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부 · 완벽하지 않아
제19장이 얼굴로도 춤출 수 있어
这张脸能跳舞
중국어 원문을 옮긴 번역입니다.

균열이 그녀의 얼굴에서 이어졌다.
광대뼈 쪽의 한 줄이 먼저 귓뿌리까지 갔다. 거기서 귓뿌리를 돌아 아래턱으로 내려왔다. 두 끝이 서로 맞닿았다. 맞닿는 순간에는 소리가 나지 않았다. 이어지고 나니 얼굴 전체가 고르게 깨져 있었다. 조각마다 헐거워졌다.
어깨 위의 날개가 먼저 무너졌다. 깨진 거울 조각이 가장자리에서부터 한 장씩 들려 올라왔다. 서로 한 번씩 부딪히고는 떨어졌다. 조각들은 더 잘게 부서지지 않았다. 그저 미끄러져 열렸다. 한 겹이 다른 겹을 누르며 쌓였고, 그 밑의 검은 것이 드러났다. 관람석의 사람들도 따라서 깨졌다. 같은 얼굴이었다. 맨 윗줄부터 갈라졌다. 갈라진 자리 뒤로 뒤쪽 좌석이 드러났다. 흰색이었다. 비어 있었다. 한 줄 한 줄 이어졌고, 아무도 앉아 있지 않았다.
보정본 셋이 가장 먼저 부서졌다. 그것들은 아직 그의 좌우에 서 있었다. 같은 동작을 하고 있었다. 손은 반쯤 들려 있었고, 무릎은 반쯤 굽어 있었다. 그러다 동시에 흩어졌다. 세 무더기의 반짝이 조각이 되었다. 조각들은 거울 바닥 위를 조금 미끄러지다 멈췄다. 세 무더기의 모양이 똑같았다.
그녀가 깨진 조각들 속에서 걸어 나왔다.
조각이 그녀의 몸에서 아래로 떨어졌다. 한 조각이 떨어질 때마다 그녀는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갔다. 걸음이 정확했다.
얼굴에는 반쪽짜리 거울만 남아 있었다. 왼쪽은 온전했다. 오른쪽에는 아직 거울 면이 한 겹 붙어 있었다. 한 조각씩, 빛이 비칠 만큼 얇았다. 그녀는 닦지 않았다. 발을 들어 깨진 거울 조각 하나를 밟았다. 거울은 소리를 내지 않았다.
거울 바닥에 얼굴이 한 장씩 비쳤다. 그녀의 발밑에서 관람석까지 줄지어 이어졌다. 얼굴마다 아래턱이 그의 것보다 더 단단히 조여 있었다. 얼굴마다 어깨가 그의 것보다 반듯했다. 거울 바닥에는 그도 비쳤다. 한 장씩, 또 한 장씩. 모두 그녀의 동작보다 반 박 늦었다. 그는 그 얼굴들 사이에 서 있었다. 고개를 숙여 보지 않았다. 깨진 거울 조각의 가장자리가 그의 어깨에 닿았다. 떨어졌다. 차가웠다. 그는 털어 내지 않았다.
거울 바닥 밑에서 음악이 올라왔다. 속도가 바뀌는 팝 댄스곡이었다. 전자 드럼이 울렸다. 음마다 지나치게 깨끗했다. 앞의 네 박은 느렸다. 슬로모션 영상처럼 느렸다. 그녀의 팔이 허공을 가르며 지나갔다. 그어진 선을 한 가닥씩 셀 수 있었다. 그녀의 머리카락은 다이아몬드 실이었다. 몸을 돌릴 때마다 그 실들이 함께 돌았다. 빠르지도 늦지도 않았다. 다섯 번째 박은 갑자기 두 배가 되었다. 그녀의 발이 차고 나갔다. 옆차기였다. 왼쪽, 오른쪽, 왼쪽, 오른쪽. 그렇게 쉬지 않고 차 들어왔다. 발은 모두 정박 위에 떨어졌다. 좌우가 완전히 대칭이었다. 무릎이 굽을 때마다 같은 각도에서 멈췄다. 누가 초시계를 눌러 놓고 계산한 것 같았다.
