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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부 · 넌 자격이 없어

제24장빛은 네가 결재하는 게 아니야

光不归你审批

중국어 원문을 옮긴 번역입니다.

제24장 빛은 네가 결재하는 게 아니야

세 박에 한 마디. 그가 한 번 돌 때마다 돌바닥에 같은 간격의 홈이 하나씩 패였다.

원사가 몸을 돌렸다. 옷자락이 무릎 뒤를 쓸고 지나갔다. 돌바닥에 홈이 하나 더 늘었다. 그는 그녀를 보지 않은 채 먼저 입을 열었다. 목소리는 높지 않았다. 자음 하나하나를 또박또박 물었다. 하나도 빠뜨리지 않았다.

“박자를 따라와. 세 박, 한 마디.”

말이 끝나도 메아리는 없었다. 글자들이 그녀 앞의 돌바닥에 하나씩 떨어졌다. 전부 홈의 가장자리에 떨어졌다. 그의 가슴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의 신발은 돌로 되어 있었다. 앞코가 네모났다. 한 걸음 한 걸음이 쪽매붙임 돌바닥의 십자 한가운데에 떨어졌다. 한 걸음도 비껴 나지 않았다. 그녀는 전에 세어 본 적이 있었다. 자기 발밑에서 전시장 한가운데까지 돌판 열네 장이 놓여 있었다. 이번에는 세지 않았다.

그녀는 그의 박자를 받지 않았다. 온몸의 무게를 오른발의 그 낡은 운동화에 가라앉혔다. 무게로 자신을 제자리에 박아 두었다. 왼발의 새틴 리본은 한 토막 끊어져 발목에 늘어진 채 흔들거렸다. 오른쪽 발목의 테이프는 두 바퀴로 끊어져, 풀려 내려와 신발 등을 눌렀다.

“너는 박자를 세. 나는 숨을 세.”

이 말을 할 때 그녀의 턱은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글자 하나하나가 그녀가 선 자리에 떨어졌다. 말을 마치고 그녀는 숨을 한 번 들이마셨다. 세 박 동안 들이마시고, 잠깐 멈추고, 다섯 박 동안 내쉬었다. 갈비뼈가 한 대씩 내려앉았다. 바닥까지 내려앉고 나서, 다시 한 대씩 밀어 올렸다.

숨은 그녀가 세는 것이었다. 박자가 아니라, 한 숨으로 동작을 몇 개 버틸 수 있는가였다. 들이마셔서 내쉴 때까지, 그 사이에 발을 몇 번 디디고 몇 바퀴 도는지, 그만큼을 셌다. 극장에서 쫓겨난 뒤로 그녀에게는 연습실이 없었다. 지하철 통로와 돌계단에서 연습했다. 한 숨 한 숨 세어 나갔다. 그 숨이 다 떨어질 때까지 세고, 다음 숨에서 다시 처음부터 셌다.

원사가 먼저 뛰어올랐다. 세 박에 한 마디. 한 번 돌 때마다 옷자락 밑에서 베어 내는 호가 하나씩 쓸려 나왔다. 돌바닥에 같은 간격의 홈이 하나 더 생겼다. 스완의 방패가 왼쪽 손목의 납작한 고리에서 뒤집혀 나왔다. 진주빛 흰 비늘이 한 장 한 장 맞붙어, 그 호의 힘을 받아 땅으로 흘려보냈다. 첫 번째 숨에 세 개를 흘려보냈다. 두 번째 숨에 두 개를 흘려보냈다.

그녀의 착지 소리는 박자를 세지 않았다. 숨을 따라갔다. 한 번이 한 번보다 길었다.

원사가 공중에서 멈췄다.

