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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 · 조화 아래에서

제8장그녀의 이름은――

她叫——

중국어 원문을 옮긴 번역입니다.

제8장 그녀의 이름은――

심사의 막이 위에서부터 내려왔다.

소리도 없었고 바람도 없었다. 반사하지 않는 검은 막이 화해전 천장에서 눌려 내려왔다. 네 변이 동시에 옥백색 벽 속으로 파고들어, 그녀와 윗단 사이를 통째로 도려냈다. 검은 막이 그녀의 머리 위에 떨어졌다. 다시 어깨 높이까지 내려와서 멈췄다.

안경은 겉옷 왼쪽 주머니에 있었다. 그녀는 쓰지 않았다. 눈앞의 것들은 모두 가장자리가 흐물거렸다. 그 검은 막만 단단했다.

그녀가 선 자리는 첫 계단에서 타일 열두 장 떨어져 있었다. 이 수는 화해전에 들어올 때 세어 둔 것이다. 그때는 쓸 데가 없었다.

그녀는 말을 하려 했다.

“나――”

글자는 입 밖으로 나오자마자 검은 막 안으로 들어갔다. 그 글자가 어디에 떨어졌는지 들리지 않았다. 메아리도 없었다. 소리의 가장자리조차 잡히지 않았다. 그녀는 손을 들어 막 면에 손바닥을 댔다. 손바닥 아래에는 그림자가 없었다. 손과 검은 막 사이에는 틈이 한 줄도 없었다. 손목의 열쇠고리가 막에 닿았다. 소리가 나지 않았다.

그녀는 오른쪽 주머니에서 사원증을 꺼냈다. 플라스틱 케이스였다. 모서리가 둥글었다. 사진이 바깥을 향했다. 사원증을 막 면에 대고 아래로 밀었다. 사원증의 모서리가 검은 막에 닿자 멈췄다. 막에는 구멍이 없었다. 가장자리에도 틈이 없었다. 사원증 한 장이 미끄러져 들어갈 곳은 한 군데도 없었다.

“보이지 않는 것은, 일어난 적이 없다.”

그가 그 검은 막 너머로 말했다. 목소리는 하나였다. 글자마다 박 위에 떨어졌다. 말이 끝나도 여운이 없었다. 그는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두 팔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맨 위, 그 계단의 한가운데에 서 있었다. 그녀가 화해전에 들어온 뒤로 발을 한 번도 옮기지 않았다. 옥백색 긴 장삼이 무릎 아래까지 드리워 있었다. 허리에는 먹빛 띠가 단단히 매여 있었다. 띠에는 아무것도 걸려 있지 않았다. 두 손에는 흰 천이 감겨 있었다. 천은 손가락 뿌리에서 손목까지 감겨 있었다. 주먹이 손바닥을 감싼 채 가슴 앞에 안겨 있었다.

말을 마치자, 그의 오른 주먹이 왼 손바닥 안으로 떨어졌다. 소리는 나지 않았다.

그녀의 빛깃이 거두어졌다. 양쪽의 깃날이 먼저 안으로 모였다. 좁은 띠의 폭까지 모였다. 그다음 어깨뼈에 다시 달라붙었다. 머리 위의 빛기둥은 막의 윗가장자리에서 끊어졌다. 그녀는 볼 수 없었다. 다만 정수리가 한순간 서늘했다.

각성 무늬는 맨 마지막에 거두어졌다.

그 무늬는 가장 바깥 고리부터 잿빛으로 변했다. 색은 빠르게 빠져나갔다. 밝기는 조금도 줄지 않았다. 잿빛이 된 것도 여전히 빛났다. 다만 색이 없었다.

두 번째 내리침에 그의 오른 주먹이 다시 떨어졌다. 가운데 고리가 따라 잿빛이 되었다. 화해전 밖 어딘가도 어두워졌다. 그녀는 어디인지 볼 수 없었다.

