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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부 · 협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41장아무도 서명하지 않은 카드

没有签的那一张

중국어 원문을 옮긴 번역입니다.

제41장 아무도 서명하지 않은 카드

코팅된 규칙표 한 장. 다섯 조항, 조항마다 뒤에 작은 글씨 한 줄로 추가된 시기가 적혀 있었다.

규칙표는 고소 작업반 휴게실 벽, 화이트보드 왼쪽에 걸려 있었다. 코팅 가장자리에 작은 구멍이 하나 뚫려 있었다. 걸이 끈이 구멍을 지나 못 하나에 걸려 있었다. 규칙표의 뒷면은 비어 있었다. 뒷면 한쪽 모서리에 작은 기포가 하나 있었다. 제3조 아래였다. 휴게실은 바깥 원형 통로의 유리 안쪽에 있었다. 한 칸이었고, 문은 열려 있었다. 유리에 방 안의 등이 비쳤다. 등은 흰색이었고, 세 개가 한 줄로 늘어서 있었다. 문 옆 벽에 고리가 한 줄 있었다. 숯회색 작업복 두 벌이 걸려 있었다. 소맷부리는 모두 단추가 채워져 있었고, 깃은 반듯했다. 고리 밑에는 철제 사물함이 하나 있었다. 사물함 문은 닫혀 있었다. 문에 쪽지가 한 장 붙어 있었다. 사물함 안의 물건이 적혀 있었다. 안전모, 네 개. 확보줄, 여섯 개. 카라비너, 한 개. 벽 구석 바닥에 고무장화 한 켤레가 놓여 있었다. 밑창에 젖은 모래가 묻어 있었고, 앞코는 문을 향해 있었다. 벽 구석에 줄 타래가 쌓여 있었다. 타래마다 작은 패가 하나씩 달려 있었다. 패의 글씨는 규칙표의 글씨와 같은 필체였다. 한 획 한 획, 끝맺음이 모두 가지런했다. 규칙표는 손으로 쓴 것이었다. 코팅할 때 열을 받아, 가장자리에 가는 주름이 한 바퀴 잡혀 있었다.

창턱에 컵이 하나 있었다. 컵은 입구를 아래로 하고 종이 한 장 위에 엎어져 있었다. 컵 바닥에 마른 찻물 자국이 한 바퀴 있었다. 찻물 자국의 가장자리는 가지런했다. 창 밑에 긴 의자가 하나 있었다. 앉는 면의 한쪽 끝이 닳아 평평했다. 오래 앉아서 닳은 것이었다.

벽에는 표가 하나 더 있었다. 인쇄된 것으로, 이번 달 근무표였다. 칸 안의 글자는 모두 줄을 그어 지워져 있었다. 날짜만 남아 있었다. 날짜가 한 칸 한 칸 월말까지 이어졌다. 마지막 칸은 비어 있었다.

제1조, 탑에 오를 때는 반드시 줄을 맨다. 첫해

제2조, 줄은 다른 한 사람이 보아야 맨 것으로 친다. 첫해

제3조, 카라비너 게이트는 끝까지 조이고, 이름을 쓴 패를 단다. 2년째

제4조, 카라비너는 건 사람만 연다. 줄을 보았고, 그 줄의 명단에 없는 사람은 그를 대신해 열 수 있다. 11년째

제5조, 탑 위의 마지막 한 사람의 줄은, 명단에 없는 사람이 보아야만 탑에서 내려갈 수 있다. 첫해

제1조, 제2조, 제5조의 작은 글씨는 첫해였고, 제3조는 2년째, 제4조는 11년째였다. 다섯 조항의 글씨는 모두 한 사람이 쓴 것이었다. 글자마다 끝맺음이 같은 선 위에 떨어져 있었다. 규칙표 맨 아래에 한 줄이 비어 있었다. 서명을 위해 남겨 둔 것이었다. 글자는 없었다.

