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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부 · 폐 끼치지 않기

제14장잘 자

睡吧

중국어 원문을 옮긴 번역입니다.

제14장 잘 자

그래도 그 사람은 움직였다. 발은 바닥을 떠나지 않고 끌듯이 나아갔다. 그려 내는 호는 하나하나가 털끝만큼도 어긋나지 않게 대칭이었다.

가면 한가운데의 금은 그대로 있었다. 이마에서 내려온 금이었다. 아주 가늘어서, 빛을 비스듬히 받아야 보였다.

그 사람이 끌어낸 첫걸음에서, 발등의 그 어두운 자리가 미끄러져 내려갔다. 그림자는 따라가지 않았다. 제자리에 남았다. 한쪽 끝은 아직 미쓰키의 뒤꿈치에 이어져 있었고, 다른 쪽 끝은 비어 있었다. 구두코 모양의 가장자리가 눌려 있었다.

구두 밑창이 격자에 닿은 채 앞으로 밀렸다. 한 자 밀고 멈추고, 다시 한 자 밀었다. 소리가 없었다. 후리소데의 두 소매가 몸을 따라 돌았다. 오른쪽 긴 소매가 오른쪽에 호를 그리면, 왼쪽 긴 소매는 왼쪽에 똑같은 호를 그렸다. 높이가 같았고, 호의 길이가 같았다. 소맷부리가 내려앉는 자리도 좌우가 마주 보았다. 허리 위는 후리소데였고, 허리 아래는 납빛 회색 양복바지였다. 허리 한가운데의 그 딱 잘린 듯한 선은, 몸이 돌 때도 한 올 어긋나지 않았다. 접부채가 가슴 앞에서 뒤집혔다. 부채면이 안을 향했다. 다시 뒤집히자 부채면이 바깥을 향했다.

미쓰키는 셌다. 네 걸음이 온 박 하나였고, 여덟 걸음이 한 소절이었다. 여덟째 걸음이 내려앉으면, 다음 걸음은 첫걸음이 있던 자리에서 다시 시작되었다.

미쓰키는 세 소절을 보았다. 세 소절은 같은 소절이었다. 소맷부리가 스쳐 간 높이, 부채면이 뒤집힌 각도, 발끝이 멈춘 자리와 격자 선 사이의 틈. 세 번이 털끝만큼도 다르지 않았다. 포개 놓으니 한 줄이었다.

미쓰키는 이것을 알아보았다.

얼마 전이었다. 어쩌면 꼬박 하루 낮밤 전이었다. 그녀는 이제 탑 안의 시간을 믿지 않았다. 그때 그녀의 세 칼도 이렇게 겹쳐 한 줄이 되었다. 손목은 가장 다치기 어려운 자리에 놓여 있었다. 몹시 살뜰하게 놓여 있었다. 그녀가 정한 것이 아니었다.

형광등 불빛이 철골에서 한 층 한 층 내리눌렸다. 백자 위에 비쳤고, 후리소데의 짜임 무늬 위에도 비쳤다. 어느 한 군데도 얼룩지지 않았다. 미쓰키는 자기가 숨을 참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녀는 그 숨을 내쉬었다.

춤 안에는 멈춘 데가 한 군데도 없었다. 기다리는 데도 없었다. 반 박이 남아 추는 사람이 스스로 고를 데도 없었다.

아홉째 걸음에서, 부채가 이쪽으로 한 번 밀어 보냈다.

바람은 평평했다. 부채면에서 밀려 나왔다. 한 면 전체가 한꺼번에 밀려 왔다. 격자를 따라 스치며 다가왔다. 미쓰키는 몸을 옆으로 틀었다. 왼쪽 어깨를 먼저 내주었다. 흰 넓은 소매가 들리며 노가쿠 구름무늬가 바깥으로 뒤집혔다. 무늬가 그녀의 얼굴 반쪽을 덮었다. 바람은 오른쪽 어깨를 눌렀다. 그쪽에는 아무것도 걸쳐 있지 않았다. 바람이 살갗에 그대로 닿았다. 바람은 그녀의 몸을 왼쪽으로 두 걸음 비스듬히 밀어냈다.

구두 밑창이 격자 위에 두 줄을 끌었다.

