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부 · 완벽하지 않아
제15장0.4센티미터
零点四厘米
중국어 원문을 옮긴 번역입니다.

여섯 시 이십 분, 체중계에 올라서기 전에 그는 먼저 양말을 벗었다.
양말은 흰색이었고, 뒤꿈치가 닳아 회색 테두리가 한 바퀴 돌았다. 그는 두 짝을 둥글게 말아 한 덩이로 만든 다음, 침대 밑 신발 상자에 쑤셔 넣었다. 체중계는 화장실 문 뒤에 놓여 있었다. 쇠 케이스였고, 바늘은 0 바로 위에 멈춰 있었다. 그는 올라서서 발바닥을 미끄럼 방지 돌기 두 줄 사이에 댔다. 셋을 세고, 숫자가 더는 튀지 않을 때까지 기다렸다. 그제야 고개를 숙였다.
51.2.
그는 입 밖으로 내지도, 적어 두지도 않았다. 이 숫자는 매일 아침 이 자리에 멈춰 있었다. 그는 그것을 옮기지 않았다.
알람은 여섯 시 정각에 울렸다. 첫 소리가 끝나 갈 무렵 그가 껐다. 둘째 소리는 기다리지 않았다. 기숙사에는 침대가 네 개 있었고, 두 개는 비어 있었다. 떠나기 전에 누군가 남긴 둥근 자국이 침대 바닥판에 아직 눌려 있었다. 아래 침대의 사람은 아직 자고 있었다. 몸을 뒤척이자 침대 바닥판이 한 번 울렸다. 커튼은 끝까지 닫히지 않았다. 왼쪽 한 토막이 창틀에 걸려 있었다. 그는 그 틈으로 바깥을 보았다.
산꼭대기에는 그 탑이 있었다. 탑의 색은 매일 아침 공기가 정했다. 오늘은 하얗다. 안개가 아직 숲 위를 누르고 있어서, 탑 몸통의 흰빛도 옅었다. 그는 탑을 한 번 보고 나서야 옷을 입었다.
후드티의 지퍼 손잡이가 부러져 있었다. 그는 구부러진 클립을 하나 지퍼 고리에 꿰었다. 지퍼를 올리면 클립 끝이 지퍼 이에 닿아, 찰칵 하고 아주 가볍게 울렸다. 연습할 때는 두 손가락으로 그것을 눌러 잡고 있어야 했다. 그러지 않으면 선생님이 잡음이 난다고 할 것이었다.
후드 끈은 길이가 서로 달랐다. 왼쪽 끈이 오른쪽보다 한 토막 짧았다. 그는 매일 그것들을 맞추려 했다. 매일 맞지 않았다.
왼쪽 손목에는 검은 머리끈 네다섯 개가 겹쳐 끼워져 있었다. 엮은 팔찌도 하나 있었다. 팔찌의 색은 바래서 잿빛 도는 흰색이 되었고, 실 끝이 보풀처럼 일어나 있었다. 뽑히던 날 선생님이 서랍에서 꺼내 준 것이었다. 한 사람에 하나씩이었고, 그의 것이 마지막 하나였다. 그날 그는 열세 살이었다.
그는 손목의 검은 머리끈 하나로 머리를 묶었다. 두 번 묶었는데, 두 번째 묶음은 첫 번째 위를 눌러야 했다. 다 묶고 나서 세수하러 갔다. 찬물을 턱 오른쪽에 댔다. 그곳에는 눌린 자국이 있었다. 피부보다 색이 조금 짙었고, 가장자리는 하얬다. 그가 엄지로 자꾸 눌러서 생긴 자국이었다. 너무 오래 눌러서 피부 밑에 흔적이 남았다. 누르면 아직 조금 아팠다. 그는 멈추지 않았다.
일곱 시 사십 분에 집을 나섰다. 계단 통로의 등 하나가 고장 나 있었다. 그는 난간을 더듬으며 내려갔다. 육교를 건널 때 바람이 셌다. 다리 밑으로는 차도가 있었고, 차들이 한 대씩 지나갔다. 차 불빛은 하얬다. 그는 후드를 썼다. 왼쪽 후드 끈이 바람에 들려 뺨 위로 날렸다. 그는 손을 뻗어 맞추지 않았다.