화이트보드 밑의 작업대 위에 근무 대장이 한 권 눌려 있었다. 흰 표지였고, 종이 가장자리가 들려 있었다. 대장의 항목은 인쇄된 것이었다. 선박 번호, 이름, 등재, 상태, 비고. 비고 칸은 모든 페이지가 비어 있었다. 첫 페이지의 날짜는 11년 전이었다. 글씨는 손으로 쓴 것이었고, 끝맺음이 모두 가지런했다. 마지막 몇 페이지를 넘기면 한 줄이 있었다. LM-1-08, 이름 칸에는 하중빼기호, 상태 칸에는 태그 미해제. 그 윗줄은 LM-1-03이었고, 상태 칸에는 항만 밖이라고 적혀 있었다.

화이트보드의 표는 한 칸 한 칸, 칸마다 숫자가 하나씩 있었다. 체크가 있는 칸과 빈칸이 거의 반반이었다.

서랍은 작업대 밑에 있었다. 열면, 안에 카드가 한 무더기 있었다. 서랍 손잡이에는 흰 천이 한 바퀴 감겨 있었다. 천의 가장자리는 이미 닳아 보풀이 일어 있었다. 서랍 바닥판에 먼지가 한 바퀴 있었다. 먼지의 가장자리는 가지런했고, 건드린 흔적이 없었다. 서랍 안쪽에 표가 한 장 붙어 있었다. 한 해에 한 칸, 칸 안의 숫자는 해마다의 카드 수였다. 해마다 숫자가 달랐다. 첫해의 숫자에만 동그라미가 쳐져 있었다. 카드는 점검 카드였다. 한 장 한 장, 해마다 한 묶음씩 고무줄로 묶여 있었다. 묶음마다 겉에 쪽지가 한 장 붙어 있었다. 쪽지의 글씨는 줄 타래의 그 필체였다. 순서가 적혀 있었다. 하나, 둘, 셋, 그렇게 열하나까지. 열한 묶음이 포개져 있었다. 맨 밑의 묶음은 고무줄이 이미 굳어 있었다. 한 번 끊어졌다가 다시 이어져 있었다. 묶음마다 두께가 달랐다. 4년째 묶음이 가장 얇아서, 손가락 몇 마디뿐이었다. 8년째 묶음이 가장 두꺼웠다. 카드 가장자리가 모두 닳아 보풀이 일어 있었다. 손가락에 여러 번 넘겨진 것이었다. 맨 위 묶음의 쪽지는 새것이었다. 글자 가장자리가 아직 검었다.

카드의 칸은 인쇄된 것이었다. 날짜, 부위, 로프 번호, 피점검자, 내용, 점검자. 피점검자 칸에는 숫자 한 줄이 인쇄되어 있었다. 글자는 없었다. 카드마다 점검자 칸에 서명이 있었다. 서명은 저마다 달랐다. 비뚤어진 것도 있고, 작은 것도 있고, 닫히지 않은 동그라미 하나만 그린 것도 있었다. 칸의 테두리가 눌려 검어져 있었다. 어떤 서명은 뒤에 사선을 한 줄 그었다. 사선이 다음 칸까지 길게 끌려 있었다.

맨 밑 묶음 속에 한 장이 있었다. 부위 칸에는 바깥 원형 통로라고 적혀 있었다. 로프 번호 칸에는 숫자 한 줄이 있었고, 마지막 숫자에 동그라미가 한 번 쳐져 있었다. 내용 칸에는 줄 봤음이라고 적혀 있었다. 이 세 글자는 그 필체였다. 한 획 한 획, 끝맺음이 모두 가지런했다. 점검자 칸의 서명은 만전의 것이었다. 줄 타래의 작은 패, 규칙표의 글씨와 같은 필체였다. 다만 이 세 글자보다 더 가지런했다. 획의 굵기가 같았고, 꺾이는 데마다 정확히 멈췄다. 떨린 데가 한 군데도 없었다. 서랍 속 카드 중에 점검자가 이 서명인 것은 이 한 장뿐이었다. 날짜 칸에는 11년 전 그날이 적혀 있었다. 그 숫자 한 줄 위에 눌린 자국이 하나 있었다. 아주 깊이 눌려 있었다.

