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부 · 깃발 안에서만 물에 들어갈 수 있다
제43장구조요원은 깃발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
救生员不出旗
중국어 원문을 옮긴 번역입니다.

자정. 배는 아직 바다 위에 있었다. 위로 오르고 있었다.
선실에는 그 혼자뿐이었다. 좌석은 회색이었고, 안전벨트는 가슴까지 채워져 있었다. 계기판의 글자는 흰색이었다. 한 줄 한 줄 위로 튀어 올랐다. 앤드루는 현창을 보지 않았다. 그는 고도계를 보았다. 숫자가 해수면에서 위로 올라갔다. 300, 1,000, 3,000. 한 칸 한 칸 튀어 오르는 속도가 똑같았다. 계기판 오른쪽 아래 구석에 작은 글자 한 줄이 떴다. 그는 그 뜻을 알아보았다. 명단에 없음. 그 한 줄을 누가 썼는지, 그는 생각하지 않았다.
엔진이 밀고 있었다. 추력의 소리가 등 뒤를 눌렀다. 낮고, 고르고, 한 번도 끊긴 적이 없었다. 그는 두 손을 무릎 위에 얹었다. 손바닥이 아래를 향했다. 그는 기다리고 있었다.
뉴욕에서도 그것은 화면 밖에 멈춰 있었다. 리버티섬 바깥 수면 위 하늘에 떠서, 한 번도 내려온 적이 없었다. 그때 그는 땅 위에 있었다. 이번에는 그가 안에 있었다. 그것은 그의 이름으로 된 배였다. 뉴욕이 풀린 뒤 그의 것이 되었다.
고도계가 9,112에서 멈췄다.
느려진 것이 아니라 멈춘 것이었다. 엔진은 계속 밀고 있었다. 추력계의 바늘은 한 칸도 움직이지 않았다. 숫자가 거기 서 있었다. 다음 1초에도 이 숫자였다. 그다음 1초에도, 여전히.
통신기에서 한 목소리가 입을 열었다. 고르고, 숨을 바꾸지 않았다. 글자마다 길이가 같았다. 그것은 번호 하나를 읽었다.
“LM-1-05. 통과 불허.”
앤드루가 한마디로 답했다. “수신.”
그는 말을 마치고 한참 있다가 다음 숨을 들이쉬었다. 통신기는 더 말하지 않았다.
배는 폭발하지 않았다. 무언가에 부딪히지도 않았다. 그것은 아래로 물러났다. 고도계의 숫자가 한 칸 한 칸 되떨어졌다. 9,000, 5,000, 1,000, 300, 20, 11. 11까지 떨어져 멈췄다. 북쪽 모래사장 위 하늘에 떠 있었다.
선실 문이 열려 있었다. 문간에 줄사다리 하나가 드리워져 있었다. 끝이 모래에 닿아 가볍게 흔들렸다. 문 안의 불빛은 흰색이었다. 문틀의 테두리를 한 바퀴 비추고 있었다.
앤드루는 안전벨트를 풀고 일어나 문간으로 걸어갔다. 아래에서 바람이 불어 올라왔다. 북풍이었다. 소금기를 싣고 있었다. 그는 줄사다리를 밟고 내려갔다. 모래까지 사람 키 하나쯤 남은 곳에서 손을 놓고 뛰어내렸다.
착지할 때 왼쪽 무릎이 먼저 한 번 울렸다. 둔하고, 오래된 소리였다. 그는 잠깐 웅크렸다. 소리가 그치기를 기다렸다가 몸을 폈다.
등 뒤에서 선실 문이 닫혔다. 줄사다리가 거두어질 때 아주 가벼운 소리가 한 번 났다. 배가 떠올라 바다 쪽으로 물러났다. 항만 바깥까지 물러갔다.
모래는 차가웠다. 낮보다 차가웠다. 모래 표면에 작은 구덩이가 많았다. 낮에 사람들이 밟아 낸 것이었다. 밤이 되도록 아직 파도에 지워지지 않았다. 물이 다시 차오르고 있었다. 젖은 모래의 가장자리가 한 줄 한 줄 빛나다가 그의 발치에서 멈췄다. 그의 신발이 조금 빠졌다. 발을 빼낼 때 모래가 신발 옆판에서 떨어졌다. 그는 똑바로 서서 먼저 남쪽을 보았다.