다리를 건너자 길가에 미용실이 한 곳 있었다. 유리문 안쪽 거울에 광고가 한 장 붙어 있었다. 광고 속 사람은 턱이 뾰족했고, 피부에는 모공이 보이지 않았다. 그는 한 번 보고, 멈추지 않았다.
어제도 이렇게 시작했다. 여섯 시 이십 분, 51.0. 일곱 시 사십 분에 집을 나섰다. 편의점은 막 문을 연 참이었다. 계산원이 냉장 진열대에 삼각김밥을 채우고 있었다. 한 줄씩 놓인 삼각김밥의 뾰족한 끝이 모두 같은 쪽을 향해 있었다. 그는 유리문 밖에 서서 한 번 들여다보았다. 그 사람이 고개를 들자, 그는 그냥 걸어갔다.
어제는 머리를 묶지 않았다. 선생님이 앞머리가 눈을 가린다고 하자, 그는 손가락으로 앞머리를 뒤로 넘겼다. 이마 위까지 넘겼다. 넘기고 나면 다시 흘러내렸다.
어제 오전은 단체 연습이었다. 선생님은 여덟 명을 키 순서대로 한 줄로 세웠다. 지난달의 안무를 추게 했다. 선생님이 박자를 셌다. 넷째 박에서 손을 들어 올리자, 여덟 명이 동시에 발을 들었다. 그 동작이 아주 가지런해서, 한 사람만 추는 것처럼 들렸다. 그는 여섯 번째에 섰다. 거울 속에서 앞의 다섯 사람의 뒷목이 한 줄로 이어져 보였다. 옷깃이 반쯤 뒤집힌 사람이 있었다. 선생님이 다가가 그 옷깃을 펴 주었다. 그 사람은 움직이지 않았다.
맨 앞줄에 선 사람은 유진이었다. 선생님은 그녀의 고모였다. 연습실에서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았고, 그녀 자신도 그 얘기를 한 번도 꺼내지 않았다. 유진의 발은 박자 위에 떨어졌다. 한 번 한 번이 음악과 함께 내려왔다. 이르지도 늦지도 않았다. 그녀의 물병에는 글자 없는 스티커가 한 장 붙어 있었다. 가장자리가 조금 들려 있었다. 물을 마실 때마다 그녀는 손톱으로 그것을 눌러 다시 붙였다.
점심은 복도에서 먹었다. 몇 명은 창턱에 걸터앉았다. 도시락 안에는 식은 떡볶이가 들어 있었다. 누군가 월말 평가 얘기를 꺼냈다. 자리는 두 개뿐이라고 했다. 맨 뒷줄에 앉은 사람은 춤을 보러 온 게 아니라 얼굴을 고르러 온 거라고 했다. 유진은 대꾸하지 않았다. 도시락 뚜껑을 닫았다가 다시 열었다. 젓가락을 꺼내 밥을 다 먹었다. 소년은 그녀의 맞은편에 앉았다. 지퍼 손잡이는 그의 손안에 잡혀 있었고, 소리가 나지 않았다.
다른 사람 하나가 그녀의 신발 코를 가리키며, 연습하다 망가진 거냐고 물었다. 그녀는 발을 들어 보였다. 신발 코의 가죽이 가늘게 한 줄 갈라져 있었다. 그 사람은 보더니, 이건 바꿔야 한다고 했다. 그녀가 말했다. 다음 달에.
누군가의 휴대폰 화면에는 얼굴 하나가 떠 있었다. 보정한 얼굴이었다. 피부는 매끈했고, 가장자리에는 경계선이 보이지 않았다. 화면이 한 번 넘어갔다. 또 한 번 넘어갔다.
그중 한 명이 소년에게 물었다. 월말 평가 준비는 어떻게 되어 가느냐고. 그는 아직 조금 부족하다고 했다. 그 사람은 웃으며, 아직 부족하다는 사람은 다 그렇게 말한다고 했다.
오후에 선생님은 각자 여덟 박짜리 대목을 골라 추라고 했다. 연습은 삼 분에 한 차례씩 돌아갔다. 선생님은 음악을 틀기 전에 휴대폰으로 먼저 시간을 쟀다.
소년이 고른 것은 그 대목이었다.