그는 받지 않았다. 첫 발이 어깨를 스쳤다. 그는 발바람을 따라 뒤로 물러났다. 둘째 발의 바람이 오른쪽 귀를 긁고 지나갔다. 끊긴 자리 안의 자줏빛 심이 한 번 번쩍였다. 그는 또 물러났다. 무릎 안쪽의 그 오래된 힘줄이 먼저 경보를 울렸다. 힘줄이 팽팽해지자 그는 무게중심을 반 치쯤 바깥으로 옮겼다. 옮긴 뒤에야 다음 박을 이었다. 그 힘줄은 열다섯 살 그해에 춤을 추다 망가졌다. 망가뜨린 것이 바로 이 대목이었다. 셋째 발이 가슴 앞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는 계속 물러났다. 무대 가장자리까지 물러나, 뒤꿈치가 가장자리를 밟았다. 무대 가장자리의 칠이 한 군데 벗겨져, 그 밑의 흰 면이 드러났다.
가장자리 바깥에는 땅이 없었다. 성궤 회랑의 돌계단이었다. 계단이 한 칸씩 아래로 놓여 있었다. 끊긴 자리는 한 걸음 너비였다. 회랑에는 바람이 없었다. 소리도 없었다. 그의 몸에 난 땀이 천천히 식었다. 살갗에 달라붙어, 한 번씩 밀려오듯 차가웠다. 끊긴 자리 안에서 차가운 분홍빛이 조금 새어 나왔다. 아래에서 위로 비쳤다. 그는 고개를 숙여 보았다.
그는 마음속으로 셌다. 서른한 번째 계단에 이르자, 끊긴 자리에 가로 금이 하나 있었다. 한쪽은 깊었고 한쪽은 얕았다. 마흔네 번째 계단에도 가로 금이 있었다. 위의 것보다 얕았다. 쉰일곱 번째 계단에는 또 가로 금이 있었다. 이것이 세 번째 금이었다.
세 번째 금 옆에는 그보다 더 옅은 자국이 하나 더 있었다. 누군가 문질러 지운 자국이었다. 아주 평평하게 문질러져, 다른 곳보다 밝은 면 하나만 남았다. 그 밝은 면에서는 획의 시작과 끝을 찾을 수 없었다.
그는 쪼그려 앉지 않았다. 손을 들었다. 엄지와 검지를 벌려, 마음속으로 그 가로 금의 길이를 한 번 재었다. 다 재고 나서 손을 내렸다.
퍼펙트 미러가 말했다. “네 박자가 떨리고 있어.”
그녀가 말할 때는 이미 그의 앞에 와 있었다. 얼굴의 반쪽 거울은 그의 얼굴을 비추었다. 나머지 반쪽은 그녀 자신의 얼굴이었다. 두 목소리가 겹쳐 울렸다. 하나는 낮았고 하나는 높았다. 모든 글자가 같은 박 위에 떨어졌다. 1밀리초 빨랐던 것도, 1밀리초 늦었던 것도 없었다. 말이 끝나도 메아리는 없었다.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숨을 들이마셨다. 그 한 번의 숨은 가슴 아래 조금까지밖에 내려가지 않았다. 그는 무게중심을 아래로 눌렀다. 스텝으로 옆으로 미끄러져, 가장자리에서 중앙으로 물러나 돌아왔다. 미끄러지는 동안 그는 박 위를 밟지 않았다. 음악 뒤쪽 반 박 자리를 밟았다. 그 발디딤은 아주 가벼웠다. 그의 것이었다.
그의 외투 뒤쪽에는 그림자 무늬가 하나 있었다.