내려오지 않았다. 그는 전시장 한가운데 떠서 내려다보았다. 손을 한 번 치켜들자 금잎 판정이 한 장 한 장 흩뿌려져 내려왔다. 한 장마다 아주 얇은 소리를 냈다. 조금 전 책장을 넘기던 소리와 같았다. 그녀의 신발 옆에 떨어지고, 어깨에 떨어지고, 그녀 둘레의 돌바닥에 떨어졌다. 한 장은 속눈썹 위에 떨어졌다. 그녀는 눈을 깜박이지 않았다. 그것은 그대로 미끄러져 내렸다.

금잎마다 잎맥 위에 번호가 하나씩 있었다. 그녀는 앞의 넉 장을 보고 번호를 외웠다. 그다음부터는 외우지 않았다. 다 외울 수 없었다.

판정 빛이 그녀의 어깨에 떨어져 잠깐 머물렀다. 빛의 테두리 안에 네모난 그림자가 하나 있었다. 반려 통지서의 붉은 도장과 크기가 같았다. 그녀의 어깨는 주저앉지 않았다. 빛이 꺼진 뒤에도 뒷목의 깃털 조각은 서 있었다. 한 겹 한 겹, 아래로 눌리지 않았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피하지 않았다. 방패를 손목으로 거두고, 가장 힘든 뛰는 법으로 바꿨다. 연달아 크게 뛰는 것이었다. 한 번이 한 번보다 낮았다. 그러나 한 번이 한 번보다 그의 착지점 바로 아래로 더 가까워졌다. 내려설 때는 무릎을 먼저 굽혔다가 다시 폈다. 매번 지난번보다 한 박 느렸다.

그녀는 그의 네 번째 박을 기다리고 있었다.

네 번째 박은 비어 있었다.

세 번째 숨은 이미 절반쯤 들이마신 뒤였다. 그녀는 멈추지 않았다. 그 숨을 끝까지 들이마시고, 내쉬고, 다섯까지 세고 나서야 몸을 돌렸다.

그의 박자는 세 번째 박에서 멈춰, 이어지지 않았다. 그는 거기 떠 있었다. 옷자락이 늘어졌고, 꼼짝도 하지 않았다. 가발의 그림자가 얼굴을 눌러, 그녀에게는 그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다. 가발 양옆에는 여섯 가닥씩 말린 머리가 있었다. 가닥마다 붉은 테이프가 빈틈없이 감겨 귀 뒤까지 이어졌고, 감긴 바퀴 수가 같았다. 홀은 그의 옆구리에 평평히 놓여 있었다. 책장은 반쯤 펼쳐져 있었다. 잎마다 작은 번호가 하나씩 있었다. 책장 가장자리의 그 한 잎에만 없었다.

그녀는 자기 숨을 세었다. 네 번째 숨부터 세며, 회전을 시작했다.

이 숨 안에서 그녀는 발을 네 번 디뎠다. 다음 숨 안에서 한 바퀴 반을 돌았다. 그다음 숨은 발을 한 번 디딜 만큼밖에 되지 않았다. 그녀는 그 한 발로 돌았다. 금잎이 한 장 한 장 떨어져 내렸다. 열한 번째 장까지 세었을 때 돌바닥의 홈은 이미 절반이 덮여 있었다. 금잎은 홈 위에 아주 가볍게 눌려 있었다. 건드리면 흩어졌다.

돌수록 낮아졌다. 잔걸음과 옷자락이 바닥에 끊어진 붉은 테이프를 모조리 말아 올려, 점점 더 조이는 기둥 하나로 꼬아 냈다. 테이프에는 아주 작은 번호가 한 줄 찍혀 있었다. 한 치마다 한 번씩 되풀이되며, 한 바퀴 한 바퀴 전부 기둥 속으로 꼬여 들어갔다. 기둥은 그녀의 발밑에서 위로 서 올라, 어깨까지 섰다.

전시장에는 바람이 없었다. 이제 생겼다. 바람이 기둥 속에서 불어 나와, 좁은 빛줄기의 빛 자국을 전시대 위에서 밀어냈다.