세 번째 내리침에 그의 오른 주먹이 또 떨어졌다. 가장 안쪽 고리도 잿빛이 되었다.

쇄골 위쪽에 가는 선 하나가 남아 있었다. 그녀 자신의 것이었다. 색이 없었다.

그녀는 팔을 들어 기수식을 취하려 했다.

팔이 물속에서 미는 것 같았다. 팔꿈치를 반쯤 굽히자 팔뚝 전체가 가라앉았다. 공기를 눌렀다. 보이지 않는 무언가도 함께 눌렀다. 그녀는 어깨로 밀었다. 어깨도 가라앉았다. 입을 열었다. 나온 것은 숨 한 모금뿐이었다. 그 숨은 목에서 밀려 나와 쇄골 위 두 손가락 자리까지 올라갔다. 거기서 눌렸다. 누른 자리가 정확했다. 그녀는 어느 두 손가락인지 알았다.

이 숨은 짧았다. 잘린 것처럼 짧았다.

탄막이 막의 윗가장자리에서 눌러 내려왔다.

조화 문자가 하나하나 떨어졌다. 회백색이었다. 잘고 작았다. 빽빽해서 한 면으로 이어졌다. 어깨에 떨어지면 멈추었다. 숄에 떨어지면 박혔다. 숄은 바닥에 펼쳐진 채 한 장의 천으로 굳었다. 그녀는 고개를 숙였다. 두 신발 끝이 보였다. 밑창의 물자국이 아직 남아 있었다. 글자가 그 안으로 떨어지자 물자국이 부서졌다.

그녀는 먼지 한 톨만큼 작아졌다.

그녀는 소리치지 않았다. 오른손은 아직 움직일 수 있었다. 그녀는 오른손을 허벅지 바깥쪽에 댔다. 한 번, 또 한 번. 일판삼안이었다.

계단은 그녀 앞에 있었다. 옥백색이었다. 스물일곱 계단이었다. 아래에서 위로 올려다보면 한 계단씩 좁아졌다. 계단마다 가장자리가 곧았다. 닳은 자국이 한 점도 없을 만큼 곧았다. 맨 아래 계단은 땅에서 손가락 한 마디 높이만큼만 솟아 있었다. 문턱 같았다. 윗면은 평평했다. 스물일곱 계단. 그녀는 두 번 세었다. 두 번 다 같은 수였다.

계단 꼭대기, 그의 등 뒤에 말뚝이 한 개 서 있었다. 먹빛이었다. 사람보다 한 토막쯤 높았다. 말뚝에는 오래된 금이 하나 나 있었다. 금 틈에 흰 천 조각이 작게 끼어 있었다. 멀리서 보면 그저 흰 점 하나였다.

그 한 번은 할아버지가 가르쳐 준 것이다. 판은 남겨 둔다. 글자가 돌아올 때에야 놓을 자리가 생긴다.

할아버지가 설서를 할 때, 무대 앞에는 네모난 탁자 하나, 접부채 한 자루, 성목 한 개만 놓였다. 할아버지는 한 번도 일어서지 않았다. 판은 발끝으로 찍어 냈다. 신발 밑창이 무대 바닥을 아주 가볍게 한 번 두드렸다. 객석 사람들은 그 소리를 듣고, 이 구절에서 멈춰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녀는 일곱 살 그해 무대 옆에 앉아 있었다. 그녀가 본 것은 그 발이었다. 할아버지의 얼굴이 아니었다. 그 발의 신발 옆면에는 눌린 자국이 한 줄 있었다. 매일 같은 자리에 발을 내려놓으며 닳아서 생긴 자국이었다.

그녀가 나중에 배운 것도 발이었다. 설서장 뒤쪽 무대에서는 아무도 그녀를 가르치지 않았다. 그녀는 나무판 하나를 앞에 두고 연습했다. 한 번, 또 한 번, 멈춤. 판 소리가 떨어질 때까지 연습했다. 무대 위 그 발이 떨어질 때와 똑같이 울릴 때까지 연습했다.