검은 가죽이었다. 등 위에 그림자 한 조각이 어깻죽지에서 허리까지 깔려 있었다. 그 그림자는 그가 여러 해 입어 온 것이었다. 몸을 돌릴 때마다 반 박 늦게 따라 돌았다. 그가 그렇게 만든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늘 그랬다.
이제 그것이 움직였다.
어깻죽지 쪽이 먼저 풀렸다. 그림자의 가장자리가 젖은 종이가 벽에서 떼어지듯 들려 올라왔다. 그다음은 허리였다. 그다음은 등 전체였다. 그는 외투를 뒤로 휙 젖혔다. 그림자 전체가 털려 내려와 거울 바닥에 떨어졌다. 소리는 나지 않았다. 어깻죽지가 한순간에 가벼워졌다. 등 한쪽이 서늘해졌다.
바닥에 떨어진 그림자가 먼저 하나 일어섰다. 그가 한 번 더 털자 셋이 일어섰다. 마지막 한 번에는 다섯이 일어섰다. 바닥의 그림자가 한꺼번에 불어났다. 그의 그림자와 겹쳐져, 어느 것이 그의 것인지 구별할 수 없었다.
그녀의 시선이 세 번째 그림자의 손 위에 떨어졌다. 거기서 멈췄다가 다시 거두어졌다.
그림자 분신 다섯은 모두 그보다 반 박 늦었다. 서로와도 가지런하지 않았다. 하나는 먼저 손을 들었다. 정수리를 넘어 올라갔다가 다시 거두었다. 하나는 지나치게 곧게 서 있었다. 땅에 꽂아 둔 막대기처럼 곧았다. 하나는 발이 남의 박 위에 떨어졌다. 헛디뎠다가 다시 맞춰 왔다. 마지막 하나는 몸을 반쯤 돌리다 멈췄다. 거울 바닥에 비친 자기 그림자를 한 번 보았다. 그러고는 다시 돌아섰다.
그녀의 방어가 좌우 대칭으로 펼쳐졌다. 왼쪽, 오른쪽, 왼쪽. 거울 면이 박 위에서 정확하게 펼쳐졌다.
그의 발밑 거울 바닥의 틈에 물이 조금 고여 있었다. 그의 땀이었다. 한 방울씩 이마 모서리에서 튕겨 나가, 그가 춤춘 자리마다 떨어졌다. 발에 밟히면 흩어졌다가, 다시 모였다.
그의 호흡은 팔을 따라 움직였다. 숨을 들이마실 때는 그 한 번이 가슴 아래 조금까지만 내려갔다. 내쉴 때는 그제야 갈비뼈를 따라 천천히 내려앉았다. 한 번 휘두를 때마다 왼쪽 어깨가 먼저 조금 가라앉았다. 그다음에 따라왔다.
네온 참은 그의 것이었다. 팔을 휘두르자 전기 자줏빛이 손목 뒤에서 끌려 나와, 허공에 칼빛 한 줄을 그어 냈다. 손등의 박자 무늬도 빛나고 있었다. 팔보다 반 박 늦었다.
첫 번째 칼빛은 첫 박 뒤에 떨어졌다. 그녀의 왼손 거울 면이 펼쳐져 막아 냈다. 두 번째 칼빛은 두 박 사이에 떨어졌다. 그녀의 오른손 거울 면도 펼쳐져, 또 막아 냈다. 세 번째, 네 번째, 다섯 번째 칼빛은 매번 다른 박 위에 떨어졌다. 하나는 그녀의 박 앞에, 하나는 뒤에, 하나는 그녀의 박 한가운데를 눌렀다. 그 박은 그녀의 안무 악보에 없었다.
칼빛이 거울 바닥에 떨어질 때마다 둔한 소리가 한 번씩 났다. 창가에서 세어 세 번째 마룻널을 밟았을 때처럼 둔했다.
