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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부 · 인계 전

제34장조건부 검수

带条件验收

중국어 원문을 옮긴 번역입니다.

제34장 조건부 검수

서명대 앞에서 서명인은 멈췄다. 다음 조항을 읽지 않았다.

홀에는 소리가 없었다. 송풍기의 낮은 소리는 아직 석판 밑에서 조금씩 울리고 있었지만, 이 층의 공기 속으로는 들어오지 못했다. 미쓰키는 서명대의 한 모서리에 서 있었다. 대 가장자리에서 손바닥 하나 너비만큼 떨어져 있었다. 오른손에 직도를 쥐고 있었다. 칼에는 칼집이 없었다. 칼끝은 아래를 향했고, 자루의 벚꽃 분홍 끈이 엄지와 검지 사이에 눌려 있었다. 그녀는 세지 않았다. 그녀는 대 한가운데의 카드 케이스를 보고 있었다. 펜이 그 안에 꽂혀 있었다. 뚜껑은 바깥을 향했고, 펜에 달린 가는 끈은 느슨했다. 아무도 그것을 집지 않았다.

그녀의 손목에는 시계가 없었다. 바깥의 시간은 이 층에서 셈할 수 없었다. 그녀는 셀 수밖에 없었다. 마흔까지 셌다. 서명인은 여전히 멈춰 있었다. 그녀는 한 번 더 셌다. 마흔까지 셌다. 서명인은 여전히 멈춰 있었다. 가슴의 D링은 걸려 있었다. 가슴 하네스가 가슴 아래에서 조여져 있었고, 버클이 물려 있었다. 그녀는 그것을 건드리지 않았다.

서명인의 오른손 엄지는 아직 대 가장자리 밑을 누르고 있었다. 훅은 책상 다리의 고리에 걸려 있었다. 고리 안쪽의 반들반들한 한 바퀴가 위를 향했고, 훅의 가장자리가 마침 그 한 바퀴의 가장자리에 걸려 있었다. 왼손이 움직였다.

대에서 서명인 쪽으로, 좁은 틈이 하나 있었다. 평소에는 닫혀 있어서, 대의 이쪽 끝에서는 보이지 않았다. 틈이 한 치 열렸다. 종이 한 장이 안에서 모서리 하나를 내밀고 멈췄다. 왼손의 두 손가락이 그 모서리를 집어 종이를 빼냈다. 대 위에 평평하게 놓았다. 손가락은 다시 모였다. 가운뎃손가락이 대 가장자리에 붙었다.

종이는 흰색이었다. 벽에 붙은 종이들보다 얇았다. 머리에 두 글자가 있었다. 검수. 그 아래 칸에는 층위, 탑 전체라고 인쇄되어 있었다. 그 아래 칸은 잔여였다. 가로줄이 하나 인쇄되어 있었고, 가로줄 위는 비어 있었다. 맨 아래는 결론이었다. 결론 칸은 비어 있었다. 서명 칸도 비어 있었다.

왼손이 펜을 집었다. 펜이 카드 케이스에서 뽑혀 나왔다. 가는 끈이 한 번 곧게 당겨졌다가 다시 느슨해졌다. 펜촉이 결론 칸의 첫 칸에 내려앉았다. 떨리지 않았다.

서명인이 글씨를 썼다. 펜촉은 아주 천천히 갔다. 소리가 없었다. 종이도 소리를 내지 않았다. 한 글자를 다 쓰면 펜촉이 한 번 멈췄다가 다음 글자로 갔다. 손목은 곧았다. 팔꿈치는 들리지 않았다. 손가락만 움직였다. 쓴 것은 「합격(잔여 항목: 한 건, 관찰)」이었다. 글자 크기가 같았다. 간격이 같았다. 괄호는 곧았다. 쌍점과 쉼표는 모두 놓일 자리에 놓였다.

마지막 괄호까지 썼을 때, 펜촉이 한 번 멈췄다. 괄호 오른쪽에 멈춰 내려앉지 않았다. 그러고는 내려앉았다. 괄호 바깥에 마침표 하나를 찍었다.

