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 · 탑이 밝혀진 밤
제4장허락되지 않은 동작
不被允许的动作
중국어 원문을 옮긴 번역입니다.

물웅덩이 속의 그 빛 점은 꺼지지 않았다.
그 물웅덩이는 상하이에 있었다. 손바닥만 했다. 일곱 번째 테이블 다리 옆에 펼쳐져 있었고, 수면에는 고가도로의 흰빛 한 줄이 떠 있었다. 물속의 반쪽 얼굴은 상하이의 것이 아니었다. 턱에서 귓바퀴까지, 끊어진 귀걸이 하나가 빛 점 바로 옆에 있었다.
800킬로미터 밖에서, 그 얼굴의 주인은 자기 연습실 한가운데 서 있었다. 흰 신발 가장자리에 바닥 틈의 먼지가 묻어 있었다. 같은 점이 그의 턱선에도 있었다. 그의 얼굴과 함께 커졌다.
3밀리미터. 이 수치는 그가 이제 잴 필요가 없었다.
손가락 끝이 귀 아래에서 턱 모서리까지 미끄러졌다. 중간에 아주 옅은 단차가 하나 있었다. 그 단차에서 위로 3밀리미터 올라간 곳이 통과할 수 있는 얼굴이었다. 위로 밀어 올리는 데는 2초가 걸렸다. 먼저 그 단차를 찾고, 살을 함께 끌어올렸다. 자리에 닿으면 한 번 멈춰야 했다. 거울 속 얼굴이 안정될 때까지 기다렸다. 내려오는 데는 2초가 걸리지 않았다. 손을 놓고 제자리로 돌아오는 데는 한 박도 걸리지 않았다. 이쪽 끝은 세어 보았다. 저쪽 끝은 세어 본 적이 없었다.
연습실의 바닥이 사방에서 일어섰을 때, 그의 얼굴은 한 칸 한 칸 잘려 있었다. 눈썹이 한 칸, 콧대가 한 칸, 턱이 한 칸이었다. 칸마다 가장자리에 이음매가 남아 있었고, 언제든 빼서 갈아 끼울 수 있었다. 그는 한가운데 서 있었다. 사방의 보조광이 그를 비추어, 자연스러운 그림자가 한 군데도 없었다. 코 밑에도 없었다.
이제 그 선이 저절로 빛났다.
빛은 턱 한가운데에서 시작해 양쪽으로 갔다. 아주 천천히, 누군가 손톱으로 뼈를 따라 긁고 지나가는 것처럼. 청람빛이 뼈의 선을 따라 귀뿌리까지 기어올랐다. 귀 뒤의 끊어진 마이크 귀걸이까지 기어올랐다. 끊긴 자리에서 드러난 자줏빛 심이 한 번 빛나다가 다시 어두워졌다. 끊긴 자리는 거칠었다. 삼 년째 고치지 않은 것이었다. 한 번 고치려면 귀걸이 한 개를 통째로 다시 주조해야 한다. 다시 주조하고 나면 끊긴 자리는 남지 않는다.
거울 칸이 열을 받아 들뜨기 시작했다. 청람빛이 지나간 칸은 가장자리가 말리고, 하얗게 바래고, 떨어져 나갔다. 뒤에서 누가 불을 대고 구운 것처럼. 파편이 그의 신발 옆에 떨어졌다. 흰색 하이탑 무용화였다. 앞코는 닳아서 보풀이 일어 있었다. 신발끈은 느슨하게 풀린 채 매듭이 없었다. 이 신발은 한 번도 규정에 맞은 적이 없었다. 규정에는 검은색 로우탑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는 피하지 않았다. 그 손은 진작 내려와 있었다. 이번에는 다시 들어 올리지 않았다. 0.4센티미터는 아직 그대로였다. 줄곧 그랬다.
“이 얼굴은 원래 내 것이었다.”
그 손이 내려간 같은 순간, 1200킬로미터 밖에서는 다른 손이 이미 펴진 종이 위를 누르고 있었다.
