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부 · 인계 전
제32장일곱 층의 서명
七层签字
중국어 원문을 옮긴 번역입니다.

여섯 시 정각, 그녀의 손이 풀렸다.
병이 그녀의 손을 떠났다. 차가웠다. 냉기가 먼저 조금 걸어갔다. 손가락 끝에서 손바닥까지 걸어갔고, 그다음 손바닥이 비었다. 병이 그의 손에 떨어질 때 가볍게 한 번 흔들렸다. 물이 병 벽을 따라 한 바퀴 돌고 다시 평평해졌다. 그의 엄지가 병 몸통을 누르고 있었다. 다섯 번째 선 위를 누르고 있었다. 그녀는 병을 보지 않았다. 그것을 받아 든 손을 보았다. 손가락은 검었고 손톱 틈에 먼지가 끼어 있었다. 손등은 군데군데 하얗게 일어나 있었다. 시멘트가 말랐다 젖고 젖었다 마르며 남긴 자국이었다. 그의 손가락은 그녀의 손에 닿지 않았다. 두 손 사이에는 병 하나만큼의 폭이 있었다. 그녀가 본 것은 그만큼이었다.
그의 턱에는 덜 닦인 흰 회반죽 자국이 한 줄 있었다. 작업복 소맷부리는 아주 단단히 동여매여 있었고, 손목에는 시계가 없었다. 안전모는 다른 손에 들려 있었다. 뒤챙이 바깥을 향했다. 네 개의 숫자는 덧그린 것이라 획이 다른 데보다 조금 밝았다. 그녀가 선 자리에서는 무엇이라고 쓰였는지 보이지 않았다.
병 몸통의 가로선들은 아직 물 아래에 있었다. 모두 다섯 줄이었고, 그가 직접 그은 것이었다. 그녀는 계단에 앉아 있을 때 그 선들을 보았다. 한 획 한 획, 그가 한 줄씩 그어 내려간 것이었다. 그녀는 지우지 않았다. 그것은 그의 수였다.
울타리 안쪽에는 야간조 사람들이 이미 줄지어 서 있었다. 펌프카는 아직 들어오지 않았다. 누군가 안전모를 다른 손으로 옮겨 들었다. 그는 고개를 들지 않았다. 목이 곧았다.
그녀는 몸을 돌려 차광망 아래로 걸어 돌아갔다. 올 때 그녀는 걸음을 세었다. 열두 걸음이었다. 돌아갈 때는 세지 않았다. 길은 다져진 흙이었고 그 위에 먼지가 한 겹 깔려 있었다. 신발 밑창이 밟으면 푹신했고,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오른손의 직도는 늘어져 있었다. 칼끝은 아래를 향했고, 땅에서 손가락 하나만큼 떠 있었다. 바람이 울타리 쪽에서 불어와 그녀의 양쪽 어깨에 닿았다. 그녀는 움츠리지 않았다. 손목의 벚꽃 분홍 작은 매듭이 뼈를 누르고 있었다. 매듭은 단단했다. 그녀는 풀려고 하지 않았다.
다섯 시 오십 분, 그녀는 계단에서 일어나 냉각 드럼통으로 갔다.
오후에 계단에 앉아 그녀는 세 가지를 세었다. 차광망의 격자, 길목을 지나간 차, 계단의 단수. 세 가지를 다 세고 나서 일어났다. 그녀는 한 시간 넘게 앉아 있었다. 차광망의 그림자가 그녀의 신발 가장자리를 지나 계단 밖 시멘트 바닥으로 옮겨 갔다. 일어날 때 다리가 저렸다. 저림이 무릎에서 아래로 걸어가 조금씩 발끝까지 갔다. 그녀는 그것이 깨어나기를 기다렸다가 걸어갔다.
오후에 접수 부스에서 받은 그 종이에는 회사라고 적힌 칸이 있었다. 그녀는 잠깐 생각했다. 어느 회사를 써야 할지 몰라 비워 두었다.