그는 짙은 색 외투를 입고 있었다. 지퍼를 목 밑까지 올렸다. 옷자락이 바람에 들렸다가 다리께로 다시 내려앉았다.
깃발 구역은 남쪽에 있었다. 그에게서 서른 걸음쯤 떨어져 있었다. 흰 장대가 하나씩 모래 위에 서 있었다. 사람 키만 했다. 장대 꼭대기의 깃발 천은 햇볕에 바래 잿빛 흰색이 되었고, 가장자리에 가는 빨간 줄 하나만 남아 있었다. 천에는 작은 구멍이 많았다. 바람이 낸 것이었다. 북풍이 불어오자 깃발 천이 장대에 붙어 움직이지 않았다. 흰 밧줄이 장대와 장대 사이로 당겨져 모래 표면을 누르고 있었다. 그것이 선이었다. 밧줄에는 한 걸음마다 매듭이 하나 있었고, 매듭에는 흰 천 조각이 한 토막씩 감겨 있었다.
그는 흰 장대를 한 번 세었다. 열일곱 개. 장대 밑동은 시멘트에 묻혀 있었다. 시멘트 가장자리에 흰 페인트를 한 바퀴 칠했는데, 페인트도 벗겨져 회색이 드러나 있었다. 하나하나가 다 똑같았다.
바람이 장대와 장대 사이를 빠져나갔다. 장대마다 소리가 달랐다. 굵기가 제각각이었다.
가장 북쪽의 하나가 선의 끝에 있었다. 그는 걸어가서 그 옆에 멈췄다. 장대와 장대 사이의 흰 밧줄은 구간마다 길이가 같았다. 장대의 북쪽, 모래 위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가 선 곳은 선의 북쪽이었다. 발밑의 모래는 깃발 바깥쪽의 모래였다.
북쪽 끝에는 깃발이 없었다. 오후에 골목 어귀에서 그 사람이 말했었다. 깃발 사이요, 북쪽에는 깃발이 없어요.
깃발 구역의 남쪽 끝, 원래 차가 서 있던 자리는 비어 있었다. 바닥에 바퀴 자국 두 줄이 있었다. 자국 속에 모래가 들어가 바람에 아주 평평해져 있었다. 낮에 구조대 순찰차가 남긴 것이었다.
모래 위에 발자국 한 줄이 있었다. 에스플러네이드의 계단에서 내려와 줄곧 북쪽으로 가다가, 이 장대 옆에서 한 번 멈추고, 돌아서 지나, 다시 북쪽으로 갔다. 바람이 발자국 가장자리를 반쯤 평평하게 지워 놓았다. 더 북쪽으로, 모래 위에 신발 두 짝이 남아 있었다. 한 짝은 비스듬히 쓰러져 있었고, 한 짝은 서 있었다. 신발 입구가 바다를 향했다.
그는 가지 않았다.
선 안쪽, 선에서 멀지 않은 곳에 흰 칠을 한 의자가 하나 있었다. 의자의 칠이 군데군데 벗겨져 밑의 회색이 드러나 있었다. 팔걸이에 옅은 자국이 두 군데 있었다. 여러 해 손이 놓였던 자리였다. 앞다리 옆에 조개껍데기 하나가 눌려 있었다. 반쯤 모래에 묻혀 있었다. 네 다리는 아주 깊이 묻혀 있었다. 여러 해 옮겨진 적이 없었다. 의자 밑의 모래는 다른 곳보다 단단했다. 의자 옆 막대에 흰 구명환 하나가 걸려 있었다. 밧줄이 늘어져 있었다. 바람이 없을 때는 흔들리지 않았다. 막대 옆의 흰 장대는 꼭대기 깃발 천이 가장 낡았다. 햇볕에 가장 하얗게 바래, 천인지 거의 알아볼 수 없을 만큼 하얬다.
의자에 한 사람이 앉아 있었다. 이 일대 사람들은 그를 깃발지기라고 불렀다.
회색 조끼. 잿빛 흰 낡은 바탕, 가슴의 글자는 햇볕에 바래 옅은 회색이 되어 윤곽만 조금 남아 있었다. 두 손을 무릎 위에 얹고, 바다를 향해 있었다. 무릎 위에 흰 표지의 명부책 한 권이 눌려 있었다. 종이 가장자리가 말려 올라가 있었다. 아주 가지런하게 말려 있었다. 명부책 모서리는 흰 부분이 한 군데 닳아 없어져 있었다. 가슴에 흰 끈 한 가닥, 끈 끝에 은빛 호루라기 하나가 매달려 있었다. 조끼의 끈 하나가 풀려 허리께에 늘어져 있었다. 바람이 불어오자 그 끈 하나가 움직였다.
