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부 · 자유의 가격표
제26장벌써 탑 네 개
四座塔了
중국어 원문을 옮긴 번역입니다.

그는 선반 반대편 끝에 서서, 그 손이 약 상자를 제자리에 돌려놓는 것을 보고 있었다.
돌려놓을 때 소리가 나지 않았다. 상자의 라벨은 바깥을 향했고, 옆의 상자 몇 개와 줄이 맞았다. 그 손은 줄을 맞춘 자리에서 잠깐 멈췄다. 손끝이 상자 옆면에서 떨어질 때까지 멈춰 있다가, 그제야 거두어졌다.
그가 선 자리는 약 선반에서 두 걸음 떨어져 있었다. 두 손은 줄곧 몸 옆에 있었고, 아무것도 들고 있지 않았다. 손바닥의 그 둘레 살은 다른 곳보다 두꺼웠다. 쥐어서 생긴 것이었다.
이쪽 끝의 약 상자들은 라벨이 손으로 쓴 것이었다. 한 장 위에 또 한 장이 겹쳐 있었다. 몇 칸은 라벨이 뜯겨 나가 흰 자국만 남아 있었다. 냉장고가 벽에 붙어 웅웅거렸다. 그가 문을 들어선 뒤로 한 번도 멈추지 않았다. 머리 위의 가격표 한 줄이 문틈으로 들어온 바람에 한 번 부딪혀, 서로 밀쳐졌다가 다시 떨어졌다. 끝의 그 등은 누르스름한 작은 점 하나였다. 그의 손만 비추고, 얼굴은 비추지 못했다. 그는 아주 똑바로 서 있었다. 왼쪽 무릎은 굽히지 않았다. 굽히면 그것이 먼저 소리를 낸다. 그의 손가락은 차가웠다. 손마디가 조금 희었다.
이 시각 거리에는 차가 없었다. 멀리서 지하철이 지나갔다. 소리가 땅 밑에서 올라왔다. 한 차례, 잠깐 멈췄다가, 또 한 차례. 냉장고의 웅웅거림이 그 밑에 깔려 있었다. 오래 깔려 있었고, 음이 한 번도 바뀌지 않았다. 바닥의 타일은 희었다. 몇 장은 금이 가 있었고, 금 속에 먼지가 쌓여 있었다. 맨 아래 칸 선반은 비어 있었다. 칸마다 작은 라벨이 붙어 약 이름이 적혀 있었지만, 칸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노병은 이쪽을 보지 않았다. 그는 선반에서 손을 거두었다. 손목이 먼저 움직이고 손가락이 나중에 움직였다. 서명할 때와 같았다. 그는 몸을 돌려 문 쪽으로 걸어갔다. 유리문에 비친 그 사람의 얼굴이 가격표 한 줄과 겹쳐졌다. 두 걸음 걷자 겹침이 흩어졌다.
그의 그 한 상자도 이렇게 돌려놓은 것이었다. 돌려서, 옆면을 보고, 제자리에 놓고, 줄을 맞춘다.
그는 오른손을 외투 안주머니에 넣었다. 전표는 두 번 접혀 있었다. 접힌 자리는 희었고, 모서리는 땀에 눅눅해져 있었다. 그는 다 펴지 않았다. 절반만 펴고, 엄지로 가운데를 눌렀다. 말리지 않게 하려는 것이었다.
이것은 표 한 장의 둘째 장이었다. 종이는 얇았다. 위에는 대체품 구매라는 글자가 찍혀 있었다. 아래에는 형식, 수량, 단가가 있었고, 마지막 칸은 금액이었다. 금액은 볼 필요가 없었다. 서명할 때 보았다. 원래의 그 다리에는 저절로 제자리로 돌아오는 관절이 하나 달려 있었다. 걸을 때 그 관절이 가볍게 한 번 소리를 냈다. 대체품에는 없었다. 대체품은 관 하나, 이음새 하나, 발 하나였다. 아래로 눌리기만 했다. 이것들은 모두 전표에서 본 것이었다. 그가 보는 것은 맨 아래 줄이었다. 승인 칸의 서명은 그의 것이었다. 획이 위의 어떤 글자보다 세게 눌려 있었다. 잉크가 종이 뒷면으로 배어 나와, 작은 점이 하나하나 찍혀 있었다. 수령인의 이름은 그 윗줄에 적혀 있었다. 철자가 맞았다.
