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부 · 조화 아래에서
제7장명부 첫 장
名单第一页
중국어 원문을 옮긴 번역입니다.

천 표지 장부 한 권이 전푸 무도관의 긴 탁자 위에 놓여 있었다.
긴 탁자 위의 먼지는 얇았다. 장부가 눌러 놓은 자리만 깨끗했다. 네 모서리가 가지런했다. 한 귀퉁이도 비뚤어지지 않았다.
천 표지는 짙은 갈색이었다. 닳아서 허옇게 바래 있었고, 모서리에는 보풀이 일어 있었다. 표지에는 아무 글자도 없었다. 왼쪽 위 귀퉁이에 작은 딱지가 하나 붙어 있었다. 딱지에는 “제1책”이라는 세 글자가 적혀 있었다.
앞부분은 관규였다. 한 조항씩, 조항마다 아래에 서명할 자리가 남아 있었다. 뒷부분은 명부였다. 명부는 뒷부분의 첫 장부터 시작되었다. 종이는 앞쪽보다 한 단계 희었다. 아직 몇 번 넘겨지지 않아, 쪽 가장자리에만 보풀이 일어 있었다. 쪽마다 오른쪽 위에 쪽수가 적혀 있었다. 쪽수는 같은 붓으로 쓴 것이었다.
명부는 여섯 칸으로 나뉘어 있었다. 순번, 이름, 패 번호, 입관, 서명, 패배. 첫 장의 첫 줄 위에는 빈 줄이 하나 남아 있었다. 칸선도 글자도 없었다. 첫 줄의 순번 칸에는 “일”이라고 적혀 있었다. 이름 칸에는 세 글자가 적혀 있었다. 선전푸.
이 세 글자는 그가 쓴 것이 아니었다. 그는 장부에 자기 이름을 쓴 적이 없었다. 그가 청해 온 필사자가 썼다. 한 획 한 획, 글자 밑이 같은 선에 맞아 있었다. 글자마다 높이가 같았다.
필사자는 그가 처음으로 청한 사람이었다. 그녀의 이름은 이 장부 어느 쪽에도 적혀 있지 않았다. 명부에도 그녀의 줄은 없었다. 뒤에 바뀐 사람들은 모두 그녀의 글씨를 따라 썼다. 백 쪽쯤에 이르러서도 글자 높이는 여전히 같았다.
필사에 쓰던 벼루는 돌벼루 하나였다. 긴 탁자의 왼쪽에 놓여 있었다.
벼루 가장자리에 먹 자국이 한 바퀴 둘러 있었다. 먹 자국은 겹겹이 눌려 있었고, 빛깔의 짙고 옅음이 고르지 않았다. 벼루 연지의 먹은 절반쯤 남아 있었다. 먹 표면에는 껍질이 한 겹 앉아 있었고, 껍질에는 금이 하나 나 있었다. 가장자리에서 가운데로 향한 금이었다.
벼루 옆에는 붓 한 자루가 놓여 있었다. 붓끝이 한 토막쯤 닳아 뭉툭했다. 뭉툭한 쪽에서는 먹이 지나간 줄이 끊겨 있었다. 붓을 걸쳐 두던 자리에는 탁자 위에 먹 자국이 있었다. 모양이 붓대와 똑같았다.
첫 장의 글자는 이 붓이 썼다. 그 뒤 백 쪽 넘게도 이 붓이 쓴 것이었다.
책장은 벽가에 있었고, 세 칸이었다. 둘째 칸에는 같은 천 표지 장부가 한 권 세워져 있었다. 짙은 갈색이었다. 표지에는 글자가 없었다. 작은 딱지에는 “제2책”이라고 적혀 있었다.
이 책의 등은 풀로 붙인 것이었고, 실이 없었다. 종이는 새것이었다. 아직 넘겨진 적이 없었고, 한 쪽도 쓰여 있지 않았다. 쪽 모서리는 가지런했다. 책장 나무판에 눌린 자리에 아주 얕은 자국이 나 있었다.
명부 서른여섯째 줄에는 긁어낸 글자가 하나 있었다.
