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부 · 높은 곳에서는 혼자 있지 않는다
제36장고리를 걸고 올라와
扣好了再上来
중국어 원문을 옮긴 번역입니다.

21시 58분, 스완은 아트리움의 출구에서 안쪽으로 걸었다.
안내 데스크 위에 시계가 하나 걸려 있었다. 시계는 그 시각이었다. 아트리움의 에어컨이 머리 위에서 울렸다. 바람이 송풍구에서 내려와 그녀의 뒷목에 떨어졌다. 흰 깃털 조각의 빳빳한 깃이 거기 서 있었다. 한 겹 한 겹. 바람은 그것을 움직이지 못했고, 그것도 아래로 눌리지 않았다.
아트리움은 넓었다. 바닥은 연한 회색 타일이었다. 한 장 한 장, 줄눈이 곧았다. 그녀는 몇 장을 세다가, 열일곱에서 더 세지 않았다. 양옆의 가게들은 문을 닫았다. 셔터가 끝까지 내려와 있었고, 바닥에 빛이 한 줄 한 줄 남아 있었다. 휴대폰 케이스를 파는 가게 하나만 아직 불이 켜져 있었다. 점원이 카운터 뒤에 앉아 고개를 숙이고 화면을 보고 있었다. 푸드코트의 셔터는 절반만 내려와 있었다. 안에는 치우지 않은 냄비가 하나 있었다. 냄비 바닥의 기름이 식은 화구 위에서 막이 되어 굳어 있었다. 천장의 대형 스크린에는 바닷가 길이 나오고 있었다. 길에는 사람이 없었고, 소리도 없었다. 길가에 비닐봉지가 하나 있었다. 바람에 밀려 연석에서 한 번 멈췄다가, 또 한 번 굴렀다. 끝내 멀리 굴러가지는 않았다.
그녀는 한 번 보고, 계속 걸었다. 타일은 말라 있었다. 그녀가 지나가도 신발 밑창 자국이 남지 않았다.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젖은 바닥 주의 표지판이었다. 흰색, 접이식, 받침다리 두 개가 타일을 물고 있었다. 다리 하나가 두 타일 사이의 줄눈을 밟고 있어서 각도가 비스듬했다. 표지판에는 작은 사람이 하나 그려져 있었다. 발밑이 미끄러져 몸이 뒤로 젖혀져 있었다. 그림에 글자는 없었다. 표지판 다리 밑에 작은 물웅덩이가 있었고, 물에 그 작은 사람이 비쳐 있었다. 거꾸로, 머리를 아래로 하고.
그녀는 표지판을 돌아갔다. 아주 크게 돌았다. 신발코가 못 가장자리의 젖은 곳까지 아직 손바닥 반 뼘쯤 남은 데서, 그녀는 멈추고 방향을 바꿨다.
왼발은 새틴 토슈즈였다. 신발 등에 아주 얕은 접힌 자국이 하나 있었고, 펴지지 않았다. 리본 끝은 새로 꿰맨 것이었다. 실 색이 새틴보다 조금 짙었다. 이 부분은 그녀가 직접 꿰맸다. 실은 낡은 외투 한 벌에서 뜯어낸 것이었다. 발가락에는 밴드가 한 장 붙어 있었다. 어제 낮에 그 여자가 청소 카트의 작은 서랍에서 꺼내 건네준 것이었다. 그녀는 고맙다고 말하고 그것을 발가락에 붙였다. 비뚤게 붙어서 한쪽이 들떠 있었다. 그녀는 다시 붙이지 않았다.
오른발은 닳은 길거리 운동화였다. 뒤축이 조금 꺼져 있었다. 신발코에 구멍이 하나 있었고, 구멍 안으로 회백색 종이 한 귀퉁이가 드러나 있었다. 신발 끈은 두 번 묶여 있었고, 아주 꽉 조여 있었다. 한 걸음 걸을 때마다 신발 끈이 발등을 한 번씩 조였다.