할아버지는 그 책을 끝까지 들려주지 못했다. 그녀가 열한 살 되던 해, 마지막 회를 절반쯤 들려줄 때였다. 그는 셋째 박에서 멈추었다. 발은 무대 바닥 위에 떠 있었다. 떨어지지 않았다. 객석 사람들은 한참을 기다렸다. 누군가 소리를 질렀다. 그제야 그는 그 발을 내려놓았다. “내일 다시 하지.” 한마디를 하고는 접부채를 접었다. 다음 날 설서장 문은 열리지 않았다.

뒷골목 일도 이 한 번의 박에서 떠올랐다.

포장마차 뒤로는 좁은 골목이 하나 있었다. 두 걸음 폭이었다. 고가도로 교각 뒤편까지 이어졌다. 골목에는 빈 맥주 상자가 쌓여 있었다. 포장마차 주인은 매일 상자를 가지런히 맞춰, 벽 밑까지 쌓아 두었다. 골목 한쪽 끝에는 등이 없었다. 다른 쪽 끝에는 등이 하나 있었다. 그 등이 낮은 의자 하나를 비추었다. 의자 다리 밑에는 신문지 한 장이 눌려 있었다.

작년 가을, 그녀가 그 등 밑까지 처음 걸어간 것은 누군가 흥얼거리는 소리를 들었기 때문이었다.

곡조는 할아버지의 그 책에 있던 것이다. 셋째 회에 판이 하나 있었다. 둘째 박에 떨어지는 판이었다. 할아버지는 매번 그 박을 늘였다. 객석 사람들이 스스로 세어 낼 때까지 늘였다. 흥얼거리던 사람은 늘이지 않았다. 그는 그 박을 반 박 앞당겼다. 많이 앞당기지도 않았다. 구절마다 그렇게 앞당겨져 있었다.

그녀는 빈 상자 뒤에 서서 그 구절을 끝까지 들었다.

그 구절을 그녀는 나중에 자기 초고에서도 시험해 보았다. 그 박을 치면 판에 반 박이 더 생겼다. 흥얼거리던 사람과 같았다. 그녀는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다만 그 반 박을 남겨 두었다. 언제 올지 모르는 사람을 위해 남겨 두었다.

그는 낮은 의자에 앉아 우산을 고치고 있었다.

검은 우산이 펼쳐진 채 무릎 위에 놓여 있었다. 우산살이 하나씩 바깥으로 드러나 있었다. 그의 손에는 가는 철사 한 가닥이 있었다. 철사를 우산살 뿌리에 감았다. 두 바퀴 감았다. 잘랐다. 엄지로 눌러 평평하게 했다. 우산살은 모두 열여섯 개였다. 그녀가 세어 보았다. 열여섯 개 가운데 하나만 색이 조금 짙었다. 이음매에 새 구리테가 한 바퀴 둘러져 있었다.

그 한 개를 다 고치자, 그는 우산을 접어 무릎 위에 두 번 두드렸다. 일판삼안으로 두드렸다. 두드리고 나서야 알아챘다. 잠깐 멈췄다. 한 번 더 두드렸다. 그래도 삼안이었다. 우산 끝이 두드릴 때마다 시멘트 위에 흰 점이 하나씩 남았다. 점 세 개가 한 묶음이었다. 한 줄로 이어졌다. 다음 묶음이 이어졌다. 세게 찍히지 않았다.

그는 매주 수요일에 왔다. 국수를 먹으러 왔다. 구석 벽 쪽 테이블에 앉았다. 국수 한 그릇. 식초는 두 바퀴 돌려 넣고, 파는 뺐다. 다 먹고 나면 우산을 테이블 다리에 기대 놓았다. 우산 끝은 바깥을 향했다. 사람에게 닿지 않았다. 장사를 거둘 때 우산은 아직 거기 있었다. 그는 다음 날 아침 일찍 와서 가져갔다.