긁개칼이 종이 면을 비스듬히 지나가며 한 겹을 긁어냈다. 긁은 자리는 종이가 얇았다. 창을 마주 보고 비춰 보면 밑에 있던 글자의 삐침 하나와 가로획 반쪽이 보였다. 다시 쓴 글자는 옆의 글자를 따라 덧그렸다. 획의 높이가 같았다. 글자 밑이 한 줄에 맞아 있었다.
이 줄의 순번과 입관, 서명은 손대지 않았다. 이름 속 그 한 글자만 고쳐져 있었다.
관규의 첫 줄은 개관 첫해에 적은 것이었다. 이렇게 적혀 있었다. “입관한 자는 한 번 한 약속을 고치지 않는다.”
글자는 필사자가 쓴 것이었다. 이 조항 아래 서명은 열한 개 있었다. 여덟 개는 이름을 적은 것이었고, 세 개는 지장을 찍은 것이었다. 지장은 이름 옆 빈칸에 찍혀 있었다. 세게 눌러서, 종이 뒷면에 어두운 자국이 둥글게 배어 있었다. 지장의 가장자리에는 가는 결이 한 바퀴 있었다. 늘 무언가를 쥐어서 닳은 결이었다. 이름 여덟 개 가운데 두 개는 같은 손이 쓴 것이었다. 두 줄의 획이 똑같이 굵었다.
서명한 사람은 모두 짐꾼이었다.
제2조와 제4조는 글자가 넘겨져 보풀이 일어, 알아볼 수 없게 되었다. 제3조는 이랬다. “제자는 함부로 걸음을 어지럽히지 못한다.” 글자 크기는 제1조와 같았다. 서명 칸에는 지장 하나만 찍혀 있었다.
제1조의 여백에 작은 글씨가 한 줄 있었다. 먹이 옅었다. 나중에 덧붙인 것이었다. 떠난 사람이 셋이었다. 셋 모두 다른 패거리가 불러 가서 짐을 나르게 되었다.
그 세 이름은 명부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이름마다 가는 줄이 하나씩 그어져 있었다. 가볍게 그은 줄이었다. 그래도 알아볼 수 있었다.
제5조는 개관 이 년째에 적혔다.
“입관하려면 작업패가 있어야 한다.”
이 조항 아래에는 서명이 없었다. 그 밑에 작은 글씨가 한 줄 있었다. 패는 달마다 회비를 내고 받아 간다. 내지 않은 패는 관에 남으며, 돌려주지 않는다.
같은 해, 인부 막사의 장부에 한 줄이 있었다. 이름 칸의 글자는 손가락에 문질러져 잿빛으로 흐려져 있었다. 알아볼 수 없었다. 패 번호 칸은 비어 있었다. 줄 끝에는 붉은 펜으로 ‘막’ 한 글자가 더해져 있었다.
인부 막사 문틀에는 나무 간판이 한 장 못으로 박혀 있었다. 흰 바탕에 검은 글씨였다. 글씨는 그가 쓴 것이었다. 장부의 글씨보다 훨씬 컸다. 이렇게 적혀 있었다. “패가 없으면 들어갈 수 없다.”
인부 막사 안에는 긴 의자가 한 줄로 놓여 있었다. 의자에 앉은 사람들은 모두 패를 걸고 있었다. 패는 쇠였다. 한 개씩 목에 걸려 있었다. 사람이 움직이면 패끼리 부딪혔다. 문 앞에 서 있는 사람은 몸에 패가 없었다. 그래서 소리가 나지 않았다.
회비는 쇠 상자에 모았다. 상자는 네모졌다. 돈을 넣는 구멍은 좁은 틈이었다. 틈의 가장자리는 닳아서 반들거렸다. 상자 밑에는 종이가 한 장 깔려 있었다. 매달 한 줄씩이었다. 줄마다 패 번호가 하나씩 적혀 있었고, 뒤쪽 칸에는 “납” 또는 “유”라고 적혀 있었다.
‘유’ 칸에 적힌 것은 모두 짐꾼들의 패 번호였다.
쇠 상자의 자물쇠는 새것이었다. 열쇠 구멍에는 종이가 작게 뭉쳐져 끼어 있었다. 종이는 흰색이었고, 글자는 없었다.
