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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부 · 넌 자격이 없어

제20장여덟 박자

八拍

중국어 원문을 옮긴 번역입니다.

제20장 여덟 박자

창고의 셔터가 올라갔다. 그녀는 장갑을 뒤집어 손바닥의 얇게 닳은 자리를 한 번 보았다.

그것은 전날 아침 여덟 시였다. 장갑은 흰 실로 짠 것이었다. 여러 번 빨았다. 손바닥 자리는 밑의 결이 비칠 만큼 얇았다. 그녀는 손가락을 끼워 넣고, 엄지와 검지로 입구를 집어 위로 한 번 털어 꼭 맞게 끼웠다. 다른 한 짝은 손가락 사이가 터져 있었다. 그녀는 검은 머리끈 하나로 두 바퀴 감았다. 더는 밖으로 뒤집히지 않을 때까지 감았다.

그날 그녀는 여섯 시 오십 분에 계단을 내려왔다. 매일 우편함 앞을 지났다. 우편함은 계단 입구에 있었다. 쇠로 된 것이었다. 뚜껑의 자물쇠가 고장 나서 엄지로 밀어 열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밀어 열고 한 번 들여다보았다. 안에는 남의 고지서가 있거나, 슈퍼마켓 광고지 한 장이 있었다. 보고 나서 그녀는 뚜껑을 도로 밀어 닫았다.

길모퉁이의 정비소는 아직 문을 열지 않았다. 셔터에 누군가 분필로 숫자를 한 줄 써 놓았다. 값인지 전화번호인지 그녀는 알 수 없었다. 길가의 나무는 잎을 떨구었다. 잎은 말라 있었고, 오가는 차에 눌려 납작해져 있었다. 지하철역까지는 걸어서 12분이었다. 그녀는 매일 셌다. 셀 때는 소리를 내지 않았다.

창고는 도시 외곽에 있었다. 함석 지붕이었다. 컨베이어 벨트 네 줄이 나란히 돌아갔다. 반품된 소포가 문으로 들어왔다. 상자 하나씩, 상자마다 전표 한 장이 붙어 있었다. 전표에는 칸이 열두 개 찍혀 있었다. 칸마다 반품 사유가 하나씩 적혀 있었다. 그녀는 칸을 보지 않았다. 바코드만 찍었다. 다 찍으면 상자는 해당하는 철망 수레에 떨어졌고, 수레는 밀려 나갔고, 또 한 대가 밀려 왔다.

창고의 한 교대조는 마흔한 명이었다. 그녀는 그중 열일곱 명을 알아보았다. 누가 교대로 오는지, 누가 점심시간에 잠깐 자는지 알았다.

컨베이어 벨트는 4초마다 상자 하나를 뱉어 냈다. 그녀의 손은 앞의 3초 안에 다 찍었고, 마지막 1초는 다음 상자가 오기를 기다렸다. 3초, 1초, 3초, 1초. 한 교대는 여섯 시간이었다. 중간에 밥 먹는 20분도 그 안에 들어 있었다.

그녀는 세어 보았다. 한 시간에 상자 구백 개가 지나갔다. 세 번째 시간까지 세어도 여전히 구백 개였다. 아무도 그녀에게 세라고 하지 않았다. 벽의 시계도 세지 않았다. 그녀가 혼자 셌다.

반품된 스탠드 하나가 있었다. 포장의 비닐은 뜯은 적이 없었다. 바코드를 찍을 때 그녀는 전표의 일곱 번째 칸에 표시가 되어 있는 것을 보았다. 그녀는 일곱 번째 칸에 뭐라고 적혀 있는지 보러 가지 않았다. 상자는 철망 수레에 떨어져, 뜯지 않은 수건 상자 위에 얹혔다.

오전 열 시, 관리자가 문 앞을 지나갔다. 손에 판 하나를 끼고 있었다. 그는 10분마다 판에 금을 하나씩 그었다. 긋고 나면 다시 걸어갔다. 그 금들은 한 줄 한 줄 가지런했다.

옆 줄에 한 여자가 줄곧 같은 노래를 흥얼거렸다. 세 번째로 흥얼거릴 때 그녀도 따라서 반 소절 흥얼거리다가 멈췄다. 손에 든 상자를 돌려 계속 찍었다.