빛 자국이 돌바닥을 미끄러지고, 문틈 밑의 그 돌가루 줄을 미끄러지고, 쇠난간 위에서 바람에 찢긴 테이프 한 자락을 지나, 계단 위에 떨어졌다.

계단 아래에 사람들이 서 있었다. 그들은 줄곧 거기 서서 보고 있었다.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 빛이 처음으로 그들 위에 떨어졌다.

그녀는 멈춰 서서 고개를 들었다. 판정 빛이 그녀의 발치에서 켜졌다가 다시 어두워졌다. 그녀는 그것을 기다리지 않았다.

“빛은, 네가 결재하는 게 아니야.”

이 말이 끝나자, 공중에 떠 있던 사람이 떨어졌다.

그녀는 그가 떨어지는 것을 보았다. 떨어지는 동안에도 그의 오른손은 들려 있었다. 손가락을 모으고 손끝은 위를 향한 채였다. 조금 전과 같았다. 다만 손목이 더는 곧지 않았다.

그가 떨어지려고 떨어진 것이 아니었다. 다음 박을 잇지 못하자 몸이 자기 박자에 내팽개쳐져, 돌바닥에 내리꽂혔다. 돌가루가 튀어 올랐다. 가발이 통째로 흘러내려 대좌 가장자리까지 굴러갔다. 뼈처럼 흰 머리 가닥이 한 바퀴 한 바퀴 풀어졌다. 새빨간 테이프가 그 위에서 벗겨져 한 덩이로 엉켰다. 금잎 외투가 한 장 한 장 벗겨져 돌바닥에 떨어졌다. 한 장마다 소리를 한 번씩 냈다.

붉은 테이프 기둥도 쓰러졌다. 한 바퀴 한 바퀴 돌바닥에 흩어졌다. 끊긴 자리는 위를 향했고, 토막마다 끊긴 자리가 가지런했다.

서 있는 것은 중년 남자였다.

소맷부리에 보풀이 일어 있었다. 옷깃의 단추 하나가 채워져 있지 않았다. 손톱 밑은 온통 돌가루였다. 희끄무레한 것이 한 줄 한 줄 박혀 있었다. 그는 쪽매붙임 돌바닥의 가장자리에 서 있었다. 돌판의 가장자리는 둥글었고, 평평하게 닳아 있었다. 그는 미끄러지지 않았다.

그의 가슴이 한 번 움직였다.

그 한 번은 느렸다. 들이마실 때 어깨가 먼저 올라가고, 그다음 가슴이 올라갔다. 바닥까지 들이마시고, 조금 더 들이마셨다. 그가 처음으로 쉰 숨이었다. 다 들이마시고 가슴이 잠깐 멈췄다가, 내려앉았다. 고르지 않게 내려앉았다.

그가 고개를 들어 그녀를 보았다. 이번에는 아주 가까웠다. 눈꼬리의 주름이 보일 만큼 가까웠다.

“내가 떨어뜨린 사람이, 심사한 사람보다 많아. 한 사람 한 사람 다 기억해.”

목소리가 전시장 벽에 부딪혀 되돌아왔다. 한 글자, 한 글자, 벽과 벽 사이를 한 바퀴 돌고서야 그의 입가로 돌아왔다.

그녀의 방패가 거두어졌다. 비늘이 손목뼈에 붙었다. 차가웠다. 그녀의 숨은 아직 세어지고 있었다. 한 숨, 두 숨. 여기까지 세고 그녀는 더는 세지 않았다. 왼발의 리본은 여전히 매달려 있었다. 끊긴 자리가 아래를 향했다. 그녀는 풀러 가지 않았다.

그는 손에 종이 두루마리 하나를 움켜쥐고 있었다. 두루마리 한가운데에 접힌 자국이 하나 있었다. 거의 끊어질 듯했다. 여러 번 눌린 자국이었다. 그는 그것을 가슴에 받쳐 들고, 두 손으로 양 끝을 눌렀다. 누구에게도 내밀지 않았다.