도쿄의 막차는 제자리에 멈춰 서서 움직이지 않았다. 차량은 비어 있었다. 천장등의 흰빛이 차량을 가득 누르고 있었다. 바닥에는 어두운 곳이 한 군데도 없었다. 미쓰키는 가장 안쪽 자리에 앉아 있었다. 휴가 신청서는 무릎 위에 펼쳐져 있었다. 옛 접힌 자국이 두 개, 새 접힌 자국이 한 개였다. 세 자국이 종이 면을 가로질러 종이를 네 조각으로 나누고 있었다. 오래된 강 세 줄 같았다.
그녀는 엄지로 접힌 선을 따라 바깥쪽으로 밀어, 한 자국씩 펴 나갔다. 세 번째 자국에 이르러 손이 접힌 틈 한가운데서 반 초 멈췄다. 열네 살 되던 해 나무 상자 앞에서 익힌 그 반 초와 길이가 같았다. 그 반 초를 그녀는 십일 년 동안 눌러 왔다. 눌러 온 종이 모서리는 한 번도 들린 적이 없었다. 이번에는 다 펴고 나서 손을 떼었다. 다시 누르지 않았다.
글자는 그녀가 직접 쓴 것이었다. 아주 작게 썼다. 사유 칸은 비어 있었다. 그녀는 한 번 채운 적이 있었다. 채우고 나서 스스로 그어 지웠다. 두 획이었다. 아주 가볍게. 그은 자국이 아직 남아 있었다.
유리창에 그녀의 얼굴과 그 종이가 겹쳐 비쳤다. 왼쪽 눈 밑의 초승달 모양 자국은 처음에는 어두웠다. 그러다 눈꼬리 쪽 끝에서부터 밝아졌다. 한 점씩, 광대뼈까지 밝아졌다. 빛이 얼굴에서 내려와 목을 지나고 쇄골을 지났다. 오른팔을 타고 손등까지 기어갔다. 마지막에는 종이 위의 접힌 선, 그녀가 방금 펴 놓은 그 선으로 떨어졌다. 접힌 선이 빛을 붙잡았다. 선 전체가 환하게 켜졌다.
그녀는 종이를 안주머니에 쑤셔 넣지 않았다. 종이를 반으로 다시 접었다. 두 번만 접고, 세 번째 선은 접지 않은 채 두었다.
파리, 돌계단 위. 스완의 손이 세 번째 단의 가장자리를 짚고 있었다.
붉은 테이프가 위에서 번져 내려왔다. 한 바퀴 한 바퀴 그녀의 발목을 감았다. 먼저 감긴 것은 오른발의 낡은 운동화였다. 테이프는 넓었다. 관인 같은 붉은색이었다. 감길 때마다 찰싹 달라붙는 소리가 조금 났다. 그녀는 한 번 발을 들어 보았다. 들리지 않았다.
그녀는 계속 세고 있었다. 오른발은 열한 바퀴, 왼발은 일곱 바퀴였다. 오른발을 더 촘촘히 감았다. 그 신발은 여기 있으면 안 되는 것이었다. 가방 속 반려 통지서는 이미 두 번 접혀 가장 밑층에 눌려 있었다. 거기에는 반려된 번호만 적혀 있었다. 종이에 적히지 않은 한마디는 얼굴을 마주 보고 들은 말이었다. 그 말을 한 사람은 손에 펜을 들고 있었다. 고개도 들지 않았다.
그녀는 자기 발을 내려다보았다. 왼발은 새틴 토슈즈였다. 새틴 끈이 교차해 종아리까지 감겨 있었다. 앞코는 딱딱했다. 그 위에 서면 키가 두 치쯤 커진다. 오른발은 운동화였다. 신발 바깥쪽이 개찰기에 쓸려 한 줄 반들거렸다. 신발끈은 아무렇게나 맨 매듭이었다. 매듭에는 지하철 통로의 먼지가 아직 걸려 있었다. 이 두 신발을 함께 신은 지 육 년이 되었다. 앞의 삼 년 동안은 문에 들어서기 전에 오른쪽 신을 바꿔 신었다. 뒤의 삼 년은 바꾸지 않았다.
