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 성궤 너머
제46장바닥은 누가 깔았나
地板是谁铺的
중국어 원문을 옮긴 번역입니다.

다섯 사람이 이 길을 함께 걷는 것은 처음이었다.
전에는 매번 각자 걸었다. 무대 위에서, 계단 위에서, 한 줄기 틈 앞에서. 발밑에 돌 한 단이 갑자기 생겨나고, 그 한 단이 사람을 받쳐 위로, 혹은 아래로 데려갔다. 곁에는 손이 닿는 사람이 없었다. 이번에는 아무도 끌려가지 않았다. 다섯 사람은 함께 첫 단을 내려섰다. 누구도 먼저 가지 않았고, 누구도 앞에 나서지 않았다. 첫 단은 신발 밑창보다 손가락 반 마디 낮았다. 다섯 쌍의 발이 내려앉으며 다섯 가지 소리가 났다. 어느 두 소리도 같은 박에 떨어지지 않았다. 앞뒤로 반 박씩 어긋났다.
회랑에는 바람이 없었다. 왼쪽도 비어 있었고, 오른쪽도 비어 있었다. 벽도 없고 난간도 없었다. 돌계단은 한 단 한 단 아래로 이어졌다. 위를 봐도 끝이 보이지 않았고, 아래를 봐도 바닥이 보이지 않았다. 발소리는 떨어져도 울리지 않았다. 돌 표면이 밑창을 받쳐 주었다. 어느 곳보다 단단했다. 왼발의 새틴 토슈즈가 디뎌도 소리가 났고, 오른발의 운동화는 조금 더 무겁게 울렸다. 걸음마다 단단히 내려앉았다. 가장자리를 밟는 사람은 없었다.
그들은 돌계단을 따라 몇 단을 내려갔다. 한 단을 내려갈 때마다 다음 단이 어디 있는지 먼저 찾아야 했다. 찾고 나서야 발을 내디딜 수 있었다. 다섯 번째 단에 이르렀을 때 미쓰키가 한 번 뒤를 돌아보았다. 위쪽 길은 이미 잘 보이지 않았다. 돌계단의 가장자리만 가는 선 하나로 남아, 한 단 한 단 보이지 않는 곳으로 거두어져 들어갔다.
앞에 끊긴 데가 있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었다. 아무도 입 밖에 내지 않았다.
칭롼이 먼저 쪼그려 앉았다. 그녀는 가장 가까운 단에 손을 짚었다. 돌 표면은 차가웠다. 고르게 차가웠다. 어느 한 곳이 특별히 차갑지 않았다. 미쓰키는 그녀의 왼쪽에 서 있었다. 두 발을 벌리고, 직도를 오른쪽 아래팔에 붙이고 있었다. 칼에는 칼집이 없었다. 스완은 오른쪽에 서서 토슈즈를 한쪽으로 거두고 운동화로 먼저 단단히 디뎠다. 재원은 뒤에 서 있었다. 빛은 아직 들어 올리지 않았다. 앤드루는 대열 끝에 서 있었다. 돌계단까지 아직 반걸음이 남아 있었다. 아무도 서로를 보지 않았다. 모두 자기 발밑의 그 한 단을 보고 있었다.
돌 표면에 아주 가는 결이 있었다. 결은 모두 같은 방향을 향했다. 이 단의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줄지어 있었다.
이 단의 가장자리는 닳아서 둥글어져 있었다. 많은 사람의 신발이 밟고 지나간 것이었다. 둥글게 닳은 그 부분은 돌 표면도 다른 곳보다 조금 낮았다. 위로 갈수록 가장자리는 한 단 한 단 날카로워졌다.
끊긴 단면은 거칠었다. 부러뜨린 것이지, 자른 것이 아니었다. 그녀의 손가락 끝이 단면을 미끄러져 지나갔다. 작은 패인 곳에 닿고, 튀어나온 곳에 닿았다. 누르면 한 번씩 배겼다. 밑창으로 한 번 비비자 가장자리에서 부스러기 몇 알이 떨어졌다. 부스러기는 끊긴 데 밑의 검은 속으로 떨어졌다. 한 알, 두 알, 세 알. 하나도 소리가 나지 않았다. 미쓰키가 칼등으로 돌 표면을 한 번 두드렸다. 소리는 아주 짧았다. 두드리자마자 없어졌다. 돌아오지 않았다.
