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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부 · 자유의 가격표

제27장첫 번째 영수증

第一张单据

중국어 원문을 옮긴 번역입니다.

제27장 첫 번째 영수증

맨 위 영수증은 종이 모서리가 이미 바스러질 듯 말라 있었다. 거기에 처음으로, 공짜인 것 하나에 숫자 하나가 적혔다.

이 영수증 묶음은 거꾸로 쌓여 있었다. 가장 오래된 한 장이 맨 위에 눌려 있고, 나중 것들이 한 장씩 그 밑으로 들어가 서랍 바닥판까지 쌓였다. 쌓은 사람은 이유를 남기지 않았다. 다른 종이들은 모두 무언가에 눌려 있었는데, 맨 위의 이 한 장만은 누르는 것이 없었다. 공기가 곧장 그 위에 내려앉았고, 네 귀퉁이가 들려 올라가 귀퉁이마다 보풀이 한 겹 일어 있었다.

방에는 불이 켜져 있지 않았다. 빛은 창으로 들어왔다. 서쪽 하늘의 그 원의 빛이었다. 원은 가느다란 활 모양 하나만 남아 있었고, 가장자리는 연보라였다. 밝은 면에는 흰 구름이 뭉텅뭉텅 있었고, 움직이지 않았다. 어두운 큰 면에는 부서진 빛이 조각조각 있었다. 다른 도시의 밤 불빛이었다. 원 옆, 원보다 조금 높은 곳에 검은 입구 하나가 열려 있었고, 입구 가장자리에 아주 가는 흰 고리가 한 줄 있었다. 빛이 카운터의 나무 면에 떨어져 아주 옅은 밝음을 한 줄 비추었다. 창유리에 금이 하나 가 있었다. 왼쪽 위 모서리에서 비스듬히 내려왔고, 금 사이에 먼지가 쌓여 있었다. 카운터 아래에 서랍이 한 줄 있었다. 맨 위의 것은 잠겨 있지 않았다. 당겨 열면 영수증이 그 안에 있었다. 서랍의 구리 손잡이는 이미 거뭇해져 있었다.

서랍 안에는 다른 것도 있었다. 한 토막이 부러진 자 하나. 서로 걸린 클립 두 개. 볼펜 한 자루. 도서 대출 카드 한 묶음. 카드는 뽑혀 나와 아주 가지런히 쌓여 있었다. 영수증은 그것들 옆에 놓여 있었다.

이것은 표준 양식이었다. 맨 위에 ‘가격등록’이라는 네 글자가 인쇄되어 있었고, 오른쪽 위 모서리에 둥근 도장이 찍혀 있었다. 도장의 글자는 번져서 테두리 한 바퀴만 남아 있었다. 아래에 몇 칸이 있었다. 번호, 물품, 수량, 단가, 신청인(직무), 서명인, 비고. 번호 칸은 비어 있었다. 아무도 채우지 않았다. 선은 회색이고 글자는 검었다. 잉크가 종이 위에 얇은 껍질로 굳어 있었다. 양식 아래쪽 절반에는 규칙 네 개가 인쇄되어 있었다. 글자가 작아서 바짝 다가가야 알아볼 수 있었다.

물품 칸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공공 열람실 한 칸(책상과 의자, 조명, 서가 선반 포함, 책은 제외).

수량: 1.

단가: 하루, 1센트.

1센트. 그 칸에 적혀 들어갈 때, 그것은 거의 기호 하나에 불과할 만큼 작았다. 이 숫자로는 사탕 하나도 살 수 없었고, 의자 하나도 살 수 없었다.

신청인 칸에 적힌 것은 관리인이었다. 직무였지, 이름이 아니었다. 양식에 인쇄된 것부터가 ‘직무’였지 ‘성명’이 아니었고, 채워 넣은 것도 직무였다. 글자는 연필로 썼고, 한 번 지운 적이 있었다. 지운 자리에는 종이 위에 하얀 가루가 한 겹 남아 있었다.

서명인 칸에는 서명이 한 줄 있었다. 획이 아주 깊이 눌려 종이 속으로 파고들었다. 종이 뒷면이 한 줄 한 줄 우묵하게 들어가 있었다. 잉크는 말랐지만 우묵한 자국은 남아 있었다.