분수는 멈춰 있었다. 못의 물은 평평했다. 위의 형광등이 비칠 만큼 평평했다. 한 줄 한 줄, 물속에 늘어져 있었다. 못 가장자리의 타일은 젖어 있었다. 닦은 자리는 희끗했고, 줄눈에서는 아직 물이 배어 나왔다. 한 방울 한 방울, 아주 느리게.
그녀는 못 가장자리에서 잠깐 멈췄다. 왼발이 바깥쪽으로 반 치 돌았다가 다시 돌아왔다. 발가락이 밴드의 들뜬 쪽에 닿았다. 들뜬 쪽이 눌렸다가 다시 튀어 올랐다. 발가락 밑의 물집은 아직 터지지 않았다. 부풀어 있었고, 껍질이 번들거렸다.
어제 낮, 그녀는 바로 이 벤치에 앉아 왼발 신발을 벗었다. 벤치의 나무 살은 햇볕에 바래 희었고, 한 개가 들떠 있었다. 그녀는 그것을 보지 않았다. 신발 입구가 뒤집혔을 때 안쪽 새틴이 차가웠다. 발목에 닿아 있었다. 그녀는 그 차가움을 기억했다. 신발을 신을 때, 발가락이 차가운 데 오래 있었더니 오히려 신발 안이 뜨겁게 느껴졌다.
엘리베이터 홀로 가는 길에, 회색 작업복을 입은 여자 하나가 그녀 곁을 지나 출구 쪽으로 갔다. 두 사람 다 말하지 않았다.
엘리베이터 홀의 유리문은 닫혀 있었다. 그녀가 밀어 열었다. 안의 타일은 아주 반짝였다. 신발 밑창이 비칠 만큼 반짝였다. 벽의 게시판에는 보수 공사 안내문이 한 장 붙어 있었고, 날짜는 지난달이었다. 엘리베이터 홀 끝에 통로가 하나 있었다. 형광등이 한 개 한 개 켜져 있었고, 통로는 탑 쪽으로 이어져 있었다.
통로는 길었다. 타일은 새것이었고, 줄눈이 가늘었다. 왼발은 내려놓아도 소리가 없었다. 오른발은 내려놓을 때마다 벽에 둔한 소리를 하나 부딪쳐 냈다. 둔한 소리는 앞으로 조금 끌려 나갔다가 다시 거둬졌다. 벽에는 스무 걸음마다 안내판이 하나씩 있었다. 사람 하나가 앞으로 걷고 있고, 발밑에 화살표가 하나 그려져 있었다. 그녀는 첫 번째 안내판을 지나며 멈추지 않았다. 두 번째 안내판의 화살표도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다.
통로 끝은 트윈 타워의 밑동이었다. 로비는 아주 높았다. 돔 천장의 조명은 줄줄이 늘어서 있었고, 줄과 줄 사이에 어두운 틈이 한 줄씩 있었다. 로비 한쪽에 출입 게이트가 한 줄 있었다. 게이트는 모두 열려 있었고, 카드를 찍는 사람은 없었다. 바닥은 윤이 나게 간 석재였다. 석재의 이음매는 아주 가늘었다. 발소리가 그 안에서 흩어졌다가 다시 거둬졌다. 벽가에 청소 카트가 한 대 서 있었다. 손잡이에 걸레가 하나 걸려 있었고, 걸레는 말라 있었다.
경비원 하나가 책상 뒤에 앉아 있었다. 소매를 한 단 걷어 올렸고, 책상 위의 작은 텔레비전은 꺼져 있었다. 그는 고개를 들지 않았다.
로비 반대편에 엘리베이터가 네 대 있었다. 문은 모두 헤어라인 스테인리스였다. 세 대의 패널은 어두웠다. 버튼에 불이 들어와 있지 않았고, 문은 꽉 닫혀 있었다. 맨 오른쪽 한 대는 패널에 버튼 하나만 켜져 있었다. ‘41’. 다른 버튼에는 모두 먼지가 한 겹 앉아 있었고, 이 버튼 하나만 깨끗했다.