두 줄 다 비뚤었다. 한 줄은 길고 한 줄은 짧았다. 짧은 쪽은 끝이 살짝 갈고리처럼 꺾였다. 이 바닥의 다른 선은 모두 가지런했다. 격자가 그랬다. 그림자 병사들의 어깨선이 그랬다. 그 사람의 바지 주름선이 그랬다. 부채가 그린 두 호도 그랬다. 이 두 줄만 어지러웠다.

그녀의 등 뒤에서 그림자 병사들의 원이 다시 걷기 시작했다. 보폭이 같았다. 간격도 같았다.

그녀는 자기가 숨을 헐떡이는 것을 들었다. 맞은편에는 그런 숨소리가 없었다.

미쓰키는 기수식을 잡지 않았다.

그녀는 포샤오를 몸 옆으로 거두었다. 칼몸이 오른쪽 아래팔에 붙었다. 날은 뒤를 향했다. 칼집이 없었다. 이 일격은 본래 칼집에서 나와야 했다. 그녀의 칼집은 자기 아래팔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멈췄다.

그대로 굳었다. 발바닥은 움직이지 않았다. 어깨도 움직이지 않았다. 칼 위의 청람빛은 칼끝까지 가서 거기 멈췄다. 되돌아오지 않았다.

그녀는 맞은편의 박을 세지 않았다. 자기 숨을 셌다.

하나.

둘.

춤은 그녀의 눈앞에서 한 소절을 마치고, 다시 첫걸음부터 시작했다. 원은 그녀의 등 뒤에서 걸었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돌고, 다시 돌아왔다. 형광관 속에서 나는 그 평평한 소리가 계속 귓가를 눌렀다. 귓속이 먹먹할 만큼 눌렀다.

셋. 넷.

다섯 번째 숨까지 멈춰 있자, 왼쪽 무릎이 시큰거리기 시작했다. 오른쪽 무릎은 왼쪽보다 낡았다. 낡은 쪽은 든든했다. 시큰거리는 쪽은 새로운 쪽이었다. 벚꽃 분홍 매듭에서 풀린 두 가닥 실이 그녀의 손등에 붙어 있었다. 꼼짝하지 않았다. 왼쪽 안주머니에는 종이 두 장이 갈비뼈에 붙어 있었다. 하나는 그녀 자신의 것이었다. 다른 하나는 칼등에서 주운 종이 조각이었다. 그 조각은 일어서기 전에 그녀가 밀어 넣은 것이었다.

그녀의 눈이 위로 한 번 올라갔다. 눈만 올라갔다.

철골이 위로 뻗어 형광등 불빛 속으로 들어가 있었다. 끝이 보이지 않았다. 탑의 네 다리가 안으로 모이는 곳, 대전망대 아래에 무언가 아주 큰 것이 세워져 있었다. 모양은 보이지 않았다. 길고 곧게 서 있다는 것만 보였다. 시계판이 휘둘리고, 재가 떨어지고, 그림자 병사들이 걸어도, 그것은 한 번도 움직이지 않았다. 형광등 불빛이 그 표면을 미끄러졌다. 재 한 점도 그 위에 내려앉지 않았다.

여섯째 숨을 반쯤 내쉬었을 때, 그녀가 움직였다.

맞은편의 발걸음이 어느 박에 이르렀기 때문이 아니었다. 그녀가 움직이고 싶어졌기 때문이었다.

칼이 아래팔에서 뒤집혀 나갔다. 한 번에 터졌다. 몸에 붙어 있던 자세에서 뻗은 자세까지, 그 사이에 과정이 없었다. 왼쪽 눈 밑의 초승달 모양 자국이 동시에 광대뼈까지 빛났다. 칼날이 부챗살에 부딪치는 소리는 짧았다. 금속성이었다. 두 박의 정확히 한가운데에 떨어졌다. 앞 박은 막 지나갔고, 뒤 박은 아직 오지 않았다.

춤에 틈이 뚫렸다.

오른쪽 소매는 제 호를 다 그렸다. 왼쪽 소매는 따라가지 못했다. 중간에 멈춰서 늘어졌다. 후리소데 자락에, 처음으로 가지런하지 않은 주름이 생겼다.

미쓰키가 세던 그 온 박이 한 번 걸렸다.

그다음, 춤이 없어졌다.