그녀의 방어가 펼쳐졌다. 그러나 막아야 할 곳을 찾지 못했다. 다섯 번째 칼빛이 떨어졌다. 거울 면이 펼쳐지지 않았다. 칼빛이 그녀의 어깨선을 스쳐 지나갔다. 아주 가느다란 빛 한 줄이 남았다. 그 빛은 거울 바닥에서 한 번 번쩍였다. 그러고는 아주 천천히 어두워졌다.
그의 오른손이 안주머니를 한 번 눌렀다. 그 이어폰은 맨 밑에 눌려 있었다. 줄은 여전히 한 바퀴로 감겨 있었다.
재원이 말했다. “우리는 가지런하지 않아. 그래서 너는 계산할 수 없어.”
그가 말을 마쳤다. 말은 그녀의 멈춤 뒤에서 반 박 늦게 떨어졌다.
무대 옆의 여덟 명이 다시 한 줄로 섰다. 키 순서대로였다. 같은 높이, 같은 각도였다. 다 같이 다리를 들었다. 다 같이 내려놓았다. 밑창이 거울 바닥에 닿는 그 소리는 한 사람의 것뿐이었다. 여덟 명의 손등은 모두 깨끗했다. 자줏빛은 한 점도 없었다.
그의 그림자는 그녀들을 기다리지 않았다.
한 명은 일찍 나갔다. 다리를 반쯤 들었다가 도로 거두었다. 한 명은 늦었다. 발을 디뎠을 때 다른 이들은 이미 몸을 돌린 뒤였다. 마지막 한 명은 아예 멈춰 섰다. 허리를 굽히고 두 손을 무릎에 짚은 채 숨을 몇 번 몰아쉬었다. 나머지는 여전히 추고 있었다. 각자 따로 췄다. 누구의 박자도 누구의 박자와 맞지 않았다.
두 무리가 같은 거울 바닥 위에서 엇갈렸다. 그녀들의 손이 그림자의 손을 스치고 지나갔다. 닿지는 않았다. 그림자의 손은 차가웠다. 온기가 없었다. 스치고 지날 때는 바람만 조금 일었다.
그림자 하나가 여덟 명 사이에 섰다. 네 번째와 다섯 번째 사이였다. 여덟 명의 다리가 그것의 몸 양옆을 지나갔다. 올라갔다가 내려왔다. 어느 다리도 그것에 닿지 않았다. 그것은 그녀들 모두보다 반 박 늦었다. 다리는 허공에 멈춘 채 다음 박을 기다렸다.
여덟 명과 다섯 그림자가 부딪친 순간에도 소리는 없었다. 거울 바닥 위로 얇은 안개가 떠올랐다. 거울 바닥의 냉기인지 그의 땀인지 구별할 수 없었다.
여덟 명은 다시 계산해 보았다. 방금 그 대목을 그대로 복사해 옮겼다. 첫 박은 맞았다. 둘째 박에서 비었다. 계산해 보지 않았던 그 동작은 그녀들의 안무 악보에 없었다. 그녀들은 빈자리에 맞춰 다리를 들 수밖에 없었다. 들어 올린 다리는 어느 박 위에도 떨어지지 않았다. 여덟 얼굴이 같은 방향으로 돌았다가 다시 돌아왔다. 돌아올 때 얼굴마다 1밀리미터씩 어긋나 있었다.
퍼펙트 미러가 말했다. “복사할 수 없어… 이 대목에는 악보가 없어.”
그녀는 그 여덟 명을 보지 않았다. 그녀의 시선은 그의 발에 멈춰 있었다. 목소리도 그 자리에서 멈췄다. 이어지지 않았다.
가지런함이 가지런하지 않음과 부딪쳤다. 여덟 명의 대형이 제풀에 흩어졌다. 흩어질 때 누구도 누군가와 부딪치지 않았다. 빈자리마다 비껴 돌았다. 정확하게 비껴 돌았다. 관람석의 사람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의 박자는 여전히 늦었다. 반 박 늦은 채로 그는 그 박 안에 서 있었다. 앞으로도 뒤로도 가지 않았다.