이 카드 뒷면에 글씨가 한 줄 있었다. 서명은 없었다. 글자는 규칙표의 제5조보다 한 토막 짧았다. ‘마지막 한 사람의 줄은, 명단에 없는 사람이 보아야’까지만 쓰여 있었다. 그 뒤에 덧붙였던 글자는 줄을 그어 지워져 있었다. 아주 세게 그어서, 종이 뒷면으로 먹 자국이 배어 나왔다. 이것은 제5조의 초안이었다. 초안에는 서명이 없었고, 날짜도 없었다. 초안 밑은 큰 공백이었다.

서랍 맨 밑, 그 묶음 밑에 눌려 있는 것은 자격 정지 통지의 원본이었다. 인쇄된 종이였다. 접힌 적이 없었다. 종이의 네 귀퉁이가 모두 평평했다. 말린 적이 없었다. 머리에는 ‘고소 작업 자격 정지’라고 인쇄되어 있었다. 종이에 이름은 없었다. 숫자 한 줄만 있었다. 자격 번호였다. 그 카드의 로프 번호 칸 숫자와 같은 줄이었다. 근거 칸에는 ‘고소 작업반 점검 제도’라고 적혀 있었다. 본문은 한 줄뿐이었다. ‘점검 미통과, 금일부터 고소 작업 불가.’ 서명 칸은 만전의 친필 서명이었다. 두 글자였다. 카드의 서명과 같은 필체였다. 획은 카드의 것만큼 가지런하지 않았다. 날짜도 그날이었다. 종이 뒷면은 비어 있었다.

고소 작업 자격증이 앞면을 아래로 하고 통지 위에 눌려 있었다. 앞면에는 고소 작업 조항이 인쇄되어 있었다. 한 조 한 조, 마지막 조항의 글자에는 가로줄이 하나 그어져 있었다. 뒤집으면, 뒷면에 검은 도장이 하나 찍혀 있었다. 도장의 글자는 ‘점검 미통과’였다. 도장은 아주 세게 찍혀 있었다. 가장자리에 잉크가 번진 테가 한 바퀴 있었다. 자격증의 플라스틱 케이스에는 금이 한 줄 가 있었다. 갈라진 데는 투명 테이프로 붙여 놓았다. 테이프의 가장자리는 이미 말려 올라가 있었다.

병원 면회 카드가 자격증 뒤에 끼워져 있었다. 카드 오른쪽 아래 귀퉁이에 병동 번호가 하나 인쇄되어 있었다. 번호의 글자는 아주 작았다. 날짜는 사흘 전이었다. 피면회인 칸은 비어 있었다. 방문인 칸도 비어 있었다. 종이 면은 평평했고, 펜으로 누른 자국이 없었다. 방문인 칸 밑에 칸이 하나 더 있었다. ‘신분증’이라고 적혀 있었다. 칸 안에 글자는 없었다.

통지와 그 카드 무더기는 같은 서랍 안에 있었다. 통지는 어떤 카드도 언급하지 않았다. 카드도 통지를 언급하지 않았다. 두 가지가 포개져 있었다. 사이에 칸막이는 없었다. 먼지 한 겹만 사이에 있었다.

11년 전, 보트 수리장 입구. 입구에 시멘트 계단이 두 칸 있었다. 둘째 칸에 금이 한 줄 가 있었고, 금 사이로 풀 한 포기가 자라 있었다. 계단 위에 신발 자국이 하나 있었다. 큰 치수 고무장화 한 켤레가 남긴 것이었다. 신발 자국의 가장자리는 이미 말라 있었다. 문은 쇠였다. 여러 번 칠한 것이었다. 문틀에 덧댄 조각이 하나 있었다. 덧댄 조각은 흰색이었고, 문틀보다 새것이었다. 문 위에 나무 팻말이 하나 박혀 있었다. 글자는 인두로 지져 낸 것이었다. 보트 수리장의 이름과 램프의 번호가 적혀 있었다. 나무 팻말 한 귀퉁이가 떨어져 나가, 안의 흰 나무가 드러나 있었다.