끊긴 데의 옆면은 평평하지 않았다. 그 위에 새긴 자국이 있었다. 새긴 자국의 바닥에 가루가 있었다. 흰 가루였다. 불어도 날아가지 않았다.
빛나는 부호가 아니었다. 글자였다. 사람 손으로 쓴 것이었다. 비뚤었고, 한 획은 깊고 한 획은 얕았다. 글자는 모두 크지 않았다. 글자 하나하나가 손바닥 하나 너비의 자리에 비집고 들어가 있었다. 어떤 것은 손톱으로 파낸 것이었다. 손톱의 너비가 아직 돌에 남아 있었다. 어떤 것은 무언가 단단한 것으로 그은 것이었다. 아주 힘주어 그었고, 긋다가 중간에 손을 바꿨다. 바꾼 뒤의 획은 앞의 획보다 한층 얕았다. 어떤 글자 옆에는 옅은 자국 네 개가 한 줄로 나 있었다. 손을 짚을 때 남은 것이었다. 두 글자짜리가 있었고, 세 글자짜리가 있었고, 네 글자짜리도 있었다. 한 이름은 마지막 획이 돌 가장자리까지 가서 더 새기지 못했다.
그녀의 손가락이 한 글자 위에서 멈췄다. 글자의 가장자리는 닳아 둥글어져 있었다. 획은 그래도 온전했다.
몇 군데에는 가로획 하나뿐이었다. 가로 한 획. 아주 짧았고, 깊이가 제각각이었다. 어떤 것은 손으로 새긴 것인지 알아보기 어려울 만큼 평평했다. 글자가 아니었다. 한 획뿐이었다.
재원이 오른손을 들어 올렸다. 손등의 박자 무늬가 밝아졌다. 전광 보라색이었다. 빛이 새긴 자국 위에 떨어져 획의 가장자리를 비추었다. 너무 가까우면 글자가 한데 뭉개졌다. 그가 손을 반 자쯤 뒤로 물리자 그제야 빛이 갈라졌다. 빛은 다섯 사람의 그림자를 비추었다. 각자 한 줄기씩이었다. 겹치지 않았다.
스완은 말하지 않았다. 그녀가 왼팔을 들었다. 손목에 떠오른 육각형 비늘이 한 장 한 장 펼쳐져 평평한 한 면으로 깔렸다. 진주빛 흰 면이 재원 쪽을 향했다. 빛이 비늘에서 꺾여 돌아와 돌계단 옆면에 떨어졌다. 새긴 자국마다 가는 선 하나씩으로 밝아졌다. 가는 선들이 한 줄 한 줄 이어지다가 끊긴 데에 이르러 끊어졌다. 비늘 한 장의 가장자리가 말려 올라가 있었다. 그녀는 그것을 눌러 펴지 않았다.
“이걸로 충분해.” 그녀가 말했다. 잇소리가 아주 깨끗했다.
그들은 돌계단을 셌다.
그들은 첫 단으로 돌아갔다. 칭롼이 거기서부터 아래로 세어, 끊긴 데까지 셌다. 한 단을 내려갈 때마다 무릎을 먼저 한 번 굽혔다가 다시 폈다. 미쓰키는 손끝으로 짚으며 셌다. 한 단에 한 점씩. 스무 번째 단까지 짚고 잠깐 멈췄다가 다시 이어서 짚어 내려갔다. 그녀의 입은 움직이지 않았다. 숫자는 모두 손끝에 있었다. 재원은 글자가 있는 단만 셌다. 하나를 셀 때마다 속으로 한 번씩 읊었다. 읊을 때 입술이 움직였다. 소리는 손보다 반 박 늦었다. 앤드루는 세지 않았다. 그는 신발 끝으로 한 단 한 단의 가장자리를 건드렸다. 닿으면 한 걸음 나아갔다.
혼자 셀 때는 숫자가 헝클어진다. 전각 문밖의 돌계단에서 그녀는 일흔까지 세다가 숫자가 헝클어졌고, 세기를 그만두어야 했다. 이번에는 함께 세는 사람이 있었다. 숫자가 헝클어지지 않았다. 그녀는 단마다 셌고, 미쓰키가 짚은 것도 단마다였다. 끊긴 데까지 세자 두 숫자가 맞았다. 재원의 숫자는 그녀들의 것보다 적었다. 그는 글자가 있는 단만 셌다. 빠진 것은 모두 글자가 없는 단이었다. 앤드루는 숫자를 말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신발 끝은 마지막 단의 가장자리에, 같은 자리에 멈춰 있었다. 마지막 단의 가장자리는 반들거렸다. 최근에 깐 것이었다.