앤드루는 선 바깥, 의자에서 서너 걸음 떨어진 곳에 서서 오래 바라보았다.
그는 서너 걸음이 얼마나 먼지 알았다. 뉴욕에서, 약국의 진열대와 진열대 사이도 이 거리였다.
그 조끼의 가슴은 평평했다. 바람이 한 차례씩 불어왔다. 한 차례가 지나갈 때마다 아랫단이 들렸다가 다시 내려앉았다. 가슴 그 부분은 움직이지 않았다.
호루라기 입구는 깨끗했다. 밤바람은 차가웠는데, 호루라기 입구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김도, 물기 한 점도 없었다.
그의 오른편으로, 탑이 에스플러네이드 저쪽 끝에 있었다. 몸체가 아주 높았다. 유리는 납빛이었다. 흰 창 띠가 한 줄 한 줄 위로 늘어서다가 아주 높은 곳에서는 잘 보이지 않았다. 77층에 불이 한 바퀴 켜져 있었다. 흰색이었다. 가로등이 하나, 또 하나, 멀리 떨어져 있었다. 탑의 밑동까지는 비추지 못했다. 이 시각 대로에는 아무도 없었다. 가로등 밑에도 서 있는 사람이 없었다.
더 위로, 흰 장대들이 탑 꼭대기 가장자리에서 뻗어 나와 하늘을 향해 모이며, 끝이 열린 모양으로 엮여 있었다. 그것이 왕관 케이지였다. 왕관 케이지 한가운데에 바늘 하나가 서 있었다. 곧 돛대였다. 바늘 끝에 빨간 점 하나. 왕관 케이지의 장대에는 깃발 천이 없었다. 장대뿐이었다. 늘어선 방식은 모래 위의 것과 같았다. 그는 가장 북쪽의 것부터 위로 세어 갔다. 열일곱 번째까지 세자, 모래 위의 것과 맞아떨어졌다.
왕관 케이지 안에, 바늘 아래에, 아주 크고 움직이지 않는 무언가가 있었다.
그는 그 형체를 보려 하지 않았다. 그것이 거기 있다는 것을 알았다. 머리 위의 웅웅거림은 줄곧 있었다. 낮게, 어깨를 누르며. 무겁지 않았고, 변한 적이 없었다.
남쪽에서 조금 동쪽으로 치우친 하늘에, 그 원이 걸려 있었다.
그것은 보름달보다 스무 배 넘게 넓었다. 원의 가장자리는 옅은 보랏빛이었다. 밝은 쪽이 어두운 쪽보다 조금 더 넓었다. 밝은 쪽에는 흰 구름이 뭉텅뭉텅 원의 가장자리를 누른 채 움직이지 않았다. 원의 조금 위, 정남쪽으로 치우친 곳에 검은 입구가 하나 열려 있었다. 입구 가장자리에 가는 흰 고리가 하나 있었다. 고리 바깥의 별들은 모두 비틀려 휘어 있었다.
앤드루는 목이 조금 말랐다. 그는 침을 한 번 삼켰다. 울대뼈가 한 번 움직였다.
물속, 세 번째 바위 바깥에 흰 보드 하나가 오르내리고 있었다. 바다는 먹처럼 검었다. 물속의 바위도 검었다. 흰 것은 파도 끝뿐이었다. 한 줄 한 줄 밀려 들어왔다.
바위 북쪽으로 어두운 물길 하나가 해변에서 바깥으로 뻗어 있었다. 물길 속의 물은 양옆보다 평평했다. 물보라가 없었다. 눌러 편 천 한 장 같았다. 천천히 바깥으로 끌어당겼다. 물길 양옆으로 파도가 한 줄 한 줄 바위에 부서졌다. 아주 환하게 부서졌다. 물길 속은 그렇지 않았다. 흰 보드는 바로 물길 위에 있었다. 그것에 조금씩 실려 나가고 있었다.
바위 가장자리에는 검은 조개가 한 겹 붙어 있었다. 파도에 여러 번 맞아 껍데기 가장자리가 반들반들 닳아 있었다.