그 사람의 손이 빨라졌다. 부채는 더 이상 호를 그리지 않았다. 내리치고 있었다. 한 번, 두 번, 다섯 번, 열 번 남짓. 왼쪽에서, 오른쪽에서, 머리 위에서. 한 번마다 더 촘촘해졌다. 박이 흐트러졌다. 미쓰키처럼 흐트러진 것과는 달랐다. 너무 빨랐다. 온 박이 땅에 닿기도 전에 다음 박이 밀고 들어와, 온 박들이 한데 엉겨 부서졌다.

미쓰키는 물러났다. 칼등으로 받았다. 받을 때마다 반 걸음씩 물러났다. 일곱째 받음이 너무 세었다. 엄지와 검지 사이, 살이 벗겨졌던 자리가 또 한 겹 화끈거렸다.

부챗살이 부러졌다.

첫째 살은 축못에서 바깥으로 세 치 되는 곳에서 부러졌다. 부러진 끝이 날아가 격자에 꽂혔다. 선 채로 꽂혔다. 둘째 살이 뒤따라 부러졌다. 미쓰키의 발 옆 한 자쯤에 꽂혔다. 축못의 머리가 이 와중에 반쯤 빠져나왔다.

부러진 살 두 개 사이의 그 한 장이 빠져나왔다. 공중에서 두 번 뒤집혔다. 미쓰키의 구두코 앞에 떨어졌다.

카드 한 장이었다. 딱딱하고, 베이지색이었다. 위아래 두 란으로 나뉘어 있었다. 위 란에는 ‘출’이 인쇄되어 있었다. 구멍은 아주 높은 칸에 뚫려 있었고, 구멍 가장자리는 보풀져 있었다. 아래 란에는 ‘퇴’가 인쇄되어 있었다. 구멍은 하나도 없었다. 기계 이빨이 찍어 낸 얕은 자국조차 없었다. ‘퇴’ 란의 첫 칸 옆에 이 칸의 시각이 인쇄되어 있었다. 오후 다섯 시 삼십 분.

미쓰키가 고개를 들었다.

가면의 금이 벌어졌다. 깨진 것이 아니었다. 벌어졌다. 이마에서 아래로, 왼쪽의 가로 이음선을 가로질러, 비스듬히 턱 쪽으로 내려갔다. 왼쪽의 그 한 조각이 느슨해져 떨어져 나가, 그 밑의 반쪽 얼굴이 드러났다.

일곱 걸음 떨어져서, 그녀가 볼 수 있는 것은 이것뿐이었다. 눈 밑의 거무스름한 자국이 넓게 번져 있었고, 짙어서 어두웠다. 아랫눈꺼풀이 부어 있었다. 잠을 못 잔 사람의 그런 부기였다. 나머지 반쪽은 여전히 백자였다. 입꼬리는 여전히 그 곡선이었다.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저는 멈출 수가 없습니다. 당신도 멈추지 마십시오.”

그 목소리는 아직 귓가에 붙어 있었다. 여전히 그렇게 작았다. 여전히 웃으며 한 말이었다. 그러나 두 마디 사이의 빈 곳은, 앞 마디 어느 곳보다도 길었다.

부채는 아직 내리치고 있었다. 사람이 없는 곳을 내리쳤다.

미쓰키가 손을 멈추었다.

그녀는 칼을 내렸다. 칼끝이 격자에서 한 치 떨어져 있었다. 그녀는 선 채로, 공격하지 않았다. 부채의 바람이 그녀의 양옆을 지나갔다. 귀밑 잔머리가 들렸다가 도로 내려앉았다.

그 사람은 부채를 들어, 드러난 반쪽 얼굴 앞을 가렸다. 부채면은 살이 두 개 부러져 있어 다 가리지 못했다. 틈이 한 줄 벌어져 있었다.

“보지 마십시오. 이 얼굴은 남에게 보여 줄 수 없습니다.”

미쓰키는 눈을 내리깔았다.

그녀는 그 사람의 발을 보았다. 납빛 회색 바짓단이 구두 등 위에 딱 떨어져 있었다. 두 발은 아직 끌며 걷고 있었다. 왼쪽으로 한 자 밀고, 오른쪽으로 한 자 밀었다. 한 번도 땅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그 발들은 멈출 수 없었다.

미쓰키가 앞으로 한 걸음 나아갔다.