그녀는 누르지 않았다. 그 버튼은 이미 켜져 있었다.
문이 열렸고, 그녀는 들어갔다. 엘리베이터 안은 회색이었다. 바닥에는 고무가 깔려 있어서 밟아도 소리가 없었다. 안에서 세제 냄새가 아주 옅게 났다. 문 안쪽에 그녀의 얼굴이 비쳤다. 그녀는 보지 않았다. 문이 닫혔다. 안에는 흰 등 하나와 숫자 한 줄뿐이었다.
엘리베이터가 올라갔다. 몸이 먼저 한 번 가벼워졌다가, 다시 무거워졌다. 숫자가 하나씩 뛰었다. 그녀는 세었다. 마흔하나까지 세었다. 숫자를 세는 것은 연습실에서 든 버릇이었다. 하나, 하나, 끝까지 세고 나면 멈췄다. 26층에서 등이 한 번 깜빡였다가 다시 켜졌다. 손잡이는 차가웠다. 그녀는 손을 올렸다가 다시 내렸다. 왼발 끝이 신발 안에서 한 번 디뎠다. 물집 자리가 한 번 뛰었다.
문이 열렸을 때는 22시 3분이었다.
41층의 엘리베이터 홀은 벽 전체가 유리였다. 바닥에는 회색 카펫이 깔려 있어서 밟아도 소리가 없었다. 등 뒤에서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며 아주 가벼운 소리를 냈고, 그다음엔 아무것도 없었다. 카펫 위에 발자국이 한 줄 나 있었다. 엘리베이터 입구에서 창가까지 곧장 이어져 있었다. 발자국은 아주 얕았고, 하나하나의 간격이 똑같았다. 자로 잰 것 같았다. 마지막 발자국은 창가에 있었고, 발끝이 바깥을 향해 있었다. 벽의 시계는 흰색이었고, 초침이 한 칸씩 뛰었다. 구석에 정수기가 한 대 있었다. 물통은 비어 있었고, 입구를 아래로 하여 거치대에 엎어져 있었다.
창유리에 얇은 김이 서려 있었다. 그녀가 손가락으로 한 줄 닦았다. 닦아 낸 그 줄로 바깥의 불빛이 들어왔다. 그 줄에는 곧 다시 김이 서렸다. 김이 가장자리에서부터 천천히 안쪽으로 오므라들었다.
창밖, 두 탑의 불빛은 이미 이 층까지 올라와 멈춰 있었다.
스카이브리지 중간에는 등이 하나만 켜져 있었다. 점 하나. 아주 작고, 희었다. 두 탑 사이에, 그녀의 창에서 아주 먼 곳에.
꼭대기의 불빛은 그녀에게 보이지 않았다. 탑 몸체 위쪽은 구름이 누르고 있었고, 거기까지 눌린 데서 끊겨 있었다.
점검실은 스카이브리지 동쪽 끝에 있었다. 좁은 방이었고, 창이 다리를 정면으로 보고 있었다. 문 옆의 팻말에는 한 단어뿐이었다. ‘점검’. 방 안에는 철제 책상 하나, 의자 하나, 벽에 걸이 한 줄. 걸이에는 더블 랜야드가 몇 개 걸려 있었다. 걸이 하나에 랜야드 하나, 하네스 하나씩. 걸이 두 개는 비어 있었고, 걸이가 반짝였다. 랜야드마다 흰 패가 하나씩 매달려 있었고, 패에는 글자가 없었다. 훅 옆면에는 각인이 있었다. 숫자 한 줄이었다. 그녀는 한 번 보고, 외우지 않았다.
벽에 그림이 한 장 붙어 있었다. 사람 하나가 다리 위에 서 있었다. 허리에 줄이 하나 있고, 줄의 다른 끝은 기둥 하나에 이어져 있었다. 그림 밑에는 글자가 없었다.