발목의 테이프에 가는 틈이 타 들어갔다. 불이 아니었다. 빛이었다. 각성 무늬가 그녀의 종아리 안쪽에서 아래로 내려왔다. 테이프가 눌러 덮은 곳까지 내려오자, 테이프 가장자리가 먼저 말렸다. 그다음 갈라졌다. 갈라진 틈이 하나에서 줄줄이 늘어났다.
그녀는 차지 않았다. 잡아당기지도 않았다. 발을 한 치씩 빼냈다. 한 치를 빼고 멈춰 섰다. 갈라진 틈이 스스로 조금 더 벌어지게 두었다. 그다음 다시 한 치를 뺐다. 세 치째에서 테이프가 신발끈 매듭을 물었다. 그녀는 다른 손의 두 손가락으로 매듭을 밀어 풀었다. 세 번을 밀고서야 풀렸다. 뒤꿈치가 먼저 나왔다. 그다음은 신발 윗부분이었다. 마지막은 신발 한 짝 전체였다. 풀려 떨어진 테이프는 돌계단 위에 놓였다. 아직 발목의 모양을 하고 있었다. 속이 비어 있었다. 가운데 구멍이 그녀의 발보다 한 둘레 작았다.
그녀는 똑바로 섰다. 어깨선이 원래 높이로 돌아왔다. 아까보다 머리 반 개 남짓 높았다.
“이 신발은 안 바꿔.”
같은 박에, 뉴욕 약국 모퉁이에는 아직 쪼그려 앉은 사람이 하나 있었다.
가격표가 앤드루의 어깨와 등에 가득 내려앉았다. 흰 작은 종이 딱지였다. 한 장 한 장, 높은 곳의 닫힌 뚜껑 밑에서 날려 내려왔다. 어깨선 위에, 손등 위에, 신발 윗면 위에 내려앉았다. 펼친 손바닥의 나사 위에도 내려앉았다. 가슴의 군번표 위에도 내려앉았다. 군번표는 비어 있었다. 아무것도 새겨져 있지 않았다. 줄이 두 가닥이었다. 짧은 쪽이 쇄골에 닿아 있었다. 가격표가 내려앉자 마침 그 빈자리를 덮었다.
나사는 손바닥 안에 누워 있었다. 땀에 젖어 있었다. 여섯 개 가운데 갈아 끼운 것이 바로 이 한 개였다. 나머지 다섯 개보다 짧았다. 나사산도 굵었다. 그것은 그의 외투 주머니 속에서 삼 주를 지냈다. 안감이 닳아 동그랗게 구멍이 났다. 구멍 가장자리에 보풀이 일었다.
첫 번째 가격표가 그의 어깨에서 떨어졌다. 바닥에 닿자 부서졌다. 얇은 흰 막이 되어 퍼졌다. 바람이 한 번 불자 사라졌다. 두 번째와 세 번째가 뒤따라 떨어졌다. 위에서 아래로 떨어졌다. 어깨, 팔, 손등 순서였다. 마지막은 군번표 위의 한 장이었다. 군번표가 다시 드러났다. 줄이 두 번 흔들렸다.
그는 무릎을 짚고 일어섰다. 왼쪽 무릎이 먼저 소리를 냈다. 둔하고, 오래된 소리였다. 그는 그 무릎이 몇 도쯤에서 울리는지 알았다. 그보다 더 올라가면 울리지 않는다는 것도 알았다. 울리고 나서 그는 잠깐 멈췄다. 그다음 다시 똑바로 섰다.
“일어서는 데는 돈도 안 든다.”
그는 크게 말하지 않았다. 모퉁이에는 그와 빈 약 선반 한 줄만 남아 있었다. 선반 끝의 등 하나가 아직 켜져 있었다. 누르스름한 작은 점이었다.
상하이, 누군가 입을 열었다.