한 이름은 획이 둥글었다. 쓴 사람은 아마 어린아이였을 것이다. 글자가 다른 글자의 절반만 했다. 재원은 그 글자를 오래 보았다. 소리 내어 읽지 않았다.
글자가 있는 단은 새긴 자국의 바닥마다 흰 가루가 있었다. 글자가 없는 단은 돌 표면에 얇은 먼지 한 겹뿐이었다. 손으로 한 번 훔치면 없어졌다. 그것들은 한 단 한 단 아래로 이어졌다. 위에서 보면 어느 단에 글자가 있고 어느 단에 없는지 가려낼 수 없었다. 보기에는 그냥 하나의 길이었다.
서른한 번째 단까지 세었을 때, 미쓰키의 손끝이 그 가로획 위에서 멈췄다. 짚지 않았다.
“이 단에, 나는 쪼그려 앉은 적이 있어.” 그녀가 말했다.
다 세고 나니, 글자가 있는 돌계단은 한 단에 이름 하나였다. 칭롼은 이 길을 오는 동안 이름이 불렸던 사람들을 속으로 한 번 훑었다. 하나씩 계단과 맞춰 보았다. 많지도 적지도 않았다.
칭롼은 끊긴 데에서 물러나, 세 번째 단 앞까지 물러나 쪼그려 앉았다.
세 번째 단에는 세 글자가 있었다.
그녀의 손가락 끝이 첫 글자에서 셋째 글자까지 더듬어 갔다. 획순이 맞았다. 붓을 대는 자리도, 거두는 자리도 그녀는 알아보았다. 알아본 것은 글자 모양이 아니었다. 그 한 획의 힘이었다. 그녀가 어디선가 만져 본 적이 있는 힘이었다. 그녀는 손을 거두지 않았다. 손을 줄곧 그 글자 위에 두었다. 셋째 글자의 마지막 획까지 다 더듬을 때까지 두었다.
그녀는 그 세 글자를 소리 내어 읽었다.
“저우쑤란.”
입 밖에 내는 순간, 그녀의 각성 무늬가 가장 안쪽 고리부터 밝아졌다. 한 고리, 두 고리, 세 고리. 한 글자가 한 고리씩 밝혔다. 그날 밤 화해전에서, 그녀가 말한 글자는 하나하나 이렇게 밝아졌다. 전각의 벽은 얇았다. 그녀의 빛 깃은 등 뒤로 거두어져 좁은 띠 하나만 남아 있었다.
그 사람을 그녀는 줄곧 아주머니라고 불렀다. 매일 4시 10분에 환경미화소에 와서, 천백 미터를 하루 세 번 쓸었다. 빗자루는 비스듬한 끝을 위로 해서 네 번째 고리에 걸었다. 모자 챙에는 접힌 자국이 하나 있었다. 이름은 나중에 환경미화소 문 앞에서 담배 피우던 사람의 입에서 들은 것이었다. 세 글자뿐이었다. 다른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저우쑤란은 아마 자기가 여기 있다는 것을 모를 것이다. 그녀의 이름은 돌계단 한 단에 떨어져 있었고, 그 돌계단은 바람 없는 길 위에 놓여 있었다. 그녀의 하루 천백 미터는 여전히 그대로 쓸리고 있었다.
돌 위의 이 세 줄은, 그날 밤 그녀가 내보낸 목소리가 떨어진 뒤에 남은 자국이었다.
그녀는 떠올렸다. 그 밤, 이 길 위에서, 그녀는 지구 반 바퀴 떨어진 다른 네 사람에게 한마디를 했었다.
그 밤, 미쓰키는 여섯 걸음 밖에 서 있었다. 손은 아직 펼쳐져 있었고, 손바닥이 위를 향했다. 재원은 아직 떨어지고 있는 파편 속에 서 있었다. 흰 신발에 먼지가 묻어 있었다. 스완 쪽에서는 육각형 비늘 한 장이 빛을 되쏘고 있었다. 다섯 사람은 지구 반 바퀴를 사이에 두고,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똑바로 보였다. 그때 먼저 입을 연 것은 그녀였다. 그 말은 이랬다.
“우린 모르는 사이야. 그래도 난 널 봤어.”