그녀는 걸이 하나에서 랜야드 하나와 하네스 하나를 내렸다. 하네스를 몸에 두르고, 훅을 하네스에 걸고, 하네스를 한 칸 더 끌어올려 흉골 높이에 맞췄다. 게이트는 열려 있었다. 게이트 안에는 스프링이 하나 있었다. 누르면 다시 튀어 올라왔다. 아주 단단히 눌려 있었다. 그녀가 게이트를 닫자 가벼운 소리가 들렸다. 그녀가 훅을 한 번 당겼다. 훅은 하네스를 꽉 물고 있었고, 풀리지 않았다. 다시 한 번 당겼다. 역시 풀리지 않았다. 그녀는 의자에 앉아 왼발의 무게를 오른발로 옮겼다. 의자 다리가 아주 짧아서 무릎이 철제 책상 가장자리에 거의 닿았다. 그녀는 오래 앉아 있지 않았다. 의자는 강관으로 되어 있어서, 앉아도 소리가 하나도 나지 않았다.
창밖에 바람이 있었다. 유리가 가볍게 한 번 울리고 멈췄다. 또 한 번 울리고, 또 멈췄다. 창으로 내다보면 다리는 가는 선 하나였고, 가운데 그 흰 빛 한 점은 아주 작았다. 벽의 시계가 22시 9분에 이르렀다. 그녀의 손가락이 창틀에 한 번 닿았다. 창틀은 알루미늄이었고, 유리보다 차가웠다. 유리 밖에서 구름 가장자리가 바람에 밀려 조금씩 동쪽으로 갔다.
철제 책상 위에 점검 대장이 한 권 펼쳐져 있었다. 표지는 짙은 회색이었고, 모서리가 손에 닳아 있었다. 책등에 가는 끈이 한 가닥 감겨 있었다. 끈은 흰색이었고, 이미 낡아 보풀이 일어 있었다. 종이는 아주 얇았다. 넘기면 한 장이 한 장을 덮었고, 소리가 없었다.
첫 장에는 규정 여섯 조가 있었다. 한 조에 한 줄. 글씨는 같은 펜으로 쓴 것이었다. 펜촉을 아주 세게 눌렀고, 획마다 끝나는 자리에서 한 번씩 멈춰 있었다.
‘제1조: 높은 곳에 혼자 있어서는 안 된다.’
‘제2조: 다리에 오를 때는 반드시 훅을 건다.’
‘제3조: 앵커는 반드시 점검을 받는다. 자체 점검은 치지 않는다.’
‘제4조: 점검이 끝나지 않으면 검사원은 자리를 떠나서는 안 된다.’
‘제5조: 통과하지 못한 것은 내보내지 않는다.’
‘제6조: 규정은 한 사람이 고치지 않는다. 두 사람이 서명해야 하며, 두 사람 모두 자격을 보유해야 한다.’
그녀는 손가락 끝으로 제1조를 한 번 따라갔다. 높, 은, 곳, 에, 혼, 자, 있, 어, 서, 는, 안, 된, 다, 열세 글자. 글자마다 가장자리가 가지런했다.
그녀는 제2조를 보았다. 다리에 오를 때는 반드시 훅을 건다. 훅을 거는 곳은 기둥이지, 사람이 아니었다. 이 문장은 훅을 썼고, 사람은 쓰지 않았다. 그녀는 속으로 그것을 적어 두었다.
제3조에는 자체 점검은 치지 않는다고 적혀 있었다. 자기가 자기를 점검하는 것은 치지 않는다. 그렇다면 다른 사람이 와서 점검해야 한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제4조에는 점검이 끝나지 않으면 검사원은 자리를 떠나서는 안 된다고 적혀 있었다. 점검이 끝나지 않았으면, 검사원은 갈 수 없다. 그녀는 더 이어서 생각하지 않았다.
제5조는 통과하지 못한 것은 내보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 조항을 누가 정했는지는 종이에 적혀 있지 않았다.
