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부 · 조화 아래에서
제9장전원 호명
全部点名
중국어 원문을 옮긴 번역입니다.

그는 내려오지 않았다.
그가 오른손을 들었다. 손바닥은 앞을 향했다. 태극권의 기수식이었다.
이 동작은 그녀가 배운 것이 아니었다. 그녀가 배운 것은 비천이었다. 설서장 뒤쪽 무대의 첫 가락이었다. 듣는 사람의 박자였다. 태극권은 남의 집 물건이었다. 그런데 그가 쓰는 솜씨는 누구보다 가지런했다. 가지런해서 매 박이 미리 재어 둔 것 같았다.
그녀의 목소리는 아직 흩어지지 않았다. 방금 그 한 구절은 그녀의 발밑에 떨어졌다. 화해전 안에서는 아무도 받지 않았다. 이제 그의 손바닥이 들렸다. 그 한 구절을 받아 넘겼다. 그가 앞으로 밀자, 그 소리 고리에 금빛이 한 겹 물들었다. 조화금이었다. 색이 고르고, 줄마다 똑같이 눌려 평평했다. 그는 그녀의 목소리를 그대로 밀어 돌려보냈다. 글자마다 그녀의 귀의 같은 자리로 돌아왔다. 빠르지 않았다. 느리지 않았다. 한 박도 더하지 않았다.
그녀는 한 걸음 물러났다. 둘째 걸음. 셋째 걸음.
신발 밑창이 옥백색 타일 위에서 끼익 소리를 냈다. 짧았다. 벽에 가로막혔다. 꼬리를 끌지 않았다.
그가 두 번째로 밀었다. 이번에는 더 천천히 밀었다. 왼쪽 한 번, 오른쪽 한 번. 양쪽의 힘이 똑같이 무거웠다. 센박 위에 떨어졌다. 그는 어깨를 들지 않았다. 허리를 가라앉히지도 않았다. 손바닥만 내보냈다. 한 치 거두고, 다시 내보냈다. 가지런한 것은 그였다. 화해전 안에서는 무엇 하나 1밀리미터도 기울어 있지 않았다.
계단은 스물일곱 계단이었다. 그는 맨 위 계단의 한가운데에 서 있었다. 이 거리에서 보면 그는 그저 하나의 형체였다. 아주 반듯한 형체였다. 두 손에는 흰 천이 감겨 있었다. 천은 손가락 뿌리에서 손목까지 감겨 있었다. 머리에는 먹빛 관건을 두르고 있었다. 관건은 이마 앞을 가로질러 뒤통수에서 매듭지어졌다. 가장자리가 곧았다.
그녀는 그 손을 보았다. 금빛이 한 겹씩 위로 칠해졌다. 손끝까지 칠해졌다. 가득 차자 아래로 흘렀다.
그녀는 더 외치지 않았다.
강등 세 단계의 그 한 번이 아직도 그녀를 누르고 있었다. 그는 그녀가 허락된 글자만 말할 수 있다고 했다. 그 글자들이 목구멍에서 어떻게 밀려 나왔는지 그녀는 기억했다. 글자마다 먼저 문을 한 번 지나야 했다. 문은 아직 있었다. 다만 그녀는 이제 그 문으로 지나가지 않았다. 그녀가 말하려는 것은 사실이었다. 사실은 문을 지날 필요가 없었다. 이 일들은 본래 문 바깥에 있었다.
그녀는 두 손을 몸 옆에서 들어 올렸다. 팔꿈치가 먼저 나가고, 손목이 뒤따랐다. 이것은 비천의 시작 자세였다. 그녀는 열 살 되던 해 설서장 뒤쪽에서 구경했다. 한 대목을 다 보았다. 기억한 것은 이 한 동작이었다. 허리를 뒤로 꺾었다. 세 번째 굽이까지 꺾었다. 숄이 어깨에서 밖으로 튕겨 나갔다. 오른팔을 감아 돌았다. 다시 팔 위에서 위로 던져 올려졌다. 짙은 남청빛 긴 천이었다. 끝자락은 진작 빛점으로 흩어져 있었다. 빛점이 공중에서 하나씩 밝아지며 위로 올라갔다.