그녀가 기억한 것은 우산살의 수였다. 열여섯. 그리고 색이 짙은 그 한 개.

장사를 거둔 뒤에도 그녀는 여전히 뒷골목에 갔다. 빈 상자를 가지런히 쌓았다. 벽 밑까지 쌓았다. 상자 모서리를 맞췄다. 포장마차 주인이 쌓던 것과 같았다. 낮은 의자는 없었다. 의자 다리 자국은 시멘트 위에 남아 있었다. 네 개의 동그라미였다. 하나가 나머지 셋보다 깊었다.

두 번째에는 그녀가 피하지 않았다. 그녀는 낮은 의자 옆까지 걸어갔다. 그의 그림자 바깥에 섰다. 그는 마지막 우산살을 눌러 펴고 고개를 들어 그녀를 한 번 보았다. 그가 본 것은 그녀의 안경이었다. 그녀는 안경을 쓰고 있지 않았다.

“그건 나중에 보충한 거예요.” 그가 말했다.

“봤어요.” 그녀가 말했다.

그는 우산을 펼쳤다. 우산 면을 위로 향하게 해서 내밀었다. 우산 끝은 아래로 향했다. 손잡이가 그녀의 손을 향했다. 그녀는 받아 손잡이를 쥐었다. 손바닥이 그가 방금 쥐었던 부분에 놓였다. 차가웠다. 가는 녹이 한 바퀴 나 있었다.

그녀는 우산을 펴지 않았다. 그도 두 번째 말은 하지 않았다.

그 뒤로 그는 한동안 오지 않았다. 그 우산은 아직 그녀에게 있었다. 우산살은 여전히 열여섯 개였다.

“강등 세 단계. 지금 너는 허락된 글자로만 말할 수 있다.”

목소리는 하나였다. 글자마다 박 위에 떨어졌다. 말이 끝나도 여운이 없었다.

그가 말을 마치자, 화해전 천장에 표 한 장이 떠올랐다. 옅은 옥백색 바탕이었다. 테두리는 없었다. 줄마다 글자가 있었다. 글자마다 칸이 하나씩이었다. 칸의 크기는 모두 같았다. 글자가 하나씩 떠올랐다. 다시 하나씩 가라앉았다. 물속에서 등이 한 줄로 하나씩 켜지는 것 같았다. 표 오른쪽 위에 작은 글씨가 한 줄 있었다. 그녀에게는 잘 보이지 않았다. 끝의 한 글자만 알아볼 수 있었다. ‘책’이었다.

그녀는 한 번만 보았다. 표에는 ‘나’가 있었다. ‘이다’가 있었다. ‘그녀’가 있었다. ‘보다’가 있었다. ‘보이다’가 있었다. 표에는 ‘지우다’가 있었다. 표에는 ‘이름’이 없었다.

그녀가 하려는 말에 비해 표의 글자는 모자랐다. 두 번 세어 보았다. 쓸 수 있는 글자는 그것뿐이었다.

그녀는 입을 열었다.

“내가 지운 것은 한 문장이 아니다. 한 사람의 이름이다.”

그녀는 골라서 말했다. 글자마다 표에 있었다. 글자마다 밖으로 나갈 수 있었다. ‘지우다’가 나갈 때, 막 위로 가느다란 빛 한 줄이 스쳤다. 누군가 자로 칸을 한 번 그은 것 같았다. ‘이름’을 말할 차례가 되자 표에는 그 글자가 없었다. 그녀는 그 글자를 한 호흡에 짓씹어 반만 내보냈다. 그래도 그 절반은 나갔다.

그녀가 말한 글자들은 하나씩 표에서 떨어져 내려갔다. 칸이 비었다. 회백색 바탕만 남았다. 글자도 없었다. 테두리도 없었다. 표는 점점 성겨졌다. 그래도 쓸 글자는 남아 있었다. 말을 끝내기에는 충분했다.