홀이 그의 옆구리에서 미끄러져 내렸다. 꼭대기의 반쯤 펼쳐진 그 책이 마지막 잎을 넘겼다. 그 잎에는 번호가 없었다. 가장 마지막에 떨어진 한 장이었다. 돌바닥에 앞면이 위로 향한 채 떨어졌다. 그녀는 주우러 가지 않았다.

전시장이 빛을 잃기 시작했다. 벽이 뒤로 물러났다. 쪽매붙임 돌바닥이 한 장 한 장 거친 돌 면으로 바뀌었다. 틈새의 흰 회가 바람에 날려 갔다. 테이프가 사방 벽에서 풀려, 한 바퀴 한 바퀴 벗겨져 나갔다. 바람에 말려 계단 가장자리까지 갔다가 멈추고, 다시 말려 갔다. 관람석 의자 등받이의 붉은색이 사라졌다. 등이 하나씩 꺼져 갔다. 마지막 등이 꺼졌을 때 그녀는 이미 무대 가장자리에 서 있었다.

무대 바깥에는 땅이 없었다. 돌계단이었다. 한 칸씩 아래로 늘어서 있었다. 끊긴 자리는 한 걸음 너비였다.

회랑 안에는 바람이 없었다.

스완은 쪼그려 앉지 않았다. 그녀는 셌다. 서른한 번째 계단의 끊긴 자리에 그 가로 금이 아직 있었다. 한쪽은 깊고 한쪽은 얕았다. 마흔네 번째 계단의 금은 위의 것보다 얕았다. 획을 거둔 가장자리가 거칠었고, 위로 들려 있었다. 쉰일곱 번째 계단에 또 가로 금이 하나 있었다. 이것이 세 번째 금이었다. 그 옆에는 누군가 문질러 지운 옅은 자국이 하나 더 있었다. 아주 평평하게 문질러져, 다른 곳보다 밝은 면 하나만 남아 있었다. 획의 시작도 끝도 찾을 수 없었다. 정성껏 문지른 것이었다. 아무렇게나 문지른 것 같지 않았다.

그녀는 쉰일곱 번째 계단에서 두 숨 동안 멈췄다. 세 번째 가로 금은 평평했다. 손으로 새긴 것 같지 않을 만큼 평평했다.

앞의 세 금을 누가 새겼는지 그녀는 몰랐다. 가로 금 하나가 무엇인지도 세 숨 동안 생각했지만, 떠오르지 않았다. 가로 금은 가로 금이었다. 여기 누군가 멈췄다가 다시 아래로 내려갔다는 것만을 말해 줄 뿐이었다.

그녀는 세 박 동안 들이마시고 다섯 박 동안 내쉬며 아래로 내려갔다. 내쉴 때 발이 한 계단에 떨어졌다. 들이마실 때 발이 다음 계단에 떨어졌다. 두 숨에 두 계단이었다.

한 계단 내려설 때마다 발바닥이 먼저 돌의 모서리에 닿고, 그다음 돌의 면에 닿았다. 돌 면에는 아주 가는 결이 있었다. 아주 오래전 누군가 한 계단 한 계단 걸어 내려가며 닳게 한 것이었다. 그녀는 누구인지 생각하지 않았다. 발걸음이 떨어져도 메아리가 없었다. 회랑에는 메아리가 없었다. 그녀의 숨도 되돌아오지 않았다.

예순 번째 계단, 예순세 번째 계단. 끊긴 자리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돌은 차가웠다. 바싹 마른 차가움이었다. 손을 짚어도 습기가 없었다. 일흔 번째 계단의 끊긴 자리는 새것이었다. 돌빛이 다른 곳보다 밝았다. 끊긴 면에는 금 하나 없었다.

그녀는 그 계단 앞에 쪼그려 앉았다. 왼쪽 손목의 납작한 고리를 돌려 열었다. 맨 가장자리의 비늘 한 장이 뒤집혀 나왔다. 그 가장자리를 돌에 대고 눌렀다. 힘껏 바깥으로 한 번 그었다. 돌가루 두 알이 떨어져 끊긴 자리 속으로 들어가, 보이지 않게 되었다.