오른쪽 거울 면은 여전히 한 조각씩 떨어지고 있었다. 세 번째 조각이 떨어지자 그녀의 오른쪽 광대뼈가 드러났다. 다섯 번째 조각이 떨어지자 아래턱이 드러났다. 마지막 조각이 그녀의 얼굴에서 떨어져 나왔다. 거울 바닥을 미끄러져, 그의 신발 코 앞에 멈췄다.
그 조각이 바닥에 닿을 때 아주 가느다란 소리가 났다. 실 한 가닥이 팽팽해졌다가 풀리는 소리 같았다.
앞면이 위를 향했다. 그녀의 한쪽 눈이 비쳤다.
퍼펙트 미러가 말했다. “칠천 번을 고쳤어. 이 얼굴만은 보이고 싶지 않았거든.”
그 말은 그녀의 입에서 나왔다. 메아리는 없었다. 그의 신발 코 앞, 그 거울 조각 위에 떨어졌다.
그녀는 말을 마치고 시선을 내렸다. 자기 눈과 같은 높이로 평평하게 내렸다. 이번에는 그가 똑똑히 보았다.
그것은 진짜 얼굴이었다. 두 눈이 대칭이 아니었다. 왼쪽 눈이 오른쪽보다 조금 낮았다. 눈꼬리 주름이 한 줄씩 가늘었다. 콧대에는 오래된 흉터가 하나 있었다. 흰색이었다. 미간에서 내려와 비스듬히 조금 뻗어 있었다. 입꼬리에 점 하나가 있었다. 얼굴에는 화장이 없었다. 피부에는 아주 얇은 유분이 번들거렸다. 불빛이 닿으면 잠깐 반짝였다. 이마 쪽에 땀이 있었다. 머리카락이 한 올씩 달라붙어 있었다. 진짜 땀이었다. 왼쪽 아래턱에 이음매가 하나 있었다. 2센티미터쯤이었다. 색이 피부보다 조금 짙었다. 나이는 무대 위의 어느 버전보다 많았다. 그리고 어느 버전보다 살아 있었다.
이 얼굴에는 이제 거울이 없었다.
그 얼굴은 그와 한 군데가 무척 닮아 있었다. 웃을 때는 입꼬리가 먼저 조금 내려갔다. 그는 침을 한 번 삼켰다.
그녀는 숨을 들이마셨다.
그 숨을 들이마실 때 입술이 한 줄기 틈으로 벌어졌다. 가슴이 한 번 움직였다. 거울 바닥의 먼지가 그 숨을 따라 안쪽으로 조금 쏠렸다. 그의 호흡은 흐트러져 있었다. 그가 들이마신 숨은 그녀의 숨보다 길지 않았다.
관람석에서는 이제 아무도 고개를 끄덕이지 않았다. 맨 앞줄 사람들의 손에서 종이가 무릎 위로 떨어졌다. 종이에는 같은 얼굴이 찍혀 있었다. 아무도 줍지 않았다.
그녀가 손을 들어 가리려 했다. 손은 반쯤 올라가 중간에서 멈췄다. 그가 볼 수 있는 높이였다. 손바닥은 바깥을 향했다. 손끝은 얼굴에서 손가락 한 마디쯤 떨어져 있었다. 그 손은 떨리지 않았다.
그의 손은 아직 들려 있었다. 아까 칼을 막던 자세 그대로였다. 그는 그녀를 막지 않았다. 자기 손을 내렸다. 손바닥이 안주머니를 스쳤다. 천 너머로, 그 이어폰이 아직 있었다.