칭롼은 비닐 차양 밖 두 걸음 떨어진 곳에 서 있었다. 안경은 이미 주머니에 넣어 두었다. 그녀는 보려는 것이었다. 보이려는 것이 아니었다. 그녀가 입을 열었다. 먼저 나온 것은 글자가 아니었다. 한 호흡이었다. 쇄골 위 두 손가락 너비쯤 되는 곳에서 그 호흡이 밀려 올라왔다.
오른쪽 귀 뒤의 그 고리 문신이 밝아졌다. 가장 안쪽 고리가 먼저 밝아졌다. 그다음 둘째, 셋째 고리가 밝아졌다. 고리는 갈수록 넓어졌다. 쇄골까지 밝아졌다. 밝아지는 순서는 그녀가 말하는 순서를 따랐다. 그녀가 몇 번째 글자를 말하면 몇 번째 고리에 불이 켜졌다. 그녀는 자기 눈으로는 볼 수 없었다. 다만 피부 밑에서 무언가가 한 바퀴씩 바깥으로 밀어내는 것을 느꼈다.
등에 줄곧 붙어 있던 좁은 빛띠 두 줄이 풀렸다. 펼쳐질 때는 소리가 없었다. 합쳐지지 않는 두 장의 깃털 모양으로 펼쳐졌다. 가운데에 틈이 한 줄 남아 있었다. 그 틈으로 뒤쪽 도로가 보였다.
차양 아래에서 포장마차 주인은 그녀에게 등을 돌리고 있었다. 그 솥의 국은 그가 방금 다시 끓여 놓은 것이었다. 지금도 끓고 있었다. 흰 김이 뚜껑을 밀어 올려 틈이 생겼다. 철국자는 솥 가장자리에 걸쳐져 있었다. 그는 그것을 더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녀의 주머니 속 휴대전화는 아직 켜져 있었다. 화면에는 그녀가 방금 친 한 줄이 있었다. 삼켜졌던 그 한 줄과 똑같았다. 그 위에 메모가 하나 겹쳐 있었다. 시간 하나만 적혀 있었다. 밤 열 시 반이었다. 거리를 쓸던 아주머니가 그날 알려 준 퇴근 시간이었다. 그녀는 그것을 적을 때 무엇에 쓸지 정하지 않았다.
머리 바로 위, 탑에서 솟아오른 빛이 이 순간 한 번 끊겼다. 대략 반 초 끊겼다. 아주 먼 곳에서 누군가 눈을 한 번 깜박인 것 같았다.
그 반 초를 틈타, 도쿄의 차량이 어두워졌다.
미쓰키가 일어섰다. 종이를 안주머니에 도로 쑤셔 넣었다. 일어설 때 손잡이를 잡지 않았다. 멈춘 차량이 달리는 차량보다 안정적이었다.
그녀는 무게중심을 왼발에 실었다. 오른손은 허리 옆에 늘어뜨려져 있었다. 손가락이 먼저 풀렸다가 다시 오므라들었다. 허리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칼집도 없었고, 손잡이도 없었다. 그런데도 그 손은 자리를 기억하고 있었다. 엄지는 날밑이 있어야 할 자리를 누르고 있었다. 나머지 네 손가락은 빈 채로 쥐고 있었다. 엄지와 검지 사이에 틈을 한 줄 남겼다.
열아홉 살 되던 해 겨울, 도장 뒤편의 그 눈밭이었다. 눈이 발목까지 쌓여 있었다. 그날은 상대도 없었고, 심사도 없었고, 지켜보는 사람도 없었다. 그녀는 그냥 움직이고 싶었다. 그래서 목도는 방 안에 두고, 빈손으로 눈밭을 한 번 오갔다. 그러고 나서 빈손으로 한 번 뽑았다. 거둬들이는 자세에서 오른발이 반 걸음 헛디뎌졌다. 몸이 앞으로 확 쏠렸다. 무릎이 눈 속에 구덩이를 냈다. 보기 좋지 않았다. 그녀는 자기가 웃고 있었다는 것을 기억했다. 웃으며 내쉰 입김이 그 칼의 선보다 길었다. 방으로 돌아와서는 그 일을 기록지에 적었다. 다 적고 나서 찢었다. 평생 그런 칼은 그 한 번만 뽑았다.