냉각 드럼통은 흰 페인트를 칠한 쇠통이었다. 차양 지붕 가장자리에 서 있었다. 흰 페인트가 한 군데 벗겨져 드러난 쇠는 어두웠다. 통 뚜껑 가장자리에는 작은 홈이 한 줄 나 있었다. 무언가에 한 번 한 번 부딪혀 생긴 것이었다. 통 안의 얼음은 다섯 시 반에 넣은 것이었다. 시공팀의 작은 트럭 한 대가 통 옆에 섰고, 누군가 짐칸에서 얼음 한 자루를 내려 쏟아 넣었다. 촤르르 소리가 났다. 계단에 앉아 있던 그녀는 그 소리를 들었고, 고개를 들지 않았다. 지금은 비닐자루가 보이지 않았다. 얼음은 절반쯤 남아 물 위에 떠 있었다. 한 덩이 한 덩이 통 벽에 부딪혔다. 한 번 부딪히고, 멈추고, 또 한 번 부딪혔다. 얼음이 갈라질 때 아주 가벼운 소리가 통 바닥에서 올라왔다. 물은 탁했고 하얀 기가 조금 돌았다. 통 옆 바닥에는 젖은 자국이 둥글게 나 있었다. 한 겹 위에 한 겹이 포개져 있었다. 오늘 하루 물을 받으러 온 사람들이 저마다 남긴 것이었다.
그녀는 얼음을 건지지 않았다. 얼음은 위에 있었고, 그녀가 원하는 것은 아래의 물이었다. 통 바닥에 수도꼭지가 하나 있었다. 구리였다. 손잡이는 손에 닳아 반들거렸다. 그녀는 손을 올려 꼭지를 돌렸다. 처음 나온 물줄기는 미지근했고, 쇠녹 냄새가 조금 났다. 그녀는 받지 않고 그것이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두 번째 물줄기는 차가웠다. 손가락이 움찔할 만큼 차가웠다. 그녀는 병을 꼭지 아래로 내밀어 가득 받았다. 물이 병 벽을 따라 차올라 병 입구까지 올라왔다. 조금 넘쳐흘러 그녀의 손목을 타고 내려가, 통 옆 바닥에 떨어졌다.
병 몸통에는 덜 떼어 낸 접착제 자국이 한 바퀴 남아 있었다. 예전에 라벨이 붙어 있던 자리였다. 그녀의 엄지가 그 위를 미끄러져 지나갔다. 문질러지지 않았다. 그녀도 문지르려 하지 않았다.
오후에 그녀는 한 모금 마셨다. 미지근했다. 그 한 모금은 이미 마셔 버렸다. 돌려줘야 하는 것은 가득 찬 병이었다. 그녀는 뚜껑을 꽉 잠갔다가 한 바퀴 풀고, 다시 꽉 잠갔다. 병이 가득 차서 손바닥에 무겁게 가라앉았다. 다른 종류의 무게였다. 그러고 나서 그녀는 젖은 손바닥에 물을 조금 받아 입술에 발랐다. 입술은 말라 있었다. 바르자 차가웠고, 금방 다시 말랐다. 그녀는 마시지 않았다. 손목의 물이 마르면서 아주 옅은 자국이 한 바퀴 남았다. 그녀는 닦지 않았다.
그녀는 차광망 가장자리에서 멈추고 고개를 들었다.
하늘은 납빛이었다. 잿빛 아래로 차가운 흰빛이 비쳤고, 아주 낮게 내려앉아 있었다. 차광망의 그림자는 없어졌다. 계단 위의 먼지가 같은 색이 되었다.
북동쪽에 원 하나가 걸려 있었다. 원의 가장자리는 연보라였다. 아주 가늘었다. 한 바퀴뿐일 만큼 가늘었다. 가장자리 안쪽은 밝았다. 밝은 면이 대략 79퍼센트를 차지했고, 아주 좁은 어두운 테 한 줄만이 그 연보라에 바짝 붙어 있었다. 밝은 면 위에 구름이 있었다. 하얬고, 한 덩이 한 덩이, 아주 느리게 갔다. 그녀는 한참 보고 나서야 그것들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알아보았다. 구름이 원의 가장자리까지 가서 그 연보라 테를 덮고 지나갔다. 연보라는 색이 변하지 않았다. 구름이 지나간 뒤에도 그것은 여전히 그 색이었다. 원의 아래쪽과 탑 사이에는 잿빛이 한 겹 끼어 있었다. 잿빛 속에는 아무것도 걸려 있지 않았다.
