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부 · 완벽하지 않아
제16장이런 조명은 알아
这种灯我认得
중국어 원문을 옮긴 번역입니다.

열한 시. 그는 문틀에 기대었다. 들어가지 않았다.
문틈은 한 줄기만 열려 있었다. 그 틈으로 그는 거울의 한쪽 귀퉁이와, 거울 속 그 소년의 반쪽 몸만 볼 수 있었다. 문틀은 나무였다. 칠이 한 군데 벗겨져 짙은 나무가 드러나 있었고, 만져 보면 차가웠다. 그의 왼손이 문틀에 얹혀 있었다. 엄지가 그 하얀 테두리를 긁었다. 하얀 부스러기가 조금 떨어져 발밑에 놓였다. 그는 신발 코로 그것을 문턱 밑으로 밀어 넣었다. 문틀의 오래된 긁힌 자국이 그의 어깨 바로 옆에 있었다. 복도에서는 대걸레 물 냄새가 났다. 옅었다. 나무 냄새와 섞여 있었다.
문틀 위에 음료수 한 병이 세워져 있었다. 병에 붙은 글씨는 물에 번져 있었다. 물이 병바닥을 따라 흘러내려 나무에 닿았고, 그 자리의 칠 한 바퀴가 하얗게 부풀어 올랐다. 산기슭 그 야간 편의점의 냉장고에 있는 것이 바로 이런 병이었다. 그녀가 왔었다. 올 때마다 그녀는 늘 이랬다. 물건을 문틀 위에 놓고, 들어오지 않았다.
첫 번째에는 문틀 위에 뜯지 않은 삼각김밥 한 봉지가 있었다. 포장지의 삼각 끝이 납작하게 눌려 있었다. 두 번째에는 우산이었다. 우산살은 아직 젖어 있었다. 우산은 문틀에 기대어 있었고, 떨어진 물이 복도 바닥에 작은 원을 그리며 고였다. 그는 잠시 서 있다가 그제야 보았다.
그는 그 음료수 병을 집지 않았다. 그것은 아직 거기 서 있었다. 물은 여전히 아래로 흐르고 있었다.
그의 오른쪽 귀에는 끊어진 은색 마이크 귀걸이가 달려 있었다. 끊긴 자리 안의 전기 자줏빛 심이 한 번씩 튀었다. 끊긴 자리는 다른 데보다 조금 뜨거웠다. 뜨거울 때는 더 빨리 튀었다. 오늘은 느리게 튀었다. 검은 가죽 외투 뒤쪽의 그림자 무늬가 반 박 늦게 그의 어깨를 따라잡았다.
복도의 등은 소리에 반응하는 등이었다. 그가 가만히 서 있자 등이 하나씩 차례로 꺼졌다. 문 앞의 텅스텐 필라멘트 전구 한 개만 켜진 채 남았다. 따뜻한 노란빛이었다. 문틀은 비추었지만, 문턱은 비추지 않았다. 등갓 안에 벌레 한 마리가 있었다. 움직이지 않았다. 날개 사이로 빛이 비치고 있었다.
방 안의 거울이 벽 한 면을 통째로 차지하고 있었다. 거울 틀 위의 긴 등은 차가운 흰빛이었다. 그 등은 거울 이쪽 면만 비추었다. 뒤쪽 벽은 어두웠다. 이런 등 아래에서 그는 사백여 시간을 서 있었다. 그 시간의 대부분은 밤이었다. 그는 혼자 거울 앞에 서서 같은 여덟 박을 새벽까지 췄다. 형광등이 깜박이면 그는 깜박인 횟수를 셌다. 하룻밤에 수천까지 셌다. 나중에는 숫자와 박자를 구분할 수 없었다. 거울에는 등이 비추는 쪽만 비쳤다. 나머지 반쪽은 어둠 속에 있었다. 그는 한 번도 그쪽을 보지 않았다. 선생님이 말한 적이 있었다. 그의 박자는 다른 방에서 건너오는데, 여기 닿을 때는 이미 반 박 늦다고.