지금 그녀의 손이 허리 옆에서 가라앉았다가, 밀어 보냈다.
반 박 늦었다. 그녀도 늦었다는 것을 알았다. 첫 동작을 할 때 그녀는 한순간 더 멈췄다. 어떤 교범에 적힌 것보다 길게 멈췄다. 규정에 어긋날 만큼 길었다. 그러고 나서 한 번에 밀어 보냈다.
손바닥 안의 청람빛이 길게 늘어났다. 엄지와 검지 사이에서 손끝 밖으로 30센티미터쯤 뻗었다. 날이 있는 모양으로 늘어났다. 한가운데에 더 밝은 선 하나가 그 모양을 따라 흘렀다. 차량 한 칸의 등이 한순간 어두워졌다가 돌아왔다.
“이 한 동작은 내가 하고 싶어서 한 거야.”
그 모양이 흩어졌다. 그녀의 손은 여전히 펴져 있었다. 손바닥이 위를 향해 있었다.
상하이, 또 다른 두 손이 위를 향했다.
칭롼은 두 팔을 몸 옆에서 들어 올렸다. 머리 위까지 올렸다. 팔꿈치가 먼저 나가고 손목이 뒤따라 왔다. 비천의 시작 자세였다. 어릴 때 설서장 뒤쪽 무대에서 본 동작이었다. 그날 누군가 한마디 했다. 꼬마가 뭘 봐. 그녀는 가지 않았다. 막 가장자리에 서서 그 대목 전체를 끝까지 보았다.
긴 비단 천이 따라 올라가, 반원을 그리며 휘둘러졌다. 끝자락은 이미 천이 아니었다. 위로 흩어지는 빛 조각이었다. 절반쯤 흩어지자 보이지 않았다. 반원이 가장 높이 올라갔을 때 그녀의 발이 땅에서 한 치 떨어졌다. 한 치뿐이었다. 그다음 발은 물웅덩이 속으로 내려앉았다. 튀어 오른 물은 도로 떨어지지 않고 허공에 걸렸다.
이 한 박은 자기 심장 박동보다 조금 늦었다. 손가락은 여전히 허벅지 바깥쪽을 누르고 있었다. 누르는 것은 여전히 일판삼안이었다. 다만 오늘 밤 이 한 번은 반 안 늦었다. 그녀는 쫓지 않았다. 따라잡으면 다시 가지런해진다.
그 빛 점들이 서울 연습실의 창을 통과했다.
재원이 춤을 췄다.
음악은 없었다. 그는 스스로 박을 셌다. 셋째 박에서 멈췄다. 누구보다 오래 멈췄다. 거울 칸 속의, 아직 들떠 떨어지지 않은 분신들까지 따라 멈추었다. 그다음 터졌다. 어깨가 먼저 나갔다. 옆구리가 뒤따랐다. 발은 마지막 반 박에 가서야 떨어졌다. 떨어진 뒤에 다시 멈췄다. 끊고, 멈추고, 터뜨린다. 이 대목은 누구에게도 허락받은 적이 없었다.
벽에 종이 한 장이 붙어 있었다. 하루 일과가 적혀 있었다. 몇 시 도착, 몇 시 체중 측정, 몇 시 거울 무대 진입, 몇 시 기숙사 복귀. 삼 년 전에 누군가 그 종이를 반쯤 찢어 냈다. 남은 반쪽은 그대로 붙어 있었다. 모서리가 말려 있었다. 그가 춤을 출 때 마침 그 반쪽 종이와 마주 보고 있었다.
거울 칸 속의 분신들은 따라오지 못했다. 분신들은 정박을 밟고 있었다. 어깨선은 똑같이 높았고, 보폭은 똑같이 넓었다. 줄줄이 가지런했다. 그가 반 박 어긋나면 분신들은 반 박 늦게 쫓아왔다. 그가 한 번 더 어긋나면 분신들은 끊어졌다. 먼저 손이, 그다음 어깨가, 그다음 몸 전체가 떨어져 나갔다. 한 칸씩 흩어졌다. 파편이 바닥을 따라 멀리 미끄러져 갔다.