그 전표가 승인된 뒤, 그 사람의 다리는 지금의 이 다리로 바뀌었다. 싼 쪽이었다. 전표에 싸다고 적혀 있었다. 서명할 때 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그 전표에 서명하던 날, 방 안의 에어컨은 아주 낮게 틀어져 있었다. 책상 위에 차 한 잔이 있었다. 그는 마시지 않았다. 차는 식었고, 잔 벽에 흰 테가 한 바퀴 앉았다. 그 사람의 이름을 그는 종이 위에서 한 글자 한 글자 보아 나갔다. 글자마다 맞았다. 서명할 때 펜 끝이 종이 위에서 잠깐 멈췄다가, 그제야 내려갔다.
다른 손이 외투 바깥 주머니에 들어갔다. 나사가 거기 있었다. 한 달 가까이 되었다. 나사가 안감을 동그랗게 닳게 했다. 동그라미의 가장자리에 보풀이 일어, 손가락이 닿으면 만져졌다. 그는 그것을 꺼내 손바닥에 올리고, 그 종이와 나란히 붙여 놓았다.
M6. 머리 홈에는 스패너에 물린 자국이 한 줄 나 있었다. 그 둘레가 반짝였다. 여러 번 조이고 풀면서 닳은 것이었다. 그것은 그 사람의 의족에서 풀어낸 것이었다. 구멍 여섯 개 가운데 갈아 끼운 것은 이 하나뿐이었다. 나머지 다섯 개보다 조금 짧았고, 나사산도 굵었다.
그 말을 그는 세 번 시도했다.
그 말은 이것이었다. 그 전표는 내가 서명했다.
그가 하려는 말은 이 한마디였다. 이 한마디를 그는 한 번도 입 밖에 내지 못했다. 첫 번째는, 퇴근해서 이 거리로 돌아왔을 때였다. 손에 빵 한 봉지를 들고 있었다. 그 사람은 계단에 쪼그려 앉아 돈을 세고 있었다. 절반쯤 세다가 처음부터 다시 셌다. 그는 입을 열었다. 그런데 이어 나온 것은 숫자였다. 대체품이 원래 그 다리보다 얼마나 싼지였다. 두 번째는, 그 사람이 셔터에 기대어 종이 한 장을 보고 있을 때였다. 종이의 글자는 두 걸음 떨어진 그에게는 보이지 않았다. 바람이 셌다. 그 종이가 바람에 뒤집혔다가 다시 뒤집혔다. 그의 손은 가슴을 누르고 있었다. 마침 그 군번표를 누르고 있었다. 그는 다시 입을 열었다. 이어 나온 것은 그 숫자의 절반이었다. 그 절반이 어디에서 아껴진 것인지를 이미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그 사람이 길목까지 걸어가 빨간불 앞에 멈춰 서서 기다릴 때였다. 그는 모든 숫자를 첫 줄부터 마지막 줄까지 더했다. 다 더하고 나니 그 말은 없어졌다. 셈 하나만 남았다.
그는 건너가지 않았다. 이유는 구체적이었다. 하나하나 셀 수 있었다. 길을 건너려면 차로 하나를 지나야 했고, 빨간불이 켜져 있었다. 길을 건너면 입을 열어야 했다. 입을 열면 그 한마디를 해야 했다. 그 한마디를 하면 그 사람은 반드시 무엇에 서명했느냐고 물을 것이었다. 그 숫자는 그의 입가에 있었다. 그것이 나오면, 그 말은 다시 셈 하나가 되었다.
그는 두 물건을 손바닥 안에 모으고, 손가락을 하나씩 오므렸다. 왼쪽 아랫팔 위의 그 지휘 고리가 반 바퀴 돌았다. 그의 손보다 느리게 돌아, 반 바퀴 늦게야 멈췄다. 고리 위에는 가는 선 하나만 따뜻했다.
오늘 밤에도 그는 마찬가지로 지불하지 않았다.