보드 위에 검은 그림자 하나가 엎드려 있었다. 검은 수영 바지였다. 두 다리는 물속에 뻗은 채 거의 차지 않았다. 두 손으로 보드 가장자리를 붙잡고 있었다. 그것이 카이였다. 모래 위에서 이 이름을 외쳤다. 두 번 외쳤다. 외친 사람은 그의 친구였다. 파도선 가장자리에 서서 손에 물병 하나를 들어 올리고 있었다. 병뚜껑이 열려 있었다. 물이 병 입구에서 흘러내려 손등으로 흘렀다. 그는 털지 않았다.
카이의 다리가 한 번 찼다가 멈추고, 또 한 번 찼다. 물길의 힘이 다리의 힘보다 컸다. 보드는 여전히 바깥으로 나갔다. 카이가 얼굴을 돌려 해변 쪽을 보았다. 그가 본 것은 파도선 가장자리에서 그의 이름을 외치는 사람이었다.
보드가 바위를 지났다. 바위 밑동에서 서른 걸음 떨어져 있었다. 카이는 다시 고개를 숙이고 두 손으로 보드 가장자리를 꽉 붙잡았다.
다른 한 사람의 머리가 파도 속에서 오르내렸다. 그 머리는 보드보다 더 멀리 있었다. 파도 한 줄이 오면 머리가 들어 올려졌다. 파도가 가면 머리가 다시 내려앉았다. 물을 젓는 손은 아주 느렸다. 매번 같은 곳까지 뻗었다가 거두고, 다시 뻗었다. 그 머리는 파도를 세고 있었다. 앤드루도 파도를 세고 있었다. 그들이 세는 것은 같은 물이었다.
파도 한 줄이 덮쳐 그 머리를 덮었다. 파도 등에 손 하나가 드러났다가 다시 가라앉았다. 앤드루가 넷까지 세었을 때에야 그 머리가 파도 뒤편에서 솟아났다.
앤드루는 그 머리를 알아보았다. 물속에는 카이 말고 이 한 사람뿐이었다. 그는 오후의 뒷문 골목 어귀를 떠올렸다. 그 사람의 왼쪽 주머니 위에 꽂혀 있던 명찰, DAN이라고 찍혀 있었다. 왼쪽 아래팔 안쪽에 작게 빨간 자리가 있었고, 투명한 물집이 하나 부풀어 있었다. 그 사람은 자기 이름이 딘이라고 했다. 앤드루는 그때 그 명찰에 대해 묻지 않았다.
의자 위의 사람이 입을 열었다.
첫 번째 말은 해변에 있었다. 목소리가 또렷했다. 모래사장에서 사람을 부르는 것 같았다. 그의 얼굴은 바다를 향해 있는데, 목소리는 이쪽으로 왔다. 입술이 한 번 움직였다. 그는 일어서지 않았다. 그 한마디가 그대로 나왔다. “깃발 안쪽에서만 물에 들어갈 수 있다.”
목소리가 모래 위에 떨어졌다. 방파제는 그것을 되돌려 보내지 않았다. 모래도 마찬가지였다.
앤드루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의 왼쪽 아래팔 위쪽에서, 그 아주 가는 따뜻한 빛깔의 선이 팔을 감고 천천히 돌았다. 그는 선 바깥에 서서 기다렸다.
앤드루는 말하기 전에 언제나 먼저 숨을 한 번 들이쉬었다. 아주 길게 들이쉬었다. 들이쉴 때 가슴이 올라갔다. 가장 높이 올라가고 나서야 내려갔다. 이 습관은 점호 때 생긴 것이었다. 그때는 매일 아침 점호가 있었다. 불린 사람은 한 번 대답해야 했다. 센 것은 명단과 맞아야 했다. 맞지 않으면 다시 셌다. 그는 사람을 셌고, 발도 셌다. 지금 그가 세는 것은 흰 장대였고, 파도이기도 했다. 그는 한 번도 첫 글자를 앞질러 입을 연 적이 없었다.
두 번째 말은 파도 속에 있었다.
파도 한 줄을 사이에 두고, 목소리가 이쪽으로 올 때 글자는 그대로였지만 한 겹 흐려져 있었다. 젖은 천 한 겹을 사이에 둔 것 같았다. 첫 번째 말보다 한 단계 엷었다. 그 말은 이랬다. “깃발 밖의 사람은 바다가 맡는다.”