여섯 조 아래에 한 줄이 적혀 있었다. 다리 위 앵커 기둥, 서른 개, 2미터마다 하나. 서른 개면 사이는 2미터가 스물아홉 개, 꼭 58미터였다. 그녀는 이 수를 두 번 계산했다.
첫 장 맨 아래에 칸이 하나 있었고, ‘수정’이라고 표시되어 있었다. 칸 안에는 빈 가로줄이 두 줄 있었다. 가로줄 오른쪽에는 각각 작은 글씨가 인쇄되어 있었다. ‘자격 보유’.
그녀에게는 그 자격이 없었다. 그녀는 한 번 보고, 그 두 줄에 손대지 않았다. 그녀는 첫 장을 넘겨 뒷면을 보았다. 뒷면은 비어 있었다. 종이가 얇아서 앞면의 글씨가 비쳐 보였다. 한 획 한 획, 모두 뒤집혀 있었다.
뒤로 넘겼다. 한 줄에 네 칸. 앵커 번호, 점검자, 통행자, 비고. 점검자 칸에는 줄마다 같은 한 글자가 적혀 있었다. ‘청’. 통행자 칸에는 다른 사람들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하피즈. 린위잉. 아미르. 한 장을 넘기면, 또 다른 사람들이었다.
맨 앞의 몇 줄은 잉크가 옅었고, 획 가장자리가 조금 번져 있었다. 뒤로 갈수록 글씨가 가지런해졌다.
그녀는 스무 장 남짓을 넘겼다. 장마다 점검자 칸은 모두 ‘청’이었다.
통행자 칸에는 첫 줄부터 마지막 줄까지 그의 이름이 없었다.
그녀는 마지막 줄까지 넘겼다.
17번. 점검자 칸에는 ‘청’이라고 적혀 있었다. 통행자 칸은 비어 있었다. 비고 칸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미점검(자체 점검은 치지 않는다)’.
몇 장 앞으로 넘겨 보아도, 17번의 줄마다 비고는 같은 한 줄이었다.
이 줄은 그가 직접 쓴 것이었다. 글씨는 앞의 모든 줄과 똑같이 가지런했다. 펜촉을 아주 세게 눌렀고, 마지막 획에서 한 번 멈췄다가 다시 거둬들였다. 종이에는 고친 데가 한 군데도 없었다.
그녀는 점검 대장을 덮어 원래 자리에 돌려놓았다. 대장의 모서리를 책상 가장자리에 맞췄다.
창가 유리에 종이가 한 장 붙어 있었다. 앵커 번호가 1부터 30까지 줄줄이 적혀 있었다. 종이 가장자리는 곧았다.
철제 책상 다른 쪽 끝에는 근무 대장이 한 권 눌려 있었다. 회색 표지, 흰 종이. 그녀가 펼쳤다. 첫 장에 당번이 적혀 있었다. 청안, 로프, 외벽 유지보수반. 그녀는 뒤로 넘겼다. 한 장 한 장, 당번 칸의 이름은 모두 같은 하나였다. 열 몇 장을 더 넘겨도 여전히 청안이었다. 뒤의 몇 장은 비어 있었다. 종이에 칸이 인쇄되어 있었고, 칸 안에는 글자가 하나도 없었다.
그 아래 줄은 선박 번호였다. LM-1-07. 위치 칸에는 ‘다리 밑’. 상태 칸에는 ‘미통과’.
LM-1. 그녀는 이 머리글을 알아보았다.
옆의 작은 창은 남동쪽을 향해 있었다. 창밖은 바다 쪽이었다. 아주 멀리, 바다 위 하늘에 불빛 세 점이 있었다. 하나는 빨강, 하나는 초록, 하나는 흰색. 서로 멀리 떨어져 있었고, 모두 아주 작았다.
신발 안에서 그녀의 왼발에 열이 올랐다. 밴드 가장자리가 또 조금 들떴다. 그녀는 그것을 누르지 않았다.