그녀가 입을 열었다. 목소리에 가락이 조금 실렸다. 설서장에서 배운 첫 가락이었다.
“어느 길.”
금빛이 맞받아 올라와 첫 글자 위에 떨어졌다.
“안푸즈루. 동쪽 끝에서 서쪽 끝까지 1100미터.”
둘째 글자도 금빛에 맞았다. 그녀는 멈추지 않았다. 금빛은 소리를 따라 되돌아갔다. 그녀의 입가로 돌아가려 했다. 그러나 셋째 글자는 이미 나가 있었다.
“하루에 세 번이다. 두 번째 쓰레기통 옆에는 언제나 뜯긴 택배 봉투가 있다. 봉투 입구는 가닥가닥 찢겨 있다.”
이 말을 마치고, 그녀는 뒤에 반 박을 남겨 두었다. 금빛은 이미 맞받아 올라가 있었다. 그런데 맞닥뜨린 것은 셀 수 없는 빈틈이었다. 그 빈틈은 글자가 아니었다. 밀어낼 글자가 없었다. 금빛은 통째로 미끄러져 내려와 타일 위에 떨어졌다. 자국이 남지 않았다.
그의 오른 주먹이 가슴 앞에서 뻗어 나왔다. 매번 말뚝의 박자 위에 떨어졌다. 맞춤이 정확했다. 그녀의 반 박은 박자 사이의 틈에 있었다. 주먹이 그 틈으로 들어갔다. 틈의 가장자리에만 닿았다. 주먹은 거두어졌다. 거두는 동작에 숨 쉴 틈이 없었다.
“다섯 번째 쓰레기통 옆에는 반쯤 먹다 남은 밥이 있다. 도시락 뚜껑은 닫히지 않았다. 젓가락이 밥에 꽂혀 있다.”
그의 주먹이 다시 나왔다. 여전히 박자 위였다. 주먹은 그 빈틈으로 떨어졌다. 아무것도 닿지 않았다.
“아홉 번째 쓰레기통은 세 번째 교각 옆에 있다. 통 밑바닥의 자국은 비스듬한 면으로 한 바퀴 돌려야 한다. 손목을 돌려야 한다.”
이런 것들은 명단에서 읽은 것이 아니다. 그녀는 밤마다 하나씩 기억해 두었다. 포장마차 일곱 번째 테이블에 앉아, 한 사람이 서쪽 끝에서 동쪽 끝까지 쓸어 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빗자루의 비스듬한 면이 뒤를 향했다. 걸음마다 종아리에 부딪혔다. 그녀는 삼 주 동안 기억했다. 일이 한 가지씩 밖으로 나갔다. 한 가지마다 장소가 있었고, 숫자가 있었고, 물건이 하나 있었다. 금빛을 칠해도 이 일들은 덮이지 않았다. 이 일들은 화해전 안에 한 줄씩 서 있었다. 한 줄마다 누가 이름을 대신 써 줄 필요가 없었다.
그의 손이 한순간 멈췄다.
“이건 구호다.”
그가 이 말을 할 때도 목소리는 하나였다. 글자마다 박 위에 떨어졌다. 말이 끝나도 여운이 없었다.
그녀는 숄을 몸 앞으로 한 번 눌렀다. 소리 고리가 숄 위에서 한 바퀴 밝아졌다. 한 고리, 두 고리.
“이건 구호가 아니다. 이건 그녀가 어제 몇 시까지 쓸었는지다.”
“어제 포장마차까지 쓸었다. 열 시 이십 분이었다.”