다 쓰고 나서, 서명인은 펜을 카드 케이스에 도로 꽂았다. 뚜껑은 바깥을 향했다. 가는 끈이 한 번 흔들리다가 멈췄다.

서명인이 숨을 한 번 들이쉬었다.

그 숨이 들어가자, 가슴이 한 번 오르내렸다. 어깨는 움직이지 않았다. 가슴만이었다. 웨빙이 따라서 한 번 움직였다. 가슴에서부터 책상 다리의 훅까지 움직였다. 훅이 고리 입구에서 가볍게 한 번 부딪쳤다. 소리는 나지 않았다. 들이쉬고, 멈추고, 다시 내쉬었다. 내쉴 때도 소리가 없었다.

어깨는 아직 원래 높이에 있었다. 양쪽은 여전히 높이가 같았다.

미쓰키의 셈이 끊겼다. 그녀는 그 숨소리를 들었다. 그것은 그녀 자신의 셈 바깥에 있었다. 그녀 자신의 숨도 한 번 멈췄다. 그녀는 그것을 다시 잇지 않았다. 그녀의 왼손이 오른손 엄지를 움켜쥐었다. 세게 쥐었다가 놓았다.

서명인이 입을 열었다.

“내가 서명한다.”

그 목소리는 여전히 평평했다. 한 글자 한 글자가 같은 높이에 놓였다. 그런데 ‘내’라는 말이 나올 때, 목소리가 그 앞을 누르지 않았다. 그 말은 입의 한가운데에서 나왔다. 이 말은, 이 목소리 안에 있은 적이 없었다.

미쓰키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녀의 발은 아직 원래 자리에 있었다. 대 가장자리에서 손바닥 하나 너비만큼.

서명인의 오른손 엄지가 대 가장자리 밑으로 들어갔다. 스프링 판이 세게 물고 있어서, 엄지를 끝까지 눌러야 훅의 입이 열렸다. 엄지가 눌러 내려갈 때 멈추지 않았다. 딸깍 소리도 없었다. 훅이 고리에서 빠져나왔다. 훅 입의 가장자리가 그 반들반들한 자국을 스쳤다. 스치는 소리는 나지 않았다. 훅 입이 열리던 그 순간, 아무것도 울리지 않았다. 훅의 끝이 책상 다리에 오래된 칠을 조금 문질러 냈다. 칠 밑의 쇠는 어두웠다.

웨빙이 느슨해졌다. 오른쪽 겨드랑이 밑으로 감겨 있던 그 부분이 한 치 풀려, 대 가장자리를 미끄러져 넘어가 아래로 늘어졌다. 서명인의 다리 옆에서 한 번 흔들렸다. 더는 팽팽하지 않았다. 그 웨빙의 안쪽에는 색이 조금 짙은 자국이 한 줄 있었다. 수없이 감았다가 다시 가져오면서 남은 것이었다.

이번에는, 미쓰키가 그녀의 얼굴을 보았다.

얼굴은 미쓰키가 생각했던 것보다 조금 작았다. 이마 옆의 머리카락은 뒤로 쓸어 넘겨 단단히 묶여 있었다. 살갗에 붙어 있었다. 아주 옅은 흰 자국이 한 줄 드러나 있었다. 아주 오래전에 무언가가 스친 것이었다. 이미 평평하게 아물어 있었다. 눈썹은 다듬지 않았다. 평평했다. 한 올 한 올이 저마다 제 방향을 향해 있었다. 눈은 검었다. 불빛이 그 안으로 비쳐 들어, 그 속에 작은 빛이 하나 있었다. 그 빛은 움직이지 않았다. 코 양옆에는 고운 먼지가 한 겹 앉아 있었다. 바람이 불어 붙인 것이었다. 닦지 않았다. 입술은 얼굴보다 조금 옅었다. 닫혀 있었다. 가운데에 아주 가는 주름이 하나 있었다. 귀는 깨끗했다. 귓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눈이 한 번 깜박였다.