그 춤은 다른 사람의 것이었다. 삼 년 전, 그 사람이 이 연습실에서 마지막 주까지 연습하고 있었다. 소년은 매일 밤 문틀 밖 복도 바닥에 앉아 문틈 너머로 보았다. 틈이 좁아서, 거울의 한쪽 귀퉁이와 거울 속 그 사람의 반쪽 몸만 보였다. 그는 이레 동안 보았다. 그 사람은 발을 디딜 때마다 창가에서 세어 세 번째 마룻널을 밟았다. 문틈으로 들리는 것이 바로 그 소리였다. 둔탁했다. 그 사람에게는 버릇이 하나 있었다. 세 번째 여덟 박의 시작에서, 그는 언제나 음악보다 반 박 늦게 들어갔다. 소년이 배운 것이 바로 그 반 박이었다.
그는 배울 때 손에 아무것도 들지 않았다. 복도 바닥에 앉아 손가락으로 무릎을 두드려 박자를 쳤다. 세 번째 여덟 박을 칠 때면 손가락 끝이 먼저 뒤로 한 번 움츠러들었다가 떨어졌다. 뒤로 움츠러든 그 한 번이 바로 그 반 박이었다.
어제 오후에도 그는 속으로 그녀의 걸음을 셌다. 문에서 그 테이프까지 열한 걸음이었다. 어제 열한 번째 걸음에서, 그녀의 발은 빗나가지 않았다.
어제 그는 세 번째 여덟 박까지 췄을 때, 몸이 먼저 움직였다. 발을 내려놓은 것은 음악보다 반 박 늦었다.
선생님이 거울 앞에서 손을 들었다. 손바닥을 아래로 한 번 눌렀다. 음악이 멎었다.
“너무 안 맞아.”
그녀는 그를 보지 않았다. 거울 속의 그를 보았다.
“원래대로 돌려.”
말을 마치고도 그녀는 바로 돌아서지 않았다. 그 자리에 선 채 두 손을 늘어뜨리고, 엄지는 바지 솔기에 댔다. 여덟 박만큼 길게 그러고 있다가, 그제야 옆 사람에게 걸어가 무슨 말을 했다. 그 사람이 고개를 끄덕이고 춤을 추기 시작했다.
어제 저녁은 컵라면이었다. 룸메이트가 달걀을 하나 넣었다. 노른자가 터져 노란 물이 국물 속으로 흘러들었다. 소년은 넣지 않았다.
어젯밤 기숙사의 온수는 한 칸만 따뜻했다. 그는 샤워를 마쳤다. 룸메이트는 침대에 누워 아직 휴대폰을 보고 있었다. 화면 빛이 천장에 비쳐 한 조각씩 흔들렸다. 소년은 누워서 손가락을 이불 위에 올려놓고, 한 박 한 박 두드렸다. 세 번째 여덟 박에 이르면, 손가락이 매번 반 박씩 늦게 떨어졌다. 그는 그 반 박을 거두어들였다. 여러 번 거두었다. 손가락이 매번 박자 위에 떨어지고 나서야 그는 멈췄다.
룸메이트가 휴대폰을 껐다. 방이 어두워졌다. 그는 자지 않고, 한 번 더 두드렸다.
연습실은 낡은 건물 삼 층에 있었다. 복도 끝 그 문의 문틀은 나무였다. 칠이 한 군데 벗겨져 밑의 짙은 나무가 드러나 있었다. 복도에는 대걸레 물 냄새가 났다. 옅었다. 문틀의 나무 냄새와 섞여 있었다. 문 앞의 텅스텐 필라멘트 전구는 따뜻한 노란빛이었다. 문틀은 비추었지만, 문턱은 비추지 않았다.
방 안 벽 한 면이 전부 거울이었다. 거울 틀 위에 긴 형광등이 하나 달려 있었다. 등은 차가운 흰빛이었고, 거울 쪽만 비추었다. 뒤쪽 벽은 어두웠다. 창문은 그의 오른손 쪽에 있었다. 밤에는 유리가 검어서 방 안의 형광등이 비쳤다. 에어컨은 오래된 것이었다. 켜면 먼지 타는 냄새가 났다.
바닥은 낡았다. 창가에서 세어 세 번째 마룻널은 밟으면 바로 울렸다. 소리가 둔했다. 누가 밑에서 가볍게 한 번 두드리는 것 같았다. 그 널이 그의 박자였다. 그는 매번 그 널 위에 첫 박을 내려놓았다.