“열 시 반에 일을 마쳤다. 빗자루는 네 번째 갈고리에 걸었다. 비스듬한 면은 위를 향하게.”
그날 밤 그녀는 일곱 번째 테이블에 앉아 있었다. 휴대전화는 대나무 꼬치 통 위에 받쳐 두었다. 화면은 계속 켜져 있었다. 그녀는 글자를 치지 않았다. 저우쑤란이 쪼그려 앉았다. 테이블 밑의 꼬치를 한 개씩 모아 꺼냈다. 일어나서 빗자루를 앞으로 밀었다. 그녀는 그 사람의 오른쪽 어깨를 보았다. 왼쪽 어깨보다 한 토막 낮았다. 한 번 쓸 때마다 더 낮게 눌렸다. 그녀가 기억해 둔 것은 이런 것들이었다.
그 숫자를 말하고 나자 화해전 안이 한꺼번에 조용해졌다. 그가 멈춘 것이 아니었다. 이 말을 그가 받지 않은 것이었다. 금빛은 반쯤 밀려 나가다가 그녀와 그 사이에 멈추었다. 문이 없는 벽 같았다.
그녀는 그의 오른 주먹이 가슴 앞에서 한 번 죄어졌다가 풀리는 것을 보았다.
그가 세 번째로 밀었다. 이번에는 손바닥이 아니었다. 팔 전체였다. 소리 물결이 그의 몸에서 밀려 나왔다. 그녀의 가슴 쪽으로 내리눌렀다. 그녀는 벽 속으로 눌렸다. 벽은 부드러웠다. 그러면서도 부드럽지 않았다. 그녀의 등이 벽에 닿았다. 되튕기지 않았다. 숄이 눌려 바닥에 붙었다.
그녀는 피하지 않았다. 그 힘을 빌려 몸을 위로 뒤집었다. 발끝이 벽면을 한 번 찍었다. 벽에는 먼지가 없었다. 찍은 자리가 말라 있었다. 그녀는 그 소리 물결의 꼭대기를 넘었다. 허리를 뒤로 가장 많이 꺾었다. 허공에서 반탄비파의 정지 자세를 취했다. 비파는 그녀의 품에 있었다. 줄은 팽팽했다. 비파 채는 뜯을 사람을 기다리며 허공에 떠 있었다.
숄이 날아갔다.
짙은 남청빛 천이었다. 끝자락의 빛점이 한 줄로 늘어졌다. 그의 어깨 위쪽을 넘었다. 그의 등 뒤로 돌아갔다. 그 말뚝을 감았다. 한 바퀴, 또 한 바퀴. 마지막 바퀴는 말뚝 윗부분에 단단히 감겼다. 말뚝 몸통에서 둔한 소리가 한 번 났다. 그는 돌아보지 않았다.
그녀가 내려앉았다.
각성 무늬는 가장 안쪽 고리부터 밝아졌다. 한 고리, 두 고리, 세 고리. 한 고리씩 청람빛이 되며 쇄골까지 올라왔다. 그녀가 말하는 글자마다 고리 하나에 불이 켜졌다. 이번에는 말해도 되는 글자를 고르지 않았다.
“전원 호명. 한 명도 지우지 않는다.”
이 말은 밖으로 나갔다. 금빛에 맞지 않았다. 금빛은 여전히 화해전 안에 있었다. 그는 막지 않았다. 물들이지도 않았다. 이 말은 곧게 지나가서 그의 관건에 부딪혔다.
관건이 가운데서 끊어졌다. 먹빛 천 두 토막이 이마 앞에서 갈라져 내려왔다. 한 토막은 그의 어깨에 걸렸다. 한 토막은 바닥에, 옥백색 타일 위에 떨어졌다.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그는 왼손을 들어 자기 정수리를 만졌다. 두 번 더듬고서야 그곳에 아무것도 없었다.