달려든 것이 아니었다. 걸었다. 보폭은 평소와 같았다. 그녀는 그 춤 안으로 들어갔다. 그 사람의 왼쪽으로 갔다. 어깨가 어깨에 닿았다. 얼굴은 같은 방향을 보았다.

이렇게 되자 미쓰키는 그 얼굴을 볼 수 없었다.

그 사람이 왼쪽으로 한 자 밀면, 그녀도 왼쪽으로 한 자 밀었다.

그녀는 처음으로 상대의 박을 셌다. 하나, 둘, 셋, 넷. 그녀는 발을 넷에 내려놓았다.

이 밤 내내 그녀는 반 박씩 어긋나 있었다. 칼은 반 박 늦게 나갔고, 발은 반 박 늦게 내려왔다. 말끝도 떨어져야 할 곳보다 조금 늦게 떨어졌다. 이제 맞았다. 이 밤 그녀가 스스로 맞추려 한 것은 이번 한 번뿐이었다. 맞는 순간, 오른쪽 무릎 안에서 무언가가 걸렸다. 신발 한 짝을 거꾸로 신은 것 같았다. 그녀는 멈추지 않았다.

두 사람의 발이 처음으로 같은 점에 내려앉았다. 그 사람의 그 한 번은 소리가 없었다. 그녀의 구두 밑창에서는 소리가 났다. 한 번, 또 한 번. 그 소리 없는 한 번 위에 겹쳐 울렸다.

돌았다.

그녀는 그 사람을 따라 한 바퀴 돌았다. 흰 넓은 소매가 미쓰키의 등 뒤로 쓸려 지나갔다. 상대의 긴 소매는 그녀의 가슴 앞으로 쓸려 돌아왔다. 두 소매가 중간에서 한 번 스쳤다. 한 바퀴를 다 돌자 시작했던 그 격자 칸으로 돌아왔다.

두 사람 사이에 무언가가 떠 있었다.

그것은 줄곧 거기 있었다. 꼬박 하루 낮밤이 휘둘려 만들어진 한 바퀴의 잔상이었다. 탑 몸통 네 면의 시계판에서 그것이 거두어져 내려왔다. 점점 작아졌다. 접시만 한 크기로 줄었다. 귀 높이에 떠서 날듯이 돌았다. 시간이 빨라진 것은 그것이 휘둘러 놓은 탓이었다. 그것의 축은 그 사람의 쪽머리 옆면에 꽂힌 그 작은 시계를 겨누고 있었다. 초침은 여전히 돌았다. 아주 고르게 돌았다.

다음 소절의 둘째 박에, 미쓰키가 칼을 뻗었다.

“이 칼은 너를 향한 게 아니야.”

그녀는 낮게 말했다. 끝음이 아래로 떨어졌다.

칼의 선이 그 사람의 귓가를 스쳐 지나갔다. 너무 가까워서, 귀밑머리 한 가닥이 칼바람에 들렸다가 제자리에 내려앉았다. 한 올도 끊어지지 않았다.

베인 것은 두 사람 사이에 떠서 빙글빙글 돌던 그 시계였다.

잔상이 한가운데서 끊겼다. 시계판의 유리가 한 조각 한 조각 부서졌다. 위로 날아갔다. 형광등 불빛 속으로 날아들었다. 갈라지는 소리가 길었다. 길게 늘어져, 끝까지 늘어졌다. 끝에 닿자 끊겼다. 탑은 그것을 되돌려 보내지 않았다.

그 작은 시계의 초침이 그대로 멎었다.

그다음은 다른 시계들이었다. 탑 몸통 네 면의 시계판이 한 면씩 차례로 멎었다. 승강장의 벽시계가 멎었다. 건널목 차단기의 시계가 멎었다. 편의점 계산대 뒤의 전자시계가 멎었다. 길 건너 전광판 오른쪽 위의 네 자리 숫자가 멎었다. 같은 초에, 전부 멈추었다.

벽시계는 시침이 다섯을, 분침이 여섯을 가리켰다. 전광판의 네 자리 숫자는 1730이었다.

미쓰키는 고개를 숙여 바닥의 카드를 한 번 보았다.

출퇴근 기록기 ‘퇴’ 란의 첫 칸. 가장 일찍 퇴근할 수 있는 순간.