관규의 서명 칸을 한 번 세어 보았다.
제1조는 열한 개였다. 제2조는 글자가 닳아 보풀이 일어 있어서, 셀 수 없었다. 제3조는 하나였다. 제5조는 없었다. 제9조도 없었다. 제14조는 하나였다. 찍힌 것은 네모난 도장이었다. 도장은 그의 것이었다. 제17조도 없었다. 제22조도 없었다.
서명 수는 조항마다 줄었다. 뒤쪽 조항일수록 줄 간격이 좁아졌다. 글자는 점점 빽빽해졌다.
제9조 “입관한 자는 가정을 이루지 못한다.”가 제8조와 제10조 사이에 끼어 있었다.
줄 간격은 다른 곳의 절반뿐이었다. 글자는 앞뒤 조항보다 한 치수 작았고, 먹은 앞뒤보다 짙었다. 제8조 서명 아래에는 제9조 첫 글자 “입”의 삐침 하나가 눌려 있었다.
이 조항에는 서명이 없었다. 서명 칸은 비어 있었다.
개관 사 년째, 돛천을 꿰매던 여자가 떠났다. 상류로 올라가는 배를 탔다.
그녀는 돛천을 꿰맸고, 작업복도 기웠다. 이 장부의 책등은 그녀가 꿰맨 것이었다. 실은 붉었고, 굵었다. 바늘땀은 넓었다. 땀마다 매듭을 지었고, 실 끝이 책등 밖으로 나와 있었다. 책등의 구멍은 모두 마흔일곱 개였다. 간격이 모두 같았다. 실은 이미 잿빛으로 바랬다. 매듭이 오목하게 들어간 곳에만 원래의 붉은빛이 조금 남아 있었다.
책장이는 책을 꿰맬 때 실 끝을 안에 감춘다. 그녀는 감추지 않았다.
뒤뜰 바닥에는 흰 석회로 칸이 그려져 있었다. 한 칸에 한 사람이었다. 칸의 크기는 모두 같았다. 칸선은 모두 곧았다.
제3조 “제자는 함부로 걸음을 어지럽히지 못한다.”는 장부에 적혀 있었다. 이 칸들은 그 조항이 땅에 나타난 모습이었다. 칸마다 바닥에 다른 곳보다 짙은 자국이 하나씩 있었다. 발이 같은 자리에 오래 서 있어서 남은 자국이었다.
칸 바깥의 땅은 흙이었다. 많이 밟혀서 이미 평평해져 있었다. 칸 안에서는 누구도 한 걸음 밖으로 나간 적이 없었다.
작업패는 쇠였다. 패마다 번호가 하나씩 있었다. 번호는 앞면에 박혀 있었다. 뒷면에는 두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전푸.
영번의 번호는 나중에 새긴 것이었다. 새긴 자국이 다른 것보다 얕았다. 가장자리는 아직 새것이었다. 다른 번호들의 가장자리는 이미 닳아 둥글어져 있었다.
패를 내주는 장부는 접수대 위에 있었다. 관규 책보다 얇았다. 종이는 부두에서 쓰는 거친 종이였다. 접수대는 널빤지 하나를 나무 궤짝 두 개 위에 얹은 것이었다. 첫 줄은 영번이었다. 등록일은 개관 첫해 삼월이었다.
영번 줄의 직업 칸에는 짐꾼이라고 적혀 있었다. 비고 칸에는 ‘직접 가져감’이라고 적혀 있었다. 이 패는 누가 내준 것이 아니었다. 그가 직접 집어 간 것이었다. 그래서 장부에도 ‘직접 가져감’이라고 적혀 있었다.
영번 다음부터는 줄마다 비고 칸에 회비를 몇 달 냈는지가 적혀 있었다. 가장 긴 줄에는 열일곱 달이라고 적혀 있었다.
개관 칠 년 전까지 영번 패는 그의 허리에 걸려 있었다. 부두 사람들은 모두 그것을 본 적이 있었다.