오른손이 몸 옆에서 펴졌다. 무언가를 받으려는 듯했다. 손바닥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 손은 허공에서 한 박 늦었다. 멈췄다. 다시 거두어져 꽉 쥐어졌다. 많이 쥐었다. 손가락 마디도 하얬다.
쥐는 그 순간, 오른 손목에 감긴 천이 풀렸다. 그는 고개를 숙여 보지 않았다.
천이 한 바퀴씩 아래로 풀렸다. 손목뼈에서 손등으로 미끄러졌다. 손가락 뿌리에서 멈췄다. 천 아래의 손등은 매끈했다. 굳은살이 없었다. 말뚝에 난 주먹 자국은 삼천 개가 넘었다. 그중 이 손에서 나온 것은 하나도 없었다.
그녀는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빛깃은 등 뒤로 거두어져 좁은 띠 하나만 남았다. 그녀는 바닥의 관건을 줍지 않았다. 숄도 거두지 않았다. 앞으로 한 걸음도 가지 않았다.
화해전 안은 고요했다. 그녀의 신발 밑창에서 흐른 물이 타일 위에 두 개의 자국을 남겼다. 하나는 오른발, 하나는 왼발 자국이었다. 그녀는 더 움직이지 않았다.
그의 얼굴.
입은 다물려 있었다. 오래 다물고 있었다. 눈은 뜨여 있었다. 검었다. 빛이 없었다. 그녀가 선 자리에 떨어져 있었다.
그는 숨을 한 번 들이마셨다. 장삼 앞자락이 따라 한 치쯤 부풀었다가 가라앉았다.
그가 입을 열었다. 하나의 목소리였다. 글자마다 박 위에 떨어졌다.
“나는 갇히지 않았다. 내가 고른 것이다.”
이 말은 벽에 부딪혔다. 돌아오지 않았다. 말을 마치고, 그는 더 이상 그녀를 보지 않았다.
그녀는 이 말을 받지 않았다. 무엇을 짚어 말하지도 않았다. 그녀가 본 것은 이 한 가지뿐이었다. 그 손이 오래 쥐어져 있었다는 것. 줄곧 풀리지 않았다는 것. 그녀는 이 한 가지를 받아 두었다. 입 밖으로 내지 않았다.
그의 왼손이 오른 손목 위에서 멈췄다. 풀린 천을 위로 다시 감았다. 세 바퀴째를 감다가 반쯤 멈췄다. 천이 다시 한 줄 풀렸다. 그는 당기지 않았다. 천 모서리에는 바늘땀이 한 땀 있었다. 실은 원래 붉었다. 지금은 잿빛으로 바랬다. 그는 그 모서리를 맞췄다. 정확히 맞췄다.
그는 더 말하지 않았다. 화해전 안에서는 아무도 받지 않았다. 그 오른손은 여전히 쥐어져 있었다. 손가락 마디가 하얘질 때까지 쥐어져 있었다.
그는 오른 손목에서 손을 내렸다. 몸을 돌렸다. 그녀에게 등을 돌린 채, 말뚝에 감긴 천을 풀었다.
손가락 바깥쪽으로 천을 한 번씩 밀어 풀었다. 천은 가벼웠다. 끝자락은 아직 빛점이었다. 한 알씩 그의 손바닥 안에 떠 있었다. 천천히 풀었다.
천이 말뚝에서 떨어지는 순간, 말뚝 몸통에서 아주 가는 소리가 갈라졌다. 그녀는 멀리 있었다. 말뚝 가운데의 오래된 금 옆으로 흰 선 하나가 더 생긴 것만 보였다. 위에서 아래로, 비스듬히 한 뼘쯤 내려갔다.
그는 몸을 돌렸다. 천을 손바닥 위에 받쳐 들었다. 계단 꼭대기에서 아래로 내려놓았다. 천이 계단을 따라 미끄러져 내려왔다. 한 계단씩. 그녀의 발치까지 미끄러졌다.