벽 모서리의 오디오는 왼쪽 스피커에서 소리가 나지 않았다. 선생님은 두 번 고쳤지만 둘 다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했다. 음악은 오른쪽에서만 나와 한쪽으로 쏠려 들렸다. 벽에 붙은 바는 한쪽 끝이 헐거워져 테이프로 감아 두었다. 한 바퀴가 다음 바퀴를 누르며 겹쳐 있었다.
벽에는 스티커가 한 줄로 붙어 있었다. 연습생마다 한 장씩이었다. 이름이 적혀 있었고, 들어온 순서대로 문에서 창가까지 이어졌다. 소년의 스티커는 맨 끝에 있었다. 지난달에 바꾼 것이라 가장자리가 아직 빳빳했다. 그 앞의 스티커는 절반이 찢겨 나가 있었다.
그 사람의 이름은 재원이었다. 이름은 아직 벽에 있었지만 절반만 남아 있었다. 삼 년 동안 아무도 그것을 떼어 내지 않았다. 다음 날 아침, 스티커는 이미 절반이 찢겨 있었다. 누가 찢었는지 말하는 사람은 없었다.
거울에는 손자국이 몇 군데 나 있었다. 이른 아침에 바닥을 쓴 사람이 남긴 것이었다. 그는 소매로 한 번 닦았다. 거울 틀 아랫변까지 닦자, 검은 테이프 선이 드러났다.
아침에 그는 바닥에 앉아 다리를 늘였다. 왼쪽 무릎에는 오래된 상처가 있었다. 무릎을 누를 때 무릎 안에서 아주 가벼운 소리가 났다. 그는 매번 그 소리가 지나가기를 기다렸다가 아래로 눌렀다. 다른 두 사람은 구석에서 다리를 늘이고 있었다. 한 사람의 운동화는 뒤꿈치가 짓눌려 있었다. 다른 한 사람의 양말에는 아주 큰 토끼가 찍혀 있었고, 토끼 귀가 발등 위에 눌려 있었다.
그녀는 이미 와 있었다. 거울 앞에 서서, 문을 등지고, 고개를 숙여 자기 발을 보고 있었다. 가방은 창턱에 놓여 있었다. 입구가 열려 있어서 흰 양말 한 토막이 보였다.
그녀의 신발끈은 평소처럼 묶여 있었다. 먼저 풀리지 않는 매듭을 짓고, 두 고리를 같은 길이로 당겼다. 왼쪽 고리는 언제나 손가락 반 개만큼 짧았다. 그녀는 한 번도 고치지 않았다.
누군가 옆을 지나가다가 소년의 가슴께를 한 번 보았다. “네 지퍼 계속 소리 나.” 소년은 괜찮다고 했다. 두 손가락으로 지퍼 손잡이를 집었다. 그 사람은 이미 창가까지 가 있었고, 돌아보지 않았다.
거울 틀 오른쪽 아래 모서리에는 와시 테이프가 한 줄 붙어 있었다. 그 위에 볼펜으로 글자 하나가 적혀 있었다. ‘3’. 글씨는 곧았고, 다른 글자보다 한 사이즈 작았다. 테이프 한쪽이 조금 말려 있었다. 아침에 그녀가 왔을 때 엄지로 눌러 펴 놓은 것이었다. 그곳이 그녀가 서는 자리였다. 문에서 그 칸까지는 열한 걸음이었다.
소년은 문 앞에 서서 소리 내지 않고 속으로 셌다.
하나, 둘, 셋, 넷. 열한 걸음까지 세자 그녀가 멈췄다. 발끝이 테이프 가장자리에 정확히 놓였다.
오늘은 열한 번째 걸음에서 그녀의 발이 마룻바닥 틈에 떨어졌다. 왼쪽으로 손가락 반 개만큼 빗나갔다. 그녀는 멈추지 않았다. 발을 다시 옮겨 테이프 위에 섰다.
소년은 그것을 마음속에 적어 두었다.
월말 평가에서 그가 외울 수 있는 순서는 이랬다. 먼저 옆얼굴, 그다음 정면, 그다음 전신. 한 줄로 서서 삼십 초 동안. 옆얼굴은 오른쪽을 보여야 했다. 오른쪽 턱선이 그의 것이었기 때문이다. 오른쪽은 왼쪽보다 한 토막 더 나와야 했다. 그는 매번 먼저 오른쪽을 안으로 당겨 넣고, 그다음 똑바로 섰다.