보트 수리장 안에서 톱 소리가 났다. 한 번, 멈췄다가, 또 한 번. 지붕 밑에 어선 한 척이 놓여 있었다. 배 밑이 위를 향해 있었다. 배 밑의 페인트가 크게 한 덩어리 벗겨져, 밑의 나무가 드러나 있었다. 슬립웨이의 나무 레일은 비가 온 뒤라 검어져 있었다. 레일 틈에 가는 모래가 한 겹 쌓여 있었다.

숯회색 작업복을 입은 사람이 문 안쪽에 서서, 손에 든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그의 장갑은 숯회색이었다. 손가락 마디 부분이 닳아 하얬다. 종이는 인쇄된 것이었다. 복사한 것이었다. 서명 칸의 글씨가 복사되어 회색이었다. 날은 이미 밝아 있었다. 입구 바닥에 마르지 않은 물이 한 웅덩이 있었다. 물에 문틀의 그림자가 비쳐 있었다. 입구의 바람은 아주 약했다. 종이 가장자리가 움직이지 않았다. 이오아네는 스물두 살이었다. 계단 밑에 서 있었다. 신발 끈 한 가닥이 풀려 있었다. 그는 묶지 않았다. 그는 종이를 받았다. 종이 가장자리는 거칠었다. 가지런히 잘리지 않았다. 그는 머리글을 보았다. 머리글 아래의 그 숫자 한 줄은 그의 고소 작업 자격증의 숫자였다.

그는 종이를 반으로 접고, 다시 반으로 접어, 작업 바지 뒷주머니에 밀어 넣었다. 뒷주머니 입구에는 박음질이 두 줄 있었다. 그는 손바닥으로 한 번 눌렀다. 눌러 폈다.

그날부터, 그의 길은 탑 아래 그 거리를 지나지 않았다. 그는 보트 수리장 뒤의 좁은 길로 다녔다. 그 길은 10분을 더 걸어야 했다. 길에는 벽돌이 깔려 있지 않았다. 비가 온 뒤에는 물이 고였다.

2시 5분. 탑지기의 오른발은 아직 가로대를 디디고 있었다. 줄이 한 치 느슨해졌다. 그의 몸이 조금 앞으로 기울었다. 허리의 카라비너가 따라와, 선 안쪽에서, 선과 손가락 하나 거리에 멈췄다. 그의 두 손은 움직이지 않았다. 손등이 바깥을 향한 채 몸 옆에 늘어져 있었다. 밖에서 보면, 그의 가슴은 오르내리지 않았다.

가로대에 새 긁힌 자국이 한 줄 있었다. 긁힌 자국의 가장자리는 반들거렸다. 신발 밑창이 한 번 한 번 문질러 낸 것이었다. 긁힌 자국 옆에 오래된 것도 몇 줄 있었다. 빛깔이 이미 회색으로 바래 있었다.

재원의 왼손이 선 바깥에서 건너갔다. 손목이 흰 선을 넘었다. 손바닥이 선 위에 떠 있었다. 손가락이 카라비너 몸체에 닿았다. 고리는 차가웠다. 표면에 가는 물방울이 한 겹 맺혀 있었다. 그의 발은 선을 넘지 않았다. 왼손등의 보랏빛 무늬가 흰빛 속에서 빛나고 있었다. 무늬가 한 줄 한 줄, 손가락이 굽는 데 따라 함께 움직였다. 그의 어깨가 오르내렸다. 한 모금 한 모금, 길기도 하고 짧기도 했다.

집게손가락이 먼저 이음매의 테이프를 들췄다. 테이프의 가장자리가 말려 올라갔다. 한 바퀴 한 바퀴 뜯겨 나왔다. 게이트를 따라 반 바퀴를 돌았다. 뜯겨 나온 그 한 바퀴는 흰색이었다. 뒷면에 먼지가 한 겹 붙어 있었다. 눌린 자국이 한 줄 한 줄, 깊이가 모두 같았다. 끝까지 뜯자 그 한 토막이 게이트에서 떨어져, 철판 위에 떨어졌다. 앞면이 위로 향했다. 뜯을 때 가는 소리가 조금 났다. 테이프와 게이트 사이의 먼지가 뜯기는 소리였다.