그 소년은 거울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등은 문을 향해 있었다. 후드티의 후드가 등 뒤로 떨어져 있었다. 두 가닥의 후드 끈이 가슴께로 늘어져 있었다. 하나는 길고 하나는 짧았다. 그의 어깨가 한 번 오르고 한 번 내렸다. 입술이 한 번 움직였지만, 소리는 나지 않았다. 세고 있었다. 세는 것은 밀리미터였다. 그의 손은 아직 턱 오른쪽을 누르고 있었다. 엄지가 그 자국을 누르고 있어서, 가장자리가 하얗게 질려 있었다. 바닥에는 플라스틱 직선자가 한 개 놓여 있었다. 무릎에 기대어 있었고, 자의 가장자리는 닳아 둥글었다. 거울 틀 아랫변에는 검은 테이프 선이 붙어 있었다. 그 높이와 정확히 마주하고 있었고, 한쪽 끝이 들려 있었다.
거울 속에서 그 소년의 오른쪽 얼굴은 밝았다. 왼쪽은 등에 눌려 한 조각 잿빛이 되어 있었다. 등은 오른쪽만 비추었다. 오른쪽은 그가 가장 많이 밀어 올려 본 쪽이었다.
재원은 들어가지 않았다. 소리도 내지 않았다. 그가 센 것은 소년의 숨이었다. 박자가 아니었다. 열두 번째 숨까지 세자, 그제야 그 손이 턱에서 미끄러져 내려와 무릎 위에 떨어졌다. 손가락 마디에 흰 자국이 한 줄 남아 있었다.
거울 속 그 소년이 그보다 반 박 먼저 고개를 들었다.
그 소년도 고개를 들었다. 턱이 멈춘 자리는 삼 년 전 그가 두 손가락으로 받쳐 올렸던 바로 그 높이였다. 소년의 등도 따라서 곧아졌다.
그의 왼쪽 다리가 저렸다. 그는 다른 쪽 발로 바꿔 섰다. 어깨는 문틀에 기댔다.
차가운 분홍빛이 복도 끝에서 밀려왔다. 문틈으로 스며들어 방 안으로 들어왔다. 바닥에 붙어 나아갔다. 그 소년 한 사람의 그림자만 납작하게 눌렀다.
복도 끝 창밖은 산이었다. 산꼭대기의 그 탑은 늘 이 시간이면 꺼져 있어야 했다.
그것은 꺼지지 않았다.
거울 속의 자기가 먼저 일어섰다. 거울 틀을 넘어 나왔다. 그것의 발이 창가에서 세어 세 번째 마룻널에 닿았다. 둔한 소리가 한 번 났다. 그 소년이 매번 첫 박을 디딜 때와 똑같았다. 그것은 소년의 오른쪽에 섰다. 손을 뻗어 후드 끈을 가지런히 정리했다. 끈이 후드티 천에 스치며 조금 까끌한 소리가 났다. 짧은 쪽 끈은 반 손가락만큼 당겨 내려졌다. 긴 쪽 끈은 안으로 눌려 들어갔다. 두 끈이 같은 길이가 되었다.
재원은 이 동작을 알아보았다.
삼 년 전에도 누군가 이렇게 그의 끈을 정리해 준 적이 있었다. 그가 떠나는 날 아침이었다. 그녀는 이 방에서 그와 함께 연습한 사람이었다. 그녀도 나중에 떠났다. 그녀의 손은 차가웠다. 손톱은 짧게 깎여 있었다. 그녀는 그의 오른쪽에 서서, 두 손가락으로 짧은 쪽 끈을 집었다. 그것을 반 손가락만큼 아래로 당겼다. 그러고는 긴 쪽 끈을 안으로 눌러 넣었다. 두 끈이 같은 길이가 되었다. 그녀가 말했다. “이러면 가지런해졌어.” 그는 고맙다고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그녀의 말 뒤에서 반 박 늦게 떨어졌다. 얇았다. 그날 그의 머리는 아직 길었다. 뒤로 묶여 있었는데, 그녀는 흘러내린 한 가닥을 그의 귀 뒤로 눌러 넘겼다. 그녀는 그를 돌아보지 않았다.
그 주에 회사는 아래층 촬영장에서 그를 찍었다. 촬영장은 하얬다. 바닥도 하얬고, 배경도 하얬다. 가운데 선 사람에게는 그림자가 없었다. 사방에서 조명이 내리눌렀다. 그는 두 시간을 서 있었다. 사진사는 몇 분마다 한 번씩 좋다고 말하고, 각도를 바꿨다. 사진사는 조명을 손질한 쪽에만 비추고, 나머지 쪽은 후보정에 맡긴다고 말했다. 마흔 몇 장째 찍었을 때에야 그는 내려가 물을 마셔도 된다는 허락을 받았다.