점심시간 전에 그 여자가 상자를 그녀 옆으로 밀며 물었다. “매일 밤 추러 가?”

“40분.” 그녀가 말했다.

여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더 묻지 않았다. 상자를 도로 밀고, 또 반 소절 흥얼거리다가 멈췄다.

점심은 빵 하나였다. 기름종이에 싸여 있었다. 그녀는 컨베이어 벨트 끝에 앉아 먹었다. 정수기의 꼭지는 손잡이가 한 토막 부러져 있었다. 손가락으로 눌러야 물이 나왔다. 휴게실에는 창이 없었다. 벽에 비상 대피도 한 장이 붙어 있었다. 빨간 화살표가 문을 가리켰다. 화살표는 이미 옅은 색으로 바래 있었다. 빵은 둘로 쪼개졌다. 반은 저녁을 위해 남겼다.

오른쪽 무릎의 짙은 색 덧댄 천은 그녀가 직접 꿰맨 것이었다. 바늘땀은 비뚤었고 실은 굵은 것을 썼다. 그래도 튼튼했다. 창고 바닥은 시멘트였다. 오래 서 있으면 무릎이 먼저 뻣뻣해졌다. 그녀는 한 시간마다 한 번씩 다리를 굽혔다. 끝까지 굽혔다가 다시 폈다.

오른쪽 신발코는 구멍이 하나 뚫려 있었다. 흰 실밥이 구멍에서 뒤집혀 나와 있었다. 그녀는 신발을 바꾸지 않았다. 새 한 켤레는 두 주치 품삯이었다. 그녀가 바꾼 것은 신발 끈이었다. 오른발 끈은 왼발보다 한 바퀴 더 감았다. 발등을 돌아 발목 위에 묶었다. 이 감는 법은 그녀가 스스로 찾아낸 것이었다. 한 달 넘게 시험했다. 착지할 때 발이 앞으로 밀리지 않았다.

퇴근은 오후 두 시였다. 퇴근할 때 관리자가 문 앞에 서 있었다. 손에는 아직 그 판이 끼워져 있었다. 사람들이 하나씩 지나갈 때마다 그는 펜 끝으로 판을 한 번 찍었다. 그녀가 지나가자 펜 끝이 내려왔다. 판에 점이 하나 더 늘었다.

지하철로 네 정거장을 가면 시내였다. 객차 안은 붐볐다. 그녀는 문 옆에 서서 이어폰 줄을 풀었다. 줄은 언제나 한 뭉치로 엉켜 있었다. 그녀의 푸는 법은 정해져 있었다. 먼저 양 끝을 찾고, 그다음 세 번 턴다. 양 끝을 찾았다. 세 번 털었다. 한 바퀴씩 풀려 줄이 늘어졌다. 곧게 늘어졌다.

환승 통로는 길었다. 타일은 희었다. 한 장이 깨져 있었고, 깨진 자리는 검은 접착제로 메워져 있었다. 아주 평평하게 메워져 있었다. 그녀는 그 자리를 지날 때마다 발이 그 가장자리를 밟았다.

객차의 광고판에는 신발 한 켤레가 있었다. 밑창이 아주 희었다. 닳은 데가 한 군데도 없었다. 그녀는 한 번 보고, 자기 발을 또 한 번 보았다. 그녀의 정기권은 신분증 뒤에 끼워져 있었다. 신분증의 사진은 이 년 전에 찍은 것이었다. 사진 속의 머리카락은 지금보다 길었다.

맞은편 자리에 아이가 하나 있었다. 귤껍질을 한 가닥으로 길게 벗기고 있었다. 반쯤 벗겼을 때 껍질이 끊어졌다. 아이는 그 끊어진 자리를 빤히 보더니, 입을 딱 벌렸다. 그녀는 소리 내어 웃었다. 얼른 손등으로 입을 눌렀다. 누르고 나서도 어깨가 두 번 떨렸다.

지하철에서 나와 광장을 가로지르면 돌계단 꼭대기였다.

광장에는 꽃 파는 사람이 하나 있었다. 꽃 양동이의 물은 검었다. 꽃줄기가 그 안에 잠겨 있었고, 자른 자리는 희끗했다. 그녀는 꽃 양동이 옆을 지나갔다. 멈추지 않았다.