개관 칠 년 뒤로는 그것이 대문 뒤 못에 걸려 있었다. 못은 쇠였다. 못대가리는 많이 만져져 반들거렸다. 패는 앞면이 벽을 향했고, 뒷면이 밖을 향했다. 문밖의 사람은 그 두 글자를 볼 수 있었다.
제14조는 개관 칠 년째에 적혔다. 글자는 필사자가 쓴 것이었다.
“관주의 패는 관을 떠나지 못한다.”
이 조항의 여백에는 주석이 한 줄 있었다. 글자는 본문보다 작았다. 한 획 한 획 가지런히 쓰여 있었다. 적힌 것은 이랬다. 관주는 관 안에 있다. 글씨는 그가 쓴 것이었다.
“관” 자의 마지막 획은 먹빛이 짙었다. 먹 속에 흰 실이 한 가닥 박혀 있었다. 실은 천에서 떨어진 것이었다. 먹이 말랐고, 실은 먹 속에 그대로 남았다. 한쪽 끝이 종이 면 위로 반 푼쯤 들려 있었다.
오른팔에 감은 천은 그해 열네 바퀴째까지 감겨 있었다. 조항이 하나 늘 때마다 한 바퀴씩 더 감았다. 바퀴의 너비는 손가락 하나였다. 열네 바퀴째는 앞의 것보다 두꺼웠다. 앞 바퀴의 가장자리를 눌러 흰 자국을 냈다.
대문 뒤의 그 못은 문틀 안쪽에 박혀 있었다. 문지방에서 두 걸음 떨어져 있었다.
못 아래 벽에는 다른 곳보다 흰 네모난 자국이 있었다. 가장자리가 가지런했다. 패 한 장의 모양이었다. 패가 걸려 있던 자리에는 먼지가 앉지 않았다. 벽의 색은 줄곧 원래의 흰색 그대로였다.
패가 오래 걸려 있어서 자국도 줄곧 남아 있었다. 먼지는 자국 가장자리에만 내려앉았다. 오래 지나자 가장자리는 더 또렷해졌다.
대문은 두 짝이었다. 나무였다. 문짝 윗가장자리에는 가로로 난 나뭇결이 하나 있었다. 다른 곳보다 짙었다. 문을 밀던 손이 눌러서 생긴 것이었다.
빗장은 문 안쪽에 있었다. 빗장 홈의 먼지는 고르게 깔려 있었고, 건드린 흔적이 한 줄도 없었다. 빗장은 한쪽에 놓여 있었다. 빗장 머리는 위를 향해 있었다. 홈에 한 번도 꽂힌 적이 없었다.
문짝이 닫혀 있을 때는 문틈으로 바깥 빛이 새어 들었다. 열려 있을 때는 문지방이 바로 거리를 향했다.
문 뒤 바닥에는 헝겊신이 두 켤레 있었다. 한 켤레는 그의 것이었다. 코가 안쪽을 향해 있었다. 밑창은 깨끗했고, 부두의 진흙이 없었다. 다른 한 켤레는 새 제자의 것이었다. 밑창에 진흙이 묻어 있었고, 그 진흙은 말라 있었다.
대문의 문지방은 통나무 한 개였다. 바닥에서 손가락 한 마디만큼 솟아 있었다. 문지방 윗면에는 오목한 홈이 하나 있었다. 문짝이 늘 밀고 지나간 자리였다.
문 안쪽의 그 나무판은 다른 곳보다 반들거렸다. 손바닥만 했다. 가장자리가 또렷했다. 모양은 신발 앞창 같았다. 문 바깥쪽 나무판은 잿빛이었다. 긁힌 자국이 몇 줄 있었다. 긁힌 자국은 무언가를 끌어서 생긴 것이었다. 발자국이 아니었다.
반들거리는 그 부분은 개관 팔 년째에 닳아 생긴 것이었다.
그해 일꾼 하나가 인부 막사에 막혀 부두 관문 밖에 서 있었다. 패가 없었다. 그를 관 안으로 데려와 이름을 적으려면 관문으로 가야 했다.
그날 영번 패는 아직 못에 걸려 있었다. 문지방에서 두 걸음 떨어진 곳이었다. 뒷면이 밖을 향해 있었다.