바다 표면이 먼저 밝아졌다.
등불이 아니었다. 바다 밑에 무언가가 있어, 물을 아래에서 위로 비춰 꿰뚫었다. 물이 한 덩이 한 덩이 잿빛 도는 흰색으로 비쳤다. 부두의 돌이 밝아졌다. 돌 틈의 물도 밝았다. 밝은 것은 빛깔이 아니라 빛뿐이었다. 항만의 물결은 이 한 번에 빛깔을 빼앗겼다. 물마루는 아직 움직였지만, 움직이는 것은 잿빛이었다. 물 위에 배는 없었다. 파도가 부두 밑을 때렸다. 소리는 둔했다. 한 번, 한참 있다가, 또 한 번. 빛이 밝아진 뒤 그 소리는 한 박 멈췄다가, 그제야 이어서 울렸다.
제단은 항만 저쪽, 리버티섬에 있었다. 별 모양의 옛 성벽이 평지 한 곳을 둘러싸고 있었다. 평지의 돌바닥은 한 바퀴 둘러 갈라져 있었다. 돌은 잿빛 도는 흰색이었다. 틈에는 가는 풀이 자라, 숫자의 빛에 비쳐 한 가닥 한 가닥 희었다. 갈라진 틈에서 초록과 빨강의 숫자가 솟아올랐다. 한 칸 한 칸 번갈아 위로 튀어 오르며, 수직으로 선 빛기둥을 따라 곧장 올라갔다. 빛기둥은 밤 구름을 뚫었다. 구름 뒤에 또 무엇이 있는지는 보이지 않았다.
그의 머리 위 가격표 한 줄이 멈췄다. 길모퉁이 셔터 옆에 걸린 그 한 줄도 멈췄다. 조금 전까지 그것들은 줄곧 흔들리고 있었다. 문틈으로 바람이 들면 흔들렸다. 지금은 일제히 돌아서서 바다 쪽을 향했다. 한 장 한 장, 같은 실 하나에 끌려가는 것 같았다.
길 건너 배기구에서는 아직 흰 김이 나고 있었다. 노병은 흰 김 옆에 서 있었다. 이쪽에 등을 보인 채, 한 손으로 주머니를 누르고 있었다. 바닥의 물웅덩이가 한 번 밝아졌다가 다시 어두워졌다. 그는 고개를 들지 않았다.
그는 전표를 접어 바지 주머니에 밀어 넣었다. 바지 주머니는 얕았다. 전표의 한 귀퉁이가 밖으로 나왔다. 그는 손가락으로 한 번 눌렀다. 끝까지 눌러 넣었다. 나사는 아직 손바닥 안에 있었다.
그는 선반 끝에서 걸어 나와, 문 앞의 매트를 지났다. 매트는 젖어 있었다. 문밖의 공기는 서늘했다. 바닷물의 짠 냄새를 띠고, 거리 끝에서 한 차례씩 불어왔다. 문에는 종이 없었다. 용수철 하나뿐이었다. 문이 닫힐 때 두 번 튕겼다. 두 번째가 첫 번째보다 가벼웠다. 계단 위 그 캔버스 가방은 아가리가 벌어져 있었다. 계산서가 계단에 흩어져, 바람이 지나갈 때마다 한 장씩 넘어갔다. 그는 주우러 가지 않았다.
이 거리의 끝이 바로 부두였다. 부두의 계류 말뚝은 쇠였다. 하나하나 간격이 같았다. 그는 부두를 따라 빛기둥 쪽으로 걸었다. 돌바닥은 잿빛이었고, 한 장 한 장 뒤로 물러났다. 그는 걸음을 셌다. 마흔 걸음째에 돌바닥의 빛깔이 잿빛에서 검은색으로 바뀌었다. 습기가 스며든 것이었다. 말뚝의 밧줄은 여러 번 쓸렸다. 말뚝마다 꼭대기에 반들거리는 테가 한 바퀴 있었다. 거리 양쪽의 건물은 모두 잿빛이었다. 창문은 한 짝 한 짝 어두웠다. 건너편 이층의 창 하나만 밝았다. 밝은 것은 텔레비전이었다. 소리는 없었고, 화면 속 사람은 계속 말하고 있었다. 가슴의 그 군번표가 쇄골에 한 번씩 부딪혀 소리를 냈다.