돌계단은 모두 스물여섯 단이었다. 돌로 된 것이었다. 광장에서 한 단 한 단 내려왔다. 맨 아래 세 단은 폭이 넉넉해서 사람이 설 수 있었다. 그녀가 매일 연습하는 곳이 이 세 단이었다. 광장의 다른 곳은 기울었거나 깨져 있었다. 두 단은 모서리를 시멘트로 때운 적이 있었다. 색이 돌보다 옅었다. 그녀는 그 두 단의 모서리는 한 번도 밟지 않았다.

그녀는 매일 맨 아래 세 단까지 내려와 물건을 계단 아래에 놓았다. 스피커, 판지 몇 장, 반쯤 마신 물 한 병. 판지는 창고에서 반품된 상자를 뜯어 눌러 편 것이었다. 그녀는 매일 한 장씩 가지고 나와 돌 위에 눌러 두었다. 창고에는 매일 반품 상자가 있었다. 판지는 모자란 적이 없었다. 판지에는 그녀가 눌러 낸 자국이 있었다. 무릎 둘, 손바닥 둘. 손바닥 자국 둘이 더 깊었다. 쇠 난간은 녹슬어 있었다. 녹은 군데군데 덩어리져 있었다. 손을 짚으면 부스러기가 떨어졌다.

돌계단 아래 한 모퉁이에 카페가 하나 있었다. 입구의 셔터는 반쯤 올라가 있었다. 불빛은 희었다. 낮에도 켜져 있었다. 입구에 콘센트가 하나 있었다. 가게 것이었다.

가게 안에는 가사 없는 피아노 한 곡이 흐르고 있었다. 소리는 아주 작았다. 커피 머신이 한 번 울렸다. 증기가 관에서 뿜어져 나왔다가 금세 흩어졌다. 카운터 뒤의 사람은 짙은 색 앞치마를 두르고 있었다. 소매는 팔꿈치까지 걷어 올렸다. 아래팔에 아주 오래된 흰 화상 자국이 하나 있었다. 이미 평평해져 있었다.

그녀는 먼저 카페 입구로 가서 스피커를 콘센트에 꽂고, 계단에 앉아 다 충전되기를 기다렸다. 다 충전되는 데 한 시간이 걸렸다.

스피커는 낡은 것이었다. 칠이 벗겨졌고, 손잡이는 테이프로 감은 적이 있었다. 다 충전해도 40분밖에 틀 수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매일 40분을 연습했다. 더도 덜도 아니었다.

충전하는 동안 그녀는 배터리 표시등을 보았다. 한 칸씩 켜졌다. 세 번째 칸까지 켜지자 그녀는 스피커를 뒤집어 밑바닥의 작은 라벨을 보았다. 라벨의 글자는 반쯤 지워져 있었다. 남은 것은 모델 번호의 뒷자리 몇 개였다.

광장 건너편에 헌책을 늘어놓은 사람이 하나 있었다. 좌판의 책은 두께 순으로 늘어서 있었다. 글자 순이 아니었다. 그녀는 지날 때마다 같은 책 한 권이 같은 자리에 놓여 있는 것을 보았다. 표지가 아래를 향해 있었다.

비둘기가 돌계단 위를 걸었다. 아주 느리게 걸었다. 사람을 봐도 피하지 않았다. 그녀는 앉아서 기다렸다. 비둘기 한 마리가 그녀의 신발 옆까지 걸어와 멈춰 서서 한 번 보더니 다시 걸어갔다.

그날 그녀가 앉자, 카페 안의 사람이 문에서 걸어 나와 입구의 그 의자를 콘센트 쪽으로 반걸음 옮겼다. 의자 다리가 석판 위를 긁으며 한 번 소리를 냈다. 아주 짧았다. 다 옮기고 그 사람은 돌아 들어가 계속 잔을 닦았다.

의자가 콘센트에 반걸음 가까워졌다. 그녀가 손을 뻗으면 플러그에 닿았다.

손잡이의 테이프는 회색이었다. 여러 바퀴 감겨 있었다. 한 모서리가 들려 있어서 스피커를 들 때마다 한 번씩 눌러야 했다. 그날 카페의 사람이 카운터 밑에서 미색 테이프 한 롤을 꺼내 콘센트 옆 계단에 놓았다. 말은 하지 않았다.