새 제자는 허리에 패를 차고 있었다. 먼저 문을 나서 세 계단을 내려가 길에 닿았다. 계단 밖 돌판 이음새에는 가는 풀이 자라 있었다. 풀은 모두 한 방향으로 쓰러져 있었다. 나서기 전, 새 제자는 뒤를 돌아 문 뒤의 못을 한 번 보았다. 그러고는 다시 고개를 돌렸다.
관주가 뒤따랐다. 발을 들어 문지방을 넘었다. 발이 내려앉은 곳은 문 안쪽의 그 나무판이었다. 문밖 나무판에는 발자국이 없었다.
이튿날에도 같은 발이 같은 자리에 내려앉았다. 문밖에는 여전히 자국이 없었다.
사흗날부터는 그 나무판에 먼지가 다시 덮였다.
그해 말뚝의 주먹 자국은 전해보다 한 겹 늘었다.
화해전 한가운데에 나무 말뚝이 한 개 서 있었다. 먹빛이었다. 사람보다 한 토막쯤 높았다.
말뚝은 원래 전푸 무도관의 뒤뜰에 서 있었다. 부두 관문 옆에서 뜯어 온 오래된 계선주였다. 밑에 있던 주춧돌이 말뚝과 함께 관 안으로 끌려 들어왔다. 주춧돌에는 숫자 하나가 새겨져 있었다. 칠이었다. 관 안으로 끌려 들어올 때 말뚝 몸통에는 이미 금이 하나 있었다.
나중에는 그것이 뒤뜰에 없었다. 옮긴 사람은 기록을 남기지 않았다.
말뚝 몸통에는 얕은 홈이 줄줄이 나 있었다. 한 줄에 열두 개씩이었다. 홈마다 가장자리가 닳아 둥글었다. 삼천 개가 넘었다. 깊이는 제각각이었다. 제자가 한 번 패할 때마다 말뚝에 자국을 하나 새겼다. 자국 하나는 그가 때려눕힌 제자 한 명에 해당했다. 명부에서 그런 이름은 모두 ‘패배’ 칸에 표시가 하나씩 있었다.
주먹 자국이 가장 깊은 구간은 말뚝 오른쪽에 있었다. 자국이 한 줄 위에 또 한 줄 눌려 있었다. 그 구간은 개관 팔 년 뒤에 생긴 것이었다. 말뚝을 친 것은 모두 제자였다. 말뚝의 자국 가운데 흰 천을 감은 손에서 나온 것은 하나도 없었다.
말뚝 꼭대기는 톱으로 잘려 있었다. 잘린 면이 하늘을 향했다. 잘린 나뭇결이 희었다.
말뚝에는 오래된 금이 하나 있었다. 위에서 아래로 비스듬히 갈라져 있었다. 갈라진 틈에 흰 천 조각이 작게 끼어 있었다. 천 가장자리가 말려 있었다. 단단히 끼어 있었다. 누가 감았던 천인지는 말뚝이 기록하지 않았다.
제17조는 개관 십 년째에 적혔다. 글자는 필사자가 쓴 것이었다.
“규칙은 사람으로 바꾸지 않는다. 오직 주먹으로 정한다.”
이 조항의 여백에는 주석이 한 줄 있었다. 글자는 본문보다 컸다. 먹빛이 진했다. 종이 뒷면에 먹방울이 하나하나 배어 나와 있었다. 주석의 글씨는 그가 쓴 것이었다. 본문과 글자 하나 다르지 않았다.
십 년 뒤로, 장부의 어떤 조항도 지워진 적이 없었다. 글자 하나 고쳐진 적도 없었다. 모든 조항은 원래의 글자였다. 모든 서명도 원래의 서명이었다.
그해 명부 사이에 낱장 종이가 한 장 끼어 있었다. 종이에는 고치려던 글자 한 구절이 쓰여 있었다. 반 줄쯤 쓰다가 가로로 한 줄 그어 지웠다. 낱장 뒷면에는 명부의 한 줄이 적혀 있었다. 이름 하나가 있었다. 패배 칸에는 세로줄이 하나 있었다. 세로줄 옆에는 그해의 날짜가 적혀 있었다.