눈꺼풀이 닫혔다가 다시 열렸다. 열린 뒤에도 눈은 여전히 대 위를 향했다. 미쓰키를 보지 않았다.

서명인이 대 뒤에서 걸어 나왔다.

미쓰키는 서명인이 대를 떠나는 것을 처음 보았다. 서명인의 등은 곧았다. 두 어깨의 높이가 같았다. 웨빙은 오른쪽 겨드랑이 밑에서 등 뒤로 감겨 있었고, 등 위에서 주름 하나 잡히지 않았다. 서명인은 세 걸음 걸었다. 벽가로 걸어가, 맨 왼쪽 종이 앞으로 갔다. 발이 석판 위에 내려앉았다. 소리가 없었다. 메아리도 없었다. 신발 밑창이 석판을 떠날 때, 석판의 고운 먼지 위에 아주 옅은 자국이 하나 남았다. 그녀가 걸은 첫걸음이었다. 훅은 발치에 끌렸다. 그것도 소리가 없었다. 펜은 그녀가 대를 떠날 때 카드 케이스에서 가지고 나온 것이었다. 펜촉이 대 위를 미끄러져 지나갔다. 펜에 달린 가는 끈은 충분히 길었다. 한 토막 한 토막 케이스 입구에서 따라 나와, 대 가장자리를 끌고 지나가 석판 위에 떨어졌다. 벽가에 이르러서야 곧게 당겨졌다가 다시 느슨해졌다.

서명인이 펜을 벽가로 들어 올렸다.

벽의 종이들은 한 장 한 장 벽 끝까지 늘어서 있었다. 맨 왼쪽 그 장의 뒤쪽 빈칸은 비어 있었다. 그것은 서명할 사람을 위해 남겨 둔 것이었다. 미쓰키가 대의 이쪽 끝에서 바라보니, 그 빈칸은 그저 흰 네모일 뿐이었다. 종이 색보다 조금 짙었다. 아무것도 없었다. 미쓰키는 벽의 종이를 한 번 셌다. 스물세 장이었다. 한 장 한 장의 오른쪽 아래 귀퉁이에 검은 네모 도장이 하나씩 있었다. 도장은 말라 있었다. 압정 머리도 스물세 개였다. 하나도 모자라지 않았다.

서명인은 빈칸에 다섯 글자를 썼다. 조건부 완료.

글자는 인쇄된 글자 뒤에 쓰였다. 인쇄된 글자보다 옅었고, 종이 색보다 짙었다. 획 하나하나를 끝까지 썼다. 획을 맺는 자리는 다른 곳보다 조금 가벼웠다.

그러고 나서 서명인은 획 하나를 그었다. 그 획은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았다. 글자가 되지 않았다. 그저 서명의 획 하나였다. 미쓰키는 대 저쪽에서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 획이 가볍게 떨어질지, 무겁게 떨어질지. 그녀는 답을 떠올리지 못했다. 펜촉이 종이를 떠날 때, 종이 위에 아주 작은 점 하나가 남았다. 검었다. 가장자리가 조금 희끗했다.

서명인은 돌아서지 않았다. 펜은 아직 왼손에 쥔 채, 그녀는 벽을 마주하고 그 한 줄을 읽었다.

“잔여 항목 공공공일, 조건부 완료.”

목소리가 입에서 나왔다. 여전히 평평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 말이 대 위에 떨어지지 않았다. 발치에 머물지도 않았다. 그것은 벽에서 돌아왔다. 왼쪽 복도에서 돌아오고, 가운데 복도에서 돌아오고, 오른쪽 복도에서도 돌아왔다. 한꺼번에 돌아왔다. 서명인이 말한 것보다 조금 느렸고, 또 가지런했다. 그 말이 돌아올 때, 벽의 종이에 부딪쳐 스물세 장의 종이 사이에서 한 번 멈췄다가 흩어졌다. 마지막 글자가 가장 늦게 돌아왔다.

서명인의 목소리가 홀 안에서 메아리를 얻었다.