삼 년 전 그 아침에도 손 하나가 이렇게 그의 후드 끈을 정리해 준 적이 있었다. 손은 찼다. 손톱은 짧게 깎여 있었고, 자른 자리가 평평했다. 두 손가락이 짧은 쪽 끈을 집어, 반 마디쯤 아래로 당겼다. 그다음 긴 쪽 끈을 밀어 넣었다. 두 끈이 같은 길이가 되었다. 그 손이 이제 가지런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고맙다고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그 말 뒤에서 얇게 흩어졌다.
그는 가지런히 하지 않았다. 그녀의 손이 중간에 멈춰 있는 것을 보았다. 그 손을 끌어 내리지 않았다. 다른 쪽도 평평하게 맞춰 주지 않았다. 그녀의 손은 아직 거기 멈춰 있었다. 내려가지도 않았고, 거두어지지도 않았다.
그는 쪼그려 앉았다. 발치의 그 조각을 뒤집었다. 뒷면이 위를 향했다. 뒷면은 잿빛이었다. 아무것도 비추지 않았다. 조각의 가장자리는 여전히 얇았다. 그는 그 가장자리를 건드리지 않았다.
재원이 말했다. “더는 고치지 마. 이 얼굴로도 춤출 수 있어.”
그가 말을 마쳤다. 말은 그녀의 멈춤 뒤에서 반 박 늦게 떨어졌다. 그녀의 멈춤은 바뀌지 않았다.
거울 바닥의 차가운 빛이 한 번 움직였다. 그녀의 발밑에서 기어 올라와, 그의 소맷부리 쪽으로 향했다. 절반쯤 올라와 멈췄다. 그것은 그에게 닿지 않았다.
불이 꺼졌다.
촬영 조명이 기둥 꼭대기에서 하나씩 어두워졌다. 기둥의 그림자가 하나씩 거울 바닥에 쓰러졌다. 같은 방향이었다. 그림자도 따라서 어두워졌다. 마지막 등이 꺼지자 무대에는 빛이 없었다. 거울 바닥도 더는 빛나지 않았다. 깨진 거울 조각들이 바닥에 누워 있었다. 한 조각 한 조각 모두 빛나지 않았다.
음악이 없었다. 밑창이 거울 바닥에 닿는 소리가 한 번씩 났다. 아까보다 무거웠다. 그가 듣는 것은 자기 발소리뿐이었다.
그의 무릎이 굽었다. 버텼다. 다시 곧게 섰다. 땀이 이마 쪽을 타고 내려와 눈썹뼈를 지나 흘렀다. 그는 닦지 않았다.
탑이 밤하늘에 온전한 윤곽으로 처음 나타났다.
가느다란 통 하나가 숲에서 곧장 솟아 있었다. 가운데가 좁아졌다. 위쪽 머리가 두 층이었다. 꼭대기에는 안테나가 하나 있었다. 안테나 끝에는 불이 없었다. 탑 몸통에도 불 켜진 칸이 하나도 없었다. 그것은 더는 무대가 아니었다. 그저 탑이었다. 산꼭대기 숲 위에 서서 조용히 있었다. 바람이 숲에서 불어 나와 거울 바닥의 가장자리에 닿았다가 다시 돌아갔다. 깨진 거울 조각은 움직이지 않았다. 산기슭의 거리도 드러났다. 차 불빛이 줄줄이 이어졌다. 사람들이 걷고 있었다. 모두 고개를 숙이고 걸었다. 아무도 고개를 들지 않았다. 편의점 문이 열려 있었다. 계산대 뒤에서 누군가 냉장고 안에 물건을 채우고 있었다. 한 줄 한 줄, 병 입구가 모두 같은 방향을 향해 있었다.
거울 바닥은 여전히 발밑에 있었다. 이제는 아무것도 비추지 않았다. 다시 비추었을 때, 비친 것은 하늘 한 조각이었다.