그녀는 집어 들고 한 번 보았다. 주방에서 포장할 때 쓰는 것이었다. 위에 글자는 없었다.

“고마워요.” 그녀가 말했다.

문 안의 사람이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나오지는 않았다.

그녀는 낡은 테이프를 한 바퀴씩 뜯어내어 계단 위에서 작은 뭉치로 접었다. 새것을 감았다. 세 바퀴, 한 바퀴마다 앞 바퀴의 절반을 눌렀다. 다 감고 그녀가 한 번 들어 보았다. 손잡이는 들뜨지 않았다.

그녀에게는 선생이 없었다. 열여섯 살 그해, 그녀는 지하 주차장에서 라디오 한 대를 따라 배웠다. 라디오는 기둥 밑에 놓여 있었다. 스피커가 하나뿐이어서 소리가 얇았다. 주차장 바닥은 기름져서 밟으면 미끄러졌다. 그녀는 기둥과 기둥 사이에서 빈자리를 찾았다. 매일 한 자리씩 찾았다. 찾은 자리가 그날의 자리였다. 라디오는 매일 같은 노래를 틀었다. 네 번째로 틀 때에야 그녀는 다섯 번째 박이 어디인지 알았다.

첫 달에 그녀는 동작 하나만 익혔다. 발등을 펴고, 팔을 그어 지나가는 것. 그녀는 기둥 사이에서 한 달 동안 그었다. 주차장 그 자리의 기름때가 한 뙈기 닦여 나가, 밑의 시멘트 회색이 드러났다.

밤 열 시 십 분 전, 카페의 유리창에 하늘이 비쳤다. 유리 안에 옅은 자줏빛 테두리 한 굽이가 지붕 위에 걸려 있었다. 어두운 쪽 면에는 조각난 빛이 무더기로 있었다. 한 조각 한 조각, 별은 아니었다.

그녀는 고개를 들지 않았다. 유리만 보았다.

가로등이 옆에서 비스듬히 비쳐 와 돌계단에 긴 그림자를 끌어냈다. 그림자는 한 단 한 단 꺾여 내려갔다. 그녀는 스피커를 맨 아래 단에 놓고 재생을 눌렀다.

스피커에서는 반복되는 북소리 한 토막이 흘렀다. 그녀가 직접 고른 것이었다. 한 바퀴에 1분 20초였다. 앞의 네 박은 느리고 뒤의 네 박은 빨랐다. 느린 네 박에서는 동작을 감춰야 했다. 빠른 네 박에서는 동작이 드러나야 했다.

스피커의 울림판은 한 군데 터져 있었다. 소리가 터진 데로 새어 나와 조금 쉰 기운이 섞였다. 그녀는 음량을 여섯 칸까지 올리고 더는 올리지 않았다.

이 대목은 여덟 박이 한 묶음이었다. 앞의 세 박은 시작 동작이었다. 발등을 펴고, 팔을 어깨선 높이까지 그었다. 네 번째 박에서 돌기 시작했다. 왼발을 반걸음 물리고, 오른발은 여섯 번째 박에 내려앉았다. 일곱 번째, 여덟 번째 박에서 그녀는 무게중심을 오른쪽에 남겨 두고 다음 묶음을 기다렸다.

여덟 번째 박은 마무리였다. 마무리는 멈춰야 했다. 멈춰야 다음 묶음이 시작할 자리가 생겼다. 그녀가 가장 많이 연습한 것이 이 한 번이었다. 여덟 번째 박에서 그녀는 매번 멈춰 섰다. 여섯 번째 박만 빨랐다.

다섯 번째 박에서 그녀의 왼쪽 어깨가 먼저 가라앉았다. 그녀는 그것을 들어 올렸다. 가라앉게 두지 않았다. 여섯 번째 박에 내려앉을 때 오른쪽 신발코가 먼저 돌에 닿았다. 소리가 북소리보다 조금 빨랐다.

오른발이 내려앉을 때 그녀는 먼저 밑창 소리를 들었다. 박자보다 아주 조금 앞이었다. 이것은 그녀가 스스로 연습해서 나온 것이었다. 박자가 요구한 것이 아니었다.