그 말은 물속을 향해 한 것이었다. 물속의 사람이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여기서는 알 수 없었다.
깃발 규칙은 그를 다스리지 못했다. 그는 선 바깥에 서 있었다. 애초에 깃발 안에 있지 않았다. 그는 선을 넘지 않았다. 그가 쓰는 것은 셈이었다.
파도 한 줄이 들어와 바위에 부딪히고, 부서지고, 물러났다. 두 번째 줄이 들어왔다. 세 번째 줄이 가장 컸다. 훨씬 더 하얬다. 바위에 부딪히는 소리가 가장 둔했다. 보드 위의 검은 그림자는 움직이지 않았다. 물속의 그 머리가 오르내렸다. 내려앉아 있는 시간이 떠올라 있는 시간보다 길었다.
모래 위의 친구가 또 한 번 외쳤다. 그는 병을 모래 위에 내려놓았다. 병이 쓰러졌다. 물이 모래 속으로 흘러들었다. 그는 두 손을 입가에 모았다. 목소리가 바위에 부딪혀 튕겨 돌아왔다. 아주 잘게 부서져 튕겨 왔다. 그것은 사람의 목소리였다. 부서졌어도 어떤 두 글자인지는 알아들을 수 있었다.
모래 위의 친구가 앤드루를 보고, 그에게 손을 한 번 흔들었다가 내렸다. 앤드루는 응하지 않았다. 다가가지도 않았다.
그는 셌다.
그가 한 번 말했다. “둘. 북쪽, 깃발 바깥쪽.” 그는 둘이라는 수를 흰 장대와 맞춰 보았다. 선의 끝이 마지막 장대였다. 북쪽에는 장대가 없었다. 물속의 두 사람은 모두 장대의 북쪽에 있었다. 맞아떨어졌다.
그는 바닷가 쪽으로 반걸음 옮겼다가 다시 멈췄다. 물이 차오른 자리에는 모래 표면에 얇은 물이 한 겹 남아 있었다. 물 밑의 모래알이 아주 또렷하게 보였다. 그는 오른손을 외투 주머니에 넣었다. 주머니는 비어 있었다. 손끝이 천 안감에 닿았다가 다시 빠져나왔다.
모래 위의 친구가 쓰러진 병을 일으켜 세웠다. 병뚜껑은 두 번 만에야 닫혔다. 두 번째에 절반쯤 돌렸을 때 그의 손이 멈췄다. 그는 병을 모래 위에 도로 놓고, 두 손을 다시 입가에 모았다. 거기서 멈춘 채 외치지 않았다.
흰 보드가 물길 속에서 반 바퀴 돌았다. 보드 앞머리가 바위 쪽을 한 번 향했다가 다시 실려 돌아갔다. 물길 속의 흰 거품이 끊겼다가 다시 이어졌다. 이어진 부분은 원래보다 한 토막 짧았다.
파도가 바위에 부서졌다. 물이 한 겹 쌓여 어떤 높이까지 기어올랐다가 다시 물러났다. 아주 천천히 물러났다.
선에 한 걸음마다 있는 매듭은 모두 아주 단단히 매여 있었다. 매듭의 흰 천 조각은 날리지 않았다.
앤드루의 왼손은 몸 옆에 늘어져 있었다. 손가락이 허벅지 바깥쪽의 바지 솔기에 닿았다. 바람이 옆에서 불어와 그의 눈을 마르게 했다. 그는 비비지 않았다. 두 번 깜빡였을 뿐이었다.
그는 통신기를 한 번 보았다. 시각은 0시 4분이었다.
그는 잠시 서 있었다. 앞으로도 가지 않고 뒤로도 가지 않았다. 발밑의 모래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물만 천천히 차오르고 있었다.
세 번째 말은 가라앉았다.
깃발지기의 입술이 움직이고 있었다. 선 바깥에서 보면 열리고 닫히고, 닫히고 열리는 것만 보였다. 목소리는 없었다. 파도 소리는 여전했고, 바람 소리도 있었다. 그런데 그 한마디는 이쪽으로 오지 않았다.
그의 가슴은 오르내리지 않았다.