월말까지 열아홉 날이 남아 있었다. 복도 게시판에는 이번 달 명단이 붙어 있었다. 이름만 있었고 점수는 없었다. 그의 이름은 스물세 번째 줄에 있었다.
평가 날에는 통일된 검은 연습복을 입어야 했다. 소매는 손목까지 당겨야 했다. 팔찌는 빼야 했고, 머리끈은 주머니에 넣어야 했다. 그는 한 번 팔찌를 빼 본 적이 있었다. 팔찌가 있던 자리의 피부는 다른 곳보다 희었다. 그 테두리가 아주 가지런했다.
평가 때는 맨 뒷줄 의자에 한 사람이 앉아 있었다. 말이 없었다. 손에는 펜을 들고 있었다. 한 명씩 거울 앞에 서면, 그 사람은 삼 초 동안 보았다. 펜 끝을 종이에 한 번 찍었다. 보는 순서도 그는 외울 수 있었다. 턱, 눈, 손. 첫눈에 들어맞은 사람만 이름이 불렸다. 삼 초가 지나야 움직일 수 있었다.
그가 원하는 것은 첫눈이었다. 한 줄로 선 사람들 사이에서, 첫눈에 사람들이 그를 알아봐야 했다. 그가 이름이 뭐냐고 다시 물을 필요가 없어야 했다.
오늘 연습에서도 그들은 한 번 더 섰다. 여섯 명이 한 줄이었다. 그는 다섯 번째에 섰다. 거울 속에서 그의 오른쪽에는 유진의 옆얼굴이 있었다. 그녀는 뒤꿈치를 내려놓았다. 소리가 다른 사람보다 가벼웠다. 삼십 초 동안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 삼십 초가 다 지나자 선생님이 “좋아.” 하고 한마디 했다. 모두가 동시에 손을 내렸다.
선생님이 두 번째 사람 앞으로 걸어갔다. 손에 든 자를 그 사람의 턱에 대고, 한 번 눌렀다. “여기서 1밀리미터 더 밀어.” 그 사람은 그대로 했다. 선생님은 지나가면서 세 번째 사람은 보지 않았다.
거울 틀 아랫변에는 선생님이 검은 테이프로 붙여 둔 가로선이 하나 있었다. 턱 높이와 정확히 맞는 자리였다. 검은 테이프 한쪽 끝이 들려 있었다. 선생님이 손톱으로 한 번 눌러 평평하게 폈다. 거울 앞에 서면 턱이 그 선에 닿아야 했다. 선생님은 플라스틱 직선자를 들고 줄 맨 앞에서 맨 뒤까지 걸어갔다. 한 사람씩 재고, 숫자를 하나씩 읽었다. 이름은 읽지 않았다. 세 번째 사람에서 자가 중간에 멈췄다. 선생님은 숫자를 바로 읽지 않았다. 거울을 한 번 보고, 자를 조금 아래로 옮긴 다음에야 읽었다.
그 자는 그의 것이었다. 산 것이 아니었다. 기숙사에 들어온 날 그가 책상 서랍을 열었을 때, 그 자가 안에 들어 있었다. 낡은 수업 시간표 위에 놓여 있었다. 자의 가장자리는 닳아서 둥글었다. 눈금은 아직 선명했다. 영점 자리에 얕은 홈이 패어 있었다. 그가 파낸 것이 아니었다. 그는 그것을 버리지 않았다.
그는 자로 여러 번 재 보았다. 자의 영점을 거울 틀 가장자리에 대고, 턱선을 그 선에 맞춘 다음, 검은 테이프의 선을 보았다. 잴 때마다 나오는 숫자가 달랐다. 차이는 밀리미터 단위였다.
삼 년 전 그날에도, 그는 이 문틀 밖 바닥에 앉아 있었다. 들어온 지 첫 주였고, 단체에서 가장 어린 사람이었다. 그 주에는 함께 들어온 사람이 두 명 더 있었는데, 나중에 둘 다 떠났다. 매일 아침 선생님이 문 앞에서 출석을 불렀다. 이름이 불리면 그는 일어나 “네.” 하고 답해야 했다. 처음 며칠 그의 목소리는 작았다. 선생님은 한 번 더 말해 보라고 했다. 그는 턱을 무릎에 괴고, 등을 구부리고 있었다. 선생님은 그의 앉은 자세가 구부정하다고 했지만, 그는 고치지 않았다.