비고 칸에는 두 글자뿐이었다. 임시. 글자는 아주 작았고, 마무리 획이 아주 가지런했다.

오른쪽 아래에 한 줄이 떨어져 나가 있었다. 잘린 자리는 곧았고 양 끝이 가지런했다. 자를 대고 누른 채 오린 것 같았다. 뒷면은 원래 비어 있었다.

그는 원래 동네 사무소에서 등록을 맡았다. 공공 물건을 장부에 올리는 일이었고, 하나하나 그의 손을 거쳐 한 번씩 옮겨 적어야 했다. 우물 번호, 전기 계량기 눈금, 서가의 선반이 몇 장인지, 의자 다리가 몇 개인지, 열람 책상 모서리에 찍힌 자국이 몇 군데인지. 장부는 검은 표지였고, 표지가 닳아 잿빛 흰색이 되어 있었다. 장부에는 ‘주인’이라는 칸이 있었다. 그 칸에 그가 쓴 글자는 모두 같은 말이었다. 주인 없음.

그 뒤로, 장부 위의 주인 없는 것들이 하나씩 사라졌다.

길 어귀의 그 우물은 하룻밤 사이에 펌프, 관, 밸브가 모두 뜯겨 나갔다. 우물 입구에는 벽돌 한 바퀴만 남았고, 벽돌 틈에는 미처 쓸어 내지 못한 흙이 있었다. 그는 나중에 한 번 더 가 보았다. 장부의 그 한 줄은 고치지 않았다. ‘주인’ 칸은 여전히 주인 없음이었고, 우물에는 이미 펌프가 없었다. 우물 입구의 벽돌 위에 누군가 흰 석회로 동그라미를 하나 그려 놓았다. 동그라미 안에는 글자가 없었다. 석회는 이미 비에 씻겨 옅어져 있었다.

거리 한 구간의 전기. 가로등 기둥이 한 대씩 누군가에게 뜯겨 내려갔고, 전구도, 전선도, 스위치 함도 사라졌다. 기둥의 받침은 땅에 남았다. 한 줄로, 번호가 매겨진 채였고, 아무도 가져가지 않았다. 그 구간의 거리는 석 달 동안 어두웠고, 그제야 누군가 신고하러 갔다. 그 구간의 사람들은 밤에 나갈 때 모두 손전등을 들고 다녔다. 길 어귀까지 걸어가서 한 번 비춰 보고는 다시 집어넣었다.

문을 열어 두던 도서관 하나도, 가을에, 의자와 전구와 서가 선반이 마찬가지로 하룻밤 사이에 모두 없어졌다. 벽의 걸쇠는 남아 있었고, 그림을 걸었던 못도 남아 있었다. 다음 날 아침 문을 열러 온 사람이 들어가서 본 것은 네 벽이었다.

그 도서관을 뜯어 간 것은 두 사람이었다. 손수레를 한 대 밀고 왔고, 수레에는 낡은 담요 한 장이 깔려 있었다. 의자를 실을 때 담요가 밑에 깔려 한 귀퉁이가 밖으로 삐져나왔다. 그들은 뒤돌아 그것을 챙기지 않았다.

늦가을이 되자, 장부의 여든한 줄 뒤에 한 단어가 더 붙어 있었다. 사라짐. 그가 쓴 것이었다. ‘주인’ 칸 오른쪽에, 하나하나, 모두 아주 작게.

아직 문을 열고 있던 그 도서관은, 장부를 그가 세 번 옮겨 적었다. 매번 쪽 번호는 바르게 적혔고, 매번 ‘주인’ 칸에 적힌 것은 같은 말이었다.

뜯어 가는 사람들이 나쁜 것은 아니었다. 그들이 가져간 것은 대부분 무언가를 고치는 데 쓰거나 천막을 치는 데 쓸 것이었다. 이 물건들은 아무도 찾아가지 않았다. 그것이 남아 있게 할 책임을 진 사람이 없었다.

주인 없음이라는 말이 장부 위에서 뜻하는 것은, 가져가도 된다는 것이었다.