그는 한 번 고개를 들었다. 서쪽 하늘에 그 원이 걸려 있었다. 초승달 한 줄기만 남아 있었다. 밝은 쪽은 아주 가늘었다. 가장자리는 옅은 자줏빛이었고, 밝은 면에는 흰 구름이 있었다. 움직이지 않았다. 어두운 넓은 면에는 조각난 빛이 있었다. 한 조각 한 조각, 다른 도시의 밤의 불빛이었다. 원 옆, 원보다 조금 높은 곳에 검은 입구가 열려 있었다. 입구 가장자리에 가느다란 흰 고리가 한 줄 있었다. 고리 바깥의 별들은 비틀려 휘어 있었다. 아주 느리게 휘었다. 그는 한 번 보고, 고개를 숙였다.
군번표는 비어 있었다. 입대하던 해에 받았을 때부터 비어 있었다. 글자를 새기는 신청서는 올렸지만, 승인은 내려오지 않았다. 나중에 그는 책상에서 많은 승인에 서명했다. 모든 승인이 먼저 그의 손을 거쳐야 했다. 그는 자기 그 한 장을 재촉하러 가지 않았다. 글자가 새겨졌어야 할 면은 그의 엄지에 거듭 문질러져, 다른 면보다 반들거렸다. 만져 보면 두 면의 감촉이 달랐다. 반들거리는 면은 매끄러웠고, 무광인 면은 깔깔했다.
등 뒤의 공기가 갈라졌다.
틈 하나였다. 틈 안으로 돌계단이 드러났다. 한 칸 한 칸 아래로 늘어서 있었고, 끊긴 자리는 한 걸음 너비였다. 돌바닥에는 아주 가는 결이 있었다. 한 칸 한 칸 내려가며, 결은 모두 같은 방향을 향했다. 회랑에는 바람이 없었다. 소리도 없었다. 계단의 가장자리는 차가운 빛이었다. 한 칸 한 칸 아래로 내려가, 바닥은 보이지 않았다. 그는 몸을 돌렸다. 먼저 첫 걸음이 돌바닥에 내려서는 소리가 들렸다. 이어서 두 번째 걸음이었다.
미쓰키가 먼저 나왔다. 그녀의 왼쪽 눈 밑 초승달 모양 자국이 밝아졌다. 눈꼬리에서 광대뼈까지, 청람빛이었다. 직도에는 칼집이 없었다. 칼몸에 청람빛 한 줄이 있었고, 손잡이의 끈 매듭은 벚꽃 분홍이었다. 그녀는 돌바닥에 내려섰다. 왼쪽 어깨의 넓은 소매가 휙 넘어갔다가 다시 돌아왔다. 그녀는 그를 한 번 보았다. 한 번만 보고, 시선을 거두어 바다 위에 두었다. 왼쪽 눈 밑의 그 자국은 아직 밝았다. 광대뼈까지 밝다가 멈췄다. 더 아래로 내려가지 않았다.
칭롼이 두 번째였다. 그녀는 고개를 숙여 자기 손바닥을 보고, 다시 뒤집어 손등을 보았다. 무늬는 손등에 있었다. 오른쪽 귀 뒤의 소리 고리가 한 고리 한 고리 쇄골까지 밝아졌다. 먹빛 남색 숄이 어깨에서 미끄러져 내렸다. 끝은 빛 점으로 부서져, 아래로 떨어지지 않고 위로 올라갔다. 등 뒤의 그 빛의 깃 한 쌍은 접히지 않았다. 청록빛이었다.
재원이 세 번째였다. 오른쪽 귀의 끊어진 은색 마이크 귀걸이, 그 끊긴 자리에 전기 자줏빛 심이 드러나 있었다. 그는 귀걸이의 끊긴 자리를 바다 쪽으로 향하게 하고 고개를 조금 기울였다. 그것이 빛 속에서 어떤 모양인지 보는 것 같았다. 그의 흰 신발은 앞코에 보풀이 일어 있었다. 그가 들어서는 그 한 번은 박자보다 반 박 늦었다. 평소와 같았다. 외투 뒤쪽의 그림자 무늬는 다시 반 박 늦게야 따라왔다.