말을 마친 그 박에도 그의 두 팔은 가슴 앞에 있었다. 움직이지 않았다. 그의 시선은 여전히 막 위에 있었다. 그녀가 말하던 그 부분에 머물러 있었다.

그녀의 손은 허벅지 바깥쪽을 눌렀다. 둘째 박까지 눌렀다.

“그녀의 이름은――”

“멈춰. 그 이름은 명부에 없다.”

앞의 어떤 말보다 빨랐다. 말하는 것 같지 않았다. 책자를 덮는 것 같았다. 그 소리는 늘어지지 않았다. 그녀의 귓가에 달라붙었다. 말이 끝나자 사라졌다. 표에서 ‘이름’ 칸은 아직 비어 있었다. 회백색 바탕이었다.

말을 마치자, 그의 오른 주먹이 왼 손바닥 안으로 떨어졌다. 소리는 나지 않았다. 그의 두 손은 여전히 흰 천에 감겨 있었다. 한 바퀴 위에 한 바퀴가 눌려 있었다. 풀리지 않았다.

그녀는 그 숨을 들이마셨다.

이 숨은 그녀 자신의 것이었다. 온전했다. 쇄골 위에서 눌린 두 손가락은 아직 누르고 있었다. 그녀는 풀려 하지 않았다. 글자를 하나씩 깨물어 냈다. 세게 깨물었다. 글자마다 허벅지를 치던 그 한 번에 떨어졌다.

벽 바깥의 가로로 누운 밝은 선은 돌아오지 않았다. 고가도로 그 구간은 여전히 어두웠다. 작은 등 줄이 어둠 속에 걸려 있었다. 그녀는 이 벽 너머에서 그 등들을 찾을 수 없었다.

삼 주 전, 일곱 번째 테이블.

그날 그녀는 차양 가장자리에 앉아 원고를 쓰고 있었다. 반쯤 쓰다가 멈추고, 엄지로 화면을 문질렀다. 휴대전화 거치대는 대나무 꼬치 통 위에 놓여 있었다. 안쪽으로 두 손가락 너비만큼 들어가 있었다. 화면은 그녀 쪽을 향했다. 테이블에는 가장자리가 갈라진 그릇이 있었고, 그 그릇이 팔꿈치에 닿아 있었다. 거리를 쓰는 아주머니가 테이블 밑에서 꼬치를 한 개씩 쓸어 모았다. 아주머니는 쪼그리고 있었다. 모자 챙에 오래된 접힌 자국이 하나 있었다. 사선으로 자른 빗자루가 다리 옆에 기대어 있었다. 안경 쓴 아가씨가 쪼그려 앉아, 몇 시에 일을 마치는지 물었다.

아주머니가 대답했다. “열 시 반이에요.”

그 말은 휴대전화 메모에 적었다. 시간 하나뿐이었다. 다 쓰고 나서 그녀는 휴대전화를 뒤집었다. 화면이 아래를 향하게 해서 대나무 꼬치 통 가장자리에 눌러 두었다. 누르는 순간 꼬치 한 개가 쓰러졌다. 그녀는 세우지 않았다. 포장마차 주인이 와서 세웠다.

그날 밤 그녀는 이 테이블에 앉아 있었다. 열 시 반까지 줄곧 앉아 있었다. 그날 고추기름은 반 국자였다. 그가 그릇 가장자리에 놓았다. 많지 않았다. 그녀도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아주머니가 마지막 휴지 한 줌을 쓰레받기에 쓸어 담았다. 손을 바꿨다. 그녀가 본 것은 등이었다. 얼굴은 보지 못했다. 그녀는 그 등이 무엇을 쓸고 있는지 몰랐다. 다만 그 등이 쓸고 간 곳이 깨끗해진다는 것만 알았다.

그날 밤 쓴 원고는 바로 그 아주머니에 관한 것이었다.