그날 오후, 그는 사무소의 창구 앞에 오래 서 있었다. 창턱에는 죽은 화분 하나가 놓여 있었고, 흙은 말라 있었다. 창 밖 거리에서 누군가 의자를 나르고 있었다. 한 번 또 한 번, 이쪽 끝에서 저쪽 끝으로. 나르는 사람은 고개를 들지 않았다.

그해 봄, 아직 문을 열고 있던 그 도서관의 관리인이 사무소에 왔다.

그녀는 매일 도서관에 가장 먼저 오는 사람이었다. 날이 아직 다 밝기 전에, 그녀는 먼저 계단을 한 번 쓸고, 다시 쪼그려 앉아 문 앞 돌 가장자리의 낙엽을 헤쳐 놓은 다음에야 문을 열었다. 그녀의 열쇠 꾸러미에는 열쇠가 일곱 개 달려 있었는데, 이 방의 것은 하나뿐이었다. 작업복 주머니에는 연필이 한 자루 꽂혀 있었다. 걸을 때면 연필이 흔들흔들, 주머니 가장자리에 부딪혔다. 그녀는 날마다 대출 카드를 한 장씩 뽑아 번호대로 다시 꽂았다. 잘못 꽂힌 것은 한 장씩 다시 찾았다.

그녀가 묻는 일은 아주 구체적이었다. 방 하나에, 어떻게 하면 책임지는 사람이 생기는가. 양식은 사무소에서 내주는 것이었고, 서명인 칸에는 한 사람만 서명할 수 있었다. 그녀가 찾아온 것은 바로 그 사람이었다.

그는 양식에 단가를 적었다. 하루, 1센트.

그녀는 신청인 칸에 연필로 글자를 썼다. 직무였다. 세 글자. 두 번째 글자를 잘못 써서 지우고, 다시 한 번 썼다.

그런 다음 그가 서명했다. 서명할 때 그녀는 카운터 이쪽에 서서 양식을 보고 있었고, 그의 손은 보지 않았다. 서명을 마치자 그는 영수증의 오른쪽 아래에서 한 줄을 오려 냈다. 자를 대고 누른 채 오렸다. 오려 낸 그 한 줄은 그녀에게 건네지 않았다. 양식을 그녀에게 돌려줄 때, 한 귀퉁이가 없었다. 그녀는 종이를 한 번 접어 작업복 주머니에 넣었다. 연필이 주머니에서 미끄러져 나왔다. 그녀가 받아 쥐고 다시 꽂았다.

나중에 그 종이는 서랍으로 돌아와 원래 자리에 놓였다.

그렇게 그는 한 가지 물건에 가격을 매겼다.

이번에는 장부의 ‘주인’ 칸에 주인 없음이라고 쓰지 않았다. 그 칸에 적힌 것은 이랬다. 하루, 1센트.

그가 고른 것은 아직 문을 열고 있던 그 도서관이었다. 거리 북쪽에 있었고, 지하철 출구에서 걸어서 4분이었다. 가격은 아주 낮게 적었다. 누구도 진지하게 치르려 하지 않을 만큼 낮게. 가격을 매긴다는 뜻은 간단했다. 가져가기 전에 먼저 치러야 한다. 돈을 치른 사람은 그것을 책임져야 한다. 1센트 때문에 멈춰 서서 다시 의자 하나를 뜯으려는 사람은 없었다. 그래서 그날 밤, 그 도서관의 의자는 모두 그대로 있었다.

다음 날 아침, 그녀가 문을 열러 와서 의자들이 모두 제자리에 있는 것을 보았다. 그녀는 그중 한 개를 바로 밀어 놓고 나서야 문을 열었다.

가격이 그것을 한 번 지켜 냈다.

그다음, 가격은 스스로 자라는 법을 배웠다.

두 번째 장은 인쇄된 것이었다. 종이는 새것이었고, 희었고, 바스러지지 않았다. 인쇄된 한 줄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소모, 하루 2센트. 덮는 것은 의자 다리, 전구의 수명이었다. 날마다 누군가 앉으면, 날마다 무언가가 닳는다.