두 사람을 둘러싸고 걷던 그림자 병사들이 하나씩 쓰러졌다. 격자 위에 쓰러져, 한 가닥씩 좁은 종이로 오그라들었다. 도시의 소리가 잠깐 가라앉았다.

“저는… 그냥 한숨 자고 싶었을 뿐입니다.”

이 한마디는 귓가에 있지 않았다. 옆에서 왔다. 미쓰키의 오른쪽 옆, 입 높이쯤 되는 곳에서 왔다. 멀고 가까운 거리가 있었고, 방향이 있었다. 말하는 사람이 거기 서서,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말과 말 사이의 그 빈 곳을 미쓰키가 들었다. 숨을 들이쉬는 소리였다. 얕았다. 목에서 걸렸다. 잠깐 멎었다가, 조금 더 들이쉬었다.

미쓰키가 몸을 돌렸다.

그 사람의 어깨가 들려 있었다. 처음으로 들려 있었다. 아직 내려가지 않았다. 가슴이 그 한 숨을 머금고 부풀어 있었다. 후리소데의 드리운 선이 기울었다. 원래의 그 선이 아니었다.

백자 가면은 그 금을 따라 통째로 갈라졌다. 한 조각씩 아래로 떨어져, 바닥의 그 이름 띠 더미 속으로 들어갔다. 온전한 조각은 하나도 없었다.

가면 밑에는 젊은 여자가 있었다.

머리는 반쯤 풀려 있었다. 쪽머리가 귀 뒤로 쏠려 있었다. 멈춘 그 작은 시계가 머리카락 한 가닥에 걸려, 두 번 흔들렸다. 눈 밑의 거무스름한 자국이 광대뼈까지 이어져 있었다. 오른쪽 뺨에 얕은 자국이 하나 있었다. 가면 가장자리가 눌러 낸 자국이었다. 너무 오래 눌려 있어서 자국이 평평했다. 입술이 말라 살갗이 한 겹 일어나 있었다.

그 사람의 입꼬리가 아래로 무너졌다. 그 곡선은 이렇게 오래도록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이제 무너져 내렸다. 고르지 않게 무너졌다. 왼쪽이 먼저 내려가고, 오른쪽은 잠깐 있다가 따라 내려갔다.

그 사람이 앞으로 기울었다.

미쓰키가 손을 뻗었다.

그 손의 방향은 그 사람의 어깨를 눌러 붙드는 것이었다. 손은 반쯤 갔을 때도 멈추지 않았다.

어깨에 닿았다.

그 사람은 보기보다 가벼웠다. 이마가 미쓰키의 왼쪽 어깨에 놓였다. 흰 넓은 소매 너머였다. 포샤오는 미쓰키의 오른손에 늘어져 있었다. 날의 청람빛이 그 사람의 뺨에 비쳤다. 옅은 한 줄이었다. 이번에는 그것을 도로 눌러 넣는 것이 없었다.

그 사람의 손에는 아직 부채가 쥐여 있었다. 부채는 펼쳐져 있었다. 살이 두 개 부러져 한쪽이 벌어져 있었다. 미쓰키가 가져가려 하자, 그 사람의 손가락이 먼저 풀리지 않았다. 잠깐 뒤에야 풀렸다.

미쓰키는 허리를 굽혀 바닥의 카드를 집었다. 부러진 살 두 개 사이, 원래 있던 자리에 도로 꽂았다. 그러고 나서 부채를 한 치 한 치 접었다.

부채 종이가 한 장 한 장 그녀의 엄지 아래를 지나갔다. 몇 장에는 아직 이름 띠가 붙어 있었다. 옅은 회색이었다. 진하기가 제각각이었다. 축못 쪽으로 갈수록 옅었다. 가장 안쪽 몇 장에는 몇 줄의 자국만 남아 있었다. 다 접었을 때, 그녀의 엄지가 헐거워진 축못 머리를 눌렀다.

여기서는 잠깐 기다려야 했다.

그녀는 반 초를 기다렸다.

탁.

아주 가벼운 소리였다. 그다음 머리 위에서, 철골이 아주 높은 곳에서, 또 한 번 소리가 났다. 더 가벼웠다. 탁.

탑이 그 소리를 되돌려 보냈다. 미쓰키가 이 탑 안에서 들은 첫 번째 메아리였다.