가로 금 하나. 아주 짧았다. 비뚤지 않았다. 양 끝의 깊이가 같았다. 획을 거둔 가장자리는 거칠지도 않았고, 들리지도 않았다.

그녀는 일어서서 납작한 고리를 거두었다. 네 번째 금. 그녀가 새긴 것이었다.

끊긴 자리 밑에서 차가운 분홍빛이 조금 올라왔다. 아래에서 위로 비쳤다. 이번에는 빛이 비스듬했다. 서쪽에서 왔다. 그녀는 고개를 숙여 보았다. 끊긴 자리 밑, 아주 멀리 떨어진 곳에 검은 수면이 한 장 있었다. 수면 위에는 배도 없었고, 바람도 없었다. 물 위에 흰 빛 한 알이 머물러 있었다. 깜박이지 않았다. 빛의 가장자리는 아주 얇았다. 흰 테두리 한 바퀴가 수면의 가장자리까지 비춰 내고 있었다. 그쪽은 바다였다.

그녀는 그 빛 한 알을 오래 보았다. 그것은 움직이지 않았다.

“바다 저편도 밝아졌어. 누군가 맞으러 가야 해.”

말이 끝나자 소리는 나아가, 아무것에도 부딪히지 않고 돌계단 위에 떨어졌다. 끊긴 자리 밑의 빛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되돌아 걸었다. 세면서 올라갔다. 일흔 번째 계단에서 첫 번째 계단까지, 한 계단, 한 계단. 꼭대기에 오르자 발밑의 돌이 다른 것으로 바뀌었다. 광장의 돌판이었다.

돌계단 광장의 안개가 걷혔다. 안개는 강 쪽에서부터 조금씩 물러갔다. 강물 위로 물러갔다가, 다시 강가의 나무 밑으로 물러갔다. 나뭇잎이 한 장 한 장 드러났다. 보통의 초록이었다. 동쪽 하늘은 잿빛 도는 흰색이었다. 해도 없었고, 구름도 없었다.

그녀는 쪼그려 앉아 오른쪽 발목의 마지막 테이프 한 바퀴를 떼어 내, 계단 가장자리에 버렸다. 테이프가 돌 위에 떨어졌다. 소리는 없었다. 그녀는 일어서서 돌계단 맨 위 칸에 선 채, 북쪽에서 조금 서쪽으로 치우친 곳을 보았다.

하늘에 그 원이 아직 걸려 있었다. 밝은 면이 한 조각 줄어 있었다. 이지러진 가장자리는 가지런했다. 그 뒤는 잿빛 도는 흰 하늘이었다. 아무것도 걸려 있지 않았다. 옅은 자줏빛 테는 아직 바깥 둘레에 있었다. 검은 입구도 아직 있었다. 입구 가장자리의 그 가느다란 흰 고리는 한 토막 끊겨 있었다. 어두운 면 위의 부스러진 빛은 여전히 조각조각이었다.

파리의 하늘에 한 조각이 비어 있었다.

탑이 광장 끝에 통째로 서 있었다. 밑동에서 꼭대기까지, 하나도 모자라지 않았다. 다리 네 개, 아치, 전망대 세 층. 철골은 에펠 갈색이었다. 밝지도 어둡지도 않은 색이었다. 그녀는 밑동의 그 한 바퀴를 셌다. 나트륨등 336개 가운데 켜진 것은 열한 개뿐이었다. 켜진 그 몇 개의 금빛은 얇았다. 철골에만 붙어 있을 뿐 번지지 않았다. 1층 아래 가장자리에 이름 일흔두 개, 한 면에 열여덟 개씩. 이름마다 금빛이 한 점뿐이었다.