나중에 누군가 그중 한 장을 태블릿에 띄워 그에게 보여 주었다. 손가락 끝으로 턱의 그 선 위에 선을 한 줄 그었다. 여기를 깎아야 한다고, 고쳐야 화면에 나온다고 했다. 그는 자기 턱을 만졌다. 뼈는 거기 있었다. 선은 없었다. 태블릿 위의 그 선은 가늘었다. 손가락이 지나간 자리는 그가 손을 뗄 때까지 빛나고 있었다.
그는 말했다. 고치지 않는다.
평가하던 날, 맨 뒷줄에 앉은 사람이 그를 삼 초 동안 보았다. 펜 끝은 종이에 닿지 않았다. 삼 초가 지나서야 그는 움직였다. 그 삼 초 동안 그는 거울 앞에 서 있었고, 몸의 살 한 점 한 점이 자기가 어디 있는지 알고 있었다. 펜 끝은 종이에서 손가락 한 마디 거리에 있었다. 그는 그 한 마디를 셌다. 그 평가에서는 아무도 그의 이름을 부르지 않았다. 복도 게시판에는 그달의 명단이 새로 붙어 있었다. 그의 이름은 그 명단에 없었다. 그 줄은 비어 있었다.
떠나던 날 저녁, 그는 가방을 메고 방에서 나왔다. 손에는 물병이 하나 들려 있었다. 선생님은 복도 저쪽 끝에 서 있었다. 손에 출석부를 들고 있었다. 두 손은 아래로 늘어뜨렸고, 엄지는 바지 솔기에 댔다. 눈은 문틀의 그 긁힌 자국을 보고 있었다. 다가오지 않았다. 그는 문 앞까지 와서 잠깐 멈췄다. 쪼그려 앉았다. 두 손가락으로 한 소년의 턱을 받쳐 위로 들었다. 어떤 높이에 이르자 일 초 동안 멈췄다. 그리고 손을 놓았다. 이유는 말하지 않았다.
나중에 누군가 선생님의 말을 옮겨 전했다. 그 사람의 박자가 늦었던 것은, 그가 줄곧 세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계단 어귀에 이르렀을 때, 손에 든 물은 이미 차갑지 않았다. 그는 버스 정류장에서 막차가 올 때까지 앉아 있었다. 가방은 무릎 위에 두었다. 물병 뚜껑은 끝까지 닫혀 있었다. 열지 않았다.
그날 아침, 벽에 붙은 그의 스티커는 온전했다.
그는 문틈 앞에서 한 걸음 물러났다. 복도의 등이 하나 따라 켜졌다. 그는 그 거울을 돌아보지 않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계단실의 등도 소리에 반응하는 등이었다. 그가 계단을 한 칸 내려가면 등이 하나 켜졌다. 그의 뒤쪽 등은 하나씩 꺼졌다. 1층 복도 끝 게시판에는 그 명단이 아직 붙어 있었다. 스물세 번째 줄에 이름이 하나 있었다. 그는 그 이름을 읽지 않았다.
거리의 유리가 일제히 뒤집혔다. 편의점 문, 미용실 진열창, 버스 정류장 광고함, 교차로의 대형 화면이 같은 순간 모두 거울이 되었다. 거울 속은 같은 차가운 분홍빛이었다. 길 한가운데 차 몇 대가 서 있었다. 차 문은 열려 있었다. 아무도 내리지 않았다.
버스 정류장 긴 의자에 한 사람이 앉아 있었다. 손에는 빈 물병이 들려 있었다. 병뚜껑은 열려 있었다. 유리 속의 그 사람도 빈 병을 들고 있었다.
그는 진열창 앞에 멈춰 서서, 유리 속의 자기를 보았다. 오른쪽 얼굴은 밝았고, 왼쪽은 잿빛이었다.