도쿄의 하늘에도 북쪽에 이런 원이 하나 걸려 있었다. 그녀는 그곳에서 그것을 보았다. 오래 보았다.
원의 위쪽, 탑 쪽으로 치우친 곳에 검은 입구가 하나 있었다. 입구는 원보다 훨씬 작았다. 검었고, 바닥이 보이지 않았다. 가장자리에 가는 흰 고리가 한 줄 있었다. 거의 보이지 않을 만큼 가늘어서, 눈을 가늘게 떠야 보였다. 입구 바깥 한 둘레는 하늘보다 색이 조금 짙었고, 비틀린 결이 한 줄 나 있었다. 입구는 원보다 한 마디 높았다. 대략 8도 높았다. 그녀는 팔을 곧게 뻗고 네 손가락을 나란히 붙였다. 손가락 뿌리를 원의 한가운데에 대고 손끝을 위로 하자, 손끝이 꼭 입구의 높이에 닿았다. 그녀는 손을 내렸다. 네 손가락은 여전히 붙어 있었다. 손가락 뿌리가 조금 시큰했다.
왼쪽 눈 아래의 아주 옅은 자국이 하늘빛을 받아 그림자가 조금 졌다. 그녀는 그것을 만지지 않았다.
그녀의 시선이 원에서 탑으로 옮겨 갔다가, 다시 탑에서 원으로 돌아왔다. 탑은 거기 있었다. 탑 몸체의 창이 한 칸 한 칸 나 있었다. 불이 켜진 칸은 하얬고, 켜지지 않은 칸은 잿빛이었다. 탑 밑동의 불은 이미 올라가 있었다. 그녀가 병을 들고 걸어가기 전에 켜진 것이었다. 그때 불 켜진 층이 위로 올라갔고, 지나간 칸들은 모두 색이 바뀌었다. 첫째 줄은 아주 빨리 켜졌고, 둘째 줄은 조금 느렸다. 셋째 줄에 이르자 그녀가 잠깐 기다려야 켜졌다. 그녀가 네 번째 가로띠까지 세었을 때 불은 연무 속으로 들어갔고, 지금까지 거기에 멈춰 있었다. 연무 위로는 아무것도 없었다. 가림막은 하얬고, 그 위에 글자가 한 줄 있었다. 연무에 절반이 가려 있었다. 그녀는 읽으려 하지 않았다. 가림막은 지면을 가렸고, 연무는 탑 몸체를 가렸다. 그녀는 꼭대기를 볼 수 없었다. 꼭대기를 찾으려 하지도 않았다.
연무 속에는 냄새가 있었다. 마른 냄새였다. 시멘트와 쇠녹이 섞인 냄새였다. 연무의 가장자리는 아주 얇았다. 불빛이 그 안에서 비쳐 나왔다. 아주 느리게 비쳐 나왔다.
바람이 북동쪽에서 불어와 그녀의 어깨를 스치며 지나갔다. 바람에는 먼지가 섞여 있었다. 먼지가 그녀의 속눈썹에 내려앉았다. 그녀가 한 번 눈을 깜빡였다. 먼지는 그대로 있었다. 왼쪽 어깨의 바람이 오른쪽 어깨보다 일찍 왔다. 그곳에는 원래 새하얀 소매 자락이 한 폭 드리워져 있었다. 소맷부리의 구름무늬가 바람에 뒤집혀 그녀의 얼굴 절반을 덮은 적도 있었다. 그 소매는 잠든 한 여자의 몸 위에 남겨 두고 왔다. 지금 그녀의 양쪽 어깨는 맨살이었다. 바람이 피부를 곧장 눌렀다.