꼭대기의 빛줄기 네 개가 돌기 시작했다. 고르지 않게 돌았다. 하나가 먼저, 하나가 뒤에. 넷은 끝내 맞지 않았다. 빛이 한 줄기씩 광장을 쓸고 지나갔다. 돌계단을 쓸 때 계단 위 사람들의 그림자가 길게 늘어났다가, 다시 거두어졌다.

탑의 몸통 한가운데, 아주 큰 것 하나가 줄곧 철골 사이에 끼인 채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지금 그것이 움직였다. 탑의 두 다리 사이에서 미끄러져 나와, 광장 위 하늘에 떠올랐다. 땅에서 높지 않았다. 그림자가 먼저 돌바닥에 떨어졌다. 아주 컸다. 한 덩이 한 덩이, 돌계단을 덮고, 앉아 있는 사람들을 덮었다. 앉아 있는 사람들은 피하지 않았다.

뱃머리는 쐐기 모양이었다. 맨 앞은 끌 끝처럼 한 점으로 모여 있었다. 함교는 낮았고, 세 면이 유리였다. 배 껍질은 흰 잿빛이었다. 주황빛 한 줄이 뱃머리에서 꼬리까지 그어져 있었다. 이렇게 멀리서는 그저 가느다란 선이었다. 함교 아래에 번호 한 줄이 찍혀 있었다. LM-1-04. 글자는 잿빛이었고, 아주 작았다.

배에는 이름이 없었다. 출입구가 열려 있었다. 문 안의 등은 희었다. 문 앞에는 아무도 없었다.

돌계단 위에서 누군가 고개를 들었다.

계단 아래의 사람들은 더러는 고개를 들고 있었고, 더러는 아직 고개를 숙인 채 자기 신발을 보고 있었다. 그녀가 위에서 내려다보았다. 그녀 쪽을 보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계단 한가운데에서 남자아이 하나가 쪼그려 앉아, 돌 틈에서 금잎 한 장을 주웠다. 잎에는 번호가 있었다. 아이는 보지 않고 외투 주머니에 넣었다.

학생 몇 명이 지하철 입구에서 뛰어나왔다. 책가방이 등 뒤에서 들썩였다. 계단 아래까지 뛰어와 멈춰 서서 두리번거리더니, 그다음 앉았다.

꽃 파는 사람이 꽃통의 물을 갈았다. 한 통 가득 맑은 물이었다. 꽃대의 자른 자리가 새것이었다. 여자 하나가 장바구니 수레를 밀며 지나갔다. 바퀴가 돌 틈을 지날 때 덜컹 하고 한 번, 또 한 번, 또 한 번 울렸다.

카페의 셔터가 절반쯤 올라가 있었다. 문 앞의 그 의자는 또 반걸음 가까워져, 콘센트에서 손바닥 하나 거리였다. 콘센트 옆 계단 위에 종이컵 하나가 놓여 있었다. 컵 입구에서 김이 위로 올라갔다. 문 안의 사람은 나오지 않았다. 길 건너편 가로등은 아직 켜져 있었다. 대낮에 켜져 있어, 전구의 노란빛이 아주 작았다.

계단 아래, 그 중년 남자가 사람들 바깥쪽에 서서 손에 그 종이 두루마리를 움켜쥐고 있었다. 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질려 있었다. 아무도 그에게 말을 걸지 않았고, 그도 누군가를 찾아가지 않았다. 멀리 큰길에서 버스 한 대가 교차로를 지나갔다. 차창 안에 사람이 있었다.

맨 아래 세 계단 위에, 그 무용수가 두 손을 몸 옆에 늘어뜨린 채 서 있었다.

맨 아래 세 계단 위에서, 그녀는 그 여자가 아홉 번째 계단 옆으로 걸어 내려오는 것을 보았다. 멈추지 않았다.

그 여자의 왼발이 돌판에 내려섰다. 소리가 없었다. 오른발의 신발 등이 돌에 쓸려 둔한 소리를 한 번 냈다. 그녀 곁을 지날 때 그 여자는 그녀의 얼굴을 보지 않았다. 본 것은 그녀의 발이었다.