그녀가 말을 마쳤을 때,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떠나는 사람도 없었다. 그녀는 그들에게 두 번째 말을 하지 않았다. 그때 그녀의 손은 아직 돌 위에 있었다. 그녀는 손을 거두지 않았다.
미쓰키는 더 먼 단에서 멈췄다.
그 단에는 글자가 없었다. 그녀의 손끝이 먼저 끊긴 데에 닿았고, 이어 돌 표면에 닿았고, 그다음 작은 구멍 하나에 닿았다. 구멍은 둥글었다. 크지 않았다. 가장자리가 거칠었다. 둘레에 아주 가는 흰 부스러기가 한 바퀴 있었다. 이가 내리박히며 일으킨 그런 부스러기였다.
그녀는 회사에서 이런 구멍을 본 적이 있었다. 출근 카드의 칸에 출퇴근 기록기가 물어뜯은 것이 바로 이런 구멍이었다. 물 때 아주 짧은 소리가 한 번 났다. 한 칸이 15분이었다. 구멍이 어느 칸에 뚫리면, 그 칸의 시간이 바로 그 시각이었다. 퇴근 구멍을 뚫지 않은 카드는 카드 꽂이에 계속 꽂혀 있었다. 한 장 한 장 세로로 서 있었고, 아무도 뽑지 않았다. 그녀는 매일 그 카드 꽂이 앞을 지나갔다. 카드의 가장자리는 모두 가지런했다. 구멍의 가장자리만 거칠었다.
출퇴근 기록의 구멍은 사람이 왔었다는 것을 적는다. 하루 두 번, 한 번에 한 칸. 이 구멍이 누가 왔었다는 것을 적는지, 그녀는 몰랐다. 만약 그녀더러 뚫으라고 하면 어느 칸에 뚫을까. 그녀는 잠깐 생각해 보았다. 생각나지 않았다.
이 단의 돌에는 칸이 없었다. 그녀는 이 구멍이 ‘출’ 안에 있는지, ‘퇴’ 안에 있는지 가려낼 수 없었다. 만약 이 칸을 아무도 뚫지 않았다면, 이 칸은 비어 있었을 것이다. 돌 표면에 흰 부스러기 한 점도 없었을 것이다.
서른한 번째 단의 가로획은 한쪽이 깊고 한쪽이 얕았다. 마흔네 번째 단의 그것은 더 얕았다. 새긴 사람의 손이 떨렸거나, 그때 손에 맞는 것이 없었을 것이다. 그녀는 서른한 번째 단에서 한 번 쪼그려 앉은 적이 있었다. 손가락 끝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더듬어, 획을 시작한 자리와 거둔 자리를 하나씩 찾아냈다. 이 단에는 아무 획도 없었다. 구멍 하나뿐이었다. 여기에 한 획을 새긴 사람도 없었고, 여기서 손을 멈춘 사람도 없었다. 구멍은 아주 얕았다. 돌 표면을 한 겹만 물었고, 뚫지 못했다.
미쓰키는 쪼그려 앉지 않았다. 그녀는 선 채로 그 구멍을 보았다. 오래 보았다. 왼쪽 눈 밑의 초승달 모양 자국이 밝아졌다. 눈꼬리에서 광대뼈까지 밝아지고는 멈췄다.
그녀는 손을 거두었다. 손끝이 칼자루의 매듭을 눌렀다. 눌렀다가, 다시 튀어 올랐다. 매듭은 벚꽃 분홍이었다. 칼등이 그녀의 오른쪽 아래팔에 붙어 있었다. 차가웠다. 오는 내내 손을 바꾸지 않았다.
“이 단은, 아무도 부른 적이 없어.”
그녀가 말을 마치자, 목소리는 아래로 가라앉았다. 돌 표면까지 가라앉고는 멈췄다.
스완은 두 단 앞으로 걸어가, 네모난 틀 하나 위에서 멈췄다.
틀은 새긴 것이었다. 네 변은 아주 곧았고, 네 모서리는 각져 있었다. 틀 안에는 글자가 없었다. 틀의 가장자리는 만져져서 반들거렸다. 반들거리는 그 한 바퀴는 돌 표면보다 한 겹 얕았다. 수많은 손가락이 누르고 눌러 낸 광이었다. 그녀는 몇 사람이 그것을 눌렀는지 셀 수 없었다. 손가락 자국이 겹치고 겹쳐, 한 겹이 한 겹을 누르고 있었다. 맨 위의 한 겹은 아직 새것이었다. 왼쪽 위 모서리에 아주 가는 긁힌 자국이 하나 있었다. 손톱으로 그은 것이었다. 긁힌 자국 안에는 먼지가 없었다. 이 단에서 가장 새로운 한 줄이었다.