스완이 마지막이었다. 흰 깃털 조각의 빳빳한 깃이 뒷목에 한 겹 한 겹 서 있었다. 왼발은 새틴 토슈즈, 오른발은 낡은 운동화였다. 앞코의 그 구멍은 아직 있었다. 그녀는 고개를 숙여 왼발의 새틴 끈을 한 번 보았다. 끊긴 자리의 보풀이 섰다가 다시 누웠다. 그녀가 손을 들자 손목에 육각형 비늘 한 조각이 떠올랐다. 진주빛 백금이었다. 한 번 번쩍이고, 거두어졌다. 왼발은 돌바닥을 떠나지 않았다. 오른발의 운동화가 돌을 밟아, 밑창의 무늬가 잿빛 도는 흰 자국을 찍었다.
미쓰키가 직도를 가슴 앞에 가로로 들었다. 칼등의 빛이 칼몸을 따라 아래로 흘러, 손 보호대까지 흘러가서 꺼졌다.
다섯 사람이 처음으로 한 줄로 섰다. 미쓰키가 맨 왼쪽, 앤드루가 맨 오른쪽이었다. 가운데는 칭롼, 재원, 스완이었다. 그들은 바다를 향했다. 다섯 그림자가 돌바닥에 떨어졌다. 길이는 제각각이었고, 가장자리는 모두 옅었다.
다른 네 사람은 아무도 서로의 이름을 부르지 않았다. 자리를 잡고 선 뒤 저마다 고개를 숙여 자기 발을 한 번 보고, 그다음 고개를 들었다. 내쉰 숨은 희었다. 찬 공기 속에서 금세 흩어졌다. 재원의 오른발이 왼발 쪽으로 반 치 옮겨 가다가 멈췄다. 넘어가지 않았다.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바람이 부두 저쪽 끝에서 불어와 다섯 사람의 머리카락을 스쳤다. 아무도 쓸어 넘기지 않았다.
그는 셌다. 이 버릇은 점호 때 생긴 것이었다. 그해, 대장은 대열 앞에 서서 손에 판자 하나를 들고 있었다. 판자 위의 이름은 연필로 쓴 것이었다. 비에 불었고, 어떤 글자는 지우고 다시 쓴 것이었다. 한번은 판자가 진흙에 떨어졌다. 대장은 줍지 않았다. 그대로 이름을 불렀고, 불린 사람은 그대로 대답했다. 그해 겨울, 명단에서 가끔 한 줄이 줄었다. 대장은 그 줄에 이르면 잠깐 멈추고, 한마디를 말했다. 공석. 그러고는 아래로 읽어 나갔다. 대장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셌다. 센 사람 수가 판자의 명단과 맞아야 했다. 맞지 않으면 다시 한 번 셌다. 날은 아직 밝지 않았다. 사람들은 아주 가지런히 서 있었고, 내쉬는 숨이 한 줄기씩 피어올랐다. 그는 셋째 줄에 서 있었다. 자기까지 세면 잠깐 멈추고, 대장이 자기 이름을 부르기를 기다렸다가, 한마디로 대답했다. 예. 그는 사람을 셌고, 발도 셌다.
다섯 사람의 신발은 닳은 방식이 모두 일곱 가지였다. 스완 혼자 두 가지를 차지했다. 왼발의 새틴 끈은 한 토막 끊어진 적이 있었고, 오른발 운동화는 앞코에 구멍이 났다. 재원이 두 가지였다. 흰 신발의 앞코에 보풀이 일었고, 왼쪽 신발 뒤축은 바깥쪽이 한쪽으로 닳아 평평했다. 미쓰키의 오른발 신발 앞코는 왼발보다 한 토막 낮았다. 내려설 때 무게가 늘 오른발에 실렸다. 칭롼의 고무창 신발은 앞바닥이 한 군데 닳아 평평했다. 그의 군화는 바깥쪽 뒤축이 한 군데 얇게 닳아 있었다.