10분째 연습했을 때 그녀는 판지 위에 누웠다. 두 손으로 바닥을 짚고 몸을 바닥에서 밀어 올렸다. 손바닥이 판지의 자국을 눌렀다. 자국이 조금 더 깊어졌다.

열 시 정각, 철탑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아래쪽 절반이 깜박깜박 5분 동안 반짝였다. 그녀는 세어 보았다. 매번 5분이었다. 1초도 더 없었다. 그녀의 박자는 반짝이는 불빛과 맞지 않았다. 그녀는 멈추지도 않았다.

다 반짝이고 나자 철탑은 평소의 밝기로 돌아갔다. 한 줄 한 줄의 등이 다시 자리를 잡았다.

몸을 돌릴 때 그녀는 유리 안의 그 사람이 아직 잔을 닦고 있는 것을 보았다. 닦는 동작은 줄곧 멈추지 않았다.

40분째 연습했을 때 그녀는 멈춰 서서 그 물병을 집어 한 모금 마셨다. 물은 이미 미지근했다. 그녀는 물을 판지 모서리에 도로 놓았다. 판지는 아주 평평하게 눌려 있었다. 한 장 한 장마다 그녀의 자국이 있었다.

연습을 마치고 그녀는 계단에 앉아 신발을 갈아 신었다. 계단의 물은 차가웠다. 바지를 뚫고 스며 올라왔다. 그녀는 자리를 바꾸지 않았다. 그녀의 양말은 회색이었다. 발가락 쪽도 얇게 닳아 있었다. 그녀는 양말을 아래로 조금 당겼다. 오른쪽 신발의 깔창 밑에는 종이 두 장이 눌려 있었다. 둘 다 네 겹으로 접혀 있었고, 종이 가장자리는 이미 물러져 있었다. 종이 한 모서리가 구멍 난 자리로 조금 삐져나와 있었다. 희끄무레했다. 그녀는 엄지로 그것을 도로 눌러 넣었다.

그것은 그 반려 통지서였다. 그녀는 그것을 봉투에서 뽑아 평평하게 펴고, 네 겹으로 접어 깔창 밑에 밀어 넣었다. 그때 오른쪽 신발코는 이미 닳아 뚫려 있었다. 구멍은 검었고 가장자리에는 흰 실이 뒤집혀 있었다. 광장 공연을 신청할 때 첨부한 사진에 찍힌 것이 바로 이 한 켤레였다.

그녀는 예순하루를 기다렸다. 창고에서 폐전표 한 장을 가져와 매일 밤 그 뒷면에 금을 하나씩 그었다. 예순한 번째 날, 편지가 왔다. 봉투는 회색이었다. 통지서에는 빨간 도장 하나가 찍혀 있었다. 이유는 적혀 있지 않았다.

그녀는 물으러 갔다. 광장 관리처는 지하철역 뒤 그 거리의 이 층에 있었다. 창구 앞에 의자가 한 줄 있었다. 네 사람이 앉아 손에 번호표를 들고 있었다. 의자는 나무였다. 팔걸이에 누군가 손톱으로 아주 짧은 금을 하나 새겨 놓았다. 창구 유리에 공지문 한 장이 붙어 있었다. 공지문의 셋째 줄은 지워져 있었고, 옆에 손으로 새 글 한 줄이 적혀 있었다. 글자는 검었다. 그녀는 한 시간 넘게 기다렸다. 차례가 오자 창구 뒤의 사람이 통지서를 책상에 누르고, 위의 빨간 도장을 한 번 보았다. 책상 위의 인주 통은 뚜껑이 열려 있었다. 인주에는 껍질이 한 겹 앉아 있었다.

그녀는 왜 이유가 적혀 있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 사람은 한 번 보더니 종이를 도로 밀었다.

“그건 제 담당이 아닙니다.” 그 사람이 말했다.

그 사람은 고개를 들지 않았다.

돌아갈 때 지하철에는 사람이 적었다. 그녀는 그 폐전표를 꺼내 뒷면의 금을 한 번 세었다. 예순한 개, 하나하나 곧았다.