첫 번째 원고는 이 테이블에서 썼다. 손바닥만 한 접이식 키보드로 썼다. 쓰는 동안 누구에게 보여 줄 생각은 없었다. 다 쓰고 나서도 어디로 보내야 할지 몰랐다. 할아버지의 책에는 거리를 쓰는 사람이 없었다. 책 속 사람들은 저마다 호칭이 있었다. 한 회를 말하면 그걸로 끝났다. 그녀가 처음 쓴 것은 끝나지 않는 사람이었다.

앞의 여섯 번은 형용사를 빼고, 동사를 부드럽게 바꾸고, 마침표를 쉼표로 고쳤다. 긴 단락은 짧은 두 단락으로 나눴다. 앞뒤의 글자들을 한 번씩 뒤로 밀었다. 그 한 줄이 가운데 끼어서, 눈에 덜 띄고 그냥 넘어갈 수 있도록 했다. 그 한 줄은 한 번도 밀려나지 않았다. 그 줄에 붙어 있는 세 글자는 한 사람의 이름이었다.

네 번째를 쓸 때, 그녀는 아주머니의 이야기를 더는 쓰지 않았다. 그 한 줄만 남겨 두었다. 다섯 번째에는 그 한 줄을 뜯어냈다. 글자 하나마다 한 줄씩 차지하게 했다. 사이를 크게 비웠다. 거리처럼 비었다. 여섯 번째에는 그 한 줄을 다시 맞췄다. 원래 모습 그대로 맞췄다. 문장부호도 원래 자리에 두었다.

매번 그녀는 화면을 캡처했다. 일곱 장이었다. 앨범에 나란히 있었다. 한 번에 한 장씩이었다.

그녀가 지운 것은 그 사람이었다.

그 사람에게 다른 이름은 붙인 적이 없었다. 줄곧 ‘아주머니’라고 불렀다. 이름은 나중에 환경미화소 입구에서, 담배를 피우던 사람의 입에서 들었다. 세 글자였다. 다른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발밑 고인 물에 비친 것은 화해전 천장이 아니었다.

그 물은 그녀의 신발 밑창이 끌고 들어온 것이었다. 오른발 자국이 하나. 왼발 자국이 하나. 수면이 평평했다. 무엇이든 비출 만큼 평평했다. 비친 것은 등 줄이었다.

따뜻한 주황빛 작은 등 열다섯 개가 쇠갈고리 줄에 걸려 있었다. 두 개는 꺼져 있었다. 등 밑에는 차양이 있었다. 비닐 차양의 한쪽 끝이 바람에 들렸다. 누군가 다시 눌렀다. 차양 아래에 사람이 하나 있었다. 물을 등지고 있었다. 솥 세 개 사이에 서 있었다. 불은 가장 약하게 줄여 두었다. 그의 오른손이 앞치마 위에서 한 번 눌렀다. 한 번 누르고 한 번 문질렀다.

물가에 사람이 하나 더 있었다.

포장마차 주인이 아니었다. 거리를 쓸고 있는 뒷모습이었다.

뒷모습은 굽어 있었다. 오른쪽 어깨가 왼쪽보다 낮았다. 손에는 대나무 가지로 만든 큰 빗자루가 있었다. 빗자루 가지는 왼쪽으로 비스듬히 기울어 있었다. 사선 끝이 바닥의 틈에 걸렸다. 밀었다. 다시 당겼다. 모자 챙에 접힌 자국이 하나 있었다. 한 번 쓸 때마다 수면이 흔들렸다. 등이 부서졌다. 부서졌다가 다시 맞춰졌다.

하나, 둘, 셋, 멈춤.

그녀는 세 번을 세고 나서야 알아챘다. 그녀 자신의 판이었다.

뒷모습의 판은 한 번 무겁고 두 번 가벼웠다. 첫 번째는 실하게 떨어졌다. 뒤의 두 번은 모두 가벼웠다. 잠깐 멈췄다가 다시 첫 번째로 떨어졌다. 그녀 자신의 판도 이랬다. 그녀는 그것이 자기 안에서 저절로 자란 것이라고 줄곧 생각했다.