게이트에 테이프가 없어졌다. 게이트 정면에 가는 틈이 한 줄 드러났다. 게이트와 고리 몸체 사이의 틈이었다. 틈 안에 흰 페인트가 조금 묻어 있었다. 게이트가 닫힐 때 문질려 들어간 것이었다.

엄지가 나사식 잠금 슬리브를 눌렀다. 왼쪽으로. 단단히 물려 있던 나사산이 움직였다. 한 바퀴 풀리고, 또 한 바퀴 풀렸다. 슬리브 가장자리에 닳아 반들거리는 자리가 하나 있었다. 엄지가 늘 누르는 자리였다. 닳아서 반들거렸고, 반들거리는 가장자리는 가지런했다. 슬리브 옆면에 작은 글자가 한 줄 있었다. 글자는 아주 작았다. 바늘 끝으로 그은 것이었다. 반들거리는 자리 밑에 있었다. 카라비너의 등줄기에 좁은 홈이 하나 패어 있었다. 줄이 해마다 눌러서 낸 것이었다.

게이트가 열렸다. 아주 작은 소리가 한 번 났다.

카라비너의 게이트가 열려 있었다. 게이트 혀가 움츠러들어 게이트 틀에 붙었다. 반들거리는 강철이 한 토막 드러났다. 줄이 그 8자 매듭째로 고리 입구에서 빠져나왔다. 흰 표시 세 개가 하나씩 철판 위로 떨어졌다. 줄의 그림자가 한 번 움직였다가, 다시 멈췄다. 줄 끝이 철판 위에 펼쳐졌다. 꼬리에 묶인 흰 실 두 줄은 그대로였다. 줄의 겉피는 온전했다. 보풀이 없었다. 빛깔은 회색으로 바래 있었다. 고르게 회색이었다. 선 위의 물방울이 한 방울 한 방울 굴러 내려가, 철판 틈으로 굴러 들어갔다. 소리가 없었다.

탑지기가 숨을 한 번 들이마셨다. 숨이 가슴 아래까지 들어갔다. 갈비뼈가 벌어졌다. 옷감이 부풀었다. 들이마신 뒤, 가슴은 거기서 멈춰 있었다.

그는 가로대에서 내려왔다. 오른발이 철판을 디뎠다. 왼발이 따라와, 그 선을 넘었다. 선의 흰 페인트가 신발 밑창에 문질려 조금 벗겨졌다. 벗겨진 가장자리는 가지런했다. 그 철판 위에는 그때까지 재원의 신발 자국밖에 없었다. 두 개였다. 재원이 선 앞에 섰을 때 남긴 것이었다. 신발코가 선을 향해 있었다. 탑지기는 그 두 신발 자국 옆에 섰다. 신발코가 역시 선을 향해 있었다.

만전: “먼저 내려가십시오.”

이 말이 나가자, 말이 난간 기둥들 사이를 한 바퀴 돌고 나서야 돌아왔다. 탑지기의 목소리에 메아리가 생겼다. 그 한 바퀴의 메아리는 기둥 하나하나에서 튕겨 돌아온 것이었다. 기둥 열한 개, 열한 번 튕겼다.

2시 7분, 구름이 양쪽으로 갈라졌다. 아주 천천히 갈라졌다. 처음에는 틈 하나였다. 틈으로 어둠이 비쳤다. 틈의 가장자리는 하얬다. 틈이 점점 넓어졌다. 탑 꼭대기가 드러났다.