두 번째 장이 온 그달, 그녀는 의자 다리에 테이프를 한 바퀴씩 감았다. 앉는 사람들이 가장 자주 기대는 몇 개였다. 테이프는 회색이었고, 감은 자리는 다른 곳보다 한 겹 높았다.

세 번째 장의 한 줄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관리, 하루 4달러. 덮는 것은 그 열쇠였고, 문을 열고 잠그는 사람이었고, 그녀가 매일 아침 문을 열러 오는 그 몇 시간이었고, 계단을 쓰는 그 빗자루였다. 빗자루는 그녀 자신의 것이었다. 아무도 그녀 대신 그 값을 셈해 준 적이 없었는데, 이 한 줄이 그것을 셈에 넣었다.

세 번째 장이 온 그달, 그녀는 문 여는 시간을 한 시간 앞당겼다. 하늘은 아직 어두웠고, 계단의 낙엽은 젖어 있었다. 그것을 헤칠 때 손가락이 먼저 차가워졌다.

네 번째 장의 한 줄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기회, 하루 31달러. 덮는 것은 이 방을 세놓았다면 날마다 받을 수 있었을 액수였다. 방을 세놓지 않아도 이 액수는 셈해야 했다. 창으로 드는 빛, 카운터의 자리, 문 앞의 계단 세 단, 모두 세놓을 수 있는 것이었다. 세가 나가지 않아도 셈해야 했다.

네 번째 장이 온 그날, 누군가 계단 아래에 서서 이 방에 노점을 하나 차릴 수 있느냐고 물었다. 그녀는 안 된다고 했다. 방은 그녀의 것이 아니었다. 그 사람은 문을 조금 더 바라보다가 떠났다.

한 줄 한 줄이 모두 새로 덧붙은 것이었다. 그 칸에 글자 하나라도 쓴 사람은 없었다. 인쇄된 글자는 크기가 같았고, 줄마다 숫자가 같은 선 위에 놓여 있었다. 영수증은 매달 첫날, 문 아래의 우편 투입구로 밀려 들어왔다. 봉투도 없고 보낸 사람도 없었다. 종이에는 날짜 한 줄과 새 숫자 하나. 투입구의 쇳조각은 새로 간 것이어서 문틀보다 밝았다. 덮개는 용수철이 달린 것이어서, 영수증이 들어올 때마다 한 번씩 소리를 냈다. 소리가 나고 나서야 종이가 바닥에 떨어졌다. 시간은 아주 정확했다. 매달 첫날, 일 분 이르지도, 일 분 늦지도 않았다. 맨 아래 한 줄에 작은 글자로 이렇게 적혀 있었다. 본 영수증은 제단이 발행하며, 별도 요금은 받지 않는다.

한 줄이 늘어날 때마다, 제단 쪽에서는 영수증 가장자리를 한 줄 오려 냈다. 그 줄의 숫자를 적어서, 그의 관절 틈에 꿰었다. 관절 틈에 한 줄, 또 한 줄이 걸렸다. 첫 번째 줄은 오른쪽 아래에서 떨어져 나간 그 한 줄이었다. 그의 오른손 집게손가락 관절 틈에 꿰여 있었고, 종이에 적힌 것은 1센트였다. 계단 너머로 올려다보면, 그의 손은 몸 옆에 늘어져 있었고, 관절에 하얀 것들이 걸려 있었다.

시세 제단은 리버티섬에 있었다. 바닥에는 갈라진 틈이 한 바퀴 둘러 나 있었다. 돌 면은 잿빛 흰색이었고, 틈에 가는 풀이 자라 있었다. 가는 풀은 숫자의 빛에 비쳐 한 포기 한 포기 하얗게 보였다. 초록과 빨강 숫자가 한 칸 한 칸 틈에서 위로 튀어 올라, 그 빛기둥을 따라 올라갔다. 그쪽에는 소리가 없었다. 숫자가 튀어 지나갈 때 틈이 한 번 밝아질 뿐이었다. 맨 꼭대기까지 튀어 오르면, 한 칸이 더는 튀지 않았다. 그 칸에 있는 것이 이 열람실이었고, 숫자는 이미 35달러 3센트가 되어 있었다. 그 밑에도 다른 줄들이 있었다. 우물 하나인 것도 있었고, 거리 한 구간인 것도 있었고, 다른 도시에 있는 것도 있었다. 한 줄이 한 줄을 누르고 있었고, 모두 나중에 온 것들이었다. 맨 위 그 칸의 자리는 한 번도 바뀐 적이 없었다. 제단에는 지키는 사람이 없었다. 계단의 돌 면은 아주 깨끗했다. 방금 누가 닦은 것처럼 깨끗했다.

