한마디 했다. 팀장이 거기 두라고 하자, 그는 거기 두었다.

팀장이 고개를 들었다. 시선이 그의 둘째 단추에 잠깐 머물렀다. 다시 서류로 돌아갔다. 그의 카드 케이스는 흰 면이 셔츠에 붙어 있었다. 팀장의 시선은 아래로 내려오지 않았다.

점심에 그는 자리에서 주먹밥을 하나 먹었다. 포장 비닐의 뜯는 띠가 반쯤 당겨지다 끊어졌다. 그는 손톱으로 남은 비닐을 한 점씩 떼어 냈다. 천천히 떼어 냈다. 김을 찢지 않았다. 김은 포장 위에 붙어 있었다. 그는 김을 먼저 떼어 낸 다음 입에 넣었다.

주먹밥을 다 먹고 나서 그는 오후에 맞춰 볼 서류를 서류철에서 뽑았다. 구매 발주서, 입고서, 청구서. 종이 세 장을 한 묶음으로 맞춰야 했다. 맞으면 빨간 펜으로 오른쪽 아래에 체크 표시를 했다. 맞지 않으면 체크하지 않았다. 연필로 옆에 숫자를 적었다. 그 숫자에 줄을 긋고 다시 적었다. 연필꽂이에는 빨간 펜이 세 자루 있었다. 그는 매번 같은 한 자루만 썼다. 그 펜뚜껑에는 이빨 자국이 두 개 나 있었다.

오후에 복도에서 누군가 “저기요” 하고 불렀다. 그는 멈추어 섰다. 대답을 했다. 그 사람은 그의 옆을 지나갔다. 그의 뒤에 있던 사람에게 가서 그 사람을 불러 세웠다. 그는 제자리에 서서 죄송하다고 한마디 했다. 아무도 듣지 못했다. 듣기를 필요로 하는 사람도 없었다.

그는 세지 않았다. 그래도 하루에 몇 번인지는 알았다. 엘리베이터 한 번, 복사기 한 번, 서류 전달 세 번, 불려 세워졌지만 그를 부른 것이 아니었던 일 한 번. 여섯 번.

오후 다섯 시 삼십 분, 출퇴근 기록기 화면의 숫자가 한 번 바뀌었다.

출퇴근 기록기는 삼 층 복도 끝에 있었다. 회색 본체였다. 정면에는 작은 화면이 하나 있었다. 그 아래에는 카드를 꽂는 틈이 있었다. 기계 옆에는 메모지가 한 장 붙어 있었다. 글자는 인쇄된 것이었다. ‘오후 다섯 시 삼십 분부터 퇴근 기록 가능.’

그는 출퇴근 기록기 앞에 섰다. 카드는 손에 들려 있었다. 앞의 동료가 카드를 꽂았다. 기계가 한 번 물었다. 화면에 시간이 떴다. 동료는 카드를 들고 갔다. 또 한 사람이 왔다. 그는 세 번째 사람이 갈 때까지 기다렸다. 그러고 나서 카드를 꽂았다.

한 번 물었다. 구멍이 맨 앞쪽에 뚫려 있었다. 가장자리에는 보풀이 일어나 있었다.

그러고 그는 자리로 돌아와 끝내지 못한 표를 마저 끝냈다. 셋째 열의 숫자를 두 번 확인했다. 한 번은 펜 끝으로 짚어 가며, 한 번은 손톱으로 종이를 누르며, 하나씩 맞춰 보았다.

컴퓨터 화면 오른쪽 아래의 시간은 오후 다섯 시 사십이 분이었다. 그는 저장을 눌렀다. 한 번 더 눌렀다. 파일은 달라진 것이 없었다. 그래도 그는 두 번째를 눌렀다.

이 층에서 마지막으로 불을 끄는 사람은 그였다. 누가 정한 일은 아니었다. 그래도 매일 그였다. 불을 끄기 전에 그는 복사기의 대기등을 한 번 보았다. 탕비실 수도꼭지를 단단히 잠갔다. 팀장 책상 위 흰 종이의 모서리를 눌러 폈다.

밤 열 시 오십 분, 그는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경비실에는 아직 불이 켜져 있었다. 경비원은 노인이었다. 매일 밤 그가 문 앞을 지나면, 노인은 의자에서 고개를 들고 “수고하셨어요.” 하고 한마디 했다. 그는 고개를 한 번 아래로 끄덕였다. 카드 케이스는 단추에 닿지 않았다. 노인은 더 말하지 않았다. 고개를 숙이고 자기 신문을 보았다.