물속의 뒷모습이 숨을 한 번 멈췄다. 그 숨은 짧았다. 그녀가 방금 쉰 숨과 비슷했다.

그녀는 그 뒷모습의 얼굴을 보려 하지 않았다. 물속에는 등만 있었다. 그녀는 오래 보았다. 수면이 다시 평평해질 때까지 보았다.

그 모자 챙은 열 시 이십 분, 그날에도 보았다. 그녀는 차양 밑에 앉아 있었다. 쓰다가 반쯤 고개를 들었다. 빗자루의 사선 끝이 테이블 다리 옆을 스쳐 지나가는 것을 보았다. 그것이 누구인지는 생각하지 않았다. 고개를 다시 숙였다. 그 한 줄을 지웠다. 그리고 글자를 하나씩 다시 쳤다.

그러고 나서 그녀는 손바닥을 고인 물속에 눌러 넣었다.

물은 차가웠다. 손바닥이 바닥 타일에 붙었다. 타일 틈이 한 줄씩 서로 마주 보고 있었다. 가늘어서 종이 한 장도 들어가지 않았다. 그녀는 팔꿈치로 몸을 반쯤 일으켰다. 물이 소맷자락을 따라 올라왔다. 팔뚝 절반까지 스며들었다가 멈췄다.

첫 번째 고리가 빛났다.

가장 안쪽 고리부터 색이 잿빛 위로 조금씩 되돌아왔다. 청람빛이 안에서 바깥으로 스며들었다. 두 번째 고리까지 스며들었다. 세 번째 고리까지 스며들었다. 그 고리들은 그녀의 오른쪽 귀 뒤에 있었다. 고리가 하나씩 밝아져, 쇄골까지 닿았다.

그녀는 오른쪽 귀 뒤를 보지 않았다. 물속의 그 뒷모습을 보며, 마지막 구절을 말했다.

“그녀의 이름은 저우쑤란이다. 이십 년 동안 거리를 쓸었다. 오늘 밤에도 그녀는 아직 쓸고 있다.”

그녀는 한 글자도 지우지 않았다.

이 몇 글자는 골라내지 않았다. 숨소리로 뭉개지도 않았다. 하나씩 밖으로 나갔다. 글자마다 온전했다. 저우쑤란. 세 글자. 세 박. 이십 년 동안 거리를 쓸었다. 여섯 박. 오늘 밤에도 아직 쓸고 있다. 여섯 박.

첫 글자가 나갈 때, 머리 위의 탄막 한 면이 통째로 밀려났다.

부서진 것이 아니었다. 밀려난 것이었다. 회백색 글자들이 하나씩 사방으로 밀려났다. 원이 하나 만들어졌다. 원의 가운데는 비어 있었다. 원 구멍의 저쪽은 아주 멀었다. 강가의 한 줄이 보였다. 난간 한 토막. 가로등 하나의 흰빛. 원 구멍의 가장자리에는 보풀이 일었다. 종이를 손으로 찢은 것 같았다. 찢긴 자리가 허옇게 드러났다. 원 바깥의 탄막은 비스듬했다. 글자마다 바람에 방향이 틀어졌다. 원의 가장자리에 밀려 붙었다. 안으로는 들어가지 못했다. 가로로 뻗은 은회색 반사광이 한 번 번쩍였다. 꺼졌다. 다시 번쩍였다.

그것은 조끼에 붙은 반사띠였다. 빨아서 잿빛이 되었다. 흰빛은 돌아오지 않았다.

심사의 막 위에 세로로 금이 하나 갈라졌다. 가운데에서 아래로 쪼개졌다. 틈에서 드러난 것은 빈 공간이 아니었다.

사람이었다. 아주 작았다. 아직도 쓸고 있었다.