그해 말뚝에 새로 생긴 주먹 자국은 앞의 것보다 모두 깊었다. 나뭇결은 닳아 평평해지지 않았다. 가장자리는 아직 희었다.
제22조는 관규의 마지막 조항이었다. 개관 십일 년째에 적혔다.
“전푸의 제자는 패하지 못한다.”
이 조항은 그가 직접 쓴 것이었다. 붓은 털붓이었다. 붓끝이 부드러웠다. 붓대에는 흰 실이 한 바퀴 감겨 있었다. 손으로 쥐는 자리였다.
‘불’ 자 뒤, ‘득’ 자의 첫 획이 중간에서 한 번 끊겨 있었다. 끊긴 자리의 양쪽이 반 획 너비만큼 어긋나 있었다. 끊긴 면은 평평했다. 이어진 부분은 먹빛이 조금 옅었다. 끝에는 가는 실 같은 꼬리가 끌려 나와 있었다. 그러다 원래 방향으로 돌아와 있었다. 붓이 손에서 조금 미끄러졌다가, 다시 당겨졌다.
이날 오른팔의 천은 스물두 바퀴째에 이르렀다. 천이 모자랐다.
천을 한 토막 잘라 냈다. 자른 자리가 가지런했다. 자로 누르고 잘랐다. 이 천은 원래 이불 안감이었다. 흰 굵은 베였다. 돛천을 꿰매던 여자가 쓰고 남긴 조각을 잘라 만든 것이었다. 잘라 낸 그 한 토막은 제22조가 적힌 쪽의 접힌 자리에 끼워져 있었다. 손가락 세 개 너비였다. 글자도 없었고, 실도 없었다.
제22조 다음, 관규의 마지막 쪽은 비어 있었다. 쪽 아랫부분에도 서명이 없었고, 주석도 없었다. 다음 쪽이 바로 명부였다.
명부 삼백칠 쪽, 끝에서 일곱째 줄 하나가 그어져 지워져 있었다.
곧은 선 하나였다. 양 끝은 글자의 가장자리에서 정확히 멈춰 있었다. 선은 세게 눌려 있어서, 종이 뒷면에 회색 자국이 배어 나와 있었다. 선 밑의 글자는 아직 알아볼 수 있었다.
이 줄의 글자는 이름, 패 번호, 입관 세 칸에 걸쳐 있었다. 순번 칸은 비어 있었다. 이어 읽으면 이렇게 된다. “LM-1, 황푸 궤도 조선소. 입관하지 않은 물건은 통과를 허락하지 않는다.”
이 쪽에는 서신이 한 장 더 끼어 있었다. 머리글에 황푸 궤도 조선소라고 인쇄되어 있었다. 본문은 한 문장뿐이었다. LM-1이 관문 밖에 멈춰 있으니 통과시켜 달라. 서신 뒷면에는 글자 하나가 쓰여 있었다. 그의 글씨였다. “아니”라는 한 글자였다.
이 쪽의 글씨는 필사자의 손이 아니었다. 다른 손이었다. 글자가 앞의 것보다 한 치수 컸다. 글자마다 무게중심이 오른쪽으로 조금 쏠려 있었다. 쏠린 정도는 많지 않았다. 쪽수는 여전히 그 뭉툭한 붓이 쓴 것이었다.
이 줄을 지운 해는 개관 구 년째였다. 줄을 그은 먹은 이 쪽의 다른 먹과 같은 때에 간 것이 아니었다. 뒤에 보탠 것이었다.
명부에서 순번 칸이 빈 줄은 이 줄뿐이었다. 다른 줄에는 모두 순번이 있었다. 순번은 하나씩 이어져 있었고, 중간에 빈자리가 없었다.
명부의 패배 칸은 모든 쪽에 있었다. 대부분의 줄은 비어 있었다.
백 쪽 이전에는 패배 칸에 표시가 거의 없었다. 가끔 세로줄이 하나 있었다. 한 해에 많아야 한 줄이었다. 이백 쪽 무렵에는 세로줄이 촘촘해졌다. 한 줄에 하나, 어떤 줄에는 둘이었다. 세로줄마다 꼭대기에 작은 갈고리가 있었다. 칠 때 손이 저절로 걸어 올린 것이었다.