손등의 가로선과 점 세 개가 박자에 맞춰 켜졌다 꺼졌다 했다. 끊어진 마이크 귀걸이가 흔들려 귓바퀴를 때렸다. 조금 아팠다. 그는 멈춰서 문지르지 않았다.
“따라오지 못하면 따라오지 마.”
파편 하나의 반사광이 파리의 돌계단에 떨어졌다.
스완이 세 걸음 물러났다. 돌계단 윗가장자리까지 물러났다. 그녀의 손이 몸 옆에서 펼쳐졌다. 다섯 손가락을 펴고, 손끝을 살짝 늘어뜨렸다. 이 손 모양은 열 살 때 이미 익힌 것이었다. 그녀를 가르친 사람은 나중에 심사석에서 네 글자를 적었다.
그녀가 뛰어올랐다.
도움닫기 두 걸음, 오른발로 땅을 박찼다. 왼다리가 먼저 올라갔다. 몸이 공중에서 4분의 1바퀴 비틀렸다. 이 뛰는 법은 정통 곡목 어디에도 없었다. 교범에는 이런 식의 도약을 “중심 불명”이라고 적어 두었다. 그녀가 공중에 머문 시간은 교범이 정한 것보다 짧았다. 반 박 일찍 뛰었기 때문이다. 얼마나 앞당겼는지는 그녀 자신만 알았다.
착지한 것은 오른발이었다. 낡은 운동화가 돌에 먼저 닿았다. 밑창이 마찰했다. 둔하고 거친 소리가 한 번 났다. 돌가루가 조금 짓이겨져 흩어졌다. 왼발의 토슈즈는 그다음에 내려앉았다. 거의 소리가 없었다. 두 신발이 땅에 닿은 것은 반 박 차이가 났다. 그 반 박은 그녀가 스스로 남긴 것이었다.
왼쪽 손목의 납작한 고리가 펼쳐졌다. 육각형 비늘이 한 장씩 뒤집혀 나왔다. 비늘이 모여 한 면의 호를 이루었다. 절반만 맺히고 멈췄다. 나머지 절반은 아직 비어 있었다. 윤곽 한 줄만 그녀의 연습용 가디건 소맷부리 바깥에 붙어 있었다. 그녀는 그것이 다 자라기를 기다리지 않았다.
그 호에서 비늘 한 조각의 빛이 흔들리며 건너갔다. 뉴욕까지 건너갔다.
앤드루가 외투를 휙 젖혔다. 재킷을 반쯤 벗어 팔꿈치에 걸어 두었다. 그는 어깨를 한 번 털었다. 재킷이 통째로 미끄러져 내려 약국 입구 계단에 떨어졌다. 안에는 회색 라운드넥 티셔츠가 있었다. 목둘레가 느슨하게 늘어져 있었다.
스무 살 되던 해, 그는 시멘트 바닥에서 이 대목을 추었다. 네 번째 여덟 박에서 누군가 그를 불러 세웠다. 그 사람은 손에 표를 들고 있었다. 표에는 “태도”라는 칸이 있었다. 그 사람은 이건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이건 여기서 추면 안 된다고 했다. 그날 그가 신은 것은 지급받은 군화였다. 밑창이 딱딱했다. 끈은 맨 위 구멍까지 끝까지 묶여 있었다. 다리를 쓸 때 뒤꿈치가 시멘트를 긁어 흰 자국 두 줄을 냈다. 그는 나중에 그 흰 자국을 신발 밑창으로 문질러 지웠다. 오래 문질렀다. 손바닥에 땀이 나도록 문질렀다. 그날부터 그는 다시 추지 않았다.
지금도 그의 발에는 군화가 신겨 있었다. 끈 윗부분은 묶지 않았다. 양쪽으로 늘어뜨려 두었다.