빛기둥 꼭대기에서 손 하나가 드리워졌다.
이렇게 멀리서는 그 손은 윤곽 하나일 뿐이었다. 손가락을 벌리고, 숫자의 흐름 속에서 아래로 뻗어 나와 천천히 내려왔다. 자유의 가면이 숫자의 흐름 속에서 제단 한가운데에 내려섰다. 그가 내려온 높이는 지난번과 똑같았다. 손마디가 굽은 각도까지 같았다. 발끝이 먼저 제단 정중앙의 새김선 하나를 짚었다. 새김선에서 한 치도 어긋나지 않았다. 돌은 울리지 않았다. 가는 풀 한 가닥도 쓰러지지 않았다. 내려선 뒤에야 몸의 숫자의 흐름이 한 겹 한 겹 거두어졌다. 어깨로 거두어지고, 횃불의 꼬리로 거두어지고, 마지막에는 가는 초록 선 하나만 빛기둥에 이어져 남았다. 관절 틈에 걸린 흰 종이 가격표들이 한 장 한 장 한 번씩 밝아졌다.
얼굴은 청동 녹빛의 가면이었다. 이렇게 멀리서는 그것에 눈이 있는지도, 어디를 보고 있는지도 알 수 없었다. 그것의 정면은 부두를, 다섯 사람이 선 방향을 향하고 있었다. 한 도도 돌지 않았다.
그는 미사일 모양의 횃불을 높이 들어 올렸다. 불꽃이 있어야 할 자리는 튀어 오르는 초록과 빨강의 숫자의 흐름이었다. 숫자가 한 칸 한 칸 아래로 떨어져, 제단의 돌바닥에 닿으면 꺼졌다. 그는 브로드웨이 커튼콜의 정지 포즈를 취했다. 한 손은 머리 위로 들고, 다른 손은 가슴을 누르고, 머리는 보이지 않는 관람석 쪽으로 살짝 기울였다. 가슴을 누른 그 손은 손마디가 일정한 각도로 굽은 채 줄곧 움직이지 않았다.
반 초 동안 완전한 정지였다. 먼지가 제자리에 멈췄다. 바다 표면의 그 옅은 안개 한 겹까지 멈췄다.
앤드루가 입을 열었다. 그는 제단을 향했다. 목소리는 높지 않았다. 그는 한 번도 목소리를 높이지 않았다. 네 사람 모두 들었다. 그의 발은 움직이지 않았다. 뒤꿈치가 돌바닥을 눌렀다. 평소보다 세게 눌렀다. 그의 엄지는 옷 너머로 그 군번표를 눌러, 군번표 가장자리의 무딘 흠 하나를 만졌다.
그는 마음속으로 먼저 한 번 셌다. 상하이, 도쿄, 서울, 파리. 상하이의 그 탑은 칭롼의 것, 도쿄의 그 탑은 미쓰키의 것, 서울의 그 탑은 재원의 것, 파리의 그 탑은 스완의 것이었다. 네 개, 모두 이미 풀렸다. 이것은 다섯 번째였다. 다 세고 나서야 그는 입을 열었다.
“벌써 탑 네 개. 이게 마지막이다.”
말을 마치고, 그는 숨 쉴 자리를 아주 길게 끌고 나서야 다음 숨을 들이마셨다.
제단 쪽의 목소리에는 메아리가 없었다. 곧장 귀에 떨어졌고, 말이 끝나면 사라졌다. 그는 명사를 하나하나 세게 눌렀다. 명사마다 박자 위에 눌렸다. 아주 정확하게 눌렸다.
“자유는 가장 좋은 장사다.”
그는 횃불을 아래로 한 번 눌렀다.
통제의 파문 한 바퀴가 밀려 나갔다. 바다 표면이 장부처럼 반듯한 칸으로 눌렸다. 한 칸 한 칸, 제단에서 부두까지 깔렸다. 칸의 선은 밝았다. 선이 밝아질 때 바다 밑의 그 잿빛 한 겹도 따라서 한 번 밝아졌다가 다시 어두워졌다. 물 위의 모든 물마루가 그것에 눌려 낮아졌다. 한 장의 평평한 면으로 눌렸다. 그는 음량을 높이지 않았다. 말투는 분기 보고서를 읽는 것 같았다.