울타리 쪽에서 그는 고개를 들지 않았다. 그는 안전모를 보고 있었다. 그녀는 그를 부르지 않았다. 병은 그의 겨드랑이 아래 끼여 있었다. 병 입구가 위를 향했다. 안의 물이 공사장의 불빛을 받아 작은 한 조각이 밝았다.
그녀는 울타리로 걸어 돌아갔다. 그의 어깨가 한 번 움직였다. 돌아보려다가 돌아보지 않았다.
울타리 문턱 아래에는 흰 선이 한 줄 있었다. 페인트로 칠한 것이었다. 선의 안쪽은 공사장이었고, 바깥쪽은 길이었다. 그녀는 그 선을 넘었다.
울타리 옆에 표지판이 하나 서 있었다. 글자가 아주 컸다. 입장 시 안전모, 퇴장 시 서명. 그녀는 안전모를 쓰지 않았고, 서명도 하지 않았다. 출입 게이트의 작은 흰 불이 한 번 켜지며 소리가 한 번 났다. 게이트가 한 줄기 틈만큼 열렸다. 그녀는 몸을 옆으로 돌려 틈으로 빠져나갔다. 게이트가 닫히자 울타리 저편의 소리가 단번에 멀어졌다. 공사장 수도관 속에서 물소리가 들렸다. 촤, 촤, 한 번 한 번.
접수 부스의 창구는 열려 있었다. 접수원이 안에 앉아 있었다. 퇴장 기록표는 이미 접혀서 손 옆에 눌려 있었다. 그는 등기부 마지막 줄 아래에 가로줄을 하나 그었다. 선은 아주 곧았다. 자를 대고 그은 것이었다. 그는 고개를 들지 않았다. 기록용 펜은 아직 책상 다리에 매여 있었다. 끈은 느슨했고, 펜촉은 창밖을 향했다. 창턱의 보온병은 뚜껑이 덮여 있었다. 주둥이에서는 더 이상 김이 나지 않았다.
퇴장 기록표 옆에 줄이 하나 더 있었다.
강철 회색 웨빙이었다. 한쪽 끝에는 D링이 하나 달려 있었고, 다른 쪽 끝에는 넓은 가슴 하네스가 꿰매져 있었다. 웨빙에는 먼지도 없었고 접힌 자국도 없었다. 깨끗했다. 접수원의 연필은 그것에 닿지 않았다. 그의 눈도 그것 위에 떨어지지 않았다. 그것이 언제 상판 위에 놓였는지 그녀는 보지 못했다. 기록용 펜의 끈이 가볍게 한 번 흔들렸다가 다시 멈췄다.
그녀는 손을 뻗어 그것을 집어 들었다. 웨빙은 말라 있었고, 차가웠다. 그녀의 손바닥보다 조금 차가웠다. 그녀는 가슴 하네스를 몸에 대어 보았다. 길이가 맞았다. 헐겁지도 조이지도 않았다. 올 때 그녀의 손에는 칼뿐이었다. 지금은 왼손에 줄을 들었고, 오른손은 여전히 칼을 쥐고 있었다.
접수원이 그녀를 한 번 보았다. 아주 짧은 눈길이었다. 번호 하나를 대조할 만큼이었다. 그의 연필은 아직 귀에 꽂혀 있었다. 빼지 않았다. 그녀가 창구 앞을 지나갈 때 그는 도장 하나를 집어 등기부의 다음 줄에 한 번 찍었다. 인주는 검었다. 도장이 내려앉는 소리는 아주 가벼웠다. 거의 없을 만큼 가벼웠다.
안내하는 사람은 오지 않았다.
그녀는 기다리지 않고 길을 따라 탑 밑동으로 걸어갔다. 길 양쪽에는 나무가 심겨 있었다. 아직 뿌리를 내리지 못했고, 줄기에 지지대가 묶여 있었다. 그녀는 한 번 세었다. 열한 그루였다. 그루마다 지지대가 같은 쪽으로 기울어 있었고, 똑같이 단단히 묶여 있었다.