그녀가 보았을 때, 그 사람은 마침 빗자루의 사선 끝을 바닥에 한 번 걸었다. 들어 올렸다. 손을 바꿨다.

그녀가 말했다. “명부에 없는 사람이야말로 이 도시다.”

이 말은 목소리를 높이지 않았다. 목소리는 밖으로 나가 갈라진 막에 부딪혔다. 다시 떨어졌다. 그녀 발밑에 떨어졌다. 그녀 신발 밑창의 물자국과 맞닿았다.

화해전 안에서는 아무도 받지 않았다. 그녀는 한 박을 기다렸다. 그의 박은 오지 않았다. 그녀는 손을 타일 면에서 거두어 허벅지 바깥쪽에 댔다. 판은 아직 남아 있었다. 그녀가 누른 그 한 번은 아까보다 조금 셌다.

탄막이 조각조각 떨어져 내렸다. 바닥 타일 위에 떨어졌다. 물에 닿기도 전에 꺼졌다.

그녀는 숄을 바닥에서 집어 올렸다. 천은 젖어 있었다. 무거웠다. 끝자락의 빛점들이 타일 틈에 머물러 있었다. 한 알씩, 그녀의 손가락이 하나씩 걸어 냈다. 빛점들은 더 위로 올라가지 않았다. 손가락 끝에 붙었다. 차가웠다. 무게가 없었다. 그녀는 그 빛점들을 숄 끝까지 털어 냈다. 털리지 않은 것은 그대로 두었다.

그녀는 타일 틈에서 일어섰다. 아주 천천히 일어섰다.

그녀는 앞으로 걸었다. 한 장씩 세었다. 여섯 장째에서 멈추었다. 여기서 윗단까지는 타일이 여섯 장 남아 있었다. 그와의 거리는 그녀가 굳이 셈하고 싶지 않은 만큼 남아 있었다.

그녀는 더 걷지 않았다.

그녀는 타일 위에 서서 고개를 들어 그를 보았다. 그의 시선은 막에 떨어져 있었다. 그녀가 골라서 말하던 그 부분이었다. 그곳은 비어 있었다. 그녀가 선 자리는 그 빈 곳에서 조금 비켜나 있었다. 그가 몸을 조금 돌려야 그녀를 볼 수 있었다.

그는 돌지 않았다.

말뚝은 그의 등 뒤에 있었다. 먹빛이었다. 말뚝의 오래된 금 틈에 끼어 있는 흰 천은 멀리서 보면 여전히 흰 점 하나였다.

그의 오른 주먹이 한 치쯤 들렸다. 가슴 앞에서 멈췄다. 왼 손바닥 안으로 떨어지지 않았다.

화해전 안의 벽은 여전히 고르게 밝았다. 네 면이 똑같이 밝았다. 말뚝은 소리를 내지 않았다. 그의 주먹은 한참 멈춰 있었다.

그의 왼 손바닥은 원래 모습 그대로였다. 손바닥이 안쪽을 향해 있었다. 흰 천이 감겨 있었다. 한 바퀴 위에 한 바퀴가 눌려 있었다. 두 팔도 여전히 가슴 앞에 있었다.

그녀의 신발 밑창에는 아직 물이 남아 있었다. 그녀가 들여온 것이었다. 발자국 하나, 또 발자국 하나. 고무 밑창이 젖은 타일을 밟았다. 짧게 끼익 소리가 났다. 숄은 그녀의 팔에 걸려 있었다. 끝자락은 타일 면까지 늘어졌다. 빛점들은 이제 위로 올라가지 않았다. 타일 틈에 머문 것이 몇 알 남아 있었다.

그녀는 안경을 쓰지 않았다. 그는 아주 먼 곳에 있었다. 윤곽만 보였다. 그의 모습을 똑똑히 볼 필요는 없었다. 그녀가 보려는 것은 그 오른 주먹이었다. 그리고 그 주먹이 왼 손바닥 안으로 떨어지던 그 순간이었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그를 보았다.

턱을 당기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