그는 먼저 쪼그려 앉았다. 손을 바닥에 짚고 오른다리로 한 바퀴를 쓸었다. 타일 위의 먼지가 쓸려 나가 동그란 고리 하나를 그렸다. 그다음 바닥으로 내려섰다. 어깨로 바닥에 닿아 반 바퀴 돌았다. 한 손으로 버티고 올라섰다. 온몸이 한 손 위에 멈춰 섰다. 왼쪽 아랫팔 위의 호박색 고리가 그와 함께 돌았다. 그보다 느리게 돌았다. 반 바퀴 늦게야 따라잡았다. 가슴의 군번표가 어깨 쪽으로 튀었다. 줄이 한 바퀴 감겼다.
몸 옆에 철골 보 반 토막의 모양이 맺혔다. 절단면은 거칠었다. 녹이 드러나 있었다. 절반쯤에서 끊겼다. 나머지 절반은 아직 없었다.
“이 춤, 그때는 못 추게 했지.”
그가 착지했다.
같은 박에, 다섯 도시에서 다섯 사람이 각자 동작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차량의 바닥, 젖은 도로, 연습실의 나무 바닥, 돌계단, 약국 입구의 타일. 다섯 곳의 바닥이 동시에 한 번 떨렸다.
그 선이 켜졌을 때, 시선이 그들과 같은 높이로 내려왔다.
칭롼의 발밑에 계단이 먼저 생겼다.
그녀가 서 있던 도로가 아니었다. 그녀는 고개를 숙였다. 젖은 도로는 그대로 있었다. 그와 동시에 그녀의 신발 밑에서 돌계단 한 단이 떠올랐다. 속이 꽉 차 있었고 단단했다. 가장자리는 끊겨 있었다. 그녀는 무게중심을 그쪽으로 실었다. 계단은 버텼다. 끊긴 자리는 거칠었다. 꺾어 부러뜨린 자리였다. 잘라 낸 자리가 아니었다. 그녀가 신발 바닥으로 지그시 누르자 가장자리에서 가루가 몇 알 떨어졌다. 가루는 아래로 떨어져 그 밑의 검은 어둠 속으로 들어갔다. 내내 소리가 나지 않았다.
그녀는 쪼그려 앉아 끊긴 자리를 한 번 만져 보았다. 단면에는 작은 구덩이가 있었다. 볼록한 곳도 있었다. 손가락 끝이 걸렸다. 이건 부어서 만든 것도 아니었고, 갈아서 만든 것도 아니었다. 누군가 다른 곳에서 한 덩이를 떼어 와 여기에 내려놓은 것이었다. 돌계단 가장자리에는 얕은 홈이 하나 남아 있었다. 무언가 새겼다가 짓밟아 평평하게 만든 것 같았다. 그녀의 손톱이 그 홈에 걸려 가루를 조금 긁어냈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똑똑히 보지 못했다.
돌계단은 한 단만이 아니었다. 그것들은 위로 올라가는 길을 이루고 있었다. 한 단 한 단, 사이가 끊겨 이어지지 않았다. 끊긴 틈은 정확히 한 걸음 너비였다. 딱 한 걸음이었다. 많지도 적지도 않았다. 누가 재어 놓은 것 같았다. 멀리 보면 다섯 줄기 빛이 서로 다른 다섯 방향에 서 있었다. 서로 맞닿지 않았다.
그리고 그녀는 사람을 보았다.
미쓰키는 그녀의 왼쪽 앞, 여섯 걸음쯤 떨어진 곳에 있었다. 두 사람의 발밑은 같은 방이 아니었다. 미쓰키의 발밑에는 전철 바닥의 이음매가 있었다. 그녀의 발밑에는 물이 있었다. 그런데도 바닥은 이어졌고, 빛도 이어졌다. 미쓰키가 눈을 들었다. 손은 여전히 펴져 있었다. 손바닥이 위를 향해 있었다. 두 사람 모두 움직이지 않았다.