회사에서 역까지는 걸어서 십일 분이 걸렸다. 가는 길에 육교를 하나 지났다. 육교의 난간은 쇠였다. 난간에는 마트 비닐봉지가 한 줄로 묶여 있었다. 바람이 불면 소리가 났다. 그는 육교 위를 걸어갔다. 손으로 난간을 짚었다. 손바닥에 찬 기운이 조금씩 스며들었다. 다리 한가운데에 작업복을 입은 사람이 서 있었다. 아래 차들을 보고 있었다. 그는 그 사람의 등 뒤로 돌아갔다. 돌아가는 폭은 아주 작았다. 상대의 가방에는 닿지 않았다. 다리를 건너자 가로등이 하나씩 켜져 있었다. 가로등마다 그 아래 바닥이 모두 말라 있었다.

밤 열한 시 이십 분, 막차.

그는 차량 맨 끝 칸의 문가에 서 있었다. 차 안의 불빛은 하얬다. 형광등이 모든 얼굴을 같은 색으로 눌러 놓았다. 차창에 그의 얼굴이 비쳤다. 안경테가 비뚤어져 있었다. 흰 카드는 카드 케이스 안에 있었다. 입술이 말라 있었다. 그는 유리를 보며 웃음을 한 번 연습했다. 입꼬리를 위로 올렸다. 두 번째 칸까지 올리고 멈추었다. 그러고 나서 풀었다. 유리 속 얼굴도 따라서 풀렸다.

차량 안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차문 유리에 손자국이 하나 있었다. 안쪽에서 누른 자국이었다. 손가락이 벌어진 채 크게 찍혀 있었다. 앉은 사람들은 모두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휴대폰 불빛이 턱에 떨어졌다. 맞은편 벽에는 학원 광고가 붙어 있었다. 광고 속 여자아이가 웃고 있었다. 정해진 대로 웃었다. 입꼬리가 같은 높이에 있었다. 그는 그 광고를 한 번 보았다. 그러고는 더 보지 않았다.

그는 손목의 전자시계를 한 번 보았다. 플라스틱 시계줄이었다. 화면의 숫자는 밤 열한 시 이십 분이었다. 출퇴근 기록기의 근태일은 아침 여섯 시에 넘어간다. 넘어가기 전에 찍은 카드는 어제 것으로 친다. 근태일이 넘어가기까지는 여섯 시간 사십 분이 남아 있었다.

그러고 나서 그는 오른쪽 바지 주머니에서 종이 조각을 꺼냈다. 손바닥에 펼쳤다. 한 조각씩 나란히 놓았다. 찢긴 자리끼리 맞대었다. 네 조각이 다 있었다. 가장 오른쪽 조각의 보풀이 손바닥 위에서 들려 있었다. 그는 한참 보았다. 무엇을 찾으려는 것은 아니었다. 종이 조각을 다시 접어서 주머니에 넣었다.

전철이 커브에서 한 번 흔들렸다.

그의 서류가방 모서리가 비스듬히 맞은편 여자의 무릎 위 손에 닿았다. 그녀의 손에 있던 승차권이 미끄러져 내렸다. 차량 바닥에 떨어졌다. 그의 구두 코 옆에 멈추었다.

여자는 짧은 머리였다. 외투는 회색이었다. 허리를 곧게 펴고 앉아 있었다. 두 무릎을 붙이고 있었다. 그녀의 손은 공중에 멈춰 있었다. 줍지 않았다.

그는 허리를 굽혔다. 이번에는 그 각도를 넘었다. 카드 케이스가 셔츠의 둘째 단추에 부딪혔다가 다시 튕겨 나왔다. 그는 멈추지 않았다. 승차권 옆까지 굽혔다. 두 손가락으로 종이를 집었다. 그러고 몸을 세웠다. 승차권을 건넸다.

“죄송합니다. 번거롭게 해 드렸습니다.”

여자는 승차권을 받았다. 그녀의 손가락은 종이 가장자리에만 닿았다.