그녀는 그 폐전표를 네 겹으로 접어 반려 통지서 위에 포개고, 오른쪽 신발 깔창 밑에 밀어 넣었다. 종이는 깔창보다 두꺼워서 그 구멍을 꼭 맞게 받쳤다. 걸을 때 종이 가장자리가 발가락에 스쳤다. 그녀는 이미 익숙해져 있었다.

어느 저녁, 키 큰 여자 하나가 아홉 번째 단에 앉아 있었다. 어깨에 가방을 하나 메고 있었다. 가방끈이 길었다. 흰 깃털 조각이 한 겹 한 겹 그녀의 뒷목에 서 있었다. 딱딱했고, 아래로 눌리지 않았다. 목이 길었다. 말할 때 턱이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발에 신은 두 신발은 짝이 달랐다. 왼발은 새틴 토슈즈였고, 오른발은 낡은 운동화였다.

그날 그녀가 춘 것은 다른 대목이었다. 평소보다 느렸고, 박마다 또렷하게 셌다. 여자는 줄곧 아홉 번째 단에 앉아 한 대목을 다 보았다. 박수도 치지 않았고, 좋다고도 하지 않았다.

다 추자 여자가 일어섰다. 난간을 짚지 않고 아홉 번째 단에서 내려와 맨 아래 단 가장자리에 멈춰 섰다.

“오른발이 일찍 내려앉았어. 그건 틀린 게 아니야. 그건 네 거야.”

여자가 말할 때 글자마다 치음이 아주 깨끗했다. 흐릿한 데가 없었다. 말을 마치고 그녀는 돌계단의 다른 쪽으로 올라갔다. 두 신발이 돌계단을 밟았다. 하나는 가볍고 하나는 무거웠다. 앞뒤로 멀어져 갔다.

그녀는 그 한마디를 처음부터 끝까지 마음속으로 한 번 되짚었다. 입술이 두 번 움직였다.

그날 밤 그녀는 그 여자가 누구인지 묻지 않았다. 다음 날 그녀는 오른발을 그만큼 조금 일찍 내려놓았다. 일부러였다. 그 주 내내 그녀는 매일 내려올 때 아홉 번째 단을 비켜 그 옆으로 지나갔다.

오늘은 날이 다 밝지 않았다.

오늘은 근무가 없었다. 그녀는 네 시 사십 분에 깼다. 검은 외투를 입었다. 소맷부리는 닳아 보풀이 일어 있었다. 그녀는 소매를 두 번 접어 올렸다.

문 앞에 신발 두 짝이 나란히 놓여 있었다. 왼발 신발코는 문을 향했고, 오른발 신발코는 벽을 향했다. 그것은 매일 밤 그녀가 신발을 놓는 자리였다. 한 번도 바꾼 적이 없었다.

그녀는 20분을 걸었다. 차를 타지 않았다. 신문 가판대를 지났다. 신문은 아직 진열되지 않았다. 한 묶음씩 바닥에 눌려 있었다. 묶음마다 위에 돌 하나가 얹혀 있었다.

그녀는 다섯 시 십오 분에 돌계단 꼭대기에 닿아 맨 아래 세 단으로 내려갔다. 돌계단에는 아무도 없었다. 카페의 불은 이미 켜져 있었다. 셔터는 아직 반쯤 내려와 있었다.

아홉 번째 단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녀는 한 번 보고, 다시 자기 발을 보았다.

청소차가 광장 저쪽에서 다가왔다. 물 호스가 석판을 씻었다. 물이 돌계단 가장자리를 따라 흘러내려, 맨 아래 단에서 멈춰 조그맣게 고였다. 물이 그녀의 신발코 앞까지 흘러오자 그녀는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차를 모는 사람은 짙은 색 장갑을 끼고 있었다. 그녀를 보지 않았다. 빈 비닐봉지 하나가 바람에 날려 돌계단 가장자리에 와 멈췄다. 더는 움직이지 않았다.

카페 안의 사람이 한 번 나왔다. 그 사람은 문 앞에 서서 위의 안개를 보고, 또 계단을 보더니, 종이컵 하나를 콘센트 옆 계단에 놓았다. 컵 입구에서 김이 올랐다. 앞치마에 흰 가루가 조금 묻어 있었다. 그 사람은 그녀를 보지 않았다. 몸을 돌려 들어갔고, 셔터가 조금 더 내려왔다. 컵은 아무도 가져가지 않았다. 김이 컵 입구에서 위로 올라갔다. 안개 속으로 들어가면 보이지 않았다.