탑은 밑동에서 꼭대기까지 통째로 항만 가장자리에 서 있었다. 밑동은 흰색이었다. 등이 한 바퀴 둘러져 있었고, 등의 간격은 같았다. 밑동의 문은 닫혀 있었다. 문틀에 종이가 한 장 붙어 있었다. 종이는 습기에 불어 물러져 있었다. 글자가 모두 번져서, 맨 위의 ‘부디’ 한 마디만 남아 있었다. 탑 몸체의 유리는 한 층 한 층, 은회색이었다. 항만의 물을 비추고, 맞은편의 등을 비췄다. 비친 등은 모두 부서져 있었다. 원뿔이 줄곧 좁아지며 올라가 돛대에 이르렀다. 돛대가 구름 위로 뻗어 있었다. 탑의 전체 높이 328미터가 모두 한 그림 안에 들어 있었다. 원뿔의 등이 한 층 한 층 켜져 올라가 꼭대기까지 이르렀다. 돛대 끝의 표지등이 몇 초에 한 번 깜박였다. 등이 꺼져 있는 동안 돛대 끝은 어두웠다. 조금 지나, 다시 켜졌다.

항만의 물이 움직이고 있었다. 가장 낮은 젖은 돌 한 줄 위로 물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손가락 하나만큼 올라왔다. 맞은편 크레인들은 서 있었다. 한 줄로, 모두 높았다. 그중 한 대의 팔이 한 번 움직였다가, 다시 멈췄다. 맞은편 건물에 창 세 개가 켜졌다. 세 창의 자리는 서로 달랐다. 하나는 꼭대기에, 두 개는 아래쪽에 있었다. 거리의 차 불빛은 여전히 한 줄로 이어져, 산 저편까지 이어지다가 끊겼다. 거리의 사람들은 고개를 들지 않았다. 고개를 숙이고 걷거나, 고개를 숙이고 길가에 서 있었다. 항구 한쪽 구석의 등대 불빛이 이쪽으로 돌아왔을 때는 밝았다. 돌아가고 나면 흰 점 하나만 남았다.

구름의 가장자리가 불빛에 밝혀졌다. 밝은 가장자리는 흰색이었다. 한 덩어리씩 동쪽으로 흘러갔다.

남서쪽 하늘이 한 군데 비어 있었다. 그곳은 잿빛 흰색이었다. 아무것도 걸려 있지 않았고, 구름도 덮여 있지 않았다. 원과 구멍이 걸려 있던 자리에는 연보랏빛 가장자리도, 가는 흰 고리도, 검은 입구도 없었다. 고리 바깥에서 비틀려 휘었던 별들은 이제 하나하나 모두 곧았다. 곧은 별들이 하늘 끝까지 늘어서 있었다. 아주 촘촘했다. 비스듬한 것은 하나도 없었다.

탑 몸체의 중간부, 가로 버팀대 두 개 사이에 덮여 있던 그 판이 미끄러져 열렸다. 그 판은 출입구였다. 판 뒤에 바로 그 아주 큰 것이 있었다. 판이 비켜나며 네모난 입구 하나를 냈다. 입구 안에 등이 한 줄 있었다. 흰색이었고, 아주 작았다. 등이 하나하나 켜져 입구 가장자리까지 이르렀다. 그 아주 큰, 움직이지 않던 것이 움직였다. 그것은 가로 버팀대 두 개 사이에서 미끄러져 나왔다. 먼저 뱃머리, 그다음 함교, 그다음 선복이, 한 토막 한 토막, 탑 몸체를 떠났다. 입구 가장자리에서 먼지가 조금 떨어졌다. 먼지는 계단 가장자리에 떨어졌다. 아무도 쓸지 않았다.

배는 흰빛이 도는 회색이었다. 선체 외판이 한 장 한 장 이어 붙여져 있었다. 이음매는 회색이었고, 한 줄 한 줄 평행했다. 뱃머리는 쐐기 모양이었다. 앞끝이 끌 끝으로 좁아져 있었다. 선복에 주황색 가는 선이 한 줄 있었다. 뱃머리에서 고물까지 감아 돌았다. 선 한 가닥만큼 가늘었다. 고물의 목구멍 같은 입구에 빛이 한 점 켜져 있었다. 한 점뿐이었다. 따뜻했다.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작았다. 고물 양옆에 긴 원통이 한 쌍씩 있었다. 원통마다 앞끝에 고리가 세 겹 끼워져 있었다. 고리는 회색이었다. 고물에는 평행한 방열 지느러미 두 장이 세워져 있었다. 뒤로 비스듬했다. 선복 밑에 흰 등이 한 줄 있었다. 간격이 같았고, 켜져 있지 않았다. 함교는 낮았다. 면이 여러 개였다. 유리는 어두웠다. 등은 없었다. 함교 뒤에는 양옆에 둥근 창이 한 줄씩 있었다. 창 안은 어두웠다. 함교 꼭대기에 작은 돔이 하나 있었다.