유리 속에서 사람이 걸어 나왔다. 하나씩, 진짜 사람보다 조금 더 보기 좋았다. 턱은 더 날카롭고, 머리는 더 가지런했다. 걸음 폭은 모두 같았다. 그들은 유리에서 나와 거리의 사람들 곁에 섰다. 손을 뻗어 그 사람들의 머리를 정리해 주었다. 갓 빗은 머리가 되었다. 한 올 한 올 가지런히 누웠다. 그들이 지나간 유리에는 옅은 손자국이 하나 남았다. 잠시 뒤에 손자국도 사라졌다.
행인들은 피하지 않았다. 어떤 사람은 멈춰 서서 고개를 숙인 채, 그들이 머리를 만지도록 가만히 서 있었다. 머리를 맡긴 사람은 눈을 감고 꼼짝하지 않았다. 다 정리되고 나자 머리카락 한 올도 들뜨지 않았다. 고개를 드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어떤 사람의 어깨가 그에게 부딪혔다. 그 사람은 사과하지 않았다. 그를 보지도 않았다. 그 사람은 몸을 돌려 유리에서 나온 사람 곁에 섰다. 그리고 상대가 그의 머리를 정리해 주도록 했다.
한 여자가 진열창 앞에 서서 머리카락 한 가닥을 귀 뒤로 넘겼다. 유리에서 나온 그 사람도 머리카락 한 가닥을 귀 뒤로 넘겼다.
아이 하나가 계단 위에 서서 고개를 위로 젖히고 있었다. 유리에서 나온 한 사람이 허리를 굽혔다. 손을 아이의 뒤통수에 대고, 가볍게 한 번 눌렀다. 아이가 고개를 숙였다.
이 거리만이 아니었다. 낡은 건물 계단 아래에서 바라보니, 멀고 가까운 유리가 모두 뒤집히고 있었다. 같은 차가운 분홍빛이 한 줄씩 차례로 밝아지며 지나갔다. 계단 아래 수위실에서는 선풍기가 아직 돌고 있었다. 수위실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산기슭 그 야간 편의점의 문도 뒤집혔다. 문 안 벽 구석에 걸린 텔레비전에는 소리가 없었다. 화면에는 이 탑의 아랫부분이 나왔다. 차가운 분홍빛이었다. 계산대 뒤에 사람이 하나 있었다. 냉장고에 물건을 채우고 있었다. 한 줄씩, 병 입구를 모두 같은 쪽으로 향하게 하면서. 그 사람의 손이 잠깐 멈췄다. 그러고는 다시 채웠다. 그는 멈추지 않았다. 멈춰 선 사람들의 흐름을 거슬러 산 위로 올라갔다.
육교를 건널 때 바람이 셌다. 다리 밑 차도에는 차가 모두 멈춰 있었다. 차 불빛은 하얬다. 한 줄씩 늘어서 있었다. 그의 외투 뒤쪽 그 그림자 무늬가 바람에 들렸다가, 반 박 늦게 내려앉았다.
다리를 건너자, 길가 그 미용실의 유리문 안, 거울에 붙은 광고도 뒤집혔다. 광고 속 사람의 턱은 사람 같지 않게 뾰족했다. 피부에는 모공이 보이지 않았다. 그 사람이 유리문에서 걸어 나왔다. 길가의 한 노인 뒤에 섰다. 노인의 옷깃을 펴 주었다. 노인은 움직이지 않았다.
비탈이 가팔랐다. 계단이 한 칸씩 이어졌다. 칸마다 모서리가 닳아 둥글었다. 틈에는 풀이 자라 있었다. 풀은 젖어 있었다. 거리의 사람들은 걸음 폭이 모두 같았다. 그의 발은 늘 그들보다 반 박 뒤에 떨어졌다. 그는 쫓아가지 않았다. 비탈에서 그의 숨이 거칠어졌다. 내쉰 숨이 찬 공기 속에서 잠깐 보이다가 흩어졌다.
중턱에 이르자 거리의 소리가 조금씩 물러났다. 남은 것은 수십 켤레의 신발 밑창 소리뿐이었다. 같은 리듬이었다.
길가 전봇대에 사람을 찾는 전단이 한 장 붙어 있었다. 빗물이 글자를 번지게 해 놓았다. 이름의 절반만 아직 알아볼 수 있었다.