안개가 강 쪽에서 밀려와 돌계단 가장자리를 누르고, 한 단 한 단 위로 번졌다. 멀리 안개 속에 철탑이 서 있었다. 아래쪽 절반은 또렷했다. 등이 한 줄 한 줄이었다. 위로는 흰빛 속에 잠겨 꼭대기가 보이지 않았다.

안개 속에서 새 한 마리가 한 번 울었다. 아주 짧았다. 두 번째 소리는 없었다.

그녀는 고개를 들지 않았다. 안개 위에 그 원이 걸려 있었다.

그녀는 신발 끈을 한 바퀴 더 조였다. 왼발 끈은 건드리지 않았다. 오른발 끈은 발목 위에서 내려와 발등을 돌아, 다시 한 바퀴 조였다. 손가락 마디가 하얘졌다. 안개가 그녀의 앞머리를 적셨다. 한 가닥이 이마 모서리에 붙었다. 그녀는 떼지 않았다.

카페 입구의 그 의자는 아직 콘센트 옆에 있었다. 전날 옮긴 그 반걸음은 줄곧 되돌려지지 않았다.

그녀는 스피커를 맨 아래 단에 놓고 재생을 눌렀다. 북소리가 들어올 때 그녀는 일어서서 세 박을 셌다.

하나. 둘. 셋.

첫째 박에 그녀가 생각한 것은 신발 끈이었다. 둘째 박은 배터리였다. 셋째 박은 그 반려 통지서였다.

발등을 폈다. 팔을 어깨선 높이까지 그었다.

셀 때 그녀의 입술은 소리를 내지 않았다. 팔을 들어 올릴 때 왼쪽 어깨가 먼저 조금 가라앉았다. 그녀는 가라앉게 두지 않았다. 다시 들어 올렸다.

첫 동작 하나만 나왔다. 빨간 테이프 한 줄이 맨 아래 단 바깥에서 번져 올라왔다. 돌의 가장자리에 붙어, 한 바퀴 한 바퀴, 그녀의 발 앞까지 번져 와 멈췄다. 테이프는 관인의 그 빨강이었다. 가장자리는 아주 가지런했다. 주름 하나 없었다. 테이프 가장자리에 습기가 한 겹 있어 반들거렸다. 테이프 뒷면은 희었다. 풀도 없는데 돌에 붙어 꼼짝도 하지 않았다.

맨 아래 단 바깥 바닥에 사람이 하나 서 있었다. 회색 외투였다. 가슴에 은색 클립으로 증명서 한 장을 꽂고 있었다. 증명서에는 사진이 없었다. 칸 한 줄만 있었다. 그의 구두는 반들반들하게 닦여 있었다. 구두코에 안개의 물기가 조금 앉아 있었다. 그 사람은 테이프 건너편에 서 있었다. 그녀에게서 열 걸음 떨어져 있었다. 오른손을 들고 있었다. 손바닥을 바깥으로 향해 펼친 채, 그녀에게 멈추라는 뜻이었다.

그는 말하지 않았다.

발밑의 습기가 오른쪽 신발코의 구멍으로 스며들어 양말까지 스몄다.

평소 이맘때면 그녀의 입꼬리가 먼저 올라갔다. 오늘은 올라가지 않았다.

그녀는 목소리를 높이지 않았다. 팔은 아직 어깨선 높이에 있었다. 거두지 않았다.

그녀가 말했다. “……이 여덟 박만 마저 출게요.”

그 손은 움직이지 않았다.

음악은 아직 흐르고 있었다. 네 번째 박의 북소리가 들어왔다. 그녀는 손을 뻗어 일시 정지를 눌렀다. 전원을 끄지는 않았다. 껐다가 다시 켜면 2분을 기다려야 했다.

그녀는 팔을 거두었다. 동작은 여러 번 연습한 것처럼 깨끗했다. 멀리 안개 속에서 철탑의 아래쪽 절반에 첫 번째 좁은 빛줄기가 켜졌다. 바로 그 닳아 뚫린 신발코 위에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