“민주주의는 가장 비싼 상품이다. 살 수 없는 사람은, 조용히 줄을 서기 바란다.”
파문이 부두에 밀려왔을 때 다섯 사람은 동시에 물러났다. 미쓰키의 왼발이 먼저 땅을 버텼다. 칼은 움직이지 않았다. 스완이 손을 들자 손목의 비늘이 한 번 번쩍이며 파문의 일부를 막아 냈다. 나머지가 그녀를 뒤로 밀었다. 칭롼의 숄은 눌려 평평해져 등에 달라붙었다. 끝의 빛 점이 한 토막 아래로 가라앉았다. 재원은 한 걸음 물러났다. 그림자 무늬가 반 박 늦게야 따라서 물러났다. 앤드루의 왼쪽 무릎이 먼저 한 번 소리를 냈다. 둔하고, 오래된 소리였다. 그는 한 걸음 물러나 멈췄다. 남들보다 반 박 늦었다. 오른손이 가슴 앞까지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와, 그 빈 군번표 위에 떨어졌다.
돌바닥에 짧은 자국 다섯 줄이 남았다. 자국의 가장자리는 아주 가지런했다. 자로 그은 것 같았다. 자국 안에 가격표의 그림자가 떠올랐다. 흰 것이, 한 장 한 장, 떠올랐다가 다시 가라앉았다. 앤드루의 그 한 줄은 그의 오른발 앞, 신발 코에서 손가락 하나 거리에 있었다. 그는 고개를 숙여 보지 않았다. 그것이 얼마나 긴지 알고 있었다.
그의 등 뒤로 거대한 화폐 홀로그램이 솟아올랐다. 홀로그램은 잿빛 도는 흰색이었다. 숫자가 한 줄 한 줄 늘어서고, 지폐의 가장자리가 한 장 한 장 넘어갔다. 지폐 위의 인물상은 얼굴이 모두 문질러져 평평했다. 타원 하나만 남았다. 홀로그램의 가장자리에는 아주 가는 선이 한 줄 늘어서 있었다. 선마다 가격 하나에 이어져, 실루엣이 바뀔 때마다 가격이 한 칸씩 뛰었다. 지폐의 가장자리에는 작은 글자가 한 줄 찍혀 있었다. 글자가 너무 작아 알아볼 수 없었다. 그는 보지 않았다. 홀로그램의 빛이 다섯 사람의 얼굴에 떨어졌다. 흰 빛이었다. 한 사람에 한 얼굴씩이었다. 홀로그램 깊은 곳에 실루엣 몇 개가 스쳐 갔다. 투구 하나, 끊어진 담 한 토막, 깃발의 깃대 하나, 무언가를 들어 올린 사람들 한 줄. 사람 그림자 둘이 나란히 서 있었다. 하나는 크고 하나는 작았고, 발밑은 같은 선 하나였다. 지명도 연대도 없었다. 실루엣은 한 번 스치면 바뀌었다. 몇 번째에 이르면 잠깐 멈췄다.
앤드루의 귀에 먼저 울린 것은 수였다.
어떤 목소리가 세고 있었다. 하나, 둘, 셋, 넷. 어디까지 세면 그곳의 실루엣이 한 번 밝아졌다. 세는 것은 사람이었다. 열일곱까지 셌을 때 목소리가 잠깐 멈췄다가, 다시 이어서 셌다. 아주 많이 셌다. 목소리는 멈추지 않았고, 대답하는 사람도 없었다. 그의 입술이 한 번 움직였다. 소리는 내지 않았다.
그는 살짝 몸을 숙였다. 보이지 않는 관객에게 인사하는 것 같았다. 관절 틈의 가격표들이 와르르 소리를 냈다. 종이처럼 부서졌다.
시선이 제단 쪽에서 아래로 물러났다. 바다 표면 높이까지 줄곧 물러났다. 바다는 칸으로 눌려 있었다. 잿빛으로, 한 칸 한 칸, 아주 평평하게 눌려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