“돌려준다.”
이번에는 그의 목소리에 자리가 생겼다. 벽이 그 말을 받았다. 다시 돌려보냈다. 돌아온 소리는 그녀의 목소리보다 느렸다. 그래도 남아 있었다.
그녀는 허리를 굽혀 받았다. 천을 한 번 접어 팔꿈치 안쪽에 걸쳤다. 천은 그녀의 손에서 따뜻했다. 빛점이 그녀의 손가락 끝에서 위로 올라갔다. 소맷부리로 들어갔다. 계속 위로 올라가 오른쪽 귀 뒤의 그 고리까지 닿았다. 그 고리가 더 맑게 밝아졌다. 그녀는 말하지 않았다.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빛점은 여전히 손목에 감긴 채 흩어지지 않았다. 그녀는 그 빛점이 감기는 대로 두었다.
벽이 투명해졌다. 화해전 안에는 원래 등이 없었다. 빛은 벽 스스로 내는 것이었다. 고르게, 네 면이 똑같이 밝았다. 이제 빛이 바깥에서 들어왔다. 한 덩이씩, 비스듬히 타일 위에 떨어졌다.
옥백색 벽이 한 조각씩 얇아졌다. 바깥이 보일 만큼 얇아졌다. 누군가 안개 한 겹을 닦아 낸 것 같았다. 닦아 낸 자리 너머는 명주탑의 바깥이었다.
기둥 세 개, 사선 버팀대 몇 개. 그 커다란 구가 기둥 가운데에 끼어 있었다. 구의 창은 한 칸씩 켜져 있었다. 켜진 것은 평범한 흰빛이었다. 흘러가는 빛은 없었다. 돛대가 곧장 위로 뻗어 있었다. 그 위가 무엇인지는 보이지 않았다. 구름이 거기 있었다. 이번에는 그녀도 그 탑의 전체 윤곽을 보았다. 강 수면에서 시작해 아래 구, 위 구, 우주 캡슐까지. 한 채의 건물이었다. 탑은 더는 빛을 흘리지 않았다. 그저 한 채의 건물이었다.
바로 그때, 탑의 깊은 곳에서 아주 큰 무엇인가가 움직였다.
빛이 아니었다. 무엇인가였다. 그것은 아주 컸다. 움직이지 않았다. 탑 안에 오래 있었다. 탑의 무게가 전부 그 위에 얹힐 만큼 오래였다. 그것이 한 번 움직였다. 탑 속에서 낮은 울림이 나왔다. 너무 낮아서 귀가 먼저 느꼈다. 그다음에야 들렸다. 그 울림이 지나가자, 그것은 다시 움직이지 않았다.
벽 속에 표 한 장이 떠올랐다. 그것과 마주 보는 자리였다. 옅었다. 옥백색 바탕이었다. 테두리가 없었다. 표에는 한 줄만 적혀 있었다. “입관하지 않은 물건은 통과시키지 않는다.”
그녀는 그것의 가장자리를 볼 수 없었다. 그것이 거기 있다는 것만 알았다. 그녀의 발밑에, 벽 바깥에, 더 깊은 곳에.
그녀는 몸을 돌렸다. 서쪽 벽 쪽으로 걸어갔다. 벽이 한 겹 더 얇아졌다. 창문 한 짝이 되었다.
창밖에서, 강 건너편의 등이 하나씩 다시 켜졌다. 먼저 동쪽 쪽이 켜졌다. 그다음 서쪽 쪽이 켜졌다. 원래 켜져 있던 것은 열다섯 개였다. 이번에는 열일곱 개가 전부 켜졌다. 서쪽 끝 두 개는 오래 고장 나 있었는데, 그것도 켜졌다.