스카이브리지 동쪽 끝의 문 밖은 철판 플랫폼이었다. 플랫폼 가장자리에 첫 번째 앵커 기둥이 서 있었다. 플랫폼 모서리에는 접이식 의자가 하나 있었다. 등받이에 회색 수건이 한 장 걸쳐 있었다. 아주 반듯하게 개어 있었다. 의자는 비어 있었다. 바람이 문틈으로 비집고 들어와 그녀의 옷자락을 뒤로 날렸다. 문이 그녀 뒤에서 닫혔다. 아주 가볍게 닫혀서 걸쇠 소리도 나지 않았다. 그녀는 돌아보지 않았다.
그녀가 훅을 걸었다. 게이트가 고리를 물었다. 소리 한 번. 고리는 둥글었고, 안쪽에 닳은 자국이 한 줄 있었다. 그녀의 훅이 미끄러져 들어가 그 닳은 자국 위에서 멈췄다. 그녀가 한 번 당겼다. 아주 단단히 걸려 있었다.
그다음은 두 번째 기둥이었다. 랜야드에는 훅이 둘 있었다. 그녀는 먼저 비어 있는 쪽 훅을 앞의 고리에 걸고, 그다음에 뒤쪽 훅을 벗겼다. 기둥마다 그렇게 했다. 한 기둥에, 소리 한 번. 그녀는 어느 기둥도 건너뛰지 않았고, 두 훅을 동시에 비워 두지도 않았다. 그녀의 훅은 새것이어서 게이트가 아직 닳아 반들거리지 않았다. 걸 때마다 게이트 안의 스프링이 한 번씩 눌렸다. 끝까지 눌렸다가 다시 튀어 올라왔다.
스카이브리지는 길이가 58미터였다. 두 탑 사이에 다리는 이것 하나뿐이었다. 다리는 강철이었고, 그레이팅이 깔려 있었다. 한 칸 한 칸이 은백색이었는데, 밤이라 어두웠다. 칸 틈으로 아래의 빈 공간이 비쳤다. 난간은 은백색이었다. 낮아서 그녀의 무릎까지 왔다. 손에 쓸려 반들거리는 곳이 한 군데 있었다. 난간 밖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바람과, 아주 먼 도시의 소리뿐이었다. 가는 실오라기 하나가 그녀 발치의 그레이팅 틈으로 떨어졌다. 한참을 떨어지고 나서야 소리가 없어졌다.
왼발은 디뎌도 소리가 없었다. 그레이팅 틈은 손가락 하나 너비였다. 신발코가 그 옆으로 비켜 갔다. 아주 작게 비켜 갔다. 오른발을 디디자 둔한 소리가 한 번 났다. 소리는 그레이팅 밑으로 새어 내려가 아주 먼 A자 다리에 부딪쳤다가 다시 올라왔다. 길게 끌렸다. 그녀는 무게를 오른발에 싣고,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걸었다.
바람이 두 탑 사이를 꿰뚫고 왔다. 아주 옅은 쇠 냄새와, 막 비가 그친 뒤의 눅눅함이 조금 묻어 있었다. 아래에서 도시의 소리가 들렸다. 아주 멀었고, 한 차례씩 밀려왔다. 아래쪽 A자 다리 사이에서 와이어로프 한 가닥이 바람에 울렸다. 소리가 아주 낮았다. 누군가 아주 먼 곳에서 현을 한 번 당긴 것 같았다. 도로에 오토바이 한 대가 있었다. 전조등이 깜빡깜빡하며 빠르게 지나갔다.
2미터를 걸을 때마다 그녀는 숨을 한 번 들이쉬고, 다섯까지 센 다음 내쉬었다. 깃털 조각의 빳빳한 깃은 뒷목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앵커 기둥은 2미터마다 하나였다. 기둥은 낮아서 그녀의 허리까지 왔다. 기둥 꼭대기에 고리가 하나 있었다. 구명줄 한 가닥이 모든 고리를 꿰어 동쪽 끝에서 서쪽 끝까지 당겨져 있었다. 구명줄은 팽팽했다. 그녀가 손가락으로 한 번 건드리자 줄이 가볍게 한 번 울리고 다시 멈췄다.