두 번째 교차로에서 그는 고개를 한 번 들었다. 북동쪽 하늘에 그 원이 아직 걸려 있었다. 밝은 쪽이 3분의 2를 차지했다. 가장자리에는 옅은 보랏빛 한 바퀴가 둘러 있었다. 밝은 면에는 흰 구름이 덩이덩이 떠 있었다. 움직이지 않았다. 어두운 쪽 작은 부분에는 잔빛 몇 점이 있었다. 원 위쪽, 원보다 조금 높은 곳, 탑 쪽에 검은 입구가 하나 열려 있었다. 입구 가장자리에는 아주 가는 흰 테두리가 있었다. 테두리 바깥의 별들이 비틀려 있었다. 원의 가장자리는 깨끗했다. 빛무리가 없었다. 한 줄의 선을 따라 잘라 낸 것처럼 그렇게 걸려 있었다. 흰 테두리 위에서 가끔 번쩍이다가 다시 어두워졌다.
그는 한 번 보고, 다시 고개를 숙였다.
산꼭대기 숲 위에서 탑의 아랫부분이 빛나고 있었다. 거울 은빛의 차가운 분홍이었다. 탑 몸통 전체가 그 한 가지 색으로 씻겨 있었다. 층마다 위로 밝아지다가, 구름 아래에서 멈췄다. 바람이 숲에서 불어 나와 구름을 조금 더 내리눌렀다. 탑의 위쪽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는 계단 위에서 잠깐 멈추고, 손으로 난간을 짚었다. 난간은 젖어 있었다. 손바닥이 금세 차가워졌다.
탑 밑동의 입구는 이음매 없는 거울 바닥 한 장이었다. 입구에는 문이 없었다. 선이 하나 있을 뿐이었다. 그 선은 거울 바닥의 이쪽에서 저쪽까지 그어져 있었다. 그가 발을 디뎠다. 그림자가 그보다 반 박 늦게 거울 면에 내려앉았다. 거울 바닥 위에서는 소리가 나지 않았다. 그의 신발 밑창이 내려갔다. 그 소리는 돌아오지 않았다. 그는 거울 바닥 한가운데까지 걸어갔다. 뒤를 돌아보았다. 뒤에는 발자국이 하나도 없었다.
거울 바닥은 나무 마룻바닥보다 차가웠다. 거울 바닥 가장자리에는 등이 한 바퀴 박혀 있었다. 차가운 빛이었다. 그의 발목 둘레가 한 바퀴 하얗게 비쳤다. 고개를 숙이자 거울 바닥에 하늘 한 조각이 비쳤다. 그 원이 그의 발밑에 있었다. 검은 입구는 그의 신발 코 앞에 있었다. 그는 발을 조금 옮겼다. 원은 따라 움직이지 않았다.
산꼭대기의 바람은 차가웠다. 바람이 귀걸이의 끊긴 자리를 스치자, 자줏빛 심이 조금 더 빨리 튀었다.
맞은편에서 또 하나의 자신이 걸어왔다.
같은 얼굴이었다. 턱은 더 날카롭고, 피부는 더 깨끗했다. 외투도 검은 가죽이었다. 뒤쪽의 그 그림자 무늬는 조금도 늦지 않았다. 어깨에 딱 붙어 있었다. 그 자신의 신발은 새것이었다. 밑창이 닳지 않았다. 그의 왼쪽 구두 뒤축은 한쪽이 닳아 평평했다. 요 몇 년 동안 바깥쪽을 밟아서 생긴 것이었다. 그 자신이 손을 뻗어 그의 외투를 받으려 했다. 연습이라도 한 것처럼 동작이 정확했다. 그 손은 말라 있었다. 땀이 없었다. 그 자신의 가슴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 자신의 눈은 앞을 보고 있었다. 그를 보지 않았다. 그 자신의 소매는 새것이었다. 실밥이 하나도 없었다. 그의 소매에는 실밥이 한 가닥 있었다. 석 달 전 문틀의 못에 걸린 것이었다. 그는 한 번 잡아당겼지만 끊어지지 않았다.
사면의 촬영 조명이 동시에 빛을 보태, 두 사람의 그림자를 모두 말끔히 지워 버렸다.
그는 외투를 건네지 않았다. 그 얼굴에는 표정이 없었고, 빠진 데도 없었다.
그의 오른손이 외투 안주머니 위에 놓였다. 천을 사이에 두고 한 번 눌렀다.