그녀가 고개를 들었다. 북동쪽 하늘에 그 원이 아직 걸려 있었다. 옅은 보랏빛 가장자리. 흰 구름. 검은 입구. 입구 가장자리에 흰 고리 하나. 다만 왼쪽이 한 조각 빠져 있었다. 빠진 자리 안의 하늘은 평범한 밤이었다. 구름도, 고리도 없었다. 아무것도 걸려 있지 않았다. 빠진 자리 밖의 원은 아직 있었다.
포장마차 아래에서 누군가 일어섰다. 포장마차 주인의 목소리가 강 건너에서 넘어왔다. 뜨겁고 우렁찼다. 한 목소리에 창가까지 닿았다.
“들어와서 앉아요! 국이 아직 뜨거워요!”
포장마차 안의 사람들이 하나씩 자리에 앉았다. 그릇과 젓가락이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그 소리 한 덩이가 강 건너에서 들려왔다. 아주 가늘었다. 거의 들리지 않을 만큼 가늘었다. 그래도 계속 있었다.
거리의 사람들은 아직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하나씩 몸을 돌렸다. 서쪽으로 걸었다. 고가도로 아래를 지났다. 불 켜진 포장마차 앞까지 걸어갔다. 몇 사람이 멈추었다. 포장마차 밖에 서 있었다. 그러고는 안으로 들어갔다.
주인은 두 번째로 외치지 않았다. 긴 자루 국자를 솥 가장자리에 걸쳐 놓았다. 솥뚜껑을 열었다. 흰 김이 솟았다가 다시 내려앉았다. 오른쪽 어깨에는 그 짙은 회색 수건이 걸려 있었다. 그녀는 일곱 번째 테이블에서 많은 밤을 보냈다. 그는 거리를 향해 말을 외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외칠 때도 돌아보지 않았다. 이번에는 그가 돌아보았다. 그녀 쪽 창을 한 번 보았다. 다시 돌아섰다.
그녀의 주머니 속 휴대전화가 한 번 빛났다.
화면은 하얬다. 흰색이 한 점씩 빠져나갔다. 평범한 유리 한 장이 되었다. 위에 아주 오래된 메시지 하나가 떠 있었다. 삼 주 전에 들어온 것이었다. 줄곧 읽지 않았다. 저장된 이름은 ‘우산 고치기’였다.
메시지는 한 줄이었다.
“셋째 우산살 갈아 끼웠어요. 언제 찾으러 올래요?”
그녀는 답하지 않았다. 엄지가 화면 위에 멈췄다. 반 초 멈추었다가 떼었다. 다른 손은 몸 옆에 늘어져 있었다. 허벅지 바깥쪽을 세 번 눌렀다. 한 번, 또 한 번, 또 한 번.
벽의 그 창문이 닫혔다. 화해전의 정면, 원래 벽이던 자리에 문이 하나 열렸다.
문밖은 강변이 아니었다. 돌계단이었다.
돌계단은 한 계단씩 위로 이어졌다. 끊겼다 이어졌다 했다. 가운데 끊어진 자리는 한 걸음 너비였다. 그녀는 걸어갔다. 첫 계단. 둘째 계단. 끊어진 자리 가장자리의 얕은 홈이 아직 있었다. 이번에는 가까이 있었다. 홈의 가장자리가 보였다. 안에 세로로 그은 획이 하나 있었다. 획은 곧았다. 그 뒤의 부분은 닳아 없어져 있었다. 그녀는 고개를 숙였다. 한 번 더 보았다. 여전히 전부는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쪼그려 앉지 않았다.
돌계단은 위로 셀 수 없이 이어졌다. 그녀는 칠십까지 셌다. 숫자가 흐트러졌다. 세는 것을 그만두고 발밑의 한 계단만 보았다. 계단마다 끊긴 자리가 하나씩 있었다. 끊긴 폭은 모두 같았다. 정확히 한 걸음이었다. 이 길을 처음 걷는 사람이 그녀는 아니었다. 한 걸음마다 먼저 다음 계단이 어디 있는지 찾아야 했다. 찾아야 디딜 수 있었다. 이 점은 내려가는 계단과 달랐다. 내려가는 사람은 찾을 필요가 없었다.