그녀는 오른쪽 신발의 깔창을 들춰 냈다.

그 한 장은 아직 안에 있었다. 네 겹으로 접혀, 종이 가장자리는 이미 물러져 있었다. 구멍의 보풀이 그것을 받치고 있었다. 그녀는 그것을 뽑아내어 펼쳐 한 번 보았다. 위에는 번호 하나뿐이었다. 붉은 도장이 찍혀 있었고, 사유는 없었다. 사유가 없다는 것을 그녀는 알고 있었다.

그녀는 그것을 다시 네 겹으로 접어, 쇠난간 옆의 쓰레기통에 던져 넣었다. 종이가 안으로 떨어져, 빈 음료수병 위에 눌렸다.

오늘은 근무가 없었다. 창고의 전화는 오지 않았다. 그녀는 창고에 가지 않았고, 물으러 가지도 않았다.

광장 끝의 그 회색 외투를 입은 사람은 없었다. 가슴의 은색 클립도 없었다.

그녀는 쪼그려 앉아 오른쪽 신발 끈을 풀고, 다시 단단히 묶었다. 발등을 돌려 한 바퀴 더 조이고, 발목 위에서 묶었다. 왼쪽 신발 끈은 건드리지 않았다.

청소차가 광장 저쪽 끝에서 다가왔다. 호스가 돌바닥을 향해 물을 뿌렸다. 물이 돌계단의 가장자리를 따라 아래로 흘렀다. 맨 아래 계단까지 흘러 멈추고, 작게 한 웅덩이로 고였다. 물이 그녀의 신발 코 앞까지 흘러오자 그녀는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운전하는 사람은 짙은 색 장갑을 끼고 있었다. 그녀를 보지 않았다.

스피커는 카페 문 앞의 콘센트에서 다 충전한 것이었다. 한 시간을 충전하자 전량 표시등이 세 번째 칸까지 켜졌다. 그녀는 그것을 들고 돌아와 맨 아래 계단에 놓고 돌에 기대 세웠다. 손잡이에는 베이지색 테이프가 세 바퀴 감겨, 밑의 회색 한 토막을 눌러 가리고 있었다.

그녀는 판지를 계단 위에 펼쳐, 무릎 자국 두 개 위에 눌러 놓았다. 판지는 창고에서 반품된 상자를 뜯어 평평하게 눌러 만든 것이었다. 위에는 아직 지우지 않은 글씨 한 줄이 있었다. 아침 바람이 계단 아래에서 위로 불어와 판지의 한 귀퉁이를 들어 올렸다. 그녀는 손을 뻗어 눌렀다.

그 공연 사진은 그녀가 찍은 것이었다. 찍은 것은 이 한 켤레였다. 돌계단 가장자리에 놓고 찍었다. 오른쪽 신발 코는 이미 닳아 검은 구멍이 나 있었다. 그녀는 석 장을 찍었다. 보낸 것은 두 번째 장이었다. 첫 번째 장은 구멍이 너무 작게 찍혀 잘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녀는 고개를 한 번 들어 탑을 보았다. 탑 꼭대기의 빛줄기 네 개는 맞지 않았다.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재생을 눌렀다.

드럼 소리가 들어왔을 때 그녀는 일어서서 세 박을 셌다.

하나. 둘. 셋.

첫 박에 그녀가 생각한 것은 신발 끈이었다. 둘째 박은 전량이었다. 셋째 박은, 그 종이가 아니었다.

낡은 스피커가 첫 박을 떨어뜨리자 그녀는 먼저 한 번 웃었다. 웃음이 동작보다 앞섰다. 그다음에야 움직였다. 계단 위에 사람들이 하나둘 앉아서 보았다.