조금 더 오른쪽에서, 재원은 아직 떨어지는 파편 속에 서 있었다. 흰 신발에 먼지가 묻어 있었다. 그가 먼저 복도 저쪽 먼 곳을 향해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그쪽에서는 사람이 잘 보이지 않았다. 두 가지만 보였다. 육각형 비늘 하나가 빛을 튕기고 있었고, 아직 다 자라지 않은 철골 보 토막의 윤곽이 있었다. 그쪽도 한 번 답했다.
다섯 사람은 지구 반대편을 사이에 두고, 처음으로 누군가의 똑바른 눈에 보였다. 누구도 먼저 입을 열지 않았다.
먼저 입을 연 것은 칭롼이었다. 그녀가 말할 때, 그 고리 문신의 가장 안쪽 고리가 다시 한 번 켜졌다.
“우린 모르는 사이야. 그래도 난 널 봤어.”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아무도 떠나지 않았다.
시선이 그들 사이에서 위로 솟았다.
올라가는 동안 발밑의 돌계단은 한 단 한 단 작아졌다. 다섯 줄기 빛은 다섯 점으로 줄어들었다. 그다음은 구름이었다. 대기층의 가장자리였다. 지구의 밤 면이었다.
다섯 개의 탑이 처음으로 한 컷 안에 온전히 들어왔다. 그전에는 아무도 그 꼭대기를 본 적이 없었다. 거리에서 고개를 든 사람들에게는 꼭대기가 구름에 삼켜져 있었다. 탑 밑에서 올려다보면 그 빛은 보이지 않는 곳까지 이어졌다. 지금 이 높이에서 보면, 그것들은 밤의 면 위 곡선에 선 다섯 개의 기둥이었다. 머리가 있었고 끝이 있었다. 다섯 개를 다 합쳐도 그 곡선의 작은 한 토막 길이에 못 미쳤다.
곡선의 맞은편에서는 주황빛 새벽빛이 대기층 가장자리를 따라 배어 나오고 있었다. 아주 얇은 띠 한 줄이었다. 아직 퍼지지 않았다.
이 높이에서는 그 검은 입구도 보였다. 그것은 어느 도시의 하늘에도 없었다. 대양 위 하늘에 있었다. 지표에서 달보다 훨씬 가까웠고, 다섯 탑보다 수만 배 높았다. 검은 원 하나였다. 가장자리에 가느다란 흰 고리가 한 줄 둘러 있었다. 원 바깥의 별빛은 비틀려 호가 되어 있었다. 거리의 사람들이 자기 머리 위에서 본 그 원들은 여기에 하나도 없었다. 검은 입구 옆에는 아무것도 걸려 있지 않았다.
그다음 상하이 그 탑의 빛이 움직였다. 빛이 한 번 돌았다. 천천히였다. 사람을 고르는 것 같았다.
칭롼은 곡선의 왼쪽 아래 모서리에서 고개를 들었다. 안경을 쓰지 않았다. 그래도 똑똑히 보였다.
탑은 오늘 밤 두 마디를 했다. “하늘은 너무 높다. 우리가 이미 너희 대신 닿아 보았다.” “탑 아래 선 자는 더는 고개를 들 필요가 없다.” 이 두 마디를 그녀는 차양 아래에서 한 번 들었고, 물웅덩이 속에서 또 한 번 들었다. 지금 그녀는 그것들을 뜯어 보았다. 앞의 절반은 남기고, 뒤의 절반은 버렸다. 그리고 다시 맞춰 보았다.
“그들이 탑을 지은 건 하늘에 닿기 위해서였다. 우리가 오르는 건 사람들을 꺼내기 위해서다.”
그녀는 말을 마치고 손을 내렸다. 탑의 빛은 여전히 그녀를 향하고 있었다. 옮겨 가지 않았다.
그녀도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발밑의 그 돌계단 한 단은 아직 있었다. 가장자리에서 방금 그녀가 긁어 떨어뜨린 가루는 이미 멀리 떨어졌다. 그 아래로는 도로가 있었고, 물웅덩이가 있었고, 차양 아래에서 다시 끓기 시작한 솥이 있었다. 상하이에 날이 밝기까지 두 시간이 남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