그녀는 그의 명단을 떠올렸다. 명단에는 이름이 적혀 있었다. 이름은 지울 수 있었다. 그는 한 사람은 지울 수 있었다. 쓰레기통 한 곳은 지울 수 없었다. 1100미터도 지울 수 없었다. 열 시 반에 빗자루를 네 번째 갈고리에 다시 걸어 둔 한 사람도 지울 수 없었다. 이런 것들은 그의 표에 없었다. 그래서 그는 그어 지울 자리가 없었다.
돌계단 한쪽의 허공에 문 하나가 있었다. 투명했다. 문 안은 도쿄의 거리였다. 바닥은 젖어 있었다. 등은 흰빛이었다. 낡은 셔츠를 입은 사람이 자동문 하나 앞에 서 있었다. 문은 열리지 않았다. 그의 셔츠 맨 위 단추는 끝까지 채워져 있었다. 그는 그 문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깊이 숙였다. 그러고는 멈추었다. 오래 멈추어 있다가, 다시 한 번 숙였다.
문 안에는 다른 사람이 없었다. 문은 비어 있었다. 바닥도 비어 있었다.
그녀는 돌계단 위에 서서, 그 문 쪽으로 몸을 돌렸다.
“도쿄. 잘못하지 않은 일로 사과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
그 문이 천천히 닫혔다. 문에는 글자가 없었다. 문 뒤의 그 사람은 고개를 들지 않았다. 돌계단은 위로 아직 많이 남아 있었다. 끊어진 자리는 한 걸음 너비였다. 그녀는 다음 계단이 어디 있는지 찾았다. 그리고 발을 옮겼다.
이튿날 세 시 사십 분, 저우쑤란이 깼다. 불은 켜지 않았다.
모자챙의 접힌 자국을 그녀는 두 번 눌렀다. 원래 자리로 되돌아갔다. 죽은 어젯밤에 끓인 것이었다. 보온통에 부어 담았다. 그녀는 선 채로 반 그릇을 마셨다. 나머지는 뚜껑을 덮었다. 겉옷 오른쪽 주머니에 넣었다. 만터우는 종이봉투에 들어 있었다. 눌려 있었다. 절반을 남겼다. 종이봉투에는 아침 가게 이름이 찍혀 있었다. 글자는 절반이 닳아 없어졌다. ‘두’ 자 하나만 남았다. 그녀는 매일 그 글자를 보았다.
문간에 신발 두 켤레가 있었다. 그녀는 자기 신발을 신었다. 신발끈을 다시 두 개의 매듭으로 묶었다.
자물쇠를 세 바퀴 반 돌렸다. 열쇠는 손목에 걸려 있었다. 그 고무줄에는 작은 틈이 하나 더 생겼다.
네 시 십 분에 환경미화소에 도착했다. 네 번째 갈고리에 그녀의 빗자루가 걸려 있었다. 비스듬한 면은 위를 향했다. 샤오황이 두 번째로 왔다. 장갑을 또 거꾸로 꼈다. 그녀는 말하지 않았다.
다섯 시에 비질을 시작했다. 1100미터, 하루에 세 번. 첫 번째 비질은 어젯밤의 낙엽을 쓸었다. 두 번째는 아침 시장의 채소 잎을 쓸었다. 세 번째는 밤이었다. 아홉 시에 시작했다.
어젯밤에 거리의 사람들은 모두 고개를 숙이고 걸었다. 그녀도 고개를 숙이고 쓸었다. 교각 너머로 탑에서 빛 한 줄기가 떨어져 고가도로 아래를 비추었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보지 않았다. 쓰레기통 옆의 먼지가 하늘의 일보다 중요했다. 먼지는 깨끗이 쓸리지 않으면 이튿날 또 쓸어야 했다.