이름 띠가 접힌 부채 종이 틈에서 미끄러져 나왔다. 한 장, 또 한 장. 바닥의 그 좁은 종이들도 따라 일어나, 거리를 향해 날아갔다. 색이 가장 진한 띠가 맨 앞에서 날았다. 띠들은 저마다 흰 틈 하나씩에 떨어졌다. 건널목 쪽 틈 하나, 편의점 입구 쪽 틈 두 개, 그보다 먼 곳에서도 차례로 떨어졌다. 떨어져 들어가자 틈이 어두워졌다. 어두워져서 사람 모양이 되었다. 어깨는 그 사람의 어깨였고, 머리는 그 사람의 머리였다. 몇 장은 아주 멀리 날아가, 길모퉁이를 지나 보이지 않게 되었다.

거리를 걷던 사람들의 발걸음이 느려졌다. 탑을 돌아보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축못 쪽에 가까운 몇 줄의 바랜 자국은 움직이지 않았다.

미쓰키는 그 사람을 안아 탑 기단의 계단 위로 옮겼다.

그 사람은 이미 잠들어 있었다. 미쓰키는 왼쪽 어깨의 끈을 풀고, 그 흰 넓은 소매를 벗겨 냈다. 그것을 그 사람의 몸 위에 덮었다. 노가쿠 구름무늬가 위를 향하게 했다. 이제 미쓰키는 양 어깨가 다 드러나 있었다. 몸에는 짙은 쪽빛 짧은 무술복 한 벌만 남아 있었다. 동이 트기 전의 바람이 왼쪽에서 불어왔다. 왼쪽 어깨에 잔소름이 한 겹 돋았다.

그녀는 계단 아래 세 걸음 떨어진 곳까지 물러나 섰다.

시계가 멎었으므로, 그녀는 자기 숨으로 셌다. 숨을 스무 번 들이쉬는 동안, 덮어 준 소매의 가장자리가 아홉 번 오르내렸다. 고르지 않았다. 넷째와 다섯째 사이가 한참 비었다. 그 빈 틈이 길어서 미쓰키는 반 걸음 앞으로 나갔다. 다섯째가 왔다. 그녀는 그 반 걸음을 도로 거두었다.

탑 기단 밑의 그 어둠 속에서 세 사람이 걸어 나왔다.

맨 앞의 남자는 트렌치코트를 입고, 손에 서류 가방을 들고 있었다. 가방 모서리가 허옇게 닳아 있었다. 그들은 아주 느리게 걸었다. 한 사람 뒤에 한 사람이 따랐다. 보폭이 제각각이었다. 빈터 가장자리에 이르자 맨 앞 사람이 멈추었다. 고개를 숙여 자기 발을 보았다. 그의 발밑에는 그림자가 한 줄 있었다.

미쓰키는 셌다. 셋.

그녀가 세던 것은 늘 몇 명이 남았는가였다. 지금은 영이었다.

“자. 다음 탑은 내가 간다.”

그녀는 평평하게 말했다. 끝음이 아래로 떨어졌다. 이 말도 탑이 조금 되돌려 보냈다. 계단 위의 사람은 깨지 않았다.

철골의 형광등이 한 층 한 층 꺼지기 시작했다.

탑 기단에서 시작해 위로 올라갔다. 첫째 층, 둘째 층, 셋째 층. 층과 층 사이의 간격은 제각각이었다. 그녀는 고개를 젖혀 그 불빛을 따라갔다. 열두 번째 층에서도 목에는 아직 여유가 있었다.

맨 위 층이 꺼졌다. 위에는 빛기둥이 없었다.

철골에 처음으로 꼭대기가 생겼다.

네모난 대전망대였다. 네 귀퉁이가 둥글었다. 그 위로 좁아지며 하얀 작은 북 같은 몸통이 이어졌다. 그 위로는 조금 굵은 토막이 한 번 더 있었다. 그다음은 가느다란 바늘이었다. 바늘 끝이 희어지는 하늘을 찔렀다. 머리가 있었다. 끝이 있었다.

동쪽 하늘이 낮게 깔린 곳이 밝아지기 시작했다. 아주 얇은 주황빛 띠 하나가 철골의 동쪽 모서리에서 배어 나왔다. 탑 밑동에서 위로, 비스듬한 버팀대를 따라 올라갔다. 대전망대 아래에 이르러서는 옅어졌다. 그 한 줄뿐이었다. 다른 곳은 여전히 잿빛이었다.