저녁에 그 사람이 방 안에서 나왔다. 가방을 메고, 손에는 물병 하나를 들고 있었다. 그의 신발 뒤꿈치는 눌려 납작했다. 한 걸음 한 걸음 모두 바깥쪽을 밟았다. 그는 문 앞에서 잠깐 멈췄다.
그러고는 그가 쪼그려 앉았다. 두 손가락으로 소년의 턱을 받쳐 위로 들었다. 어떤 높이에 이르자 멈췄다. 문 앞 텅스텐 필라멘트 전구가 소년의 턱을 비추었다. 노란 빛이었다. 턱선이 한 줄로 드러났다. 그 사람은 소년을 보지 않았다. 문밖의 복도를 보았다.
약 일 초 동안 그렇게 있었다. 그는 손을 놓았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가방을 메고 걸어갔다. 복도의 등은 소리에 반응하는 등이었다. 그의 발소리가 지나가자 등이 하나씩 켜졌다가, 다시 하나씩 꺼졌다.
소년은 움직이지 않았다. 턱은 여전히 그 높이에 멈춰 있었다. 고개를 떨구지 않았다. 목의 그 부분이 팽팽하게 굳었다. 목구멍이 조금 말랐다. 복도의 등이 전부 꺼질 때까지 그렇게 있었다.
나중에 그는 일어섰다. 다리가 저렸다. 문틀을 붙잡고 잠시 서 있었다. 문틀에는 오래된 긁힌 자국이 하나 있었다. 그의 손가락이 마침 그 위에 떨어졌다.
그 높이를 그는 기억해 두었다. 삼 년 동안 그는 매일 턱을 그 높이까지 들어 올렸다. 그다음 자로 한 번 쟀다. 매번 한 토막씩 모자랐다.
오후 연습은 두 사람씩 짝을 지었다. 그의 짝은 다른 사람이었다. 이름은 떠오르지 않았다. 그 사람은 왼발이 팔자로 벌어져 있고, 몸을 돌릴 때 먼저 제 발을 한 번 본다는 것만 알았다. 오후 햇빛이 창으로 비스듬히 들어와 세 번째 마룻널을 비추었다. 널의 틈에는 먼지가 끼어 있었다. 유진이 거울 앞에 서서 여덟 박짜리 대목을 췄다. 한 번 한 번이 박자 위에 떨어졌다. 선생님이 그녀의 뒤를 지나가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그녀의 어깨를 뒤로 한 번 눌렀다. 유진의 어깨가 내려앉았다.
연습 사이 틈에 유진이 창가로 가서 물을 받았다. 수도꼭지 소리가 컸다. 그녀는 소리가 멎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병뚜껑을 돌려 닫았다.
그는 벽 모서리에서 옆얼굴 연습을 했다. 휴대폰으로 찍었다. 열일곱 장을 찍고 열여섯 장을 지웠다. 남긴 한 장에는 턱선 가장자리에 아주 가느다란 빛이 있었다. 창밖의 빛이 들어와 생긴 것이었다. 그는 오래 들여다보다가 휴대폰을 집어넣었다.
연습은 다섯 시에 끝났다. 그는 바로 나가지 않고, 거울 앞에 잠깐 서 있었다. 유진이 쪼그려 앉아 신발끈을 묶었다. 다 묶고 일어섰다. 왼쪽 고리는 여전히 오른쪽보다 손가락 반 개만큼 짧았다.
소년은 그 두 고리를 보았다. 다 보고 나서 자기 신발끈도 풀었다. 다시 묶었다. 먼저 풀리지 않는 매듭을 짓고, 두 고리를 같은 길이로 당겼다. 당기고 나자 왼쪽 고리가 조금 짧았다. 이 묶는 법은 아무도 가르쳐 준 적이 없었다. 그가 보고 혼자 익힌 것이었다.
저녁은 기숙사 건물 아래 편의점에서 먹었다. 삼각김밥이었다. 포장지는 아래쪽에서 뜯어야 했다. 그가 뜯을 때 김은 찢어지지 않았다. 김이 통째로 포장지에 남았다. 그는 그것을 한 가닥씩 떼어 내 먹었다.