기둥 밑동에는 흰 번호가 칠해져 있었다. 1번, 2번. 그녀는 세면서 걸었다. 기둥마다 밑동이 볼트 네 개로 들보에 고정되어 있었다. 볼트 머리에는 흰 페인트가 한 줄씩 그어져 있었다. 점검을 마쳤다는 표시였다. 다리 서쪽 끝 멀리에 문이 하나 있었다. 문은 닫혀 있었고, 유리는 검어서 사람을 비추지 않았다.
기둥 옆면에는 뒤집을 수 있는 작은 패가 걸려 있었다. 바깥을 향한 면에는 ‘점검 완료’라고 적혀 있었다. 앞의 기둥들은 모두 이 면이 바깥을 향해 있었다.
그녀가 손바닥으로 5번 기둥을 한 번 눌렀다. 기둥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기둥 밑의 볼트는 아주 단단했고, 흰 페인트는 온전했다. 그녀는 한 번 더 보고, 다시 누르지는 않았다.
8번의 그레이팅 위에 바람에 날려 온 종이가 한 장 붙어 있었다. 종이는 흰색이었고, 귀퉁이가 말려 있었다. 강철에 붙은 채 움직이지 않았다. 바람이 한 번 불면 종이가 한 번 떨렸다가 다시 멈췄다. 그녀는 그것을 집지 않았다.
9번. 11번의 흰 페인트는 온전했다. 12번. 멀리, 다리 중간에 누군가 기둥 옆에 서 있었다.
그녀는 멈추지 않았다.
그녀는 파리의 돌계단을 떠올렸다. 그 돌계단을 한 단 한 단, 그녀 혼자 세어 본 적이 있었다. 모두 스물여섯 단이었다. 아홉 번째 단 가장자리에 금이 하나 있었다. 그녀는 거기까지 세면 매번 그 금 옆으로 지나갔다.
14번. 기둥 옆 그레이팅 위에 먼지가 한 줌 떨어져 있었다. 먼지는 고왔고, 바람에 날려 가지 않았다.
그 사람은 17번에 서 있었다. 그녀에게 등을 돌리고. 여기서는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윤곽 하나만 보였다. 아주 곧게 서 있었다. 회색 작업복, 어깨 솔기는 닳아 옅은 색이 되어 있었다. 어깨는 평평했다. 왼손은 몸 옆에 늘어져 있었다. 오른손은 움직이지 않았다.
17번 기둥 꼭대기의 고리는 다른 것들보다 반짝였다.
17번 기둥 옆면의 작은 패는, 바깥을 향한 면에 ‘미점검’이라고 적혀 있었다.
다리 중간에는 등 하나만 켜져 있었다. 희고, 아주 작았다. 바로 17번 위에 있었다. 불빛이 떨어져 그의 어깨 위에 내려앉았다. 등의 흰빛은 아주 깨끗했고, 주위에 번짐이 없었다. 그레이팅에서는 그의 발밑 한 칸에만 빛이 있었다. 흰빛이었다. 다른 칸들은 어두웠다.
17번 기둥 밑에 은백색 상자가 하나 있었다. 손바닥보다 조금 컸다. 상자에는 줄이 하나 이어져 있었다. 줄은 상자에서 나와 그의 왼쪽 어깨를 돌아 몸 앞쪽으로 갔고, 거기서부터는 그녀에게 보이지 않았다. 줄은 회색이었고, 그녀의 훅에 달린 끈보다 한 둘레 가늘었다.
18번은 그의 앞 2미터에 있었다. 패는 바깥을 향해 있었고, ‘점검 완료’라고 적혀 있었다.