북동쪽에 그 원이 아직 걸려 있었다. 밝은 면은 그대로였다. 옅은 자줏빛 테가 바깥 둘레에 걸려 있었다. 밝은 면에는 흰 구름이 덩이덩이 떠 있었다. 움직이지 않았다. 검은 입구는 원의 위쪽, 탑 쪽으로 조금 치우친 곳에 있었다. 입구 가장자리의 그 흰 고리도 아직 있었다.
원의 서쪽이 한 조각 이지러져 있었다. 이지러진 자리가 검은 입구의 가장자리까지 파고들었다. 이지러진 가장자리는 가지런했다. 그 뒤는 비어 있었다. 잿빛이 도는 흰색이었다. 아무것도 걸려 있지 않았다. 그 부분은 이제 하늘이었다. 이지러져 떨어져 나온 옅은 자줏빛 한 토막은 그 빈자리 옆에 매달린 채 있었다. 이어지지도 않았고, 떠나지도 않았다.
그는 고개를 든 채 돌아보지 않았다.
옛 연습실의 창은 밤이라 검었다.
소년은 창가에 서 있었다. 오른손으로 아래턱을 누르고 있었다. 손가락 살 밑의 그 눌린 자국은 가장자리가 하얗게 질려 있었다. 아직 조금 아팠다. 그는 손을 놓지 않았다.
창유리에 한 사람이 비쳤다. 후드티의 모자가 등 뒤로 넘어가 있었다. 후드 끈은 하나는 길고 하나는 짧았다. 이마에 머리카락이 달라붙어 있었다. 아래턱 오른쪽에 짙은 자국이 하나 있었다. 자기 엄지가 눌러 남긴 자국이었다. 유리 속의 그 사람도 이런 얼굴이었다. 고치지 않은 얼굴이었다.
그는 오래 보았다.
창턱에는 고운 먼지가 내려앉아 있었다. 먼지 위에 작은 지문이 여러 줄 찍혀 있었다. 하나씩 나란히 붙어 있었다. 크기는 제각각이었다.
그러고는 손을 내렸다.
눌린 자국 부분이 한 번 뛰었다. 가장자리의 흰빛이 천천히 물러나 피부색이 되었다. 그는 누르지 않았다. 자가 거울 틀 아랫단에 기대어 있었다. 눈금 0이 창 쪽을 향했다. 모서리는 이미 닳아 둥글었다. 손이 닿는 곳에 있었지만 그는 집지 않았다. 검은 테이프 선이 거울 틀 아랫단에 붙어 있었다. 바로 그 높이와 마주 보고 있었다. 한쪽 끝이 들려 있었다. 그는 재지 않았다.
그는 숨을 내쉬었다. 그 숨은 가슴에서 목구멍까지 올라와 내쉬어졌다. 열두 번을 세고서야 다 내쉬었다. 다 내쉬자 어깨가 한 번 풀렸다. 그는 말하지 않았다.
바닥의 휴대폰이 한 번 밝아졌다. 열한 시 여섯 분이었다.
문 앞의 텅스텐 필라멘트 전구가 아직 켜져 있었다. 따뜻한 노란빛이었다. 문틀은 비추었지만 문턱은 비추지 않았다. 문틀에 난 오래된 긁힌 자국이 여전히 제자리에 있었다. 문틀 꼭대기에 음료수 한 병이 세워져 있었다. 병 글씨가 물에 불어 흐려져 있었다. 옆에는 우산 한 자루가 기대어 있었다. 우산살이 젖어 있었다. 물이 우산 끝을 따라 한 방울씩 떨어져, 문밖 복도 바닥에 작은 고리를 이루었다. 고리 가장자리에 신발 자국 두 개가 있었다. 젖은 자국이었다. 문턱 앞에 멈춰 있었다. 신발코가 안쪽을 향해 있었다. 들어오지는 않았다.
복도 등은 소리에 반응하는 등이었다. 문밖에서 한 개가 켜졌다가 한 개가 꺼졌다. 지나가는 사람은 없었다.