함교 밑에 번호가 한 줄 도장되어 있었다. LM-1-08. 글자는 회색이었다. 선체보다 한 톤 짙었다. 선체에 이름은 없었다.

뱃전에는 원래 태그가 하나 걸려 있었다. 태그는 양철판이었다. 네 귀퉁이에 구멍이 있었고, 뱃전의 걸이 하나에 걸려 있었다. 태그는 떼어져 있었다. 걸이는 비어 있었다. 태그는 출입구 계단 위에 떨어져 있었다. 앞면이 아래로 향해 있었다. 뒷면은 흰색이었다. 글자가 없었다. 앞면의 글자는 계단의 석판에 눌려 보이지 않았다. 계단 위에는 이것 하나뿐이었다. 다른 데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배는 항만 위 허공에 떠 있었다. 전장 128미터. 밑은 물이었다. 수면의 불빛이 선복에 떨어졌다. 배는 물에 닿지 않았다. 배는 바람 속에 멈춰 있었다. 기울지 않았다.

재원은 배에 오르지 않았다. 떠나지도 않았다. 그는 아직 선 바깥쪽에 서 있었다. 왼손은 선 위에서 거두어들인 뒤였다. 그의 집게손가락에 흰 페인트가 조금 묻어 있었다. 테이프를 들출 때 묻은 것이었다. 그는 닦지 않았다. 등의 그림자 무늬가 그의 몸보다 반 박자 늦게 멈췄다. 탑지기는 철판 위에 서 있었다. 두 손은 몸 옆에 늘어져 있었다. 손등이 바깥을 향했고, 손가락이 드러나 있었다. 그의 허리에는 아직 카라비너가 걸려 있었다. 게이트는 열려 있었다.

다음 날, 새벽 5시 10분, 이오아네는 조석표를 보았다. 표는 공구함 뚜껑 안에 끼워져 있었다. 종이 가장자리가 이미 물러져 있었다. 첫 줄은 오늘 날짜였다. 뒤에 시각이 네 개 있었다. 둘은 높고, 둘은 낮았다. 그는 엄지로 그 줄을 누르고, 한 칸 한 칸 내려가며 보았다. 둘째 줄은 내일 것이었다. 내일의 간조는 오늘보다 50분 가까이 늦었다.

그의 오른손 집게손가락에 휴지가 한 토막 감겨 있었다. 휴지 가장자리가 젖어 있었다. 어제 눌렀던 그 토막이었다. 그는 왼손으로 표를 넘겼다.

보트 수리장 문은 잠겨 있지 않았다. 열쇠가 아직 자물쇠에 꽂혀 있었다. 두 번째 바퀴까지 돌린 채, 뽑지 않았다. 문은 이오아네가 밤에 배를 끌 때 열어 둔 것이었다. 줄곧 닫지 않았다. 문 옆 물통에 물이 반 통 있었다. 수면에 잎이 하나 떠 있었다. 잎 가장자리가 말려 있었다. 보트 수리장 지붕 밑, 공구들이 벽에 걸려 있었다. 하나하나의 자리에 흰 페인트로 테두리가 그려져 있었다. 테두리 안에 그것이 있었다. 바닥의 시멘트는 회색이었다. 오래된 기름 자국이 한 줄, 입구에서 슬립웨이 가장자리까지 끌려 있었다. 슬립웨이에는 조수가 빠지며 남긴 젖은 자국이 있었다. 한 줄 한 줄, 가장자리가 가지런했다. 슬립웨이 아래 돌 위에 흰 조개껍데기가 한 줄 있었다. 모두 비어 있었다. 조개껍데기의 입은 같은 방향을 향해 있었다. 슬립웨이에 ‘올드 윈드호’가 서 있었다. 쌍동선이었고, 길이 13미터였다. 두 선체 사이의 가로보에 줄이 한 바퀴 걸려 있었다. 선체는 흰색이었다. 뱃머리의 이름은 여러 번 칠한 것이었다. 글자가 이미 절반쯤 바래 있었다. 배 밑에 나무가 받쳐져 있었다. 나무는 새것이었다. 아직 톱밥 냄새가 났다.