위에는 시계가 한 개도 없었다. 그저 탑 하나였다.

발밑의 격자도 없었다. 아스팔트가 드러났다. 검었고, 밤의 습기를 머금고 있었다. 그녀의 구두 밑창이 긁어 놓은 자국이 아직 아스팔트에 남아 있었다. 한 자쯤 길었다. 비뚤었고, 가장자리가 보풀져 있었다. 부러진 부챗살 두 개가 옆에 쓰러져 있었다.

그러자 탑 안의 그것이 움직였다.

네 탑다리 사이, 대전망대 아래에서, 세워져 있던 그 아주 큰 것이 처음으로 움직였다. 철골에서 그것을 붙들고 있던 가로 버팀대들이 하나씩 양옆으로 물러났다. 그것은 먼저 북쪽으로 옮겨 갔다. 아주 천천히 옮겼다. 두 탑다리 사이에서 빠져나와, 빈터 위의 허공으로 물러났다. 그다음 그 머리가 천천히 내려왔다.

머리가 수평으로 놓이자, 미쓰키는 그것이 무엇인지 똑똑히 보았다.

배 한 척이었다.

뱃머리는 쐐기 모양이었다. 맨 앞은 끌 끝처럼 한 점으로 모여 있었다. 뒤에는 낮은 함교가 있었다. 세 면이 유리였고, 유리는 어두웠다. 그 뒤로는 속이 뚫린 등뼈 같은 용골이 이어졌다. 골 사이로 뒤쪽의 희어지는 하늘이 보였다. 꼬리는 무거웠다. 그 위로 나란한 지느러미 두 장이 뒤로 비스듬히 서 있었다. 배 껍질은 흰 잿빛이었다. 주황빛 한 줄이 뱃머리에서 꼬리까지 그어져 있었다. 이렇게 멀리서 보니, 그저 가느다란 선이었다. 배 밑바닥에는 몇 군데 불이 켜져 있었다. 한 군데마다 목구멍 같은 입구에서 호박빛이 한 점씩 새어 나올 뿐이었다. 배는 그 몇 점의 빛으로 자기 몸을 받치고, 거기 떠 있었다. 뱃전에는 빨간 불 한 개, 꼬리에는 흰 불 한 개가 켜져 있었다. 몇 초마다 한 번씩 깜박였다.

배에는 이름이 없었다. 함교 아래에 번호 한 줄이 찍혀 있었다. LM-1-02. 글자는 잿빛이었다. 배 껍질보다 한 톤 짙었다.

그것이 조금 전 철골 안에 세워져 있던 모습은 회사에서 본 적이 있었다. 출퇴근 기록기 옆의 카드 꽂이 한 줄. 카드가 한 장씩 세워져 꽂혀 있었다. 퇴근 구멍을 뚫지 않은 카드는 그대로 꽂혀 있었다.

북쪽 하늘 한 부분이 비어 있었다.

그 원이 없어졌다. 그 옆의 검은 입구도 없어졌다. 그 하늘 한 부분에는 아무것도 걸려 있지 않았다. 다른 곳과 같았다. 잿빛 도는 흰빛이었다.

동남쪽, 바다 쪽이었다. 아주 멀리, 낮게, 등 하나가 걸려 있었다. 빨간 점 하나, 초록 점 하나, 가운데에 흰 점 하나. 몇 초마다 한 번씩 깜박였다. 그것이 거기 얼마나 있었는지 그녀는 몰랐다. 빛기둥이 켜져 있을 때는, 그 바깥에 있는 것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회랑 안에는 바람이 없었다.

왼쪽 어깨에는 이제 드리운 것이 없었다. 그녀는 오래 걸었다. 양쪽 어깨가 다 비어 있었다.

돌계단이 한 계단씩 앞으로 늘어서 있었다. 가운데가 끊겨 있었다. 끊긴 자리는 정확히 한 걸음이었다. 그녀는 셌다. 서른한 번째 계단의 그 가로 획은 아직 남아 있었다. 그녀는 그 앞을 지나갔다. 쪼그리지 않았다. 그 획은 그녀의 손가락 끝이 기억하고 있었다. 한쪽 끝은 깊고 한쪽 끝은 얕았다. 시작과 끝이 다 손끝에 만져졌다.