그녀는 쪼그려 앉았다. 그것을 건드리지 않았다.
파리의 그 반려 통지서, 발급란에 찍힌 것이 바로 이런 붉은 도장이었다. 네모났고, 인면에는 글자가 없었다. 그날 그녀는 창구 앞에 서 있었다. 창구 뒤의 사람은 고개를 들지 않았다. 손에 펜 한 자루를 들고 있었다. 그 종이는 그녀가 직접 두 번 접어 오른쪽 신발 코의 구멍에 밀어 넣었다. 마침 구멍을 막았다. 그 구멍은 검었다. 구멍 가장자리로 흰 실이 비어져 나와 있었다. 도장은 아주 세게 찍혀 있어서 종이 뒤로 한 바퀴가 배어 나왔다.
그녀의 오른발에는 테이프를 감았었다. 열한 바퀴, 아주 꼼꼼하게 감았다. 파리의 돌계단은 넓었다. 맨 아래 세 단에는 사람이 설 수 있었다. 모두 스물여섯 단, 그녀가 세어 보았다. 그녀는 아홉 번째 단에 앉은 적이 있었다. 앉아서 다른 사람의 한 곡을 끝까지 보았다.
“여긴 글자가 없어.” 스완이 말했다. “내가 먼저 잠깐 서 볼게. 올라서는 건, 밟는 게 아니야.”
그녀는 일어섰다. 오른발의 운동화는 틀의 가장자리에 놓였고, 왼발의 토슈즈는 틀 한가운데에 놓였다. 새틴이 그 반들거리는 한 바퀴의 두 변을 눌렀다. 토슈즈의 밑창은 아주 얇았다. 돌 표면의 결이 밑에서 배어 올라왔다. 그녀는 한 줄 한 줄 모두 밟아 느낄 수 있었다. 그녀는 그것을 밟아 부수지 않았다. 뛰어 비키지도 않았다. 그녀는 선 채로 잠시 기다렸다. 그러고 나서야 무게중심을 조금씩 옮겼다.
“너희 먼저 가.” 그녀가 말했다. “나는 여기 잠깐 서 있을게.”
그녀는 움직이지 않았다. 시선이 틀의 가장자리에 머물렀다. 잠깐 머물렀다가 다시 거두어졌다.
재원은 그제야 입을 열었다. 그는 뒤에 서 있었다. 빛은 아직 들려 있었다.
그가 보는 것은 쉰일곱 번째 단이었다. 그 단에는 가로획 하나가 있었고, 가로획 옆에 평평하게 문질러진 새긴 자국이 하나 있었다. 아주 가볍게 문질러져 있었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그냥 평범한 돌 표면일 만큼 가벼웠다. 가장자리는 눌려 평평해져, 돌 표면과 같은 높이까지 눌려 있었다. 아래에 무언가 있었던 것이다.
그는 손등의 빛을 조금 낮췄다. 돌 표면의 작은 한 조각이 다른 곳보다 색이 밝았다. 엄지로 여러 번 누른 것처럼, 눌려 평평해져서, 들떴던 적이 있다는 것을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눌려 있었다.
서울의 그 거울은 이음매가 작은 한 조각 들뜨면, 누군가 엄지로 눌러 되돌려 평평하게 했다. 되돌려 누를 때는 아주 가는 소리가 조금 날 뿐이었다. 말하는 사람도 없었다. 그것은 그저 눌렀고, 다 누르고 나면 이음매는 평평해졌다. 되돌려 눌리는 것은 그만한 작은 한 조각이었다. 그는 그쪽 거울 앞에 서 본 적이 있었다. 문에서 그 한 칸까지 열한 걸음이었다. 거울 틀 아래쪽에 검은 절연 테이프가 한 줄 붙어 있었다. 마침 턱 높이였다. 한쪽 끝이 들떠 있었다. 그는 그것을 눌러 붙이지 않았다. 그는 그 선 위에 서서 자기 얼굴만 보았다. 그 작은 한 조각이 무엇인지는 보지 않았다.