울타리에서 정문까지는 돌판 길이었다. 돌판 틈에 풀이 조금 나 있었다. 풀은 잿빛이었다. 돌판에 눌려 끝만 내밀고 있었다. 돌판 하나가 평평하게 눌려 있지 않아 모서리가 들려 있었다. 그녀는 가장자리로 돌아갔다. 길가에 빈 덤프트럭 한 대가 서 있었다. 적재함에 철근 하나가 있었다. 끊어진 단면이 번쩍였다.
탑 밑동의 커다란 유리문이 정면에 있었다. 문 안에는 돌판이 깔려 있었다. 보이지 않는 곳까지 깔려 있었다. 문 옆에 철문이 하나 있었다. 문에는 글자가 없었고, 문틀 옆에 카드 리더기가 하나 있었다. 그녀는 줄을 왼팔에 걸쳐 손을 비우고, 카드를 갖다 댔다. 카드 한 귀퉁이가 접혀 있었다. 그녀는 엄지로 눌러 편 뒤 다시 갖다 댔다. 리더기가 한 번 소리를 냈고, 철문이 안쪽으로 열렸다. 카드에는 V-06이라고 찍혀 있었다. 06이 몇 번째인지 그녀는 몰랐다. 카드 뒷면은 하얬고, 글자가 없었다.
문 안은 작은 홀이었다. 벽은 콘크리트였다. 페인트를 칠하지 않아 잿빛이었고, 만지면 거칠었다. 작은 홀은 아주 비어 있었다. 천장에 형광등이 한 줄 있었고, 두 개가 깜빡였다. 한 번 깜빡이고, 잠깐 멈추고, 또 깜빡였다. 벽 밑동에는 시멘트가 드러나 있었다. 한 토막 한 토막 자국이 있었다. 거푸집을 뜯어낸 뒤 남은 것이었다. 벽 모퉁이에 양철 쓰레기통이 하나 있었고, 통 옆에 종이 한 장이 붙어 있었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음식물 섭취 금지. 화물 엘리베이터는 가장 안쪽에 있었다. 문은 쇠였다. 문 위에 숫자가 한 줄 있었다. 1부터 7까지, 모두 잿빛이었다.
그녀는 버튼을 누르지 않았다. 문이 저절로 닫혔다.
카에는 창이 없었다. 사방 벽이 강판이었다. 강판이 그녀를 세로로 선 그림자 하나로 비췄다. 그녀는 그것을 보지 않았다. 손잡이는 쇠파이프 하나였다. 문 앞에서 뒷벽까지 이어져 있었다. 손바닥을 대면 차가웠다. 그녀는 잡지 않았다. 강판의 이음매가 한 줄 한 줄, 아래에서 위로 나 있었다. 그녀는 네 줄을 세었다. 패널의 숫자가 하나씩 켜졌다. 5까지 켜지고 멈췄다. 카 안에는 새 페인트 냄새가 났다. 시멘트 먼지가 섞여 있었다. 그녀는 숨을 한 번 들이쉬었다. 가슴까지 들이쉬고, 잠깐 멈췄다가 내쉬었다.
발밑의 바닥이 가볍게 한 번 위로 받쳐 올렸다가 멈췄다.
5층 문 앞은 평평한 단이었다. 사방이 콘크리트 벽이었다. 벽에는 페인트도 칠하지 않았고, 창도 없었다. 천장에 등이 한 줄, 한 칸 한 칸 있었다. 한 칸은 켜져 있지 않았다. 소켓이 비어 있었다. 형광등에서 웅웅 소리가 조금 났다. 단은 엘리베이터 바닥보다 한 단 낮아서, 한 걸음 내려딛어야 했다. 단 위의 바람은 카 안보다 차가웠다. 계단실 쪽에서 불어와 발목에 닿았다. 바람은 한 차례씩 불었다. 지나가고, 잠깐 멈추고, 또 불어왔다.