새 제자의 이름은 명부 마흔한 번째 줄에 있었다. 입관 칸에는 개관 칠 년이라고 적혀 있었다. 패배 칸은 비어 있었다.
접수대 뒤편 벽에 부두 지도가 한 장 걸려 있었다. 먹선으로 그린 것이었다. 종이는 이미 누레져 있었다. 네 귀퉁이는 압정으로 박혀 있었다.
지도에서 관문은 네모 칸으로 그려져 있었다. 칸 안에는 글자가 하나 적혀 있었다. ‘입’이었다. 부두의 다른 곳에는 선만 있었고, 글자는 없었다. 인부 막사는 작은 네모로 그려져 있었고, 이름이 없었다. 조선소는 지도의 맨 가장자리에 있었다. 그려 놓은 선이 종이 가장자리에서 끊겨 있었다.
부두 관문에는 나무 울타리가 하나 있었다.
울타리 꼭대기에는 나무 막대가 가로로 얹혀 있었다. 막대 밑에는 긴 판자가 못으로 박혀 있었다. 판자에는 쇠갈고리가 한 줄로 달려 있었다. 갈고리마다 패가 하나씩 걸려 있었다. 번호는 일부터 사십까지였다. 번호는 쇠못으로 한 번씩 두드려 새긴 것이었다. 획마다 두드린 자국이 있었다.
맨 왼쪽 갈고리는 비어 있었다. 갈고리의 칠은 새것이었다. 무엇이든 걸린 적이 없는 광택이었다. 갈고리 위쪽 나무판에는 “영” 자가 적혀 있었다. 글자는 새로 덧그린 것이었다. 아주 반듯하게 그려져 있었다.
울타리 가운데에는 네모난 구멍이 하나 있었다. 패 하나만 꽂을 수 있었다. 구멍 가장자리는 손길에 닳아 반들거렸다. 패를 꽂으면 울타리의 가로 막대가 들려 올라갔다.
울타리 살 사이의 틈은 사람 하나가 몸을 옆으로 틀어 지나갈 만큼이었다.
패가 없는 사람은 울타리 밖에 서 있었다. 울타리는 움직이지 않았다.
개관 십이 년, 겨울이었다.
아구이는 울타리 밖에 서 있었다. 멜대는 울타리 가에 기대어져 있었다. 양쪽 끝의 줄이 아직 걸려 있었다. 매듭은 느슨했다.
그의 두 손은 가로 막대 위에 얹혀 있었다. 손등에는 부두의 먼지가 묻어 있었다. 마디가 굵었다. 손가락 끝살에는 굳은살이 한 겹 있었다. 굳은살의 가장자리는 단단했다. 짐을 져서 닳아 생긴 굳은살이었다. 굳은살이 겹겹이 쌓여 있었다. 손톱은 짧게 깎여 살 가장자리에 닿아 있었다. 손톱 틈에는 먼지가 끼어 있었다.
그의 몸에는 패가 없었다.
그의 뒤에는 사람 둘이 서 있었다. 그들도 패가 없었다. 울타리 안쪽 긴 의자에 앉은 사람들은 목에 패를 걸고 있었다. 패끼리 부딪혀 작은 소리가 한 번씩 났다.
부두의 물은 관문 밖 돌계단 위에서 한 칸씩 내려갔다. 셋째 칸까지 내려가서 멈추었다. 그러다 조금 다시 차올랐다.
그의 패는 대문 뒤에 걸려 있었다. 달마다 내는 패였다. 이번 달 회비를 내지 않아 패는 관에 남았다. 못에 걸린 채 영번 옆에 붙어 있었다. 그 못 줄에는 패가 여러 개 걸려 있었다. 패마다 앞면이 벽을 향해 있었다.
울타리 가운데 네모난 구멍은 비어 있었다. 아구이는 손을 가로 막대에서 거두어, 바지 솔기 양옆에 내려놓았다. 손바닥이 안쪽을 향했다.
울타리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들어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