앤드루는 셋까지 셌다. 첫 번째 말을 그는 셌다. 두 번째 말도 셌다. 세 번째 말은 소리가 없어서 입술만 셀 수 있었다. 입술이 세 번째로 움직이고 멈췄다. 그 순간부터 그 한마디는 공기 속에 없었다. 그는 그 한마디의 빈자리에서 입을 열었다. 먼저 숨을 한 번 들이쉬었다. 가득 들이쉬어 가슴이 올라가고 나서야 첫 글자를 내보냈다. 첫 글자는 셋이었다. 그의 목소리는 높지 않았다. 그는 한 번도 목소리를 높인 적이 없었다.
“셋까지 세겠어. 당신의 세 번째 말에, 내가 들어가.”
문장이 모래 위에 떨어졌다. 아주 가볍게 떨어졌다. 모래가 소리를 삼켰다. 아주 빨리 삼켰다.
의자 위의 사람은 돌아보지 않았다. 그를 보지도 않았다. 무릎 위의 명부책이 한 번 움직였다. 왼손이 명부책을 펼쳤다. 종이 가장자리가 말려 있었다. 그 손이 페이지를 눌러 펴고, 명부책을 조금 들어 올려 돌려서 선 바깥쪽을 향하게 했다. 종이가 넘어갈 때, 모래 위에서 아주 가벼운 소리가 조금 들렸다.
고개는 들지 않았다.
페이지가 선 바깥쪽을 향했다. 앤드루는 거기 적힌 글자를 똑똑히 보았다.
페이지마다 칸이 똑같았다. 칸 안에 이름 하나, 이름 뒤에 시각 한 줄, 시각 뒤에 체크 표시 하나. 어떤 체크는 먹으로 되어 있었고, 어떤 체크는 흐려져 회색이 되었다. 이 페이지의 이름 칸에는 댄이라는 글자가 있었다. 획이 흐렸고, 마지막 가로획은 거의 없었다.
그는 그 글자를 한 번 읽었다. 속으로, 소리 내지 않고. 그러고는 고개를 숙여 자기 가슴을 한 번 보았다. 군번표는 은회색이었다. 쇄골에 붙어 있었고, 아무 글자도 없었다. 이 군번표를 그는 줄곧 지니고 다녔다. 그것은 줄곧 비어 있었다.
오후에 그 사람의 주머니에 있던 명찰에는 DAN이라고 찍혀 있었다. 그 사람이 말한 것은 딘이었다.
앤드루는 몸을 돌려 물 쪽을 향했다. 크게 외치지 않았다. 문장은 아주 짧았다.
“딘. 댄이 아니야.”
물속의 머리가 잠깐 멈췄다. 파도 한 줄이 지나가며 머리를 들어 올렸다. 파도가 내려앉을 때 머리가 해변 쪽으로 반 바퀴 돌았다가 다시 돌아갔다. 너무 멀어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해변의 목소리가 다시 왔다. 또렷했다. 첫 번째 말만큼 또렷했다. 이번에는 그 말이 아니었다.
“깃발 밖의 사람은 명부에 적지 않는다.”
깃발지기가 넘겼다. 한 장, 두 장. 종이 가장자리가 말려 있었다. 한 장 넘길 때마다 아주 가벼운 소리가 조금 났다. 뒤쪽까지 넘겨, 한 줄의 글자에서 멈췄다. 페이지는 여전히 선 바깥쪽을 향했다.
그 줄에는 번호만 있고 이름이 없었다. 글자가 아주 작았다. 글자마다 크기가 같았다. 먹으로 적혀 있었다. 댄이라는 글자보다 진했다. 지워져 있지 않았다.
“LM-1-09, 미집계.”
앤드루는 그 줄을 다 읽고 나서야 눈을 들었다.
오후에 본 그 사람의 팔, 그 물집은 아직 있었다. 그는 그 일을 떠올렸다. 잠깐만 떠올렸다.
그가 또 한 번 외쳤다. 목소리는 여전히 크지 않았다.
“딘.”
명부책은 어느새 댄이라는 글자가 있는 페이지로 되돌아가 있었다. 댄이라는 글자 옆에 이름 하나가 더 생겨 있었다.
연필로 적힌 것이었다. 획이 또렷했고, 새것이었다. 한 획 한 획 나타났다. 딘의 ㄷ은 빠르게 그어졌고, 받침 ㄴ이 마지막에 닫혔다. 명부책 틈에는 연필이 끼워져 있지 않았다. 깃발지기의 손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 손은 여전히 페이지 귀퉁이를 누르고 있었다. 아주 평평하게 누르고 있었다.
이름 둘. 사람 둘. 그는 한 번 세었다. 다시 세지 않았다.