연습실의 나무 바닥에는 신발 밑창에 닳아 생긴 옅은 선이 하나 있었다. 거울 앞에서 문까지 곧장 이어졌다. 그 선은 여러 날, 같은 길을, 하루하루 걸어서 낸 것이었다. 선 끝은 문이었다. 문은 잠겨 있지 않았다. 그는 여러 번 그 문을 밀고 나갔다.
그의 무릎 안쪽이 먼저 한 번 당겼다. 그곳의 힘줄은 열다섯 살 때 춤추다 다친 것이었다. 그는 무게중심을 왼쪽 다리로 옮겼다. 다 옮기고 나서야 빛을 다시 들어 올렸다.
귀걸이의 끊어진 자리 속에서 보라색 심이 한 번 밝아졌다가 다시 어두워졌다.
“빛을 좀 낮춰.” 스완이 말했다. 그녀는 돌아보지 않았다. 목소리는 아주 평평했다.
그는 빛을 조금 더 낮췄다. 빛이 낮아지자 그 작은 한 조각은 보이지 않았다. 평범한 돌 한 덩이만 남았다.
그가 말할 때, 말은 빛보다 반 박 늦었다.
“여기 글자가 있어.” 재원이 말했다. “눌려 들어간 거야.”
칭롼이 그에게 물었다. “어디서 봤어.”
재원이 말했다. “서울.”
앤드루는 신발 끝으로 쟀다.
그가 잰 것은 끊긴 데였지, 돌계단이 아니었다. 그는 신발 끝을 첫 번째 끊긴 데의 가장자리에 대고, 저쪽 돌 표면까지 재고, 멈추고, 거두었다. 속으로 숫자 하나를 적어 두었다. 소리 내어 말하지 않았다. 발을 바꿔 다음 끊긴 데를 쟀다. 군화의 코는 아주 평평하게 닳아 있었다. 돌에 닿을 때 아주 가벼운 소리가 한 번 났다.
그는 물건을 잴 때 자를 쓰지 않았다. 신발이 그의 자였다.
돌은 차가웠다. 깨끗하게 차가웠다. 신발 끝이 닿아도 달라붙지 않았고, 미끄럽지도 않았다.
그는 망치를 떠올렸다. 망치 머리는 철골을 뜯어내 다시 주조한 것이었다. 쥘 때 손바닥에 용접 자국 하나하나가 만져졌다. 이곳의 돌에는 용접 자국이 없었다. 결뿐이었다.
좁은 곳에서는 발을 다 딛지 않고 절반만 디뎠다. 발끝이 먼저 건너가고, 발꿈치가 나중에 내려앉았다. 첫 번째는 한 걸음이었다. 두 번째는 조금 좁았다. 세 번째는 또 조금 좁았다. 아주 조금씩 좁아졌다. 눈으로는 알아볼 수 없었고, 신발 끝으로는 잴 수 있었다. 하나가 앞의 것보다 좁았다. 좁아짐은 한꺼번에 온 것이 아니었다. 하나씩, 천천히 줄어든 것이었다. 네 번째 가장자리에 부스러기 한 알이 걸려 있었다. 떨어지지 않았다.
그는 하나씩 재 나갔다. 일곱 번째까지 재고 멈췄다. 더 재지 않았다. 그의 신발 끝은 여덟 번째까지 손가락 한 마디가 남아 있었다. 그 한 마디를 그는 재지 않았다.
가슴의 군번표가 셔츠에 붙어 있었다. 군번표는 차가웠다. 셔츠보다 조금 차가웠다. 위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는 그것을 꺼내지 않았다.
“누가 깐 거지.” 미쓰키가 앞에서 말했다. 돌아보지 않았다. 그녀의 목소리는 아래로 가라앉았다.
앤드루는 고개를 들지 않았다.
“간격이 같지 않아.” 그가 말했다. 문장은 아주 짧았다. 말을 마치고 한참 멈췄다가 다음 말을 이었다. “앞으로 갈수록, 좁아져.”
그는 또 잠깐 멈췄다.
“걸으면서, 깐 거야.”
그 밤, 칭롼은 끊긴 데를 보며 한 걸음만 보았다. 끊긴 데는 보기에 모두 같았다. 아무도 재 보지 않았다.
칭롼이 일어섰다.
그녀는 생각했다. 이 길은 왜 그 밤에 열렸을까.