문이 열렸다. 그녀는 한 발을 내디뎠다. 다른 발은 아직 카 바닥에 있었다. 그 한 발이 내려앉은 것은 그녀가 속으로 센 것보다 반 박자 늦었다. 그녀는 메우려 하지 않았다.
바닥에 노란 선이 한 줄 있었다. 문 앞에서 한 걸음 떨어진 곳이었다. 페인트로 칠한 선이었다. 아주 곧았다. 손으로 칠한 것인 줄 모를 만큼 곧았다. 선 옆에 글자가 한 줄 있었다. 페인트는 이미 낡았다. 앞의 세 글자는 문질려 지워졌고, 가운데 세 글자만 알아볼 수 있었다. 미검수. 뒤의 글자는 신발 밑창에 문질려 몇 획만 남아 있었다.
선 안쪽에는 아무도 없었다.
미쓰키의 발은 선에서 한 걸음 떨어져 있었다. 그녀는 넘어가지 않았고, 물러서지도 않았다.
선 안쪽 바닥은 새것이었다. 회백색 시멘트였고, 이음매가 곧았다. 발자국이 하나도 없었다. 선 바깥쪽, 그녀의 발치에는 먼지가 조금 떨어져 있었다. 신발 밑창이 공사장에서 묻혀 온 것이었다. 먼지는 선 가장자리에서 멈췄다.
바람이 한 번 멎었다. 형광등의 웅웅 소리도 한 번 멎었다. 그 한 번은 아주 짧았다. 그녀 속의 수로만 잴 수 있을 만큼 짧았다.
누군가 입을 열었다. 목소리는 계단실 안에서 왔다.
한 마디뿐이었다. 멀고 가까움을 가늠할 수 없었다. 귀에 붙은 것처럼 가까웠다.
“제1조, 안전줄을 걸지 않았으면 올라가서는 안 된다.”
목소리는 평평했다. 글자 하나하나가 같은 높이에 놓였다. 길게 끌지도 않았고, 낮게 누르지도 않았다. 그 말에는 무거운 글자가 하나도 없었다. 말이 끝나고 멈추지 않았다. 숨을 바꾸지도 않았다. 뒤에 아무것도 이어지지 않았다.
제1조. 그렇다면 뒤에 다른 조가 더 있다는 뜻이었다.
미쓰키의 신발 밑창이 바닥에서 한 번 소리를 냈다. 소리가 맞은편 벽에 부딪혀 돌아왔다. 그녀의 발소리보다 조금 더 길었다. 그 한 마디는 아무것에도 부딪히지 않았다. 돌아오지 않았다.
단 위에는 다른 소리가 없었다. 머리 위에서 형광등이 한 번 깜빡이고, 잠깐 멈추고, 또 깜빡일 뿐이었다. 미쓰키의 입술은 말라 있었다. 그녀는 핥지 않았다.
미쓰키는 고개를 숙여 가슴 앞을 보았다. 웨빙은 그녀의 손에 있었다. 아직 걸지 않았다. 그녀의 왼손이 몸 옆에서 꽉 쥐어졌다. 웨빙의 딱딱한 가장자리를 쥘 때까지 쥐었다가 풀었다. 손바닥에 옅은 자국이 한 줄 남았다.
그녀는 가슴 하네스를 둘렀다. 어깨 위로 감아 돌려 가슴 아래에서 조였다. 가슴 하네스의 버클은 금속이었다. 두 번 눌러야 물렸다. 그녀는 두 번 눌렀다. D링이 가슴 한가운데에 걸렸다. 버클이 닫혔다. 소리가 아주 작았다. 그녀의 발소리보다도 작았다.
계단실에서 제2조는 내려오지 않았다.
문 앞 왼쪽이 계단실이었다. 문이 반쯤 열려 있었다. 문틀에 손잡이가 하나 있었고, 손잡이에는 흰 천이 한 바퀴 감겨 있었다. 천은 이미 더러웠다. 계단이 위로 이어졌다. 계단 한 단 한 단의 옆면에 네모 칸이 하나씩 있었다. 칸 안에 서명이 있어야 했다. 이 층 위로는 칸이 모두 비어 있었다. 칸 아래에 작은 글자가 한 줄 찍혀 있었다. 미검수 층의 계단은 치지 않는다. 그녀는 세어 보았다. 문 앞에서 계단 꺾이는 곳까지 모두 열네 칸이었다. 하나같이 비어 있었다.