미쓰키는 들었다. 그녀의 셈이 한 번 멈췄다가, 다시 이어졌다. 그녀의 뒷목이 한 번 굳었다. 그녀는 그것을 풀지 않았다.

대의 좁은 틈이 다시 열렸다. 아까보다 넓게 열렸다. 카드 한 장이 안에서 밀려 나와 대 가장자리에 멈췄다. 미쓰키를 정면으로 향해 있었다.

카드는 단단했다. 검수서보다 두꺼웠다. 모서리는 곧았다. 모서리에 아주 옅은 마모 자국이 한 줄 있었다. 카드 케이스의 입구에 닳은 것이었다. 카드에는 한 줄이 인쇄되어 있었다. LM-1-06, 인도 번호. 그 뒤에 한 문장이 있었다. 그 문장의 원래 글자는 아직 남아 있었다. 가운데로 가는 선 하나가 그어져 있었다. 그어진 것은 「검수 미통과, 인도 보류.」였다. 그어진 그 문장 뒤에, 새 글자가 인쇄되어 있었다. 「인도 완료.」

그 글자들은 그어진 글자보다 짙게 인쇄되어 있었다. 획 하나하나가 단단히 눌려 있었다. 새 글자가 옛 글자 뒤를 따랐다. 옛 글자는 아직 보였다. 미쓰키는 한 번 보고 나서야 눈을 돌렸다.

미쓰키가 카드를 집었다. 카드는 차가웠다. 그녀의 손바닥보다 조금 차가웠다. 그녀는 카드를 뒤집었다. 뒷면은 희었다. 글자가 없었다.

그녀는 말하지 않았다. 서명인도 그녀를 보지 않았다. 서명인은 아직 벽가에 서 있었다. 대를 등지고, 그 한 줄의 글자를 마주하고 있었다. 웨빙은 서명인의 다리 옆에 늘어져 있었다. 팽팽하지 않았다. 서명인의 오른손 엄지가 몸 옆에서 한 번 움직였다가 다시 멈췄다. 거는 동작이었다. 훅은 이미 책상 다리에 없었다. 엄지는 고리를 찾지 못하고, 그 자리에 멈춰 있었다.

미쓰키는 카드를 주머니에 넣었다. 주머니에는 이미 V-06 방문자 카드가 한 장 있었다. 두 장의 카드가 나란히 붙었다. 둘 다 단단했다.

카드에 인쇄된 그 문장을, 그녀는 누가 말하는 것을 들은 적이 없었다. 그것은 인쇄된 것이었다. 말해진 것이 아니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려 있었다. 아무도 누르지 않았다. 그녀는 걸어갔다. 엘리베이터 안의 불빛은 흰색이었다. 강판 벽에 세로로 선 그림자 하나가 비쳤다. 그녀의 것이었다. 그녀는 안으로 들어갔다. 버튼을 누르지 않았다. 문이 저절로 닫혔다. 강판의 이음매가 한 줄 한 줄, 아래에서 위로 이어졌다. 그녀는 네 줄을 세고, 더는 세지 않았다.

엘리베이터가 내려갔다. 6층을 지날 때, 문틈으로 하얀 가는 빛 한 줄이 새어 들었다가 금세 지나갔다. 5층을 지날 때도 멈추지 않았다. 3층을 지날 때도 멈추지 않았다. 패널의 숫자가 하나씩 꺼져 갔다. 1까지 꺼지고 멈췄다. 문이 열렸다.

작은 홀에는 아무도 없었다. 벽은 콘크리트였다. 잿빛이었다. 만지면 거칠었다. 벽 밑동의 시멘트가 드러나 있었다. 색이 짙은 데도 있고 옅은 데도 있었다. 벽 모서리의 양철 쓰레기통에는 통 가장자리의 종이가 아직 붙어 있었다. 글자는 이랬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음식물 섭취 금지. 작은 홀의 남쪽 벽에 철문이 하나 있었다. 문에는 글자가 없었다. 문은 잠겨 있지 않았다. 한 줄 틈만큼 밀어 열고, 그녀는 그 틈으로 몸을 옆으로 해서 나갔다.