1센트, 2센트, 4달러, 31달러. 네 숫자를 더하면 그 칸의 숫자가 되었다. 숫자 하나하나가 있어야 할 자리에 놓여 있었다.

네 번째 장에 이르자, 서랍 속 영수증은 이미 작은 한 묶음으로 눌려 있었다. 가장자리가 가지런했다.

그날, 그는 이 가격을 취소하려 했다.

그는 서랍에서 빈 양식 한 장을 꺼내, 뒷면에 첫머리를 적었다. 글자의 형식은 앞면을 따랐다. 물품, 신청인(직무), 서명인. 물품 칸에 그는 열람실이라는 세 글자를 적었다. 신청인에 이르러 펜이 거기서 멈췄다. 글자를 반만 쓰고, 펜촉이 종이에서 들렸다.

뒷면의 그 반쪽 글자는 아직 남아 있었다.

철회 신청서의 양식은 그가 앞면을 보고 직접 그린 것이었다. 칸 선은 자를 대고 그었는데, 한 줄이 비뚤어졌다. 머리말은 이랬다. 가격 철회 신청. 비뚤어진 그 한 줄이 반쪽 글자 밑을 정확히 꿰뚫고 지나갔다.

그래도 그는 결국 제단에 가서 신청서를 들여보냈다. 신청인 칸은, 제단이 그가 다 쓰기를 기다리지 않고 서명인의 직무로 대신 채워 넣었다. 칸 속의 글자가 한 번 바뀌었다. 딱 한 번 바뀌었다가 다시 돌아갔고, 한 문장만 남았다. 신청인과 서명인은 같은 사람이어서는 안 된다. 그 줄에는 문장 하나뿐이었고, 글자와 글자 사이의 간격은 모두 같았다.

그는 두 번째로 가지 않았다.

제단의 숫자는 누가 읽어 줄 필요가 없었다. 칸 속의 글자가 바뀌기를 마치자, 다시 튀기 시작했다. 튀는 것은 다른 줄들이었다.

앞면 아래쪽 절반의 규칙 네 개는 모두 인쇄된 것이었고, 한 조 한 조 아주 분명했다. 제1조, 가격은 서명인이 승인하며, 서명인은 한 사람뿐이다. 제2조, 가격의 변경은 지불인이 제기해야 한다. 제3조, 결제되지 않은 가격은 철회할 수 없다. 제4조, 신청인과 서명인은 같은 사람이어서는 안 된다.

철회는 지불인이 제기해야 했다. 지불인은 돈을 빚지고 있었고, 빚진 사람은 제기할 수 없었다. 서명하는 사람은 그 한 사람뿐인데, 제4조에는 제기하는 사람과 서명하는 사람이 같은 사람이어서는 안 된다고 적혀 있었다. 그래서 서명할 수 있는 칸은 그가 제기할 수 없었고, 제기할 수 있는 칸은 빚을 지고 있어서 역시 제기할 수 없었다. 네 조 가운데 틀린 글자는 하나도 없었다. 그는 제4조 바깥에 서 있었다. 오늘까지 줄곧 서 있었다. 제4조의 글자는 인쇄된 것이었다. 획의 굵기가 같았고, 손으로 쓴 획은 하나도 없었다.

첫 번째 영수증에 서명하던 날, 그는 펜을 너무 세게 쥐었다. 펜대가 오른손 엄지와 검지 사이를 눌러, 흰 자국이 한 줄 생겼다. 자국은 이틀이 지나서야 붉어졌고, 그 뒤로 줄곧 사라지지 않았다. 비고 칸에 적힌 것은 임시였고, 글자는 아주 작았다. 펜을 쥔 그 손이 쓴 힘은 아주 컸다. 그 점은 종이에 적혀 있지 않았다.