오후에 그는 이 이름을 한 번 들었다. 골목 어귀에서. 이제 그것이 명부책에 적혔다.
부르는 사람은 해변에 있었다. 불리는 사람은 물속에 있었다. 사이에 파도가 한 줄 한 줄 가로놓여 있었다.
댄이라는 글자는 움직이지 않았다.
앤드루는 반 박자 늦게 입을 열었다.
“적혔어. 그럼 그는 명부에 있는 거야.”
파도 속의 그 말이 다시 왔다. 아까보다 한 단계 엷었다.
“적힌 사람은 깃발 안쪽의 사람이다. 깃발 안쪽의 사람에게는 라이프가드가 가야 한다.”
그는 잠깐 멈췄다. 입술은 아직 움직이고 있었다. 소리는 없었다.
앤드루는 입술의 움직임에서 마지막 말을 읽어 냈다. 라이프가드는 깃발 밖으로 나가서는 안 된다.
두 조항이 명부책에 나란히 적혀 있었다. 사이에 빈 줄이 하나 있었다. 앤드루의 왼쪽 무릎이 한 번 팽팽해졌다. 그는 그것이 가라앉기를 기다렸다. 그 말의 빈자리까지 기다리고 나서야 입을 열었다.
“두 조항 다 당신 명부에 있어.”
깃발지기는 그를 보지 않았다. 그는 명부책을 보았다. 오래 보았다. 바람이 선 위로 불어 지나가 흰 밧줄을 흔들었다. 밧줄 끝이 모래 위에 아주 얕은 자국을 하나 그었다. 바람이 멎었다. 자국은 남아 있었다.
목소리가 다시 또렷해졌다. 해변의 첫 번째 말만큼 또렷했다.
“둘 다 내가 쓴 거다.”
바람이 북쪽에서 한 번 더 불어왔다. 흰 밧줄이 한 번 움직였다. 이번에는 모래 위에 자국을 남기지 않았다. 앤드루는 받지 않았다. 그는 그 말이 모래 위에 떨어지게 두었다. 다 떨어지기를 기다린 뒤에야 움직였다. 그는 오른손을 가슴에 얹어 군번표 위를 눌렀다. 군번표는 차가웠다. 그의 손보다 차가웠다.
의자 위의 사람이 명부책을 덮어 무릎 위에 도로 놓았다. 손바닥으로 표지를 한 번 눌렀다. 명부책 표지 모서리에 금이 하나 가 있었다. 갈라진 틈은 회색이었다.
통신기에서는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앤드루가 왼손을 들어 손목의 통신기를 한 번 건드렸다. 그는 그것에 대고 말했다. 목소리는 높지 않았다. 한 문장을 마치고 한동안 멈췄다. 통신기의 불은 켜지지 않았다. 그는 그것을 보지도 않았다.
“바다 저편도 밝아졌어. 누군가 맞으러 가야 해.”
그는 반 박자 멈췄다.
“내가 갈게.”
통신기에서는 대답이 없었다. 그 고른 목소리는 어떤 번호도 읽지 않았다. 그는 기다리지 않았다.
머리 위의 웅웅거림이 조금 낮아졌다가 원래 높이로 돌아왔다.
동쪽 바다는 검었다. 밝은 곳은 여기 있지 않았다. 여기서는 보이지 않았다. 그는 찾으려 하지 않았다. 탑 꼭대기의 바늘을 한 번 보고, 남쪽에서 조금 동쪽으로 치우친 원을 한 번 보았다. 원의 가장자리는 움직이지 않았다. 통신기의 시각이 0시 6분으로 넘어갔다. 숫자 하나가, 한 칸 한 칸 갔다.
그는 북쪽으로 걸었다.
세 번째 바위 밑에 흰 칠을 한 철제 상자가 아직 있었다. 칠이 반쯤 벗겨져 밑에 쇠 빛깔이 드러나 있었다. 뚜껑은 비스듬히 걸쳐져 있었고, 잠겨 있지 않았다. 그는 뚜껑을 젖혔다. 안에는 흰 밧줄 한 타래, 밧줄 끝은 고무줄 하나로 묶여 있었다. 밧줄을 접은 방식은 오래된 것이었다. 한 바퀴가 한 바퀴를 누르며 아주 가지런히 포개져 있었다. 흰 구명환 하나가 밧줄 위에 얹혀 있었다. 상자 안에는 다른 것이 없었다.