마흔네 번째 계단의 끊긴 자리에 두 번째 획이 있었다.

그녀는 쪼그려 앉았다.

이것도 가로 획이었다. 짧았다. 서른한 번째 것보다 얕았다. 얼마나 얕은지, 손끝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훑어도 시작한 쪽이 어디인지 알 수 없었다. 그녀는 되돌아와 한 번 더 훑었다. 두 번째에 알아냈다. 끝낸 쪽 가장자리가 보풀져 있었다. 위로 들려 있었다. 문질러 펴지지 않은 채였다.

이번에는 그녀가 두 번 훑었다.

그녀는 일어섰다. 외투 위로 왼쪽 안주머니를 눌렀다. 종이 두 장이 갈비뼈에 붙어 있었다.

출구는 좁은 틈이었다. 틈이 그녀의 어깨보다 좁아서, 몸을 옆으로 돌려야 했다.

틈 아래는 승강장이 아니었다. 그 배였다. 선실 문 하나가 열려 있었다. 문 안의 불빛은 희었다. 문가에서, 배 껍질의 그 주황빛 가는 선이 이곳을 지나 쭉 꼬리로 뻗어 있었다.

승강장의 벽시계는 다섯 시 반에 멎어 있었다.

그는 자기 손목시계를 보았다. 플라스틱 시계 줄이었다. 화면은 오후 다섯 시 삼십 분이었다. 숫자가 더는 넘어가지 않았다.

그는 다음 기록까지 얼마나 남았는지 따지지 않았다.

그는 오른쪽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어, 종이 세 조각을 꺼냈다. 종이 가장자리에 보풀이 일어나 있었다. 그는 그것을 왼손 손바닥에 펼쳤다. 한 조각씩 이어 맞췄다. 찢긴 자리끼리 맞대었다. 오른쪽까지 맞추자, 한 조각이 빠져 있었다. 맨 오른쪽 란이 없었다. 거기에는 보풀진 가장자리만 한 줄 남아 있었다.

그는 그 보풀진 가장자리를 한참 보았다. 찾으러 가지 않았다.

멀리서 전철 소리가 났다. 첫차였다. 승강장 끝 편의점의 오뎅 솥은 불이 아직 켜져 있었다. 김이 위로 올라가다가, 등불 아래에 이르러 흩어졌다. 자동문이 한 번 열렸다가 도로 닫혔다. 입구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는 고개를 들었다. 턱이 옷깃에서 떨어질 때까지 들었다.

아무도 그에게 고개를 들라고 하지 않았다. 승강장에서 고개를 숙이지 않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북쪽 하늘은 텅 비어 있었다. 그는 전에 북쪽 하늘을 눈여겨본 적이 없었다. 동쪽 낮은 곳이 희어지고 있었다. 빛이 그쪽에서 비스듬히 비쳐 왔다. 그의 그림자를 승강장 위로 밀어냈다. 아주 길었다. 구두코에서 앞으로 깔려, 노란 선을 가로지르고, 맞은편 기둥 밑까지 깔렸다.

그는 고개를 숙이지 않아도 그것이 보였다.

그의 발밑에 자기 그림자가 처음으로 한 줄 떨어져 있었다.

이튿날 아침, 전철의 창유리에 그의 얼굴이 비쳤다. 그는 그 앞에서 연습하지 않았다.

회사에 도착하자 그는 서랍에서 투명 테이프를 찾아냈다. 세 조각의 종이를 뒷면에 붙였다. 테이프는 짧게 잘랐고, 평평하게 붙였다. 그는 팀장 책상 앞으로 걸어갔다. 그 종이를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오른쪽 란이 빠져 있었다. 찢긴 자리가 보풀져 있었다.

팀장이 고개를 들었다. 눈이 먼저 그의 가슴 앞의 흰 카드에 떨어졌다. 잠깐 멈추었다. 카드 케이스 안은 비어 있었다. 칠 주째였다. 누가 그것을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좋은 아침입니다.”

그가 말했다. 크지도 작지도 않았다. 말을 마치고 그는 허리를 굽히지 않았다. 뒤에 다른 말도 붙이지 않았다.

형광등이 머리 위에 있었다. 그는 발밑으로 자기 그림자 한 줄을 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