카운터 위의 그 펜은 대가 투명한 볼펜이었다. 펜대 가운데에 오목한 테가 한 바퀴 있었다. 아주 얕게 패어, 양 끝보다 조금 얇았다. 그 펜은 지금도 서랍 속에, 영수증 옆에 누워 있다.

이 자국은 밖에서는 보이지 않았다.

훗날 횃불의 손잡이가 누른 곳이, 바로 같은 자리였다.

그 값을 처음으로 치르지 못한 사람은, 매일 가장 먼저 문을 여는 사람이었다.

오는 사람들은 치르지 않아도 되었다. 책을 보러 온 사람도, 창가에 앉아 글을 쓰는 사람도, 열람 책상에 잠깐 엎드린 사람도, 모두 치르지 않아도 되었다. 값을 치르는 대상은 이 방이었다. 그것을 치르는 사람은 매일 가장 먼저 문을 열고 가장 마지막에 문을 잠그는 사람이었다.

책을 보러 오는 사람들 가운데 노인이 한 명 있었다. 매일 세 번째 책상 옆에 앉아 같은 신문을 보았다. 신문은 전날 것이었다. 청년이 한 명 있었다. 글을 쓰러 왔고, 다 쓰면 종이를 접어 가져갔다. 무엇을 썼는지 그녀는 본 적이 없었다. 가끔 종이를 가져가지 않고 책상에 두고 가면, 그녀가 거두어 대출 카드 뒤에 끼워 두었다. 학생이 한 명 있었다. 열람 책상에 엎드려 잤고, 깨면 의자를 제자리로 밀어 놓고서야 떠났다. 그들은 아무것도 치른 적이 없었다.

그녀는 월급에서 치렀다. 2센트 줄이 붙은 그달, 그녀는 치를 수 있었다. 카운터의 잔돈이 딱 맞았다. 4달러 줄이 붙은 그달, 그녀는 급여 명세서를 카운터에 가져와 숫자 하나하나를 맞춰 보았다. 급여 명세서는 종이였고, 한 달에 한 번 나왔고, 숫자는 오른쪽 아래에 찍혀 있었다. 명세서의 숫자는 변하지 않았다. 다만 그 아래에 공제 한 줄이 늘었을 뿐이었다. 31달러 줄이 붙은 그날, 그녀는 맞춰 보지 않았다. 그녀는 그 인쇄된 영수증을 서랍에 넣었다. 다른 영수증들과 함께 눌려, 서랍 바닥판까지 내려갔다.

그 뒤로 매달 첫날, 그녀는 새로 온 영수증을 꺼내 급여 명세서와 한 번 대조해 보고, 다시 넣었다. 다시 넣을 때 그녀는 늘 맨 밑에 넣었다.

카운터 위에는 양철 상자가 하나 있었다. 잔돈을 넣는 것이었다. 상자는 비어 있었다. 뚜껑에 쪽지가 한 장 붙어 있었다. 연필로 쓴 글자였고, 이미 알아볼 수 없었다.

빚을 지고 있으니, 그녀는 철회를 제기할 수 없었다.

문 위의 원래 글자는 이미 떼어졌고, 나사 구멍 네 개만 남아 있었다. 계단은 세 단이었고, 가운데 단의 모서리가 닳아 둥글어져 있었다. 유리문 밖에서 들여다보면, 책상과 의자는 모두 그대로 있었다. 열람 책상은 열두 개였다. 책상 면에는 긁힌 자국이 있었고, 몇 줄은 아주 깊었다. 펜촉에 눌려 생긴 것이었다. 의자 등받이에 외투 한 벌이 걸려 있었다. 아무도 가져가지 않았다. 서가는 비어 있었고, 선반은 한 장 한 장 아직 벽에 박혀 있었다. 서가 셋째 칸에 아주 얕은 자국이 한 줄 나 있었다. 책등이 눌러 생긴 것이었고, 한 권 한 권 셀 수 있었다. 바닥에는 책상 다리가 남긴 자국이 있었다. 책상마다 네 개씩, 줄줄이, 세어 보면 열두 개였다. 천장의 전구는 아직 네 개가 남아 있었고, 유리 갓 안에는 먼지가 있었다. 문 안쪽에 복사한 영수증이 한 장 붙어 있었다. 인쇄된 네 번째 장의 복사본이었다. 종이 모서리가 말려 올라가 있었지만, 아무도 떼지 않았다.