견습생은 열아홉 살이었다. 장갑에 새 기름얼룩이 하나 있었다. 소매를 팔꿈치까지 걷어 올렸다. 팔꿈치에 오래된 찰과상이 하나 있었다. 이미 딱지가 앉아 있었다. 그는 슬링을 ‘올드 윈드호’의 인양점에 묶었다. 두 번 감아 묶고, 당겨 조이고, 슬링 버클을 한 번 툭 쳤다. 슬링 버클은 쇠였다. 버클 안쪽이 닳아 한 줄 반들거렸다. 그러고 나서 그는 손을 떼고, 이오아네에게 보게 했다. 견습생은 한쪽으로 비켜섰다. 두 손을 주머니에 넣었다가, 다시 꺼내 몸 옆에 두었다.

이오아네는 슬링을 보았다. 첫 번째는 버클을 보았고, 두 번째는 매듭을 보았고, 세 번째는 줄 머리에서 줄 끝까지 보고, 다시 줄 끝에서 줄 머리까지 거슬러 보았다. 슬링 가장자리에 가는 보풀이 한 줄 있었다. 그는 보았다. 보풀은 슬링의 바깥쪽에 있었다. 힘을 받는 쪽이 아니었다. 그는 슬링 버클을 한 번 건드려 보았다. 버클은 움직이지 않았다. 아주 단단히 채워져 있었다.

매듭에는 문제가 없었다.

다 보고 나서, 그는 조석표를 반으로 접고, 다시 반으로 접어, 공구함 뚜껑 안에 도로 끼웠다. 그는 뚜껑을 닫았다. 닫을 때 뚜껑 가장자리가 공구함 입구에 부딪쳐, 한 번 소리가 났다.

견습생이 점검 카드 한 장을 판에 끼워 건넸다. 판은 나무였고, 집게는 쇠였다. 집게에 작은 구멍이 하나 있었고, 구멍에 연필 한 자루가 꽂혀 있었다. 카드의 칸은 인쇄된 것이었다. 날짜, 부위, 로프 번호, 피점검자, 내용, 점검자. 날짜 칸에는 오늘 날짜가 적혀 있었다. 내용 칸에는 ‘슬링, 두 번, 묶음 완료’라고 적혀 있었다. 로프 번호 칸에는 숫자 한 줄이 있었다. 점검자 칸은 비어 있었다. 카드 뒷면은 비어 있었다.

이오아네가 연필을 잡았다. 그 연필이었다. 집게의 구멍에서 뽑아 낸 것이었다. 그는 점검자 칸에 자기 이름을 서명했다. 마지막 획이 한 토막 길게 끌려, 칸 밖까지 나갔다.

길 건너편에 조의 차가 서 있었다. 차창이 열려 있었고, 차창 안의 등이 켜져 있었다. 카운터에 거스름돈이 한 줄 쌓여 있었다. 큰 것부터 작은 것까지, 끝까지 쌓여 있었다. 그녀가 차창으로 손을 내밀어, 커피 한 잔을 난간 위에 놓았다. 컵 뚜껑의 마시는 구멍이 손잡이 쪽을 향해 있었다. 커피의 김이 구멍에서 피어올랐다. 가는 한 줄기였다. 난간 위로 올라가자 흩어졌다. 컵 벽은 종이였다. 바깥에 얇은 밀랍이 한 겹 발려 있었다. 밀랍의 가장자리는 가지런했다. 난간은 나무였다. 여러 번 칠한 것이었다. 손이 닿은 자리는 칠이 반들거렸다.

이오아네는 길을 건넜다. 그는 난간 위의 컵을 들어 커피를 다 마시고, 빈 컵을 도로 엎어 놓았다. 그는 고개를 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