안주머니 안에 뭔가 있었다. 이어폰이었다. 왼쪽 것이었다. 줄이 한 바퀴 감긴 채 맨 밑에 눌려 있었다. 지난주에 그녀의 이어폰 줄이 엉켜 한 덩어리가 되었다. 그녀가 그것을 그에게 내밀었다. 그는 한 바퀴씩 감아 정리하고, 끝을 손가락으로 누른 뒤 돌려주었다. 이 왼쪽 이어폰은 그녀가 지난번에 문틀 위에 두고 간 것이었다. 그는 돌려주지 않았다. 안주머니 천 너머로, 그 이어폰은 아직 차가웠다.
그는 손을 들어 손등을 한 번 보았다. 전기 자줏빛 박자 무늬가 아직 켜져 있었다. 빛이 반 박 늦었다.
그러고는 그 자신을 비켜 지나, 빛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의 소매가 그 자신의 소매를 스쳤다. 천은 같은 천이었다. 스쳐 가는 소리도 같았다. 그 자신은 멈추지 않았다. 빛은 사방에서 왔다. 그가 들어선 자리에는 그림자가 없었다.
무대는 네모난 거울 바닥이었다. 네 모서리에 가는 기둥이 서 있었다. 기둥 꼭대기에는 촬영 조명이 있었다. 관람석은 무대 바깥에서 층층이 감아 올라가, 숲 가장자리까지 이어졌다. 의자 등받이는 모두 희었다. 계단 위에 얇은 물이 한 겹 있었다. 탑의 아랫부분이 비쳤다. 비친 그 부분도 차가운 분홍빛이었다.
무대 한가운데, 퍼펙트 미러가 한 정지 동작에 멈춰 있었다. 턱은 최적의 각도로 들려 있었다. 손끝은 쇄골에 멈춰 있었다. 꼬박 반 초 동안 거울 바닥 위의 먼지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녀의 팔과 어깨선은 일직선이었다. 어디 하나 더 나온 데가 없었고, 어디 하나 모자란 데도 없었다. 거울 바닥에 그녀의 발끝이 비쳤다. 그의 발끝과 정면으로 마주 보고 있었다. 그녀의 옷에는 솔기가 없었다. 어깨에서 발끝까지 한 장이었다. 거울 은빛이었다. 조명이 움직이면 색도 따라 움직였다.
그녀는 아주 멀리 있었다. 피부가 보이지 않을 만큼 멀었다. 턱선이 날카롭게 깎여 있는 것만 보였다. 등 뒤의 날개는 깨진 거울 조각을 이어 붙인 것이었다. 그중 몇 조각에 그의 얼굴이 비쳤다. 조각마다 따로 비쳤다. 온전한 조각은 하나도 없었다. 날개가 한 번 움직였다. 깨진 거울 조각의 가장자리가 서로 부딪혀 아주 작은 소리를 냈다. 그리고 다시 멈췄다. 머리카락은 다이아몬드 실이었다. 조명이 닿으면 번쩍였다.
거울 장식 조각에 비친 것은 무대가 아니었다. 관람석에서 흐릿하게 일그러진 관객이었다. 관람석의 사람들이 동시에 일어섰다. 동시에 앉았다. 한 줄씩, 움직이는 빠르기가 같았다. 옷이 스치는 소리까지 같았다. 어떤 사람의 손은 무릎 위에 놓여 있었다. 손등이 위를 향해 있었다. 무늬는 없었다. 첫째 줄 사람의 무릎에는 종이 한 뭉치가 놓여 있었다. 종이에는 같은 얼굴이 찍혀 있었다.
그는 가만히 섰다. 조명이 그의 얼굴을 눌렀다. 한쪽만 비추었다. 이런 조명은 촬영장에서도 썼다. 사진 마흔 몇 장은 모두 이런 조명 아래서 찍은 것이었다. 발가락이 신발 속에서 움직였다. 그는 물러서지 않았다. 숨은 흐트러져 있었다. 들이마신 숨은 늘 남들보다 반 박 늦게야 나왔다.
“이런 조명은 나 알아. 그건 손질한 쪽만 비춰.”
그가 말을 마쳤다. 말은 그녀의 멈춤 뒤에서 반 박 늦게 떨어졌다. 그녀의 멈춤은 변하지 않았다.