그는 구명환을 꺼내 모래 위에 놓았다. 밧줄은 무거웠다. 손바닥을 눌렀다. 밧줄에는 한 팔 길이마다 매듭이 하나씩 묶여 있었다. 그는 세 개를 셌다. 그는 고무줄을 풀어 왼쪽 손목에 끼웠다. 두 번 감았다. 상자의 칠 가장자리가 아주 날카로웠다. 손끝이 닿았다가 멈췄다. 베이지는 않았다.
손바닥의 그 나사 하나가 한 번 배겼다가, 다시 배기지 않았다.
그는 계산해 보았다. 철제 상자에서 선의 끝까지 백 걸음 남짓 걸어야 했다. 선의 끝에서 의자 앞까지 또 열몇 걸음을 걸어야 했다. 밧줄이 충분한지, 그는 계산해 낼 수 없었다. 이 밧줄 한 타래가 모두 얼마나 긴지, 잰 사람이 없었다.
그의 발자국이 하나씩 뒤에 남았다. 선의 끝까지 줄곧 이어졌다.
바위 밑동의 모래는 젖어 있었다. 밟으면 구덩이가 하나 생겼고, 구덩이에 금세 물이 스며들었다. 물이 또 조금 차올라 그의 신발 가장자리까지 왔다. 그의 왼쪽 무릎은 이 구간을 걸어오는 동안 울리지 않았다.
그는 구명환을 상자에 도로 넣었다. 그는 밧줄을 안고 되돌아 걸었다. 백세 걸음, 백네 걸음. 물속의 머리는 아직 파도 속에서 오르내리고 있었다. 그는 한 번 세었다. 둘. 카이의 보드는 바위 밑동에서 또 조금 멀어져 있었다.
그는 선 바깥을 따라 걸어 의자 앞까지 갔다. 의자의 앞다리는 선에서 겨우 한 걸음이었다. 그는 쪼그려 앉아 밧줄의 한쪽 끝을 선 위에 눌러 놓았다. 흰 밧줄이 흰 밧줄을 눌렀다. 어느 것이 깃발 선이고 어느 것이 그가 가져온 것인지 구분되지 않았다. 그는 그것을 평평하게 눌러 모래 속으로 조금 밀어 넣었다. 밧줄이 모래 위에 아주 긴 호를 그리며 끌렸다. 그의 손에서 선까지 줄곧 끌려 있었다. 다른 한쪽 끝은 아직 그의 손에 있었다. 밧줄 끝이 그가 움켜쥔 손에 젖어 있었다.
그는 일어나 뒤로 물러났다. 왼쪽 아래팔 위쪽의 고리가 두 번째 바퀴를 돌았다. 그 선이 팔 바깥쪽에서 한 번 빛났다가 다시 어두워졌다. 그는 세 걸음 물러나 멈췄다. 가장 북쪽의 장대를 한 번 돌아보았다. 장대 꼭대기의 깃발 천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무릎 위의 명부책은 여전히 덮인 채, 표지가 선 바깥쪽을 향하고 있었다.
통신기의 시각이 0시 8분으로 넘어갔다.
깃발지기의 오른손이 무릎에서 들렸다. 엄지가 가슴의 호루라기 몸통을 눌렀다.
그것이 선 안에서 뻗어 나왔다. 의자 가장자리를 넘고, 선을 넘었다. 뻗어 나올 때 바람을 일으키지 않았다. 깃발 천도 움직이지 않았고, 선도 움직이지 않았다. 손목은 아주 곧았다. 손가락이 펼쳐져 있었다. 엄지는 여전히 호루라기 몸통을 누르고 있었다. 누른 채 놓지 않았다. 선 바깥에서 보면 그 자리가 다른 곳보다 조금 밝았다. 호루라기 입구는 여전히 깨끗했다. 은 호루라기는 흰 끈 끝에 매달려, 손에 눌린 채 울리지 않았다.
손이 밧줄 위에서 멈췄다.
손가락이 하나하나, 똑같은 크기로 펼쳐졌다.
앤드루의 손바닥은 젖어 있었다. 그는 닦지 않았다. 밧줄의 다른 쪽 끝을 꽉 쥐었다. 그 나사가 배기는 곳까지 쥐었다.
깃발지기의 입술은 아직 움직이고 있었다. 세 번째 말은 물 밑에 있었다. 아직 지나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