문을 닫던 날 아침, 그녀는 여느 때처럼 먼저 계단을 한 번 쓸고, 다시 쪼그려 앉아 돌 가장자리의 낙엽을 헤쳐 놓은 다음에야 문을 열었다.

그날 돌 가장자리에 잎 하나가 돌 밑에 눌려 가장자리만 내밀고 있었다. 그녀는 그것을 쓸어 버리지 않고, 한쪽으로 헤쳐 놓았다.

그날은 날이 일찍 저물었다. 지하철 출구에서 사람들이 한 무리씩 나와 계단 앞을 지나갔다. 멈추는 사람은 없었다.

그녀가 마지막으로 나갔다. 나가기 전에 그녀는 창문을 한 짝씩 확인했다. 빗장은 모두 걸려 있었다. 그녀는 서랍 속 물건을 한 번 정리했다. 자를 평평하게 놓고, 볼펜을 자 옆에 돌려놓고, 클립을 한 줄로 걸고, 대출 카드를 가지런히 쌓고, 영수증을 서랍 바닥판 위로 추려 넣었다. 그녀는 불을 껐다. 스위치는 문 안쪽에 있었다. 눌렀는데 버튼이 튀어 오르지 않아, 손끝으로 한 번 더 누르자 그제야 튀어 올랐다. 그녀는 문 안쪽에 서서 눈이 그 어둠에 익기를 기다렸다. 책상과 의자의 그림자는 어둠 속에서 모두 높이가 같았다.

그녀는 카운터 서랍에서 복사한 영수증 한 장을 꺼내 문 안쪽으로 가서 붙였다. 인쇄된 네 번째 장의 복사본이었다. 그녀는 압정 네 개를 썼다. 아주 평평하게, 네 귀퉁이를 모두 눌러 박았다.

문 옆에 빗자루 하나가 기대어 있었다. 자루에 반들반들 빛나는 테가 한 바퀴 있었다. 손으로 쥐는 자리였다. 그녀는 그것을 가져가지 않고, 문 옆의 원래 자리에 다시 기대 놓았다.

그녀는 나와서 문을 닫았다. 문은 유리문 두 짝이었다. 자물쇠 실린더는 구리였고, 열쇠 이는 이미 닳아 둥글어져 있었다. 문손잡이는 손때가 묻어 반들거렸다. 그녀는 두 바퀴를 돌리고, 그 열쇠 하나를 뽑아 손에 쥐고 계단 아래로 걸어갔다. 열쇠가 그녀의 손바닥에 가는 자국을 한 줄 눌러 냈다.

문 앞의 가로등이 켜져 계단을 비췄다. 계단은 말라 있었다. 아침에 쓴 흔적은 이미 보이지 않았다.

계단 아래 벽에 붙은 자리에 돌이 하나 있었다. 다른 돌들보다 조금 희었다. 그녀는 쪼그려 앉아 그 열쇠를 돌 밑에 눌러 넣고, 끈 한 토막만 밖에 남겨 두었다. 끈은 낡아서 이미 색이 바래 있었고, 한쪽 끝이 열쇠에 매여 있었다.

그렇게 한 것은, 혹시라도 아직 들어와야 할 사람이 있을까 해서였다.

그녀는 그 돌 옆에 잠시 서 있다가, 그제야 떠났다.

돌의 윗면에는 먼지가 한 겹 내려앉아 있었다. 먼지는 희었고, 가장자리가 가지런했다. 아무도 헤친 적이 없었다. 돌 옆에는 낙엽이 작게 한 무더기 있었다. 말라 있었고, 높이 쌓이지 않았다.

돌은 지금도 있다. 열쇠는 아직 문 앞 계단 아래 그 돌 밑에 있다. 진작 녹슬어 굳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