그녀는 계단을 한 번 보았다. 디딤판은 새것이었다. 한 단 한 단, 모서리가 모두 곧았다. 그녀는 밟지 않았다. 그녀는 카로 물러나 안에 섰다. 그녀가 버클을 채우기 전까지 문은 줄곧 열려 있었다. 닫히지 않았다. 이제 문이 닫혔다.
카가 위로 올라갔다. 6층을 지날 때 엘리베이터 벽 위로 가는 흰 빛 한 줄이 스쳐 갔다. 그 층의 문틈으로 새어 나온 것이었다. 그 층의 문은 열리지 않았다.
7층 숫자가 켜지고 멈췄다. 문이 열렸다.
그녀는 엘리베이터에서 나와 세 걸음을 걸었다. 7층은 커다란 홀이었다. 세 갈래 복도가 세 방향에서 와서 가운데에서 만났다. 복도는 모두 아주 길었다. 양쪽의 문은 모두 닫혀 있었다. 문마다 종이가 한 장씩 붙어 있었다. 벽에 붙은 것과 같은 종이였다. 그녀는 가까이 가서 그 종이들을 보지 않았다. 복도마다 끝에 불이 있었다. 불은 하얬다. 한 칸 한 칸, 아주 멀리 떨어져 있었다. 복도마다 그녀는 열한 번째 등까지 세고 더는 세지 않았다.
홀의 천장은 하얬다. 등이 그 위에 바둑판처럼 늘어서 있었다. 칸마다 켜져 있었다. 어두운 칸은 하나도 없었다. 바닥은 돌판이었다. 한 장 한 장, 이음매가 곧았다. 비뚤어진 줄은 하나도 없었다. 홀 안에는 바람이 없었다. 공기가 멈춰 있었다. 돌판을 닦은 뒤의 물 냄새가 조금 났다.
가운데의 그 벽면은 통짜였다. 문도 없고, 창도 없었다. 벽면은 잿빛이었다.
그녀의 신발 밑창이 돌판 위에서 한 번 소리를 냈다. 소리가 세 갈래 복도에서 한꺼번에 돌아왔다. 아주 느리게, 그리고 아주 가지런히 돌아왔다. 그녀의 숨소리도 돌판 위에서 돌아왔다. 한 번, 또 한 번.
홀 한가운데에 대가 하나 있었고, 대 뒤에 한 사람이 서 있었다. 미쓰키의 발이 멈췄다. 그녀의 눈보다 반 박자 늦었다. 오른손의 칼은 들리지 않았다. 칼끝은 여전히 아래를 향했다. 상판은 짙은 색이었다. 아무것도 없었다. 긁힌 자국도 하나 없었다. 새것이거나, 아니면 아주 여러 번 닦인 것이었다. 한가운데에만 카드 케이스가 하나 놓여 있었다. 입구가 위를 향했고, 펜 하나가 꽂혀 있었다. 펜 뚜껑이 바깥을 향했다. 펜에는 가는 끈이 매여 있었다. 끈의 다른 쪽 끝은 카드 케이스 바닥에 매여 있었다. 끈은 느슨했다. 카드 케이스 가장자리에 아주 옅게 닳은 자국이 한 줄 있었다. 펜촉이 한 번 한 번 부딪혀 생긴 것이었다. 의자는 대 밑으로 밀어 넣어져 있었다. 등받이가 벽을 향했다. 사람은 의자 앞에 서 있었다. 두 손을 상판 가장자리에 올려 두었다. 손가락을 나란히 붙였고, 가운뎃손가락이 상판 모서리에 닿아 있었다. 그 사람의 가슴은 오르내리지 않았다. 대의 모서리는 모두 곧았다. 가장자리도 곧았다. 대의 그림자가 돌판 위에 떨어져 있었다. 아주 짧았다. 등이 위에서 비춘 것이었다. 윤곽도 네모났다.