계단 아래가 곧 물이었다.

계단 위로, 탑신이 그녀의 머리 위에서 솟아 있었다.

연무가 옅어졌다. 일곱 줄 설비층의 불빛은 아직 켜져 있었다. 그것은 탑신에 걸린 일곱 줄의 짙은 가로띠였다. 가로띠 안의 불빛은 흰색이었다. 탑 밑동에서부터 켜질 때는 한 층 한 층 위로 켜져 올라갔다. 지금 그것들은 맨 위 한 줄부터 한 줄씩 꺼져 내려왔다. 한 줄이 꺼지면 한 번 멈췄다가, 다음 줄이 꺼졌다. 맨 아래 한 줄까지 꺼지고, 또 한 번 멈췄다. 그러고는 일곱 줄이 모두 어두워졌다.

불이 꺼질 때 소리는 없었다. 송풍기의 낮은 소리도 멈추지 않았다. 그것은 아직 있었다. 땅바닥에 붙어, 아주 먼 곳에서 건너왔다.

가로띠 사이의 창은 아직 몇 칸 켜져 있었다. 흰색이었다. 줄을 이루지 않았다. 밤의 탑신은 잿빛이었다. 탑 밑동의 유리문들이 한 짝 한 짝 켜져 있었다. 문 안의 석판은 아주 평평하게 빛났다.

수면 위에 흰빛 한 줄이 있었다. 아주 낮게, 물에 붙어, 탑 밑동 남쪽에서 켜졌다. 그곳에 입구가 하나 있었다. 수면에서 높지 않았다. 입구 안의 불빛은 흰색이었다. 계단의 돌 표면은 차가웠다. 고운 먼지가 한 겹 앉아 있었다. 그녀의 신발 밑창이 밟아도 소리가 없었다. 물가의 돌계단이 한 단 한 단 물속으로 뻗어 들어갔다. 맨 아래 한 단은 잠겨 있었다. 돌계단 양옆 땅바닥의 석판 틈에는 풀이 조금 나 있었다. 풀은 잿빛이었다. 바람에 눌려, 끝만 드러나 있었다.

바람이 호수 위에서 건너와 그녀의 양 어깨에 불었다. 양 어깨는 모두 맨살이었다. 바람이 곧장 살갗을 눌렀다. 그녀는 움츠리지 않았다. 왼쪽 눈 밑의 아주 옅은 그 자국에 바람이 불었다. 손목의 그 벚꽃 분홍 작은 매듭이 뼈를 누르고 있었다.

새 한 마리가 수면 위를 낮게 날아 지나갔다. 울지 않았다.

아주 크고, 움직이지 않던 것 하나가 움직였다.

배가 입구에서 미끄러져 나왔다. 먼저 뱃머리였다. 쐐기 모양이었다. 앞끝이 오므라들어 끌 끝을 이루었다. 선체는 회백색이었다. 입구의 가장자리에 바짝 붙어 지나갔다. 닿지 않았다. 그것은 한 치 한 치 나왔다. 절반쯤 나와서 멈췄다. 그러고는 전부 나왔다. 수면 위의 흰빛이 천천히 두꺼워졌다. 넓은 한 판이 되어, 배의 그림자를 아래에서 떠받쳤다.

그것은 컸다. 탑 밑동의 어느 별동보다도 길었다. 배는 코어 샤프트에서 나온 것이었다. 샤프트는 탑의 정중앙에 있었다. 밑에서부터 곧장 위로 뚫려 있었다. 그것이 나올 때, 입구 가장자리의 물은 흔들리지 않았다. 수면에는 물결 하나 없었다.

선체에는 이름이 없었다. 함교 밑에 번호 한 줄이 분사 도장되어 있었다. 글자는 잿빛이었다. 선체보다 한 단계 짙었다. LM-1-06.