그녀의 오른발이 먼저 떨어졌다. 아주 조금 빨랐다. 그것은 그녀 자신의 것이었다. 왼발이 뒤따라 왔다. 반 박 늦었다. 그것도 그녀 자신의 것이었다. 무릎이 굽었다. 끝까지 굽었다가 다시 펴졌다. 소리가 나지 않았다.

계단 위에 노인 하나가 앉아, 손에 든 신문을 한 장 넘겼다. 다섯 번째 계단에 학생 둘이 앉아 책가방을 발치에 내려놓았다. 여자 하나가 세 번째 계단에 앉아 스피커를 따라 노래 한 곡을 흥얼거렸다. 세 번째로 흥얼거릴 때에야 자기가 흥얼거리고 있다는 것을 알아채고 잠깐 멈췄다가, 다시 이어서 흥얼거렸다. 카페 문 앞의 사람은 나오지 않았다. 그 의자를 콘센트 쪽으로 조금 더 옮겨 놓았을 뿐이었다. 의자 다리가 돌바닥을 긁는 소리가 한 번 났다. 아주 짧았다.

그녀는 시간을 셌다. 스피커는 사십 분밖에 틀 수 없었다. 삼십일 분까지 세었을 때 그녀는 멈춰, 물을 한 모금 마시고, 물병을 판지 귀퉁이에 도로 놓았다.

콘센트 옆의 종이컵은 아직 계단 위에 있었다. 그녀는 가서 그것을 집어 들고 한 모금 마셨다. 뜨거웠다. 그녀는 혀끝을 거두었다. 도로 놓을 때 컵 입구를 문 쪽으로 향하게 했다.

그녀는 문 앞을 보러 가지 않았다.

이튿날 저녁 무렵, 그녀는 아홉 번째 계단에서 걸어 내려왔다.

아홉 번째 계단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녀는 그것을 돌아가지 않았다. 아홉 번째 계단의 가장자리에 금이 하나 가 있었다. 틈에서 초록이 조금 자라 나와 있었다. 그녀는 지날 때마다 보지 않았다.

그 의자는 콘센트 옆에 있었다. 등받이가 돌계단 쪽을 향해 있었다. 그녀는 거기 앉아 스피커의 선을 콘센트에 꽂았다. 전량 표시등이 켜졌다. 첫 번째 칸까지 켜졌다. 그녀는 의자를 도로 옮겨 놓지 않았다. 오른쪽 신발 코의 그 구멍은 아직 있었다. 그녀는 깁지 않았다. 판지는 그녀의 발치에 펼쳐져 있었다. 위에 무릎 자국 두 개, 손바닥 자국 두 개. 손바닥 쪽 둘이 더 깊었다. 문 안에서 컵 닦는 소리가 났다. 한참을 닦았고, 내내 멈추지 않았다.

돌계단에 두 사람이 늘었다. 하나는 다섯 번째 계단에 앉아 보았다. 다른 하나는 맨 아래 세 계단 가장자리에 서서 그녀의 스피커를 따라 박자를 맞췄다. 드럼 소리는 내내 같았다. 한 바퀴에 1분 20초였다. 첫 박에 그는 빨랐다. 둘째 박에 늦었다. 셋째 박에 그의 오른발이 먼저 떨어졌다. 아주 무겁게 떨어져, 몸이 앞으로 한 번 휘청했다가 다시 돌아왔다. 팔은 아직 가슴 앞에 있었다. 펼쳐지지 않았다. 그는 그녀의 스피커를 건드리지 않았고, 그 의자도 건드리지 않았다.

춤은 아주 보기 흉했다.

그의 신발은 새것이었다. 밑창이 아주 희었다. 닳은 데가 없었다. 신발 끈은 아주 단단히 묶여 있었다. 두 신발의 끈 묶는 법이 달랐다. 오른발 쪽이 한 바퀴 더 감겨 있었다.

그녀는 그것을 보았다. 그녀의 가방에는 자가 없었다.

그녀에게는 기술적인 말 한마디가 있었다. 입안에서 한 바퀴 돌았다.

그녀는 그를 바로잡아 주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