“조명이 너를 찾았어.”
그녀의 목소리에는 메아리가 없었다. 두 목소리가 겹쳐 있었다. 하나는 조금 낮았고, 하나는 조금 높았다. 글자마다 같은 자리에 떨어졌다. 귀에 바짝 붙었다. 말이 끝나면 그 소리도 사라졌다.
그녀가 보는 순서는 맨 뒷줄에 앉은 사람과 같았다. 턱, 눈, 손.
“서두르지 마. 먼저 너를 카메라에 잘 받는 모습으로 고쳐 줄게.”
그녀의 손끝이 한 번 움츠러들었다. 그녀는 눈을 깜박이지 않았다. 거울 면의 파문 한 바퀴가 그녀의 발밑에서 밀려 나왔다. 파문은 거울 바닥에 붙어 나아갔다. 그의 발목을 쓸었다. 무릎을 쓸었다. 가슴을 쓸었다. 파문에 닿은 것마다 아주 가볍고, 같은 음높이의 소리를 냈다. 파문이 안주머니에 닿자 잠깐 멈췄다. 그리고 돌아서 지나갔다. 그곳의 천은 벗겨지지 않았다. 파문이 지나간 뒤 거울 바닥에는 옅은 빛 한 바퀴가 남았다. 한 군데가 이지러져 있었다. 이지러진 자리는 그의 신발 코와 마주 보고 있었다.
파문이 그를 한 번 쓸고 갈 때마다, 그의 몸에서 보정본 하나가 벗겨져 나왔다. 첫 번째 보정본에서는 턱 쪽이 조여졌다. 뼈가 한 바퀴 비틀렸다. 정확히 3밀리미터였다. 두 번째에서는 관자놀이의 땀이 지워졌다. 피부가 한꺼번에 말랐다. 팽팽하게 당겨졌다. 세 번째에서는 외투의 주름이 모두 다려졌다. 소매가 닳아 생긴 그 하얀 줄도 없어졌다.
벗겨질 때 피부에는 아주 가벼운 느낌이 있었다. 햇볕에 들뜬 얇은 껍질을 누가 찢어 내는 것 같았다. 아프지 않았다. 다만 한 번 찢길 때마다, 몸의 무언가가 한 겹씩 얇아졌다. 그의 무릎이 한 번 굽었다가, 다시 펴졌다. 벗겨진 한 겹은 바닥에 떨어지지 않았다. 거울 바닥에 닿자마자 사라졌다.
세 사람이 한마디도 없이 그의 좌우에 섰다. 한 사람은 그의 왼쪽에, 두 사람은 그의 오른쪽에 섰다. 그를 가운데 끼웠다. 세 사람은 동시에 발을 반 치쯤 뒤로 당겼다. 그러고는 동시에 멈추었다. 왼쪽 사람의 소매는 그의 소매보다 반듯했다. 오른쪽 가까이 선 사람의 머리카락은 한 올도 들뜨지 않았다. 가장 멀리 있는 사람은 구두 뒤축이 새것이었다. 그와 같은 얼굴이었다. 세 사람의 손등은 깨끗했다. 자줏빛은 한 점도 없었다. 세 사람의 손마디는 모두 조금 하얗게 질려 있었다. 그의 것과 같았다. 다만 무늬가 없었다. 서 있는 네 사람 가운데 손등에 무늬가 있는 것은 그뿐이었다.
그는 자기 손등이 보이게 손을 돌렸다. 무늬는 아직 있었다. 전기 자줏빛이었다. 한 번씩 튀었다. 그의 손보다 반 박 늦게 움직였다. 그의 오른손은 몸 옆에 있었다. 손가락 마디가 하나씩 오므라들었다. 다시 하나씩 펴졌다.
“넌 충분히 아름답지 않아. 넌 충분히 성공하지 못했어. 넌 충분히 완벽하지 않아. 다시 한 번 손봐.”
그녀의 입 모양과 목소리에는 앞뒤가 없었다. 같은 순간에 떨어졌다.
그녀는 손바닥을 위로 한 채 그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다시 무대에 올라와 한 번 더 하라고 청하는 것 같았다. 관람석 전체에 같은 얼굴이 가득 앉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