그녀는 그레이팅 틈으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틈 사이로 빛이 조금 보였다. 아래 아주 먼 곳이었고, 아주 작았다. A자 다리가 스카이브리지 밑에서 벌어져 있었다. 아주 길었고, 아주 먼 곳에 닿아 있었다. 어디에 닿았는지는 잘 보이지 않았다. 두 탑 사이의 빈 공간은 검었다. 그 검은 속에 아주 크고, 움직이지 않는 무언가가 있었다.
그녀는 한 번 보고, 다시 보지 않았다.
그녀의 종아리 안쪽, 바짓단 밑에서 아주 가는 빛 무늬 하나가 한 줄 밝아졌다. 청람빛이었다. 빛이 그레이팅에 떨어졌지만, 그레이팅은 여전히 은백색이었다. 그녀의 왼발 신발 등도 한 번 밝아졌다. 새틴은 빛을 반사하지 않았다. 빛은 그 위에 잠깐 머물렀다가 물러났다.
그녀는 세 박자 들이쉬고, 다섯 박자 내쉬며 15번까지 걸어가 멈췄다. 그와는 아직 4미터 떨어져 있었다.
그가 입을 열었다. 그는 돌아서지 않았다.
“높은 곳에 혼자 있어서는 안 된다. 걸고 나서, 앞으로 가.”
그가 말을 마쳤다. 마지막 한 글자가 떨어지지 않았다. 그것은 거기 끌린 채 남아 있었다. 밧줄 하나를 풀어 내보냈는데 받는 사람이 없는 것 같았다.
다리 위에는 다른 소리가 없었다. 바람이 A자 다리 사이를 빠져나가며 아주 낮은 휘파람 소리를 한 번 냈고, 그것도 멈췄다. 바람은 그레이팅 틈을 한 틈 한 틈 지나갔다. 아주 느리게 지나갔고, 틈마다 소리가 조금씩 났다.
그는 숨을 갈아 쉬지 않았다. 어깨도 움직이지 않았고, 등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녀는 그의 어깨를 보며 숫자를 셌다. 열까지 세어도 어깨는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다. 그녀의 숨이 그레이팅에 떨어졌다. 소리가 없었다.
그 말에는 메아리가 없었다. 그레이팅은 그것을 길게 끌지 않았다. 말이 끝나자, 그것은 사라졌다.
그녀의 박자가 반 박자 늦었다. 그녀는 두 번째까지 세고 나서야 움직였다.
그녀는 그의 등을 보았다. 두 어깨는 평평했고, 두 어깨 사이에 선 하나가 팽팽했다. 그는 아주 곧게 서 있었다. 무릎은 굽지 않았다. 무게가 두 발에 실려 있었고, 몸은 앞으로 기울지 않았다. 바람이 불어왔지만 그의 작업복은 한 귀퉁이도 들리지 않았다.
그녀의 왼발 끝이 앞을 향해 그레이팅 틈을 벗어났다가 다시 거둬졌다. 틈 사이의 바람은 다른 데보다 조금 더 차가웠다.
16번. 그녀가 훅을 걸었다. 게이트가 고리를 물었다. 소리 한 번. 그녀가 한 번 당겼다. 제대로 걸렸다.
그녀는 앞으로 가지 않았다.
그녀는 그에게서 2미터 떨어져 있었다. 그 2미터를 그녀는 두 걸음으로 걸었다. 두 번째 걸음이 첫 번째보다 짧았다. 그 짧은 만큼은 그녀가 스스로 거둬들인 것이었다. 두 사람 사이의 구명줄은 팽팽했다. 그녀는 그것을 건드리지 않았다. 그녀의 훅은 16번의 고리에 걸려 있었다. 17번까지, 딱 한 번호가 모자랐다.
그녀가 입을 열었다. 턱은 거의 움직이지 않았고, 잇소리를 아주 깨끗하게 끊었다.
“저는 앞으로 가지 않아요.”
목소리가 그레이팅에 떨어져 아래쪽 A자 다리들 사이에서 한 번 끌렸다가, 다시 그녀의 귓가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