함교는 낮았다. 세 면이 유리였다. 유리는 어두웠다. 아래의 물을 비추고 있었다. 함교 위에는 작은 돔이 하나 있었다. 그것도 어두웠다. 빛을 되비치지 않았다. 등뼈는 속이 뚫린 상자 하나였다. 들보 틈으로 흰빛이 조금 새어 나왔다. 꼬리에는 나란한 지느러미 두 장이 서 있었다. 뒤로 비스듬히 기울어 있었다. 지느러미의 그림자가 수면에 비스듬한 선 두 줄을 그었다. 뱃전에 불이 두 알 켜져 있었다. 하나는 빨강, 하나는 초록. 둘 다 깜박이지 않았다.

선체 중간에, 뱃머리에서 배꼬리까지, 가는 선이 하나 그어져 있었다. 주황색이었다. 단 한 줄이었다. 더 가늘 수 없을 만큼 가늘었다. 뱃머리의 끌 끝에서 시작해 꼬리 지느러미 뿌리까지 이어졌다. 중간에 끊긴 데가 없었다.

배 밑바닥에 빛이 조금 있었다. 그것은 목구멍 같은 입구였다. 조금만 빛났다. 따뜻했다. 그것은 수면을 비추지 않았다. 제 밑의 작은 자리만 비췄다. 그 작은 자리는 밝았다. 다른 곳은 어두웠다.

배가 각도를 한 번 틀었다. 뱃머리가 기슭을 향했다. 호수 위에 멈췄다. 수면에서 아주 높았다. 그렇다고 높다고만 할 수도 없었다. 현창이 따뜻한 흰빛으로 켜져 있었다. 한쪽에 한 줄씩 아홉 개. 아주 고르게 빛났다. 그것이 멈췄다. 움직이지 않았다. 내려오지도 않았고, 날아가지도 않았다.

배는 거기 멈춰, 그녀를 정면으로 마주하고 있었다. 그 배는 그녀에게 인도되었다. 주머니 속 카드에 같은 번호가 인쇄되어 있었다.

미쓰키의 손이 주머니 안에서 카드 모서리에 닿았다. 모서리는 곧았다.

미쓰키는 두 걸음 물러나, 계단을 한 단 내려섰다. 여기서야 탑 전체가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

북동쪽에, 그 원이 아직 걸려 있었다. 원의 가장자리는 연보라였다. 아주 가늘었다. 한 바퀴뿐일 만큼 가늘었다. 밝은 면은 여전히 원래 모습이었다. 그 위의 구름은 흰색이었다. 한 덩이 한 덩이, 아직 흘러가고 있었다. 구름이 원의 가장자리까지 흘러가 그 연보라 한 바퀴를 덮고 지나갔다. 연보라는 색이 변하지 않았다. 구름이 지나간 뒤에도, 그것은 여전히 그 색이었다.

원의 위쪽, 탑 쪽으로 치우친 곳에 검은 입구가 하나 있었다. 입구 가장자리에는 원래 가는 흰 고리가 한 줄 있었다. 그 가는 흰 고리가, 원에 가까운 쪽에서 한 토막 끊겨 있었다. 끊긴 자리는 가지런했다. 양 끝이 아주 깨끗하게 마무리되어 있었다. 실 한 올도 끌려 나오지 않았다.

구름 한 송이가 검은 입구를 덮고 지나갈 때, 입구의 검은색이 그것에 한 번 가려졌다. 조금 지나자 다시 드러났다. 여전히 그 검은색이었다.

원 자체에는 빠진 데가 없었다. 그것은 여전히 둥글었다. 그 한 토막의 가는 흰 고리만이 없어졌다.

하늘에 한 자리가 비었다.

물속에도 작은 연보라 한 조각이 비쳤다. 원의 가장자리가 호수 면에 떨어진 그림자였다. 바람이 불자 그것은 부서졌다가, 다시 천천히 맞춰졌다.

그녀의 시선이 하늘에서 내려와 탑 위에 떨어졌다.