소년은 다가가지 않았다. 그는 두 신발 자국이 천천히 마르는 것을 보았다. 가장자리가 오므라들었다. 마지막에는 바닥에 옅은 흰 자국만 조금 남았다. 벽에 붙은 마지막 스티커는 모서리가 아직 빳빳했다. 그것은 그의 것이었다.
그는 몸을 돌렸다. 발을 내려놓았다. 창가에서 세어 세 번째 마룻널을 밟았다. 둔한 소리가 한 번 났다. 그것이 그의 박자였다.
그는 자기 손등을 한 번 보았다. 손등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뼈마디만 있었다.
그의 무릎에는 오래된 상처가 있었다. 오래 서 있으면 먼저 뻣뻣해졌다. 그는 거울 앞으로 걸어갔다. 거울 틀 오른쪽 아래 칸에 섰다. 그곳에는 와시 테이프가 한 줄 붙어 있었다. 위에 적힌 글자가 아직 남아 있었다. ‘3’이었다. 테이프 한쪽이 조금 말려 올라와 있었다. 누군가 엄지로 눌러 펴 놓은 자국이 있었다. 문에서 여기까지는 열한 걸음이었다.
거울의 한쪽 절반이 밝게 켜져 있었다. 그 안에 자기 모습이 비쳤다. 나머지 절반은 어둠 속에 있었다. 그는 줄곧 보지 않았다. 이번에는 보았다.
어두운 쪽 절반에서 한 조각이 밝아졌다. 아주 옅은 흰빛이었다. 그 조각은 천천히 위로 올라갔다. 평평하게 올라가, 네모난 무대가 보일 때까지 올라갔다. 네 귀퉁이에 가느다란 기둥이 서 있었다. 기둥 꼭대기는 검었다. 등은 없었다. 계단에는 얇은 물이 한 겹 고여 있었다. 탑의 아래쪽 절반이 비쳤다. 관람석은 무대 바깥에서 층층이 감아 올라갔다. 의자 등받이는 희었다. 하나하나 모두 비어 있었다.
화면 가운데에 한 사람이 서 있었다. 검은 가죽 외투였다. 이쪽에 등을 보이고, 무대의 먼 쪽을 향해 있었다. 등의 그림자 무늬는 옅었다. 움직이지 않았다. 벽의 그 스티커에는 반쪽만 남은 이름이 있었다. 이 사람의 이름이었다. 그는 서 있었다. 움직이지 않았다.
화면 오른쪽 아래, 이쪽과 가까운 곳에 사람이 하나 더 있었다. 그녀는 그 사람에게 등을 돌리고 서 있었다. 얼굴은 이쪽을 향해 있었다. 그녀의 왼쪽 아래턱에 이음매가 하나 있었다. 길이는 2센티미터였다.
2센티미터. 그의 자로 잴 수 있었다.
그가 그녀를 보는 순서는 아래턱, 눈, 손이었다. 평가 때 맨 뒷줄에 앉아 있던 사람이 사람을 보던 순서였다. 그는 기억하고 있었다.
그녀가 손을 들어 바닥에서 작은 거울 조각을 하나 집었다. 손톱만 했다. 앞면이 위를 향했다. 그녀의 한쪽 눈이 비쳤다. 조각의 가장자리는 얇았다. 건드리면 쉽게 들렸다. 그녀는 그것을 왼쪽 뺨 쪽에 도로 대고, 그 이음매 위에 대어 평평하게 눌렀다. 손가락 살이 눌릴 때 아주 가느다란 소리가 났다. 손끝이 잠깐 멈췄다. 아주 짧게 멈춘 뒤에야 내려놓았다.
그 작은 거울 조각이 뺨 쪽에 붙었다. 가장자리가 보이지 않았다. 이음매가 있던 자리에는 평평한 빛 한 겹만 남았다.
재원은 돌아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