그 사람의 가슴에 카드가 하나 꽂혀 있었다. 카드에는 세 글자가 찍혀 있었다. 서명인. 카드에 이름은 없었다. 가슴 한가운데에 D링이 하나 걸려 있었다. 무광의 강철색이었고, 빛을 반사하지 않았다. 강철 회색 웨빙 한 줄이 고리에서 아래로 당겨져, 오른쪽 겨드랑이 아래를 돌아 등 뒤로 갔다. 다른 쪽 끝은 훅이었다. 상판 모서리 아래에 걸려 있었다. 대의 다리 하나에 고리가 하나 용접되어 있었다. 강철이었다. 훅은 그 고리에 걸려 있었다. 고리 안쪽은 한 바퀴 반들반들하게 닳아 있었다. 닳은 그 한 바퀴는 바깥의 강철색보다 옅었다. 가장자리가 둥글었다. 오랜 세월 무언가가 그 위를 감아 돌고 갈아 낸 모양이었다. 미쓰키는 쪼그려 앉아 한참 보았다. 만지지는 않았다. 그녀는 그 사람의 얼굴을 보지 않았다.
그녀가 일어날 때 무릎에 먼지가 조금 묻었다. 그녀는 털지 않았다. 손바닥의 그 자국은 아직 있었다. 그녀는 벽 쪽으로 걸어갔다.
벽에는 종이가 한 줄 박혀 있었다. 장마다 머리글이 똑같았고, 번호만 달랐다. 못은 강철이었고, 못대가리는 모두 바깥을 향했다. 맨 왼쪽 장이 가장 낡았다. 종이 가장자리가 말려 대롱이 되었고, 못 구멍은 종이에 눌려 하얗게 되어 있었다. 그 오른쪽 장은 0002였고, 그다음 오른쪽은 0003이었다. 벽 끝까지 늘어서 있었다. 그녀는 한 줄을 세었다. 스물세 장이었다. 다시 한 번 세었다. 역시 스물세 장이었다. 나머지 빈칸은 모두 비어 있었다. 장마다 오른쪽 아래 귀퉁이에 검은 도장이 하나씩 찍혀 있었다. 도장은 말라 있었다. 그녀는 그 한 줄을 오래 보았다. 머리글은 모두 같았고, 번호는 하나씩 뒤로 갔다. 건너뛴 장은 하나도 없었다.
맨 왼쪽 장의 번호는 0001이었다. 인쇄된 글자는 이랬다. 잔여 항목 0001: 5층 용접부, 0.4밀리미터, 미완료. 뒤에 빈칸이 하나 남아 있었다.
날짜 칸에는 10월 22일이라고 적혀 있었다. 연도 글자는 손가락에 문질려 옅어져 한 획만 남았다.
5층. 그녀는 방금 그 층의 문 앞에서 올라왔다.
그녀는 엄지와 검지를 내밀어 종이 가장자리에 대 보았다. 잴 수 없었다. 두 손가락 사이에 아무것도 끼이지 않았다.
그녀는 한 번 더 대 보았다. 종이의 아래 귀퉁이를 조금 들추어 보았다. 뒷면은 하얬다. 아무것도 쓰여 있지 않았다.
그녀는 그 줄의 문장부호를 보았다. 쌍점 하나, 쉼표 두 개, 마침표 하나. 마침표는 아주 작았고, 아주 단단하게 찍혀 있었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대를 한 번 보았다. 웨빙은 여전히 그 사람의 오른쪽 겨드랑이 아래를 돌아 책상 다리의 고리에 걸려 있었다. 아주 팽팽했다. 그 사람은 움직이지 않았고, 입을 열지도 않았다. 그녀는 손을 거두지 않았다.
‘미완료’라는 세 글자는 인쇄된 것이었다. 획이 아주 깊게 눌려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