세 날개가 아래에서 갈라져, 위로 가며 가운데 코어로 모여들었다. 날개마다 한 층 한 층 위로 물러나 있었다. 물러난 단의 가장자리는 곧았다. 한 층이 다음 층보다 좁아졌다. 일곱 줄 설비층이 탑신을 가로질렀다. 불이 꺼진 뒤에는 그저 색이 조금 짙은 일곱 줄의 가로띠였다. 한 줄 한 줄이 탑신의 은회색보다 한 단계 짙었다. 그 위가 첨탑이었다. 첨탑의 꼭대기를, 그녀는 보았다.

연무가 흩어졌다. 그것은 원래 탑신의 중간을 누르고 있었다. 불빛이 넷째 가로띠까지 가면 그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이제 그것이 없었다. 밑동에서 꼭대기까지, 탑신은 모두 은회색이었다. 위를 누르는 것이 없었다. 꼭대기는 뾰족했다. 뾰족한 끝 위는 하늘이었다.

호수 면은 여전히 납빛이었다. 기슭의 불빛이 물에 떨어져, 몇 줄의 흰빛으로 부서졌다.

동쪽 수면 위 하늘에, 불이 하나 더 있었다. 그것은 시야의 가장자리 바깥에 멈춰 있었다. 배의 불빛보다 낮았다. 조금만 빛났다. 다가오지 않았다. 그것은 그녀의 첫 번째 배였다. 그것은 움직이지 않았다.

일곱 줄의 가로띠를, 그녀는 한 번 훑어보았다. 세지 않았다.

이튿날 여덟 시 반, 솔은 2동 5층의 숙소로 돌아왔다.

위 침대의 사람은 아직 자고 있었다.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쓰고 있었다. 방의 에어컨은 반쯤 고장 나 있었다. 바람이 창가까지 가면 끊겼다. 침대 머리맡 벽에 못이 하나 박혀 있었다. 못에 그 금속 고리가 걸려 있었다.

안전줄을 어깨에서 내렸다. 카라비너를 금속 고리에 맞춰 걸었다. 딸깍 소리가 나며 물렸다.

그는 한 번 보았다. 카라비너는 아주 단단히 물려 있었다. 어제는 세 번 걸었다. 오늘은 한 번에 물렸다. 그는 다시 걸지 않았다.

그는 누웠다. 작업복을 벗지 않았다. 벽 모서리의 에어컨 배관은 더는 물이 떨어지지 않았다. 배관 입구는 말라 있었다. 그는 세지 않았다.

열세 시에 그는 깼다. 곧바로 일어나 앉지 않았다. 천장에 물 자국이 한 줄 있었다. 가장자리가 누렇게 바래 있었다. 그는 그것을 한참 보았다.

침대 옆 물병에는 수위선이 아직 있었다. 한 줄도 지워지지 않았다. 베개 밑의 휴대폰은 울리지 않았다.

네 시 이십 분, 그는 다시 숙소에서 작업 야드로 걸어갔다. 가는 길에는 나무가 없었다. 그는 그늘을 골라 걷지 않았다. 곧장 햇볕 아래를 걸었다. 길에는 급수차가 없었다. 여자 작업자 하나가 빈 손수레를 밀고 지나갔다. 바퀴가 자갈 위에서 두 번 덜컥거렸다.

냉각 드럼통 옆에는 아무도 없었다. 통의 흰 페인트가 또 조금 벗겨져 있었다. 드러난 쇠는 어두웠다. 그는 소맷부리로 감싸서 꼭지를 틀었다. 나오는 물은 미지근했다. 쇠 녹 맛이 조금 났다. 그는 병을 가득 채웠다. 엄지로 병 입구를 눌러 보았다.

그는 차양 지붕 밑으로 돌아왔다. 차광망이 햇빛을 한 조각 한 조각 잘라 놓았다. 해는 이미 서쪽으로 기울어 있었다. 계단은 시멘트였다. 세 단이었다. 맨 아래 단에는 아무도 없었다. 차광망의 그림자가 계단 위에 떨어져, 첫째 단을 넘고, 둘째 단을 넘어, 계단 바깥 시멘트 바닥으로 옮겨 갔다.