다섯 사람이 강해져서가 아니었다. 그 밤 그들은 아무도 강해지지 않았고, 아무도 무엇을 익히지 않았다. 재원의 귀걸이는 여전히 끊어져 있었고, 스완의 신발 코는 여전히 해져 있었고, 미쓰키의 손은 여전히 펼쳐져 있었다. 그녀가 입을 열었을 때도 각성 무늬는 첫 번째 고리까지만 밝아졌다. 그 밤은 다섯 사람이 처음으로 다른 누군가에게 똑바로 보인 밤이었다. 지구 반 바퀴를 사이에 두고, 다섯 쌍의 눈이 마주쳤다. 길은 바로 그 순간부터 생겨났다.
미쓰키의 첫마디를 그녀는 기억했다. 스완의 첫걸음도 기억했다. 재원의 발은 마지막 반 박에야 내려앉았고, 앤드루의 그 한마디는 아주 짧았다.
그 세 줄의 글자가 그녀의 목소리라는 것, 그 점은 의심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 한 단은, 그녀의 목소리가 먼저 있었는지 그 한 단이 먼저 있었는지, 그녀는 분명히 말할 수 없었다.
그녀는 몸을 앞으로 내밀었다. 손으로 끊긴 데의 가장자리를 짚고, 눈을 가늘게 뜨고, 끊긴 데 저편을 보았다.
그녀는 손을 놓지 않았다. 건너가지도 않았다. 그녀의 손끝이 끊긴 데의 가장자리를 따라 천천히 움직이다가, 작은 패인 곳에 들어가 멈췄다. 손끝에 흰 가루가 조금 묻었다.
그녀는 앞을 보았다. 앞의 그 끊긴 데는 첫 번째 것보다 좁았다. 밑의 검은 것이 보일 만큼 좁았다. 끊긴 데 저편에는 글자도 없고, 가로획도 없고, 구멍도 없고, 네모난 틀도 없었다. 눌려 평평해진 작은 한 조각도 없었다. 그쪽은 아직 아무도 부른 적이 없었고, 아무도 본 적이 없었다. 다른 곳의 끊긴 데 밑에는 흰빛이 조금 비쳐 올라왔다. 이곳에는 없었다.
앞에 길이 더 있는지, 아무도 몰랐다.
다섯 사람은 한 줄로 섰다. 맨 앞에 선 사람도 없었고, 맨 뒤에 선 사람도 없었다. 끊긴 데가 그들의 발 앞에 있었다. 조금 좁았고, 밑은 검었다. 그들의 그림자가 돌 표면에 떨어졌다. 여전히 각자 한 줄기씩이었다. 돌아가자고 말하는 사람도 없었고, 건너가자고 말하는 사람도 없었다. 미쓰키는 그 구멍에서 시선을 거두어 끊긴 데의 검은 곳에 떨구었다. 스완은 이미 틀에서 내려와 이 줄 안에 서 있었다. 손목의 비늘이 천천히 거두어졌다. 한 장 한 장, 보이지 않을 때까지 거두어졌다. 재원은 귀걸이의 끊어진 자리를 끊긴 데 저편으로 향했다. 보라색 심은 밝아지지 않았다. 앤드루의 신발 끝은 마지막 가장자리에 멈춰 있었다. 발꿈치가 내려앉았다. 소리가 없었다.
칭롼은 한 번 뒤를 돌아보았다. 그 가로획들은 모두 그대로 있었다. 아무도 채워 넣지 않았고, 아무도 한 획을 더 새기지 않았다.
미쓰키가 칭롼을 한 번 보았다. 딱 한 번 보고 시선을 거두었다. 스완은 재원을 보았다. 재원은 앤드루를 보았다. 앤드루는 아무도 보지 않았다. 그는 끊긴 데를 보고 있었다.
칭롼은 서둘러 건너가지 않았다. 끊긴 데는 거기 있었다. 기다리고 있었다.
칭롼은 오른발을 한 치 앞으로 옮기고 멈췄다. 신발 끝에서 끊긴 데까지 손가락 한 마디가 남아 있었다.
끊긴 데 가장자리의 부스러기는 아직도 떨어지고 있었다. 한 알, 두 알. 검은 속으로 떨어졌다. 소리가 나지 않았다.
끊긴 데 저편은 검었다. 아무것도 없었다. 발소리조차 돌아오지 않았다.
다섯 사람은 끊긴 데 앞에 서 있었다. 아무도 먼저 입을 열지 않았다.