아홉 시 반, 그는 기숙사 화장실 거울에서 한 번 재 보았다. 거울이 작아서 턱과 입만 비쳤다. 눌린 자국은 아직 남아 있었다. 그는 자를 타일 틈에 댔다. 그 틈은 곧았다. 거울 틀 가장자리보다 곧았다. 잰 숫자는 연습실에서보다 조금 더 많았다. 그는 그것을 고치지 않았다.
열 시에 그는 외투를 걸치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낡은 건물까지 걸어 돌아갔다. 비어 있는 복도를 지나 연습실로 돌아왔다. 방 안에는 사람이 없었다. 텅스텐 필라멘트 전구는 아직 켜져 있었다. 그는 문을 틈만 남기고 밀어 놓았다.
휴대폰은 바닥에 세워져 있었다. 거울 아랫변에 기대어, 화면이 위를 향했다. 음악은 틀지 않았다. 화면이 켜졌다. 시각은 22시 21분이었다. 잠금 화면에는 그림이 없었다. 숫자 한 줄만 있었다. 화면 속 얼굴은 거울 속 얼굴보다 조금 더 좁았다. 그는 그것이 화면 테두리 탓이라는 것을 알았다. 자기 얼굴이 그런 것은 아니었다. 화면에는 답하지 않은 메시지가 한 통 있었다. 집에서 온 것이었다. 밥은 먹었느냐고 묻는 메시지였다. 그는 한 번 보고, 답하지 않았다.
그는 무릎을 꿇고 앉아, 거울을 마주 보았다. 두 무릎을 몸 밑으로 모았다. 바닥은 차가웠다. 찬 기운이 바지를 따라 위로 올라왔다. 그의 그림자가 거울 아랫변에 떨어졌다. 아주 짧았다.
형광등이 깜박였다. 깜박일 때마다 아주 가는 소리가 났다. 실 한 가닥이 팽팽해졌다가 풀리는 소리 같았다. 거울 속의 그도 따라 한 번 깜박였다가, 다시 밝아졌다.
벽 속에서 난방관이 두 번 울렸다. 그러고는 멎었다. 복도에 손전등 불빛이 보였다. 경비원의 불빛이 문틈 바깥을 훑고 지나갔다. 잠깐 멎었다가, 다시 쓸고 지나갔다. 발소리가 멀어졌다.
그 대목을 췄다. 여덟 박. 세 번째 여덟 박에서 그의 발이 떨어졌다. 세 번째 마룻널을 밟았다. 쿵 하는 소리가 났다. 둔탁했다. 그때 그는 움츠리지 않았다. 박은 정확했다. 한 번 한 번이 음악 위에 떨어졌다. 다섯 번째 여덟 박에서는 팔을 그 사람보다 조금 낮게 내려야 했다. 선생님은 이 부분을 말한 적이 없었다. 그가 스스로 고친 것이었다.
그는 멈추고, 손을 들어 턱 오른쪽의 눌린 자국을 만졌다.
자는 그의 손 옆에 있었다. 영점을 거울 틀 가장자리에 대고, 턱선을 그 선에 맞춘 다음, 검은 테이프의 선을 보았다. 7밀리미터가 모자랐다.
그는 오른손 엄지로 자국을 누르고, 안쪽으로 밀었다. 3밀리미터를 밀었다. 근육이 팽팽해져 더는 밀 수 없을 때까지 밀고, 멈췄다.
다시 한 번 쟀다.
아직 0.4센티미터 모자랐다.
이 숫자를 그는 백 번도 더 재 보았다. 매번 같은 자리에서 멈췄다.
열한 시. 산꼭대기의 탑은 늘 그렇듯 이제 불을 꺼야 할 시간이었다. 탑은 매일 밤 이 시간에 불을 껐다. 꺼지는 것이 빨라서, 한순간에 없어졌다. 그는 보지 않았다. 그의 시선은 거울 속에 있었다. 검은 테이프의 선 위에, 턱선과 그 선 사이의 틈에 있었다. 거울 틀 오른쪽 아래 테이프 위의 ‘3’이 등 아래에서 희게 떠 보였다.
그는 거울 속 자기 얼굴을 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3밀리미터만 더 안으로… 그러면 충분해.”
그는 손을 다시 턱에 대고, 3밀리미터를 더 밀었다. 같은 자리에서 멈췄다. 창유리 위로 차가운 분홍빛 줄 하나가 비쳐 떠올랐다. 그는 알아채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