다섯 시가 지나자, 야간조 사람들이 또 건너왔다. 몇은 둘씩 짝지어 걸어와 울타리 안쪽에 섰다. 어떤 이는 안전모를 손가락에 걸고 있었다. 뒤챙이 바깥을 향했다. 누군가 손톱을 깎고 있었다. 똑, 똑, 소리는 아주 작았다. 그의 안전모 뒤챙의 글자는 또 절반이 바래 있었다. 그는 덧그리지 않았다.

젊은 작업자 하나의 신발 끈이 풀렸다. 그는 쪼그려 앉아 한 번 묶었다. 다 묶고 일어섰다. 다시 풀지 않았다.

다섯 시 이십 분, 시공팀 작업반장이 울타리 저쪽에서 걸어왔다. 손에 줄자를 들고 있었다. 자는 감겨 들어가 있지 않았다. 그는 창구를 한 번 보았다. 멈추지 않고 지나갔다.

다섯 시 반, 시공팀의 작은 트럭 한 대가 들어와 냉각 드럼통 옆에 섰다. 짐칸에서 얼음 한 자루를 내렸다. 얼음이 통 안으로 쏟아졌다. 와르르 소리가 났다. 한 덩이 한 덩이 떠올라 통 벽에 부딪쳤다. 야간조에 올라갈 사람들을 위해 넣는 것이었다. 이 자루는 어제 것보다 조금 작았다.

다섯 시 사십 분, 그는 접수 부스의 창구로 걸어갔다. 공사장의 소리가 한 번 낮아졌다가 다시 커졌다.

창이 열려 있었다. 창유리의 그 금은 투명 테이프로 붙여져 있었다. 테이프의 가장자리가 들떠 있었다. 두카가 안에 앉아 있었다. 손이 아주 깨끗했다. 귀에 연필을 꽂고 있었다. 책상 다리에 기록용 펜이 묶여 있었다. 끈은 느슨했다. 펜촉은 창밖을 향했다. 창턱의 보온병은 뚜껑이 닫혀 있었다. 주둥이에서 김이 나지 않았다. 두카가 입장 기록표를 밀어 내놓았다. 창턱 가장자리까지 밀었다.

솔은 작업자 명찰을 창구 안으로 건넸다. 두카는 명찰을 보지 않았다. 그의 손가락이 표를 따라 아래로 내려갔다. 한 줄 한 줄, 이름은 보지 않고 번호만 보았다.

솔이 펜을 집었다. 펜은 묶여 있었다. 끈은 그에게 닿을 만큼 길었다. 그는 입장 기록표에서 빈 줄 하나를 찾아, 이름 칸에 썼다. 솔.

번호 칸은 비어 있었다. 여기서 그의 번호는 공사일칠이었다. 그 칸을, 그는 쓰지 않았다.

두카의 연필이 그 칸 위에 멈췄다. 그 칸은 비어 있었다. 연필은 채우러 가지 않았다. 거두어들이지도 않았다. 그것은 그 칸을 돌아서, 그 줄의 끝에 점을 찍었다. 한 번 찍었다.

창턱 위에, 등기부가 펼쳐져 있었다. 뒤쪽으로 넘겨져 있었다. 그 쪽에 글 한 줄이 있었다. 그가 창밖에서 본 적 있는 그 줄이었다. LM-1-06, 인도 번호. 뒤의 글자가 바뀌어 있었다. 그는 「인도」라는 두 글자를 알아보았다. 거기 붙은 것은 짧은 한 마디뿐이었다. 공사장 게시판에는 어느 동의 인도 날짜가 적혀 있었는데, 몇 번이나 뒤로 미뤄졌었다. 이 줄의 뒤는 「인도 완료」였다. 뒤로 미뤄지지 않았다.

그는 펜을 끈이 닿는 곳에 도로 놓았다. 펜촉이 책상에 닿았다. 딱 소리가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