세 번째 비질은 서쪽 끝에서 시작했다. 미용실 여자가 문 앞의 의자를 안으로 들여놓았다. 고개를 돌려 그녀를 한 번 보았다. 말은 하지 않았다. 과일 노점 사람은 수박을 천으로 덮었다. 천의 귀퉁이마다 벽돌이 눌려 있었다. 그녀의 빗자루는 줄곧 동쪽으로 갔다. 셔터, 조명 간판, 전봇대, 전부 쓸고 지나갔다.
두 번째 쓰레기통 옆에는 언제나 뜯긴 택배 봉투가 있었다. 오늘도 있었다. 그녀는 오후에 여기를 쓸었다. 그때 쓰레기통 옆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지금도 택배 봉투가 그대로 있었다. 봉투 입구는 가닥가닥 찢겨 있었다. 그녀는 그 봉투를 가장자리로 모았다. 쓰레기 치우는 차가 가져가도록 남겨 두었다.
이번에는 쓰레기통 옆을 쓸다가 손끝에 무언가 닿았다.
그릇이었다. 그릇 바깥은 기름종이로 한 겹 싸여 있었다. 종이는 김에 쐬어 물러져 있었다. 그래도 아직 뜨거웠다. 그녀는 기름종이를 벗겼다. 그릇 바닥의 열기가 손바닥으로 올라왔다. 김이 그릇 가장자리에서 조금 피어올랐다. 밤바람에 흩어졌다. 그릇 안에는 국수가 한 그릇 있었다. 국물 위에 기름이 뜨지 않았다. 면은 그릇 바닥에 누워 있었다. 파 고명이 얹혀 있었다.
그릇 바닥에 종이 한 장이 눌려 있었다.
종이에는 시간 하나만 적혀 있었다.
글씨는 빨리 쓰여 있었다. 마지막 획이 길게 끌려 나가, 먹이 짧은 꼬리를 남겼다.
열 시 반.
그녀는 이 숫자를 알아보았다. 삼 주 전에 그녀가 안경 쓴 아가씨에게 답했던 숫자였다. 그날 아가씨는 테이블 밑에 쪼그려 앉아 물었다. 그녀가 이 숫자를 말했다. 아가씨는 이 숫자를 휴대전화에 적었다. 고맙다고 했다. 그 고맙다는 말은 조금 급했다.
그릇 바닥의 그 붉은 한 바퀴는 고추기름이었다. 맛은 옅었다. 기름종이 틈으로 배어 나왔다. 그녀는 냄새를 한 번 맡았다. 어느 집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샤오황이 맞은편 길목에서 뛰어왔다. 손에는 바오쯔 종이를 들고 있었다. 신발끈은 풀린 채였다. 반쯤 뛰다가 다시 멈춰 신발끈을 묶었다.
“저우 누나, 누가 준 거예요?”
그녀는 모른다고 했다.
샤오황이 종이에 싼 것을 내밀었다. 그녀는 받아서 가방에 넣었다. 가방에는 종이에 싼 것이 이미 세 개 있었다. 이 한 개도 그녀는 꺼내지 않았다.
그녀는 종이를 들어 가로등에 비춰 보았다. 종이에는 이름도, 문패도, 다른 글자도 없었다. 시간 하나뿐이었다. 그리고 급하지 않은 획 하나였다.
그녀는 이 종이를 누가 썼는지 생각하지 않았다. 그녀가 생각한 것은 그 숫자가 맞다는 것이었다. 그날 아가씨가 물었을 때, 그녀는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답했다. 바로 이 숫자였다.
그녀는 종이를 그릇 바닥에 도로 눌러 놓았다. 기름종이를 접었다. 쓰레기통 가장자리에 놓았다. 비스듬한 쪽이 위를 향하게 했다.
그녀는 국수 그릇을 들었다. 그리고 계속 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