그의 손가락에는 차량 바닥의 먼지가 조금 묻어 있었다. 그는 바지 솔기에 한 번 문질렀다. 또 한 번 문질렀다. 고개를 숙여 보았다. 먼지는 다 떨어지지 않았다. 차창 밖 터널 조명이 한 칸씩 지나갔다. 칸과 칸 사이의 간격은 모두 같았다. 빛이 그의 손등을 훑고 지나갔다. 또 훑고 지나갔다.

“고맙습니다.”

목소리는 높지 않았다. 말끝이 가라앉았다.

전철 방송이 울렸다. 다음 역 이름을 알렸다. 그는 제대로 듣지 못했다.

전철이 다음 역에 들어섰다. 문이 열렸다가 닫혔다. 그녀는 그를 더 보지 않았다. 승차권을 반으로 접었다. 외투 안주머니에 넣었다. 지퍼를 올렸다.

이번 주에 그에게 들려온 말 가운데, 그에게 사과를 시키려고 한 말이 아닌 첫 번째 말이었다.

승강장은 전철의 왼쪽에 있었다. 그는 문이 닫히기 1초 전에 밀치며 내렸다. 구두 밑창이 노란 선을 밟았다. 잠깐 서 있었다. 그러고 나서 앞으로 걸어갔다.

승강장에는 그 한 사람뿐이었다. 나무 의자가 벽에 기대어 있었다. 등받이에는 손으로 문질러 생긴 반질한 자국이 하나 있었다. 승강장 전광판이 한 줄씩 위로 넘어갔다. 마지막 줄에 이르렀다. ‘오늘 막차’라고 적혀 있었다. 그는 전광판 아래에 서서 그 줄을 끝까지 보았다. 전광판의 테두리는 검었다. 위에 먼지가 한 겹 앉아 있었다. 먼지 속에 아주 가는 지문이 한 줄 있었다. 누군가 여기 서서 손가락으로 테두리를 훑으며 막차 줄까지 간 자국인 것 같았다.

벽시계는 기둥에 걸려 있었다. 그에게서 기둥 세 개만큼 떨어진 곳이었다. 초침이 가고 있었다. 그는 벽시계 아래에 서서 십 초를 셌다. 초침이 한 눈금 갈 때마다 그의 손가락이 바지 솔기에 한 번 닿았다. 십 초를 다 세자 그는 멈추었다. 승강장 끝의 편의점은 아직 켜져 있었다. 유리창에는 오뎅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포스터의 무가 크게 그려져 있었다. 오뎅 솥에서 흰 김이 올라왔다. 김은 위로 올라가다가 등 아래에서 흩어졌다. 이 거리에서 따뜻한 색은 이곳 한 곳뿐이었다.

그는 종이 그릇을 하나 집었다. 무 한 조각과 치쿠와 한 토막을 집어 국물에 넣었다. 국물의 열기가 확 올라왔다. 그의 안경알이 한순간에 뿌예졌다. 안경알이 온통 하얗게 되었다.

바로 이 두 초였다.

안경알은 하얀 채였다. 그는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어깨가 다른 곳보다 먼저 내려앉았다. 쇄골 부근이 풀렸다. 두 팔이 아래로 늘어졌다. 종이 그릇의 가장자리가 그의 손목에 닿았다. 그는 버티지 않았다.

주머니 속 휴대폰이 한 번 진동했다. 그는 꺼내지 않았다.

두 초가 지났다. 안경알이 천천히 맑아졌다. 그는 종이 그릇을 탁자 위에 도로 놓았다. 무와 치쿠와는 아직 그릇 안에 있었다. 국물에는 손대지 않았다.

편의점 자동문이 열렸다. 문 안에서 에어컨 바람이 나왔다. 문 앞에는 사람이 없었다. 문은 열린 채였다. 좁다란 바닥이 불빛에 비쳤다. 그는 문 쪽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그 각도까지 숙였다. 카드 케이스가 둘째 단추에 닿았다. 그는 멈추었다.

아무도 없는 자동문을 향해 그는 고개를 숙이고 사과했다.

승강장에는 여전히 아무도 없었다. 벽시계의 초침이 마지막 눈금에 닿았다. 편의점 계산대 뒤의 전자시계에는 밤 열한 시 오십구 분이 떠 있었다.

주머니에서 찢어진 종이 조각 하나가 미끄러져 나왔다. 가장 오른쪽 조각이었다. 그는 보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